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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웅 삼국지 - 원소 셋째 아들 천하를 품다-45화 (45/253)

# 45

제 45장 설득說得

197년 11월. 건안 2년.

건안 2년은 참으로 다사다난했다.

유비는 원술을 공격했다가 여포의 배신으로 서주를 빼앗겼다. 그는 해릉성으로 후퇴를 하였다가 패성으로 이동했다. 유비는 이곳에서 군사를 모으고 힘을 키웠지만 작은 땅인 패성으로서는 뚜렷한 한계가 있었다.

조조는 남양군의 장수를 공격했다가 가후의 계략에 휘말려서 조앙, 조안민, 전위를 잃고 허창으로 도망쳤다.

원소는 공손찬의 역경성을 공격했지만, 성이 워낙 견고하고 커서 함락시키지 못했다.

손책은 이 시기에 강동 대부분을 장악했다.

악진이 조조의 명령에 따라 물러가자, 더는 버틸 방법이 없었던 단외는 원매에게 항복했다. 원매는 단외가 화음현에 위치하는 것이 불안했기 때문에, 그를 우부풍 태수로 임명하고 그의 군권을 몰수했다.

또한, 관중에서 남양군으로 들어서는 길목인 무관을 항복시켰다. 이제는 온전하게 관중을 점령했고, 중원의 군웅 중 한 명으로 우뚝 설 수 있었다. 현재 관중의 인구는 대략 150만 명이었다. 원래 관중의 인구가 250만~300만을 오갔던 것을 비교하면 동탁과 이각의 폭정이 얼마나 지독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원매는 대략 관중이 안정되자, 사마구와 일백기병을 이끌고 신속하게 업성으로 말을 몰아갔다. 길을 재촉하여 가는 동안 원매의 머릿속은 복잡했다.

‘곽가가 다녀갔으니 지금쯤 아버님이 알고 계실지도 모르겠구나. 하지만 예전의 내가 아니다. 비록 아버님께서 모든 지원을 중단되고, 고람을 내놓으라고 한다 하더라도 무너지지 않는다. 내가 5만의 병력을 지니고 있는데, 고람과 5천을 빼야 별 영향이 없다. 하지만 설득을 해야 한다.’

4일을 급히 달려 상당군 고도현에 도착하자, 이곳의 현령으로 있던 오록이 달려 나왔다. 오록은 흑산적 손경의 부하였다가 항복한 장수였다.

“도독! 어서 오십시오.”

“그래. 잘 있었는가? 이곳에서 현령으로 재직하면서 백성을 돌보는 일은 할 만한가?”

“그거야 현의 승이 하고, 저야 도적놈들이나 소탕하는 게 일입니다.”

“이곳이 산골짜기지만 매우 중요한 교통의 요지야. 자네가 믿을만해서 이곳을 맡긴 것이니 궁벽한 시골에 산다고 너무 서운해하지 말게나.”

“절대- 서운하지 않습니다. 저 여기서 나름대로 존경받으며 살고 있습니다.”

오록은 환하게 웃었다. 원매는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했다. 그날 밤 하루를 머문 원매는 아침 일찍 업성으로 다시 출발했다. 하루를 꼬박 달려, 저녁이 되어서야 업성에 도착했다. 그는 곧바로 처소로 향했다. 3월에 출발했으니, 8개월만의 방문이었다.

모친 황옥과 부인 봉영은 또다시 눈물을 쏟았다. 원매도 반가운 가족을 만나자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제가 돌아갈 때, 장안으로 가시지요. 그곳에 거처를 마련해 놓았습니다. 장안이 낯설 텐데 괜찮겠습니까?”

“그럼. 이 어미는 무조건 따라가겠다.”

황옥은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배가 고프다며 보채는 원매를 남겨두고, 다시 저녁상을 차리기 시작했다. 원매는 말없이 봉영을 품에 안고 토닥였다. 그녀는 원매의 가슴을 치며 서운함을 표출했다. 그날 밤 원매와 가족들이 오붓하게 식사를 하며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원매는 이곳에 거주하고 있는 전예의 가족들을 확인했고, 이번에 장안으로 갈 것을 통보했다.

아침이 되자 원매는 사마구와 기병 5명만 데리고 곧바로 원소의 치소로 향했다. 한시라도 빨리 원소를 만나 일을 마무리 지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가 막 치소로 들어설 때였다.

“이런- 망나니 현옹(원매)이가 왔구나!”

굵은 목소리로 거칠게 표현하는 말을 듣고는 원매는 저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고개를 돌리자 원담이 자신을 노려보며 서 있었다.

[원담(30)]

무력:81, 지력:51, 통솔력:83

정치력이 나오지 않는 걸 보니 아주 낮은 것이 분명했다.

원매는 일단 예를 갖추었지만, 입에서는 곱지 않은 말투가 흘러나왔다.

“그 말투는 여전하군요. 청주에서의 일이 바쁠 터인데 여긴 어쩐 일입니까?”

“관중을 점령했다면서? 개망나니 현옹이 언제부터 이리 대단해졌는가?”

“사람 비꼬는 말투 좀 고치고 말하면 안 됩니까? 청주목이나 되면서 어찌 그리 처신이 가볍습니까?”

“처신이 가벼운 것은 네놈이다. 우리 원가와 동탁의 관계가 어떤지를 몰라서 이유를 책사라고 데리고 있는 것이냐?”

능글거리던 원담의 표정은 어느새 싸늘하게 굳어있었다. 원매의 표정도 싸늘하게 굳었다. 그가 원담을 향해 낮게 으르렁거렸다.

“옛날의 제가 아닙니다. 함부로 말하지 마십시오. 그것은 내가 알아서 할 일이고, 아버님은 제가 설득하겠습니다. 형님- 제일에 참견할 시간에 청주나 똑바로 다스리십시오.”

“이 새끼가-”

원담이 원매에게 달려들어 멱살을 움켜쥐자, 원매가 비웃음을 흘리며 강한 힘으로 원담의 손을 풀어버리고는 밀어 버렸다. 원담은 얼굴이 붉어지며 뒤로 서너 걸음 밀려났다. 그의 얼굴은 경악과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아버님을 뵈러 가겠습니다. 억울하면 다시 오십시오. 하늘 위에 하늘이 있음을 보여드리지요.”

원매는 싸늘하게 일갈하며 그대로 원소의 치소로 향했다. 원담은 부들부들 떨었지만, 이곳이 원소의 치소인지라 드잡이질을 지속할 수는 없었다.

“오냐- 네놈이 언제까지 기고만장하는지 보자.”

원매는 곧바로 봉기부터 찾았다. 봉기는 원매를 보자 곧바로 밀실로 잡아끌었다.

“이 사람아. 어쩌자고 그런 일을 벌였는가? 이유를 끌어들이다니 어서 내치시게. 그건 안될 말이야.”

“그건 어찌 아셨습니까? 장안이 여기서 꽤 먼 곳인데요.”

“그것이 뭐가 중요한가? 벌써 업성에서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다네. 주군께서도 진노가 대단하시네.”

원매는 쓴웃음을 지었다. 예상대로 곽가가 한발 앞서서 움직였다.

‘곽가 이놈! 다음에 만나면 요절을 내주마!’

원매는 주먹을 으스러지게 말아쥐었다.

“일단 아버님을 먼저 뵙고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무조건 머리를 조아리게. 그리고 이유를 죽여 목을 바치시게. 그래야 주군의 진노가 풀릴 것이야.”

원매는 고개를 끄덕였다. 수긍의 표시였지만, 그의 마음은 이미 결정되어 있었다. 처음부터 쉬울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 밀리면 영원히 이인자로 남는 것이다. 그럴 수는 없었다.

원매는 봉기의 치소를 나와 곧바로 원소의 치소로 향했다. 종사관은 원매를 보고는 원소에게 아뢰었다.

“들어오너라!”

화가 난 굵은 목소리. 이제까지 자상했던 원소가 아닌 매우 진노한 원소가 저 안에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원매는 심호흡을 한 후 곧바로 안으로 들어섰다.

“아버님. 그간 강녕하셨습니까?”

“강녕이라는 말이 나오느냐? 처음에는 제대로 하는 것 같더니 완전히 엉망으로 일을 하고 있더구나. 앉거라.”

원소는 말없이 서늘한 눈으로 원매를 바라보았다. 종사관이 조심스럽게 차를 내놓고 나가자 원소는 찻잔을 들었다. 원매도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들이켰다.

“아버님. 동탁이 죽일 놈인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그자가 죽었는데 그 밑에 있던 자들까지 모조리 연좌제로 처벌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나도 동탁의 수하들을 모조리 죽여야 한다고는 생각 안 해. 하지만 이유는 동탁의 책사를 하던 놈이야. 더군다나 소제를 독살한 놈이다. 어찌 용서할 수가 있겠느냐? 지금 네가 제정신이냐?”

역시 씨도 먹히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지난날의 잘못을 뉘우치고 있습니다. 이 어지러운 천하를 안정시키려면 그와 같은 뛰어난 인재가 필요합니다.”

“내가 책사들을 지원해 주지 않았다고 이런 짓을 벌이는 것이냐? 순공달(순유)이면 족하다. 이유는 내치거라. 너를 봐서 죽이라는 말은 하지 않겠다.”

“그럼 이유가 죽었다는 소문을 내고, 이름을 바꿔서 데리고 있겠습니다.”

“세상의 속이는 일이 그리 쉬운 줄 아느냐? 되지도 않는 소리 말고 어서 내쳐라. 이건 네가 내게 협상할 내용이 아니야.”

“저는 이유가 필요합니다. 서량과 한중을 얻으려면 그가 있어야 합니다.”

“이런 못난 놈이 아비의 말을 못 알아듣는구나. 그렇다면 당장 고람과 병사들을 회수하겠다.”

원소의 강경한 언사에도 원매가 꼿꼿이 허리를 편 채 원소를 직시할 뿐 말이 없었다. 자식 이기는 부모가 없다. 한참을 씩씩거리던 원소가 조금 부드러운 목소리로 원매를 달랬다.

“매야. 지금까지 잘했지 않느냐? 왜 그런 놈 때문에 일을 망치려고 하느냐? 이 아비와 그런 일로 꼭 다투어야 하겠느냐?”

“아버님. 욕 안 먹고 어찌 천하를 통일하겠습니까? 지금 천하는 갈가리 찢어져 백성들은 고통받고 있습니다. 빨리 통일을 이루고 안정을 찾아야 합니다. 그러려면 이유 같은 책사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책상에 앉아서 책 많이 읽었다고 뛰어난 책사가 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이놈이 그래도 말을 못 알아듣느냐?”

“제가 아버님을 황제의 자리에 올려드리겠습니다.”

원소는 가슴 속 깊이 숨겨둔 야망을 원매가 건드리자 당황한 듯 말을 잇지 못했다. 원매는 때를 놓치지 않고 준비된 말을 계속 이어갔다.

“이제 유씨의 시대는 지나갔습니다. 원씨가 새로운 시대를 열어야 합니다. 여남의 원공로가 중을 세우고 황제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오래가지 못하고 멸망할 것입니다. 하지만 아버님은 다릅니다. 아버님께서 조조, 유비, 손책을 토벌하고 황제에 오르시면 누가 있어서 반대하겠습니까? 형주의 유표나 익주의 유장은 소인배에 불과하니 신경 쓸 가치도 없습니다. 저를 믿으십시오. 반드시 황제의 자리에 올려드리겠습니다.”

“지금 공로(원술)가 스스로 황제가 되는 바람에 얼마나 말이 많은지를 알고 하는 소리냐?”

한참 만에 입을 연 원소의 목소리는 더는 노여움이 담긴 목소리가 아니었다.

“그는 2~3년을 못 버티고 무너질 것입니다. 치세라면 삼공의 자리에 오르겠지만, 지금은 난세입니다. 난세를 자각하지 못하는 욕심 많은 필부에 불과합니다. 그에게 남은 것은 오로지 죽음밖에 없습니다.”

“참으로 냉정하고 모진 놈이로구나.”

“아버님께서도 그가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을 아시지 않습니까? 저를 믿고 힘을 실어 주십시오. 청주의 큰형님(원담)은 결코 힘이 되어주지 못합니다. 아버님을 지켜드리고 힘을 보태는 것은 이 원매만이 가능합니다.”

원매는 말을 마치고 곧바로 바닥에 무릎을 꿇고 엎드려 처분을 기다렸다. 원소는 천장을 보며 짧게 한숨을 터트렸다. 이야기가 이렇게 진행될 줄은 생각도 못 했기에 방심하다가 원매에게 허를 찔린 것이다.

“일어나거라. 원가의 자식이 함부로 무릎을 굽히면 안 된다. 이 아비가 막을 수 있는 것은 최대한 막아보마. 그리고 정북장군을 제수받았다면서?”

“예. 조조가 원가에 분란을 일으키려고 내린 것 같습니다.”

“괜찮아. 사례도독보다는 훨씬 낫구나. 이제 어찌할 것이냐?”

“서량은 워낙 넓어서 토벌하기보다는 달래서 데려갈 생각입니다. 내년에 군사를 일으켜 한중을 얻고, 그다음에 남양을 얻으려고 합니다. 남양을 얻으면 조조와 유표를 동시에 견제할 수 있습니다. 그때 아버님께서 군대를 이끌고 내려와서 조조를 격파하면 중원은 끝이 납니다.”

“지금 공손찬이 역경성에서 꼼짝 않고 있어서 골치 아파. 도대체 언제까지 역경성을 둘러싸고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구나.”

“힘을 내십시오. 곧 공손찬도 무너질 것입니다.”

원소를 간신히 설득한 원매는 치소를 나오면서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봉기는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설마 원매가 원소를 설득할 줄은 몰랐다. 물론 황제 이야기는 원소와 원매만의 비밀이야기였다.

원매가 밖으로 나와 푸른 하늘을 보며 쌀쌀한 날씨에 몸을 움츠렸다. 그때 멀리서 원담이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원매는 쓴웃음을 지었다.

‘참으로 상대하기 거북한 위인이구나. 이 기회에 꺾어 놓은 것도 나쁘지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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