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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웅 삼국지 - 원소 셋째 아들 천하를 품다-49화 (49/253)

# 49

제 49장 관구흥毌丘興

원매는 하루를 기분좋게 시작하고 있었다. 자식이 생긴다는 생각에 더욱 마음이 들떴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죽간을 들여다보고 있을 때, 순유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들어왔다.

"좋은 일이 있으십니까? 표정이 밝습니다."

"아- 표시가 났소? 내자(아내)가 수태(임신)를 했소이다."

"경하드립니다."

"좋긴 한데, 축하까지 받으니 쑥스럽구려. 그래 어인 일이시오?"

"하동태수 왕읍이 인재를 추천했습니다. 한 번 읽어 보시지요."

원매는 죽간을 펼쳐서 빠르게 읽어 내려갔다. 다 읽은 그의 눈은 반짝이고 있었다. 왕읍이 제대로 인재를 추천한 것이다.

"어서 불러오시오. 직접 만나보고 싶소."

"잠시 기다리십시오."

순유는 밝은 얼굴로 원매의 치소를 나왔다. 곧이어 순유의 뒤를 따라 관구흥이 따라 들어섰다. 순유가 눈짓을 하자 관구흥이 허리를 굽히며 예를 표했다.

[관구흥(32)]

무력:75, 지력:73, 정치력:80, 통솔력:74

하동군 문희현 출신. 위나라의 관리로 관중과 서량을 안정시키는데 공을 세운 인물이다. 관구검의 부친이다.

"처음 뵙겠습니다. 관구흥이라고 합니다."

"이야기는 많이 들었소. 혼란스러운 천하를 안정시키야 하는 데, 좋은 의견이 있소?"

"도독께서 관중을 장악하신 것은 뛰어난 선택이십니다. 이곳에서 힘을 키워 한중, 서량을 아우르고 때를 기다리십시오. 하북의 대장군(원소)께서 남진할 때, 도독께서는 남양군으로 진격하여 형주를 점령한다면 천하는 원가에 의해서 통일될 것입니다."

"흠- 좋은 말씀이오. 그럼 서량은 어찌하면 좋겠소?"

"서량은 굉장히 넓은 지역입니다. 이곳을 힘으로 장악하려면 몇 년은 족히 걸릴 뿐만 아니라 병사들의 피해도 막심합니다. 안정군의 마등과 무도군의 국연을 회유하여 농서, 한양군에 세력을 떨치고 있는 한수를 견제해야 합니다. 그리하면 군량이 부족한 한수는 시간이 지날수록 차츰 세력이 약해질 것입니다. 그후에 때를 보아 군대를 일으켜 토벌하면 됩니다."

원매가 순유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원매가 순유, 이유와 더불어 작성한 계획과 거의 일치하는 훌륭한 계책이었기 때문이었다.

"좋은 의견이오. 사실 마장군(마등)은 이별가(이유)가 회유를 했소. 3월에 국연에게 이별가를 보내야 하는 데, 고령인지라 왠지 부담스럽소. 그대가 한 번 국연을 설득해 보겠소?"

"맡겨주십시오."

원매는 관구흥에게 임시로 별가벼슬을 내리고, 국연을 설득하는 명을 내렸다. 이는 일종의 시험이었다. 국연은 한수, 마등에 비해 세력이 작았기 때문에 관구흥에게 맡겨본 것이다. 설령 잘못되더라도 다시 이유를 보내 만회할 기회가 있으리라 생각한 조치였다.

관구흥은 곧바로 치소를 나와 순유의 도움을 얻어 일백 기병을 거느리고 곧바로 국연의 치소가 있는 무도군 하변성으로 향했다.

그의 표정은 매우 비장했다. 이것을 제대로 성사시킨다면 앞날이 열릴 것이다. 하지만 실패한다면 입만 살아있다는 평가를 들을 것이다. 무조건 성사를 시켜야 하는 상황이었다. 부담이 되었지만 관구흥은 자신 있었다.

기병을 이끌고 팔일을 달려가자 하변성에 도착했다. 계곡에 자리잡은 하변성은 아름다웠다.

"장안에서 사례도독의 명을 받고 온 별가 관구흥이다. 국연장군을 뵈러 왔다."

성문을 지키던 병사는 깜짝 놀라 급히 안으로 소식을 보냈다. 일각(15분)정도 지나자 내부가 소란스러워지며 일단의 무리가 나왔다. 국연이었다. 쫙 찢어진 눈에 우람한 체격을 자랑하는 국연은 눈알을 굴리며 관구흥을 훑어보았다.

"관구흥이라고? 설마 원도독이 이곳까지 욕심을 낸단 말인가?"

"처음 뵙겠습니다. 별가를 맡고 있는 관구흥입니다. 원도독께서는 국장군에게 호의를 가지고 있습니다. 절대 이곳을 넘보실 분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다행인데...... 무엇으로 증명을 할 텐가?"

"제가 군대를 이끌고 오지 않은 것이 첫번째 호의이고, 삼월이 돼서 눈이 녹는다면 군량 오천섬을 무상으로 지원해드리는 것이 두번째 호의입니다."

"무엇이? 오천섬을 무상으로 지원해줘?"

국연은 깜짝 놀라 자신도 모르게 부르짖었다. 오천섬이면 오천명의 군사가 일년을 소비할 수 있는 군량이었다. 실로 어마어마한 양이었다. 국연은 힐끔 관구흥을 쳐다보다가 얼굴에 어색하지만 미소를 띄었다.

"이거 귀중한 손님이 오셨는데, 내가 대접이 소홀했구먼. 자- 들어가서 차라도 마시며 이야기를 마저 나누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국연은 앞장서서 걸으며 말이 없었다. 관구흥이 내뱉은 말에 대한 진의를 파악하기 위해 염두를 굴리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서로간에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는 사이에 국연의 치소에 도착했다.

잠시후, 종사관이 차를 놓고 밖으로 나가자 국연과 관구흥만이 남았다.

"자. 계속 말해 보시게. 원도독께서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가?"

"도독께서는 국장군과 동맹을 맺기를 원합니다."

"동맹이라? 흠- 겨우 군량 오천섬을 한 번 주고 동맹을 맺어 달라 이말인가?"

"겨우라니요? 오천섬이 얼마나 큰 규모인지 잘 아시지 않습니까? 도독께서는 충분히 국장군을 배려한 것입니다."

"이곳은 쌀이 항상 부족하지. 그래서 관중을 약탈해서 그것을 채우고 있다네. 이번에 동맹을 맺는다면 더는 관중을 약탈할 수가 없어. 내년부터는 어찌 하란 말인가? 설마 원도독이 나를 굶겨 죽일 작정인가?"

"그럼. 이렇게 하시면 어떻습니까? 매년 국장군께 일만섬씩 지원을 해드리겠습니다. 그리하면 군량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매년 일만섬이라는 말에 국연의 얼굴이 환해졌다. 원매가 국경 수비를 강화하면 노략질도 힘들어질 것이 분명했다. 국연도 이런 상황이 골치 아팠는 데, 원매가 먼저 이런 제의를 하자 더할 나위 없이 기뻤던 것이다.

"좋구먼. 좋아. 그런데 말이야. 세상에 거져 주는 것은 없어. 그건 내가 잘 알아. 동맹을 맺어서 원도독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매년 일만섬은 엄청난 양이야."

관구흥은 동맹이 성사단계에 이르렀음을 직감했다. 그는 심호흡을 한 후, 입을 열었다.

"농서, 한양에서 세를 떨치고 있는 한수와의 관계를 끊으십시오."

국연은 입을 한일자로 꾹 닫았다. 그의 표정은 매우 냉혹해졌다. 잠시 후, 그의 입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자네는 안항장군(한수)이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를 모르는가? 그가 분노하여 군대를 이끌고 무도군으로 쳐들어 온다면 나는 엄청나게 곤란한 상황에 처할 것이야. 그걸 알고 하는 소린가?"

"물론입니다. 이제 국장군께는 선택지가 두개 밖에 없습니다. 원도독과 손을 잡고 군량걱정을 덜어내시며 편히 사시던가, 아니면 한수와 손을 잡고 원도독께 대항을 하시던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하셔야 합니다. 원도독께서는 한수, 마등의 연합군을 물리친 이각을 격퇴한 분입니다. 그분이 이번에 관중의 방어를 강화한다면 어쩌시겠습니까? 그리하면 약탈은 불가능해지고, 굶어 죽게 될 것입니다."

"이 죽일 놈이 어디서 협박이야!"

"국장군을 위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원도독께 의지하여 남은 여생을 편히 사십시오. 한수와 관계를 끊는 것 말고는 더는 요구하는 것이 없습니다."

"만약 한수가 나를 공격하면 어찌하겠는가? 원도독이 도와줄 텐가?"

"물론입니다. 군대를 파병해서 도와줄 것입니다. 국장군. 원도독을 따르는 것이 순리입니다. 이제껏 일어난 변란에 항상 한수가 관련되어 있습니다. 그는 죽음을 몰고 다니는 사람입니다. 마침 원도독께서 손을 내밀었으니 좋은 기회 아닙니까? 그리 하시지요."

국연은 말이 없었다. 원매와 동맹을 맺자니 한수가 두려웠고, 한수를 따르자니 군량이 걱정되었다. 더군다나 방어를 강화한다면 속수무책으로 굶어 죽을지도 몰랐다. 결국 망설이던 국연은 원매를 택했다.

"만약 군량이 오지 않는다면 즉각 동맹은 파기일세!"

"이번 봄에 오천섬, 가을에 오천섬, 그리고 매년 가을에 일만섬이 지원될 것입니다. 그리고......"

관구흥은 품에서 죽간을 꺼내들었다. 원매의 친필이 적힌 죽간이었다.

"이것은 도독께서 친필로 작성한 약속의 징표입니다. 확인해 보시지요."

국연은 죽간을 확인하고는 조심히 말아 서랍에 밀어 넣었다. 그는 관구흥을 바라보며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입에서는 부드러운 음성이 흘러나왔고, 관구흥을 높여 불렀다.

"관구별가. 도독께서는 한수를 어찌 할 생각이신가?"

"안정군의 마장군도 동맹을 맺었습니다. 한수를 고립시켜 힘을 약화시킨 후에 토벌할 계획입니다."

"음-"

국연은 자신의 예상과 대충 맞아 떨어지자, 신음성이 절로 흘러 나왔다. 분명히 한수는 원매가 적대시한다는 것을 깨닫고 압박해 올 것이다. 걱정이 되었지만, 이제는 원매를 믿고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

동맹이 마무리되자, 관구흥은 길을 치소를 나왔다. 국연은 성밖까지 그를 배웅하며 한마디 했다.

"원도독께 잘 말씀드려 주시게."

"물론입니다. 걱정마십시오."

관구흥은 국연에게 예를 표한 후, 기병들을 이끌고 장안으로 이동했다. 동맹이 성사되었기에 그의 마음은 가벼웠다. 마등, 국연이 막아준다면 한수는 고립될 것이다. 물론 한수가 국연이나 마등을 회유하려고 하겠지만, 군량을 해결해 줄 수 없는 만큼 원매-마등-국연의 동맹은 단단하게 유지될 것이다.

하변성을 떠나 이틀 정도를 달리자, 하지현에 도착했다. 저녁이 되었으므로 이곳에서 숙영을 하기 위해 숙박시설을 알아볼 때였다.

"서량을 모조리 원가에게 바치려고 하십니까?"

관구흥이 깜짝 놀라 급히 뒤로 돌아섰다. 그곳에는 당당한 체격과 매서운 눈빛을 지닌 젊은 청년이 버티고 서 있었다. 청년의 정체를 확인한 관구흥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난 또 누구라고. 이사람아 왔으면 이야기를 해야지. 깜짝 놀랐지 않은가?"

"정말로 서량을 원도독에게 바치려고 하십니까?"

관구흥은 급히 주위를 둘러보고는 젊은 청년을 조용한 곳으로 이끌었다.

"이사람이 못하는 소리가 없구먼. 어찌 그리 판단하시는가?"

"제가 기현출신입니다. 하변성에도 아는 사람이 있습니다. 우연히 들렸다가 국장군과 형님이 말하는 것을 들었소. 그래서 뒤를 쫓아 왔소이다."

"한 두 마디 듣고 그리 판단하시는가?"

"그때 분명히 형님께서 쌀을 오천석 지원한다는 말을 했지요. 왜 어마어마한 군량을 무상지원할까요? 원도독이 쌀이 남아 돌아서 그러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유는 하나 국연을 이용하는 것이지요. 지금은 대등하게 손을 잡겠지만, 나중에는 국연이 원도독의 부하장수가 될 것입니다. 제말이 틀렸습니까?"

관구흥이 말없이 계속해보라는 눈치를 보냈다.

"그 다음은 한수를 고립시켜서 힘을 뺀 후, 토벌하시겠지요. 국연에게 손을 뻗쳤다면 분명히 마등도 손을 뻗었을 것입니다. 그러면 서량에 누가 있어 원도독께 대항하겠습니까?"

"이사람. 영특한 것은 여전하구먼. 자네도 이런 시골에서 세월이나 축내지 말고 원도독을 모시는 것이 어떤가? 그 분은 능력있는 인재들을 항상 찾으신다네. 자네라면 분명히 좋은 대우를 받을 것이야."

"글쎄요. 원가라고 별다르겠습니까? 오히려 더할 수도 있습니다. 능력을 따져도 결국은 신분, 핏줄을 못 당합니다. 그게 현실입니다. 형님도 이용만 당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아."

관구흥은 차분하게 원매에 대해 아는 대로 설명을 했다. 파재, 사마구를 우대한다는 말에 강경은 깜짝 놀랐다. 또한 원씨성을 가진 대신이 한명도 없다는 말을 듣고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놀랍군요. 그런 자가 있다니요."

"이 형을 믿고 장안으로 가서 그분을 뵙고 결정하세.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이야."

"알겠습니다. 만나보는 것이 뭐가 어렵겠습니까?"

"잘 생각했네."

관구흥은 강경의 손을 잡고 파안대소를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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