# 50
제 50장 한수문약韓遂文約
장안성.
"하하하하하- 역시 내가 사람은 제대로 보았어. 고생했어. 고생했어요."
원매는 관구흥의 손을 꼭 잡고 감사를 표했다. 사실 국연과의 동맹이 틀어지면 이유를 다시 보낼 것을 생각했었다. 그만큼 관구흥을 조금 미심쩍게 바라본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당당히 성공을 하고 오자, 자신의 옹졸함이 맘에 걸렸다.
"자네는 어떤 벼슬을 원하는가? 장안에서 일을 해도 되고, 외지로 나가서 일을 해도 되네."
"좌풍익 태수를 주십시오."
관구흥의 대답에 원매는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처음부터 태수자리를 달래서 건방지다 이런 의미가 아니었다. 좌풍익은 저족, 강족의 약탈로 골치 아픈 곳이었다. 할 일은 많고, 열심히 노력해도 티가 나지 않는 자리였다.
"자네가 국연과 동맹을 성사시킨 것은 꽤 큰 공이야."
"그러니 태수를 요구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저는 태수를 해보는 것이 소원이었습니다."
"고맙네. 고생이 많을 것이야."
원매가 관구흥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격려했다. 관구흥이 다시 허리를 숙이며 감사를 표하고는 입을 열었다.
"한가지 청이 있습니다. 아주 괜찮은 친구가 있는데, 그를 승으로 삼아서 좌풍익으로 함께 갔으면 합니다."
"그런 인재가 있었던가? 어서 데려오게."
원매의 지시에 문가에 대기하던 종사관이 급히 젊은 청년, 즉 강경을 데리고 들어왔다. 강경은 원매를 보자 허리를 깊숙이 숙였다.
[강경(22)]
무력:77, 지력:82, 정치력:81, 통솔력:70
한양군 기현출신으로 강유의 부친이다. 공조로 일하다가 마초의 기습을 받아 전투중 사망했다. 기록이 없는데, 강유의 부친이라 능력치를 조금 높게 설정했다.
"강경이라고 합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강경?"
원매는 서량 출신으로 이 정도 능력치가 나오는 강경을 보고 문득 짚이는 것이 있었다. 강유와 연결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강경이 강유의 부친이라는 사실까지는 알지 못했다.
"혹시 강백약(강유)라고 아시는가?"
"글쎄요.... 처음 듣는 이름입니다."
"허허헛 - 이런 이런 내가 말이 헛나왔네. 좌풍익 승을 임명할 테니, 관구태수를 돕게."
원매는 급히 화제를 돌렸다. 그제야 강유가 아주 어리거나 지금은 태어나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강경이 눈치를 슬쩍 보고는 입을 열었다. 자신의 능력을 원매에게 확고하게 각인시키고 싶었던 것이다.
"한중군을 어찌 하실 생각이십니까?"
"기회가 된다면 내 것으로 만들고 싶은데, 쉽지가 않아."
"한중군은 워낙 험지에 둘러싸여 있는 곳이라 대책없이 공격한다면, 병사들의 희생이 클 것입니다. 계책을 쓰는 것은 어떻습니까?"
"흠- 계속 말해보게."
"사곡도 관문을 지키는 장수가 강합인데, 친척이라 안면이 있습니다. 강합에게 좋은 현령자리를 보장해준다면, 제가 설득을 하겠습니다."
원매는 조금 황당했다. 한중군 공략할 방법이 쉽지 않아 고민 중이었는 데, 의외의 길이 지금 열리고 있는 것이다.
"고맙네. 내가 그리하지. 필요한 물건은 부조에 들려서 받아가게."
"그럼 바로 다녀오겠습니다."
"지금? 눈이 많이 쌓여 있을 터인데."
"제가 서량 출신이라 이 정도로 눈이 쌓인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원매는 강경과 관구흥을 격려하고는 강합에게 보내는 죽간을 작성해서 건네 주었다. 치소를 나오면서 관구흥이 강경의 어깨를 툭쳤다.
"초반에 어려운 임무를 맡았군. 하지만 이것을 성공시킨다면, 확실하게 도독의 신임을 받을 것이야. 우리 이곳에서 반드시 성공을 하세!"
"물론입니다. 몇 마디 하지 않았지만, 확실히 이곳은 다르다는 느낌이 왔습니다. 형님 먼저 좌풍익으로 가 계십시오. 일을 처리하고 바로 가겠습니다."
"고생하시게."
관구흥과 강경이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러 움직이는 동안, 원매는 급히 이유를 호출했다. 얼마 안 있어 이유는 빙그레 웃으면서 치소로 들어왔다. 그는 나이가 많았기에 원매의 바로 옆에 치소를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었다.
"찾으셨습니까?"
"자- 그리 앉으시오. 이번에 관구별가(관구흥)가 국연을 설득했소. 그리고 강경이라는 뛰어난 인재를 데려왔기에 군승을 내렸소."
"도독의 홍복이십니다."
"복이 터지는 것 같소이다. 강군승(강경)이 사곡도 관문을 지키는 강합을 잘 알고 있다고 하여 설득하라고 보냈소이다. 전장군(전예)이 양백의 약점을 잡아서 설득하거나 협박을 하려고 하고 있소. 어떻소? 뭔가 그림이 나오지 않겠소?"
이유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표정변화가 없었지만, 두뇌를 빠르게 회전시키며 강합, 양백을 이용하는 것을 조합하고 있었다. 잠시 후, 이유가 입을 열었다.
"양백의 비리를 캐내어 한중에 소문을 내시고, 곧바로 그가 도독과 연결되어 있다는 소문을 내십시오. 그리고 고도를 통하여 양백이 지키는 관문으로 군대를 보내시면 됩니다. 그리된다면 한중은 아주 혼란스러울 것입니다. 양백은 억울하다고 호소할 것이고, 양송이 뒤에 있으니 함부로 처벌 못할 것입니다. 더군다나 도독의 군대가 그리로 갈 것이니, 의견이 갈리어 우왕좌왕할 것입니다."
"옳거니. 진짜 주력군은 그틈을 타고 강합이 지키는 사곡도로 투입시키자 이거군."
"그렇습니다. 단, 강합이 확실하게 설득이 된다는 조건하에서 이 작전을 진행시켜야 합니다. 제가 전장군, 강군승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잘 처리하고 보고를 드리겠습니다."
"이별가가 그리 해준다면 마음 편하게 기다릴 수 있겠군. 그리고 이 일이 잘 성사된다면 큰 포상을 해주겠소."
"포상도 좋지만 다른 걸 주십시오."
"말씀해보시오."
"제 고향이 좌풍익 합양현인데, 도독께서 시간이 되시면 한 번 만 방문해 주십시오."
원매는 무슨 소린가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동탁으로 인해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고 싶었으리라. 원소의 아들인 원매가 이유를 곁에 두고 중히 쓰고 있다. 이 한 마디로 그의 악인 모습을 많이 지울 수 있을 것이다.
농서군 적도성 한수치소.
"주군. 국연이 딴 마음을 먹고 있는 듯합니다."
성공영이 날카로운 눈을 빛내며 진언을 올리자, 한수는 뭔 소리냐며 뜬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밴댕이 소갈딱지같은(속좁은) 국연이 딴 마음을 먹다니? 잘못 파악한 것 아냐?"
"얼마 전에 하변성에 어떤 자가 다녀갔는데, 군량 오천섬이라는 이야기가 나왔고, 국연이 급히 그를 데리고 밀실로 들어가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합니다."
한수는 느긋하게 의자에 등을 기대고 있다고 벌떡 일어섰다.
"오천섬? 어느 미친 놈이 국연에게 오천섬을 준다는 거야?"
"지금 그런 수작을 부릴 놈이 누구겠습니까?"
"장로는 오두미에 심취한 고리타분한 놈이니 그럴리는 없고, 마등은 제가 먹을 군량도 부족할 테니 그도 아니고........ 설마. 이각을 깨트리고 관중을 장악했다는 원가 놈인가?"
"그렇습니다. 유장일 가능성도 생각해봤지만, 최근 그의 어리숙한 행보를 보면 그일 리는 없습니다. 결론은 원매입니다. 살쾡이 같아서 상대하기 어려운 놈입니다."
"그럼 국연을 어찌 하려고 하는 것일까?"
"최악의 경우로 생각하면 국연이 원매와 동맹을 맺고 주군을 경계하는 것입니다. 만약 그리되었다면 분명 마등도 원매의 손을 잡았을 것입니다. 그리되면 주군은 고립될 것이고, 점차 군량 부족으로 인해서 힘을 잃을 것입니다. 원매의 계략이 참으로 간악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당장 국연 이놈을 잡아와!"
"성급하게 화를 내지 마십시오. 만약 원매의 손을 잡았다면 부른다고 오겠습니까? 제가 하변성으로 가서 상황을 살펴보겠습니다."
"마등은 어찌 하면 좋겠어?"
"마등은 주군과 악연이 있으니 놓아 두십시오. 국연이 우선입니다."
한수가 마등의 가족을 죽인 일을 성공영이 악연이라며 언급하자, 한수도 입을 다물었다. 잠시 후, 한수의 입에서 단호한 음성이 터져나왔다.
"하변성으로 가서 상황을 알아봐. 나는 군대를 준비해 두지. 만약 국연이 나를 죽이려고 원가 놈과 손을 잡은 것이라면 결코 용서치 않겠어."
성공영이 예를 올리고 물러나자, 한수는 탁자를 내리치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 국연 죽일 놈! 어디 두고 보자. 감히 나를 버리고 원가 놈과 손을 잡아? 여봐라- 아무도 없느냐?"
그날 부로 적도성에는 새까맣게 병사들이 운집하기 시작했다. 한수는 장수들에게 긴급하게 병사들을 점고하고, 양추에게 임조현에서 하변성으로 이르는 길을 정찰할 것을 명령했다. 이 당시 한수가 서량 최강의 세력이었기에 그들의 자신감을 하늘을 찌를듯 대단했다.
성공영이 기병을 이끌고 하변성으로 들어서자, 국연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환대했다.
"성공영아닌가? 어인 일로 오셨는가?"
"이번에 백석산으로 사냥을 나갔는데, 질좋은 모피를 얻었습니다. 주군께선 국장군 생각이 나신다며 이것을 전해드리라 하셨습니다."
성공영은 기병으로부터 모피를 받아 국연에게 내밀었다. 국연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모피를 받아들었다. 그 성질 더러운 한수가 나를 위해서 모피를 준다고?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다.
"주군께서 이리 국장군을 생각하시는데 기쁘지 않습니까?"
"기쁘다네. 너무 기뻐서 잠시 할 말을 잊었군. 한장군께 항상 받기만 하는 구먼. 허허허-"
"원래 대인이 소인을 챙겨주는 법입니다. 세상 법도가 그러하니 신경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국연의 눈썹이 순간 꿈틀했다. 하지만 그도 잠시 비굴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한장군은 대인이시지. 암. 그렇고 말고."
"국장군께 혼기가 찬 따님이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이 기회에 주군의 셋째 자제와 혼례를 치르는 것이 어떻습니까? 그리되면 두분의 의로운 동맹도 빛을 발할 것입니다."
국연은 혼례란 말에 흡-하고 멈칫했다. 망설이며 대답못하는 그의 모습을 성공영은 하나도 빼놓지 않고 살피고 있었다. 성공영이 차가운 눈빛으로 쏘아보며 입을 열었다.
"주군과 사돈관계가 되는 것이 싫으십니까?"
"아- 그게..... 싫은 게 아니고...... 본인들의 의사도 중요하지 않겠는가?"
"그럼 국장군께서는 반대를 하시지 않는군요."
"나야..... 뭐...... 참으로 영광이지."
"알겠습니다. 그럼 따님을 설득해주십시오. 저는 곧바로 주군께 달려가서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날짜를 잡아서 혼례를 올리도록 하시지요."
"아... 알겠네."
성공영은 포권을 올린 후, 곧바로 하변성을 떠났다. 국연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성공영의 뒷모습을 바라볼 뿐이었다.
'갑자기 혼례가 왜 나온단 말인가? 혹시 눈치를 챈 것인가? 만약 그렇다면 어찌 한단 말인가?'
국연은 고민을 하였지만 대책이 서지 않자, 은밀하게 장안으로 전령을 보냈다. 한수의 성격을 보았을 때, 뭔가 알 수는 없었지만 불안감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성공영은 전속력으로 말을 몰아 날이 어두워졌을 때쯤, 임조현에 도착했다. 그는 언덕 위에 올라 멀리 가물가물하게 보이는 적도성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국연이 원매와 손을 잡은 게 틀림없다. 융통성없는 그 놈은 얼굴에 모든 것이 드러난다. 죽일 놈 같으니라고. 빨리 주군께 보고하여 처리를 해야 한다.'
성공영은 임조현에서 하룻밤을 묵고, 아침 일찍 출발했다. 그들이 한참을 달려 오후에 장현에 도착했는데, 벌써 한수의 선발대가 그곳에 들어서 주둔하고 있었다. 선발대장은 양추였다.
"자네는 양추가 아닌가? 어찌 이곳에 있는가?"
"주군께서 국연이 배신을 한게 틀림없다면 이 기회에 토벌해 버린다고 하셨습니다. 하여 제가 하변성으로 이르는 길을 정찰하기 위해서 선발대를 이끌고 나왔습니다. 지금 주군의 진노가 대단합니다."
"알겠네. 수고하게."
성공영은 그대로 밤을 도와 적도성으로 나아갔다. 빨리 상황을 알리는 것이 급선무였고, 계책을 수립해야 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