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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웅 삼국지 - 원소 셋째 아들 천하를 품다-44화 (44/253)

# 44

제 44장 곽가봉효郭嘉奉孝

예주 영천군 허창성 조조치소.

순욱은 악진이 보낸 전령으로부터 상황을 보고받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골똘히 생각에 잠긴 채, 실내를 서성거리며 방책을 구상했지만 좀처럼 답이 나오지 않았다. 답답한 듯 짧은 한숨을 내쉰 그는 조조에게로 향했다. 조조는 곽가와 웃음을 터트리며 이야기를 나누다가 순욱의 굳은 얼굴을 보고는 웃음을 그쳤다.

“무슨 일이기에 그리 인상을 쓰는가?”

“원매가 보통내기가 아닙니다. 곰 같은 원담, 원희와는 다르게 아주 재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재빠르게 움직이다니? 설마 악진이 전투를 벌이는 것은 아니겠지? 지금은 본초(원소)와 다툴 때가 아니야. 적당히 협상하여 홍농군일부만 얻으면 되는 거야.”

“그것도 힘들겠습니다. 원매가 군대를 보내서 섬현에서 악진의 군대를 막아섰습니다. 지금 관중으로 들어가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허— 참으로 여우 같은 놈이로군. 단외가 나를 따르리란 것을 어찌 알았을까? 아니 알았다고 하더라도 이각과 전투를 치르느라 경황이 없었을 것인데. 생각할수록 참으로 기괴하구나.”

답답한 듯 조조가 쓴 입맛을 다시자, 옆에 있던 곽가가 진언을 올렸다.

“주군. 홍농군은 포기해야 할 듯합니다. 섬현에서 막아섰다면 방법이 없습니다. 허락하신다면 제가 장안으로 가서 원매의 허실을 탐지해보겠습니다. 원소, 원담에 비교하면 원매에 대해서는 가지고 있는 정보가 너무 부족합니다.”

“문약(순욱). 자네는 어찌 생각해? 이렇게 홍농군에서 물러나려니 너무 안타깝군.”

“봉효(곽가)의 말대로 방법이 없습니다. 일단 군대를 물리시고, 선물을 가져다주면서 이 기회에 원매의 됨됨이를 살피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원매가 갑자기 튀어나온 것이 겨우 2년전입니다. 그사이에 관중을 장악했습니다. 보통 심각한 상황이 아닙니다.”

순욱의 진언을 들은 조조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그는 곽가에게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문약의 말대로 봉효 자네를 원매에게 보내고 싶은데, 그곳이 전쟁지역이라 불안하단 말이야.”

“제가 돌아오지 않을까 봐 걱정입니까? 저도 원매가 좋은 대우를 해준다면 눌러앉을까 생각 중입니다.”

조조의 염려를 곽가가 농으로 받아치자, 조조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조조는 궂은일에도 불평을 늘어놓지 않는 곽가의 이런 점이 좋았다.

“그런데 분하군. 애송이에게 밀려서 관중에 한 발자국도 못 걸치고 밀릴 줄이야.”

“봉효가 허실을 탐지하고 오면 그것을 가지고 대책을 강구 해보겠습니다. 분명히 수가 생길 것입니다.”

조조는 순욱의 의견을 받아들여 곽가를 장안으로 보냈다. 곽가는 호위기병을 이끌고 급히 함곡관을 넘어 섬현으로 나아갔다. 악진은 곽가를 발견하고는 급히 달려갔다.

“고생하십니다. 주군께서 상황이 어쩔 수 없으니 철군하라는 명을 내리 셨습니다.”

“분합니다. 원매란 애송이에게 이렇게 당할 줄은 몰랐습니다. 그런데 어찌 곽별가께서 직접 오셨습니까?”

“저는 주군의 명으로 원매에게 선물을 전하러 가야 합니다. 어서 서둘러 퇴군하시지요. 군량도 부족하지 않습니까?”

“알겠습니다. 이곳은 흉흉한 곳이니 조심하십시오.”

악진이 군대를 통솔하러 물러가자, 곽가는 기병 50을 이끌고 곧바로 섬현치소인 초성으로 달려갔다. 전예는 곽가가 조조의 사신으로 원매를 만나러 왔다고 말하자, 기병 50을 더 내주어 장안까지 안전하게 나아가도록 조치했다.

곽가는 전예가 기병들을 붙여 놓아서 화음성의 단외를 만나지 못하고, 곧장 장안성으로 나아갔다. 그의 눈에 들어온 삼보는 처참했다. 곳곳이 빈 마을이었으며, 땅은 황무지로 변한 곳투성이였다.

‘대충 보아도 삼보의 경제력은 그전보다 1/3 이하로 떨어졌을 것이다. 이 정도면 원매가 삼보를 얻은 가치도 떨어질 것이다.’

곽가는 삼보가 생각 이상으로 피폐했기 때문에 내심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며칠에 걸려 장안성에 당도하자, 순유가 그를 맞이했다. 곽가는 순유의 존재를 순욱을 통해 알고 있었다.

“순공달께서 이곳에 계셨군요. 저는 곽가라고 합니다.”

“알고 있습니다. 자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도독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곽가는 순유를 따라 성안으로 들어서면서 넉살 좋게 이것저것을 물었다. 그러던 중에 곽가의 눈이 반짝였다.

‘저자는 동탁의 책사인 이유다. 어찌 이곳에 있단 말인가?’

곽가는 어찌할지 고민하다가 갑자기 이유에게 급하게 뛰어가 포권했다.

“말학 곽가 대문학 이문우(이유)에게 인사를 올립니다.”

“허- 대문학이라니요. 그저 오늘내일하는 늙은이올시다. 도독께서 사정을 봐주시어 목숨을 연명하고 있소.”

이유는 곽가가 자신을 떠보는 것을 눈치챘지만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 어차피 세상에서 알 일이었다. 곽가는 자신의 예상대로 이유가 맞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유는 얄팍하게 대문학이라 추켜세우며 자신을 떠보는 곽가가 싫어 대충 인사를 하고는 자리를 떴다.

“아니 이문우는 동탁의 책사였습니다. 어찌 이곳에 있습니까?”

곽가의 질문을 예상했다는 듯 순유는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도독께서 인재를 등용할 때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능력이니까요. 이문우는 그것을 충족시켰습니다. 자 안으로 드시지요.”

곽가는 입을 다문 순유를 따라 치소안으로 들어서자, 원매가 상좌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곽가는 원매의 위압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도 곽가를 매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곽가(29)]

지력:97, 정치력:82

“원도독을 뵙습니다. 저는 거기장군(조조)의 명을 받고 사신으로 온 곽가라고 합니다.”

“알고 있네. 곽봉효. 이제껏 아무 연통도 없다가 사신을 보내다니, 허실이라도 탐지하려고 왔는가?”

“그렇습니다. 원도독에 대한 정보가 너무 부족하여 좀 살펴보려고 왔습니다.”

환하게 웃으며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곽가를 보고는 원매는 기가 막혀 혀를 찼다.

“그래 성과는 있었는가?”

“삼보는 많이 피폐해졌는데, 도독의 군사들은 매우 정예군이더군요. 그리고 이유가 이곳에 있어서 놀랐습니다.”

곽가가 반짝이는 눈으로 날카롭게 지적했지만, 원매는 덤덤하게 인정했다. 어차피 밝혀질 일이었다. 숨긴다고 될 일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이곳에서 별가를 하고 있다네. 관중은 이제 온전히 내 손안에 들어왔어. 이곳에 보병 4만, 기병 1만 정도 있네. 조공께 자신 있으면 군대를 이끌고 들어오시라고 하게.”

도합 5만의 병력에 곽가는 숨이 막혔다. 겨우 2년 만에 5만이라니. 물론 거기에는 치안을 유지하는 병력도 포함되어 있을 테지만, 놀라운 숫자임은 분명했다. 원매가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는 것이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원매가 조조를 거기장군으로 호칭하지 않고 조공으로 부르는 것에는 마음이 불편했다.

“거기장군께서는 원가와 대적할 의사가 없습니다. 또한, 원도독을 높이 평가하고 계십니다. 하여 폐하께 주청하시어 원도독께 정북장군(연주, 병주, 기주 관할)을 제수하셨습니다.”

곽가가 이같이 말하며 교지를 전달했다. 원매는 황제를 대하는 예를 올리고는 교지를 받아 들긴 했지만, 떨떠름한 표정이 역력했다. 곽가는 원매의 표정을 확인하고는 내심 쾌재를 질렀다. 원매는 자리에 다시 앉아 표정을 고쳤다.

“거기장군께 감사하다고 전해드리게. 이제 참으로 바빠지시겠어. 원술이 황제를 참칭했으니 토벌해야 할 것이 아닌가? 또한, 서주의 유비에게 의지하고 있는 여포도 쳐야 할 테니 어찌 조금이라도 한가로운 틈이 있겠는가?”

“정북장군(원매)께서 도와주신다면 한결 수월하지 않겠습니까?”

“글쎄. 이곳의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몸을 뺄 여유가 있으려나 모르겠네.”

조조가 군사를 일으킬 때 도와줄 수 있냐는 곽가의 물음에 원매는 에둘러 거절했다. 곽가는 정탐하듯 이것저것 캐물었다. 원매는 눈앞의 곽가가 참으로 괘씸하고 얄미웠다. 원매의 마음이 불편했기에 만남은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곽가는 미소를 지으며 기병을 이끌고 돌아갔다.

순유가 어두운 표정으로 진언을 올렸다.

“골치 아프게 되었습니다. 이별가가 있다는 것이 너무 빨리 알려졌고, 정북장군을 제수받은 것을 대장군(원소)께서 아신다면 불편해하실 것입니다.”

“나도 그래. 아주 제대로 당했어. 하지만 어차피 거칠 일이야. 내가 하북의 업성에 한번 다녀와야겠어. 조조에게 뒤통수를 맞아 대장군께 호출을 당해 끌려가느니, 먼저 가서 당당하게 내 입장을 알려야지.”

“괜찮으시겠습니까?”

“걱정하지 마시오. 나름대로 준비를 해둔 게 있소이다. 참, 인재를 등용하는 것은 어찌 되었소? 땅이 넓어지다 보니 많은 인재가 절실히 필요한데.”

“성과가 있었습니다. 폐하께서 낙양으로 천도하실 때, 대신들이 따라나섰습니다. 하지만 이각군이 추격하는 바람에 많은 대신이 죽거나 실종되었습니다. 폐하께서도 그들을 챙길 여력이 없으셨고요. 실종되었던 몇 명의 대신들을 찾아냈고, 설득 중입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십시오.”

“지나치게 높은 직위에 있었다면 요구하는 것이 많을 터인데, 괜찮겠소?”

“사실 대신이었던 만큼 고위관직은 맞지만, 삼공의 지위에 오른 자는 없었습니다. 그들도 그간 이각 때문에 고생을 하면서 지금이 치세가 아니라 난세임을 자각하고 있습니다. 높지 않은 벼슬이지만 충분히 받아들일 것입니다. 제대로 먹지도 못한 자도 있을 정도입니다.”

“알겠소. 언제면 되겠소? 얼마 걸리지 않는다면 그들에게 관직을 내리고, 대장군을 만나러 가겠소.”

“3~4일 정도 말미를 주시지요.”

원매는 고개를 끄덕여 허락했다. 3일이 지났을 때, 순유는 여러 문신을 원매에게 데려왔다. 그들의 몰골은 꽤 초췌했다. 그래도 대신이었는데 참으로 안타까웠다.

[강선(42)] 지력:71, 정치력:74

[양소(45)] 지력:70, 정치력:71

[영합(50)] 지력:75, 정치력:76

이들은 삼보의 난 때 장안에 있었지만, 그 이후로는 행적이 밝혀지지 않은 인물들이다.

원매는 이들을 환영하며 그들이 처소를 마련해주고, 관직을 제수했다. 이들에게 모두 별가를 제수하고, 두기가 맡은 호조일을 도울 것을 지시했다. 그전에 비하면 정말 초라한 관직이었지만 그들은 군말 없이 받아들였다. 그간 이각 밑에서 말도 안 되는 고생이라는 고생은 다 하면서 현실에 눈을 뜬 것이다.

원매는 그들을 위로하며 영토가 넓어지면 더 나은 대우를 해줄 것을 약속했다. 능력 있는 인재를 등용하여 삼보를 차츰 안정시키고 있을 때, 곽가는 조조에게 달려갔다. 조조는 그의 말을 들으며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어린놈이 참으로 놀랍구나. 어찌 그런 생각을 다 했을까?”

“이유를 이용한다는 것은 대단한 발상입니다. 하지만 이것을 원소에게 알려준다면 원매도 곤혹스러울 것입니다. 이번에 만나 보니 원매는 위압감이 대단하고, 지략과 패기가 넘쳤습니다. 한번은 꺾어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 정북장군까지 받았으니 본초(원소)가 불편할 거야. 그건 그렇고 내가 원술, 여포와 전투를 벌일 것을 언급했다 이거지?”

“그렇습니다. 마치 훤하게 속을 들여다보는 느낌이어서 섬뜩했습니다. 그럴 것으로 예측하는 것과 단언하는 것은 차이가 있는데, 확실하게 단언하는 분위기였습니다. 또한, 주군께서 군사를 이끌고 온다면 언제든지 상대해주겠다며 강한 자신감도 내비쳤습니다.”

“확실히 원담, 원희와는 다른 놈이구나. 본초가 호탕하고 결단력이 있지만, 원매는 전혀 닮지 않았어. 이건 마치 한 마리의 살쾡이를 보는 듯하구나. 언제고 틈이 나면 내 목을 물어뜯을 놈이야.”

조조는 부담스러운 듯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곽가는 그런 조조를 위로하며 원소에게 이런 내용이 흘려 원매를 곤란하게 만들겠다는 모략을 보고했고, 조조는 이것을 승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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