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웅 삼국지 - 원소 셋째 아들 천하를 품다-46화 (46/253)

# 46

제 46장 원담현사袁譚顯思

원담이 건들거리며 다가와 원매에게 똑 쏘아붙였다.

“잔뜩 혼이 났을 텐데, 표정이 어둡지 않구나. 표정 관리 하는 것은 언제 배웠느냐?”

“아버님과 미래에 대하여 의논을 했습니다. 조금 잔소리를 듣긴 했지만, 크게 혼나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니 표정이 어두울 이유가 없습니다.”

“이유를 죽이지 않고는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 거짓말 마라!”

“남의 일에 어찌 그리 관심이 많습니까? 내일은 내가 알아서 알 테니 신경 쓰지 마시고, 청주나 잘 다스리십시오. 아직도 곳곳에 도적이 들끓고 백성들이 굶주리고 있다지요? 청주목으로서 부끄럽지도 않습니까?”

원매가 한마디 하고 지나치려 하자, 원담이 그를 붙잡았다.

“이놈이 보자 보자 하니까 눈에 뵈는 것이 없구나.”

원매가 싱긋 웃으면서 우악스러운 힘으로 원담의 손을 풀어버렸다. 원담이 이를 악물고 버티려고 했지만, 무력 91에 이른 원매의 강한 완력을 도저히 당해낼 수가 없었다. 원담의 붉어진 얼굴을 보며 한마디를 쏘아붙였다.

“연무장이 멀지 않으니 그리 갑시다. 사마구! 가자”

원매가 사마구를 대동하고 걸어가자, 원담은 망설이다 따라나섰다. 원매를 이기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화가 나서 물러날 수가 없었다.

원매는 연무장에 당도하자 뒤로 돌아서서 원담을 당당하게 노려보았다. 원매가 뿜어내는 살기가 뒤섞인 무형의 위압감에 원담은 걸음을 멈추며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뭐하시오? 지금이라도 자신 없으면 꼬리를 말고 돌아가시오.”

“이 새끼가 이 원담을 뭐로 보고 그런 소리를 하는 것이냐?”

원담은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어 오르자, 조금 전의 두려움도 잊은 채 곧바로 원매에게 달려들었다. 원매는 긴장하여 준비했다. 무력 81의 원담이었다. 결코.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원담은 괴성을 내지르며 곧바로 주먹을 내질렀다. 원매는 손바닥으로 주먹을 쳐내어 빗겨나게 했다.

연속으로 쏟아지는 주먹을 물러서며 피해내자, 원담은 숨소리가 거칠어지고 주먹의 예리함도 떨어졌다. 원매가 수세에 몰리는 듯했지만, 침착하게 원담의 공격방식을 살피고 있었다.

원매는 원담을 파악하자 공세적으로 나섰다. 원담의 주먹을 피하지 않고 몸으로 받아내면서 오른 주먹을 그의 얼굴에 작렬시켰다.

빡- 소리가 나면서 원매가 흔들리다가 다시 자세를 잡았지만, 원담은 서너 걸음 물러나며 비틀거리다 주저앉았다. 원담이 공세적으로 나오다가 기습적인 한방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형국이었다.

사마구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원매의 주먹에 맞고 속수무책으로 무너졌지 않은가? 그때보다 원매의 무력이 더 강해졌으니 충격이 클 것이다. 원담은 고개를 흔들며 일어서더니 자세를 갖추며 조심스럽게 원매에게 접근했다.

이번에는 원매가 공세적으로 나섰다. 원담의 주먹을 피하지 않고 그대로 맞받아치는 엄청난 난타전이었다. 서로에게 십여 차례나 주먹을 꽂아 넣던 싸움은 원담이 털썩 쓰러지면서 끝이 났다. 원담은 일어서려 했지만, 할 수가 없었다. 원매가 다가와 원담의 멱살을 잡고는 낮은 목소리로 으르렁거렸다.

“앞으로 건방지게 나서지 마라. 원가가 아니었다면 내 손에 죽었을 것이다.”

원매는 멱살을 툭- 놓고는 사마구를 데리고 연무장을 떠났다. 호위무사들이 급히 달려들어 원담을 일으켰다. 분한 듯 원매의 뒷모습을 노려보던 원담은 급히 원소에게로 향했다. 원소는 원담의 모습을 보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 모습은 뭐냐?”

“아버님. 소자 억울합니다. 현옹(원매)이가 참으로 방자합니다. 이제는 형인 제게까지 주먹질을 해대고 있습니다.”

“쯧쯧쯧- 한심한 놈 같으니라고.”

원소의 눈은 더욱 냉혹해졌고, 그의 입에서는 차가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청주를 다스리고 도적들을 물리치려면 강한 무력이 필수다. 그런데 현옹이 하나 어쩌지 못하면서 청주목이나 똑바로 할 수 있겠느냐? 고자질할 시간에 노력해서 무력을 키우거라. 이게 다 네놈이 술 먹고, 계집질하느라 연습을 게을리해서 그런 것이다.”

“아버님······. 어찌 현옹이에게는 이처럼 관대하십니까?”

“지금이 난세인 것을 자각하고 더 노력하거라. 현옹이가 겨우 일 년 만에 관중을 얻었다. 너는 청주를 얻고 난 후에 뭐하느냐? 힘을 내어 서주를 얻을 생각을 왜 못하느냐? 지금 서주 낭야국이 도적들이 설쳐대서 제대로 통제가 안 된다고 들었다. 알고 있느냐?”

“알고 있습니다.”

“알고 있으면 가만히 있지 말고, 성과를 내봐.”

원소에게 엄청난 숙제까지 받아들고 나온 원담의 표정은 참혹하게 일그러졌다. 그는 치소를 나와 바닥을 발로 차며 울분을 터트렸다.

“어째서 아버님은 장자인 나를 제쳐두고 현옹이만 싸고돈단 말인가? 어째서?”

원매와 원담의 싸움은 업성에 소문이 쫙 퍼졌다. 곽도가 문제를 제기했지만, 원소가 한마디로 잘라버렸다. 그 이후로는 누구도 문제를 제기하지 못했다. 원담은 어깨가 축 처져 평원성으로 돌아갔다.

원상치소.

원상은 심배로부터 상황을 전해 들으며 미간을 찌푸렸다. 아직 약관(20)이 안된 15살로 어린 나이였지만, 원소의 총애를 독차지할 정도로 총명한 원상이었다.

“셋째 형님(원매)이 참으로 대단하시군요.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습니다.”

“상황이 묘하게 꼬여가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현옹공자가 절대로 빠져나가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유유히 그물을 찢고 나왔습니다. 더군다나 주군의 신임은 오히려 높아진 듯하니 참으로 기이한 일입니다.”

“그럼 아버님께서 기주를 셋째 형님께 넘겨주시리라 생각하십니까?”

“그건 아닙니다. 다만 현옹공자의 기세가 너무 대단하시다는 것이지요. 관중을 얻었고, 주군의 절대적인 신임까지 얻었으니까요. 제가 은밀히 관중의 상황을 파악했는데, 정예병이 5만이고 철과 소금을 전매하여 벌써 상당한 부를 축적하고 있습니다.”

“엄청나군요. 상황을 면밀하게 파악해 주세요. 그리고 아버님께 주청을 드려서 저도 일을 배워야겠습니다. 언제까지 공부만 하고 있어야 합니까?”

“그건 제게 맡겨주십시오. 주군을 설득하겠습니다. 공자께서 직접 나선다면 현옹공자에게로 돌아선 주군의 마음도 되돌릴 수 있을 것입니다.”

원상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원매라는 이름을 되새겼다. 여전히 원담이 청주를 가지고 막강한 힘을 자랑하고 있지만, 이제 관중을 장악하고 비상하기 시작한 원매가 훨씬 더 강력한 경쟁자로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처소로 돌아온 원매는 발 빠르게 움직였다. 파재와 사마구를 얻을 때 약 이천의 유민을 얻었는데 그들이 고안현에 정착해 있었다. 그들을 경비를 대주어 이번에 관중으로 옮겨가도록 조치를 한 것이다. 어렵게 자리를 얻은 만큼 불만이 있었지만 사마구가 직접 나서서 그 문제를 해결했다.

황옥, 봉영 또한 이삿짐을 싸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벌써 11월 초순이었기에 제법 추웠다. 원매는 황옥, 봉영을 데리고 원소에게 문안 인사를 드린 후, 백성 2천을 데리고 장안으로 이동했다.

장안.

원매가 도착하자, 장수와 관리들이 나와서 환영했다. 황옥과 봉영은 비로소 원매가 광대한 관중을 얻은 것이 실감이 났다. 그녀들에게 처소를 안내한 후, 원매는 곧바로 회의를 소집했다.

“이별가(이유). 대장군(원소)을 설득했으니 앞으로 큰 문제는 없을 것이오. 한중공략과 서량 문제를 그대에게 맡길 터이니 연구하여 보고하시오.”

“명을 받들겠습니다.”

이유는 잠시 눈을 반짝이며 원소를 어찌 설득했을까 하며 궁금증을 드러냈지만, 곧바로 수긍하며 물러섰다.

“두부조(두기). 관리들을 지원해 주었으니, 내정을 그대가 총책임지고 시행하시오. 특히 자영농 육성에 힘을 기울이시오. 그들이야말로 진정한 나의 힘이오.”

“명을 받들겠습니다. 지속해서 유민들 받아들여서 땅을 나누어주고 있는 만큼 기하급수적으로 자영농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합니다. 조만간 다시 보고를 올리겠습니다.”

“순치중(순유). 자잘한 업무는 종사관에게 맡기고, 동쪽의 중원 상황에 대해서 면밀하게 파악하시오. 특히 조조, 원술, 유비, 여포를 집중적으로 관찰하시오. 조만간 내가 개입할 일이 있을 것이오.”

“알겠습니다.”

“등병조(등지). 이번 전투에서 공이 큰 장수들과 병사들에게 포상을 해주었소?”

“물론입니다. 이미 포상을 완료했습니다. 죽거나 크게 다친 병사들의 가족에게는 쌀을 두 섬씩 지급했고, 내년에도 지급할 것을 약속해서 그들을 안심시켰습니다. 덕분에 곳간을 탈탈 털었습니다.”

“수고했소. 곳간이야 새로 채우면 되는 것이지. 왕련!”

“예. 도독.”

“오늘부로 철, 소금을 따로 관리하는 염부를 개설하여 그대를 염조에 임명하겠소. 관중 일대의 철, 소금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그대가 모두 관리하시오.”

“명을 받들겠습니다.”

“고맙소. 그대들이 부족한 이 원모를 따라준 덕분에 관중을 얻을 수 있었소. 앞으로도 잘 부탁하오. 할 말은 많지만, 그것은 나중으로 미루겠소. 장수들과 다시 회의해야 하니 돌아가서 일하고, 필요한 것은 주저 없이 내게 보고하시오. 내 치소는 항상 열려있소.”

중요한 지침을 전달한 후, 회의를 끝내자 관리들이 자신의 처소로 향했고, 곧이어 장수들이 들어와 자리에 앉았다. 고람이 원매의 좌측에 자리를 잡고 앉아 죽간을 내밀었다. 새롭게 개편한 군대편제에 관한 내용이었다.

[군대 개편안]

(치안)

-상당군 고도현 : 현령 오록. 일천.

-하동군 : 도위 손경, 현령 엄정. 삼천.

-홍농군 섬현 : 현령 상요. 이천.

-경조윤 장안 : 교위 양정, 노욱. 사천.

(예비대)

-중랑장 : 고람, 전예, 이통, 파재

-절충교위 : 감녕, 위연

-기병교위 조독, 문칙. 사마 장의, 송과

-보병 사만, 기병 일만.

전투력이 떨어지는 장수들을 도위, 현령에 제수하여 치안 유지를 하도록 주문했고, 강력한 예비대를 편성하여 한중, 서량공략을 준비하도록 했다. 여전히 군 전투서열 일위는 고람이었다. 다만 전예, 이통, 파재를 중랑장으로 진급시킴으로써 고람의 위상은 다소 축소되었다.

“그래. 만족스럽군. 겨울에 병사들이 상처를 입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훈련을 시키게. 내년에는 반드시 한중을 공략해야 해. 알겠는가?”

“예! 도독!”

장수들은 일제히 머리를 조아렸다. 그들은 충분한 포상을 받았고, 대부분 진급을 하였다. 최소 현령의 자리를 꿰찼기에 불만이 있을 리가 없었다. 원매는 그들을 적당히 위로하여 보낸 후, 서열 일, 이 위인 고람과 전예를 남겼다.

“고장군. 하급장수들과 병사들의 사기는 어떻소?”

“짧은 휴식 이후 곧바로 훈련에 돌입했기 때문에 조금 불만이 있습니다. 하지만 봉록을 제 때에 확실하게 지급하고, 포상을 해주었기 때문에 불만을 드러내지는 않습니다. 자잘한 것은 제가 잘 처리할 것이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고장군을 믿겠소. 이제 시작이니 이런 부분을 철저하게 준비해야 하오. 앞으로도 그대가 군대의 중추적인 임무를 수행해야 하니 하급장수들과 병사들을 세심하게 살피고 배려하시오.”

“명을 받들겠습니다.”

“전장군. 고장군이 병사들을 관리하고 훈련에 매진하는 동안 그대는 이별가(이유)와 함께 세작들을 운용하여 한중과 서량을 면밀하게 파악하고 전투계획을 세워 보고하시오. 한중은 전투, 서량은 회유로 방향을 잡으시오.”

“명심하겠습니다. 한중의 길이 험하지만, 백성들이나 상인의 왕래는 꽤 빈번합니다. 관문을 지키는 장수들을 매수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좋은 생각이오. 재물은 걱정하지 말고 추진해보시오. 관문만 넘을 수 있다면 한중공략의 절반은 성공한 셈이지.”

“알겠습니다.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보고를 드리겠습니다.”

고람과 전예가 예를 표하고 치소를 물러나자, 원매는 밖으로 나와 휑한 들판을 바라보았다. 빨리 이 벌판을 개발하여 사람이 살만한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자 답답함이 밀려왔다. 할 일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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