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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웅 삼국지 - 원소 셋째 아들 천하를 품다-43화 (43/253)

# 43

제 43장 관중점령關中占領-2-2

단외는 화음성을 굳게 닫고 문칙과 전예의 군대가 섬현방면으로 움직이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현재 원매를 따르지 않고, 독립적인 지위를 유지하고는 있었지만, 힘에서는 차이가 워낙 컸기에 그들을 막아설 생각을 하지 못했다.

‘큰일이로구나. 저들이 어찌 알고 움직였을까? 잘못하면 시작하기 전에 대형전투가 벌어질지 모르겠어.’

단외는 초조한 듯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쾅- 그는 탁자를 내리치며 일어섰다.

“어차피 끝난 일이다. 황제께서 칙서를 내렸는데, 따르는 것이 도리일 것이다.”

단외가 황제를 모시고 있는 조조를 따르기로 하면서 홍농군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노출되기 시작했다.

문칙이 이끄는 기병은 섬현의 치소가 있는 초성으로 진군했다. 섬현현령 충고는 문칙의 4백 기병이 들이닥치자, 성문을 닫아걸었다.

문칙은 성 앞에 이르자 이유가 말한 내용을 떠올렸다.

-충고의 부친 충불과 동생 충소는 이각에게 죽임을 당했으니, 이각이 죽었다는 것을 알리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는 원매의 지시로 이곳에 왔으며, 백성들에게 절대 피해를 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정현전투에서 이각의 목을 베었음을 분명하게 알렸다.

이각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자, 충고는 그 자리에 앉아 울음을 터트렸다. 부친 충불, 동생 충소의 원수가 죽은 것이다.

“그것을 어찌 증명할 수 있겠소?”

“정현이 이곳에서 멀지 않으니 사람을 보내보면 알 것입니다. 저는 조조군이 올지 모르기에 북쪽에서 주둔할 터이니, 어서 확인해보시지요.”

문칙은 곧바로 동쪽으로 내달려 목 지점을 점령했다. 다행히 조조군은 함곡관을 넘어 홍농군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충고는 얼마 되지 않는 기병을 경조윤으로 보냈다. 전예는 문칙이 보낸 전령의 보고를 듣고는 곧바로 섬현의 북쪽에 자리 잡은 문칙에게로 다가갔다.

“어서 오십시오. 다행히 우리가 늦지는 않았습니다.”

“그래. 정말 다행이군. 그건 그렇고 이곳 현령인 충고가 성문을 열어줄까?”

“그럴 것입니다. 이곳 현령 충고는 이각에게 부친과 동생을 잃었습니다. 그러니 상황을 파악하고 나면 도독께 호의를 보이지 않겠습니까? 또한, 우리 병사가 이곳에서 약탈하지도 않았습니다. 충분히 도독을 따를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래. 정말 잘했어. 반드시 그리돼야 해. 이곳은 정말 중요한 곳이야.”

경조윤 정현이 멀지 않았기에 충고는 빠르게 정보를 입수했다. 그는 성문을 열었다. 전예는 문칙과 호위기병만 데리고 성안으로 들어섰다. 간단한 수인사를 끝내자 전예가 입을 열었다.

“원도독(원매)께서는 인재를 중히 여기십니다. 원도독께 귀부를 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사실 폐하로부터 조조를 따르라는 교지가 내려왔기에 따르려고 했지만, 마음은 굉장히 불편했습니다. 이것은 조조가 폐하를 억압해서 내린 교지가 분명하니까요.”

“어째서 그리 생각하십니까? 조조를 직접 보셨습니까?”

“못 봤지요. 하지만 산만 넘으면 낙양입니다. 그래서 그곳의 정보가 빠른 편입니다. 폐하께서 고생하실 때, 양봉, 한섬 등이 모셨지요. 하지만 조조가 낙양에서 그들을 따돌렸고, 전투를 벌여 쫓아냈습니다. 또한, 시중 대승과 상서 풍석은 죽임을 당했지요. 이 얼마나 폐하께 불충한 행동입니까? 그같이 잔인한 자가 진심으로 폐하를 모실 리가 없습니다.”

충고는 단단히 결심하고는 입을 열었다.

“부친과 동생이 폐하께 충성을 다하다가 이각에게 죽는 것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은 치세가 아니라 난세이기에 그전처럼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마음을 정했지요. 하여 원도독을 따르기로 했습니다. 원도독께서는 제게 큰 은혜를 내려주셨으니까요.”

전예는 고개를 끄덕였다.

“참으로 옳으신 말씀입니다. 혹시 조조군에 대한 정보가 있습니까?”

“아마 열흘 이내로 함곡관을 넘어 이곳으로 올 것입니다. 단외가 스스로 조조를 따르기로 마음먹고 병력지원을 요청했습니다. 제 때에 오셨습니다. 조금만 늦었다면 돌이킬 수 없었을 것입니다.”

“다행이군요. 그럼 이곳이 전쟁터가 될 수 있는 데, 차라리 도독께로 가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항상 뛰어난 인재를 찾고 계시니 충공이라면 반드시 좋은 직책을 내리실 것입니다.”

충고는 선뜻 대답하지 못하고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원매를 따르기로 마음먹었는데, 굳이 이런 호의를 거절하는 것이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럼 이곳을 부탁드리겠습니다.”

문칙이 일백기병을 내어주어 충고와 그의 가족들을 정현까지 호위하게 했다. 전예는 충고가 떠나자 곧바로 병사들을 이용하여 함곡관에서 이어지는 길에 장애물을 설치하고, 모조리 막아 버렸다. 섬현이 황하를 낀 얕은 산악지대였기에, 초성의 위치 또한 공략하기 까다로운 언덕 위에 자리 잡고 있었다.

전예가 초성에서 단단하게 방어를 준비하고 있을 때, 충고를 호위한 일백기병은 쉼 없이 말을 달려 정현에 도착했다. 원매는 전령으로부터 상황을 전해 듣고는 충고를 만났다. 원매는 충고와 인사를 나눈 후, 충불, 충소의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했다.

[충고(35)]

지력:72, 정치력:75

“잘 오셨소. 가좌(비서)를 제수하겠소. 나를 도와 사례를 다스리는 일을 도와주시오.”

“명을 따르겠습니다.”

“그리고······. 이각은 토벌했지만, 동상국(동탁)휘하의 책사였던 이유를 별가로 임명하여 내 휘하에 두었소이다. 혹시 불편하지 않겠소?”

“불편하다면 처리해주시겠습니까?”

“솔직히 많은 적을 만들 것을 알면서도 이별가를 내 곁에 두는 것은 천하를 안정시키기 위해서 그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오. 하여 그것은 어렵겠소.”

“그렇군요. 사실 동탁이나 이유에 대해서 좋은 감정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만나지 않고 살았으면 했는데, 그것이 어렵게 되었군요. 그와 잘 지내겠다고 말씀을 못 드리겠습니다. 다만, 가능하면 충돌을 일으키지 않으려고 노력하겠습니다.”

“고맙소. 곧 땅이 넓어질 것이니 내가 조치를 잘하겠소.”

원매는 충고를 순유에게 보냈다. 그리고 이유를 조용히 불러 충고를 가좌로 불러들였음을 알려주었다. 이유가 빙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충고는 뛰어난 인재입니다. 도독께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야기하지 않으셔도 무엇을 염려하는지를 잘 아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원매도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충고의 일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서로 조심하면 되니까. 이유가 다시 진언을 올렸다.

“이제 항병들도 도독의 충성스러운 병사가 되었으니 장안성으로 진군하시지요. 이제는 때가 되었습니다.”

“조조가 군대를 보냈다는데, 섬현으로 좀 더 병력을 보내는 것이 어떻소?”

“간신히 연주와 예주일대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조조입니다. 사방이 적인데, 이곳으로 많은 병력을 보내지 못합니다. 기껏해야 3~4천입니다. 더군다나 섬현은 방어에 매우 유리한 지형입니다. 전장군이 그냥 지키고 있으면 다시 돌아갈 것입니다. 지금이 가을입니다. 겨울이 와서 눈이 오면 산을 넘어가지 못합니다. 신경 쓰실 일이 아닙니다.”

“그래. 조조와의 싸움을 피한다면 좋은 일이지. 내 그대의 뜻을 따르리다.”

원매는 이유의 진언을 받아들여 곧바로 군대를 장안성으로 출병시켰다. 보병 2만 9천, 기병 7천의 대병이었다. 원소로부터 받은 병력이 보병 5천, 기병 1천 4백이었기에 그 당시와 비교하면 몰라보게 대규모로 커져 있었다. 정현에서 장안이 멀지 않았기에 삼일의 행군 끝에 도착했다.

즉시 성의 삼면을 포위하여 공격태세를 취하고, 서쪽을 열어주었다. 원매는 차분하게 이섬이 서쪽으로 달아나기를 기다렸다. 이섬이 이각의 조카였기에 항복을 권하지 않았다. 며칠이 지나자 뜻밖으로 이섬은 백기를 들고 나왔다. 이유로부터 이섬이 자질이 부족하지만 이각의 조카라서 장수가 되었다는 말은 들었지만 이건 예상 밖이었다.

“자네는 내가 이각을 어찌했는지를 모르는가? 서쪽을 열어놓은 내 뜻을 알 터인데 어찌 항복하는가?”

이섬은 부들부들 떨며 머리를 조아렸다.

“이각은 전쟁에서 패했으니 죽었을 것입니다. 평소에 적이 많았으니까요.”

“자네는 사사로이 이각의 조카인데, 어찌 이름을 함부로 부르는가?”

이섬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저 원매가 두려웠는지 떨기만 했다.

“그럼 항복한 연유나 말해봐.”

“제가 도망치면 갈 곳은 서량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마등과 한수가 이각과 사이가 좋지 않습니다. 그곳으로 간다 하더라도 그들이 결코 저를 살려두지 않을 것입니다.”

“헛참- 아무리 봐도 자네는 장수로서는 자격이 부족한 듯한데. 내가 현장(만 명 이하를 다스리는 현의 장)을 내려줄 터이니 그것을 하는 것은 어떤가? 종사관을 딸려 줄 테니, 행정업무는 큰 걱정 없을 것이야.”

병사 2천과 장안성을 내어주고 항복하는 이섬에게는 참으로 박한 처사였다. 하지만 이섬은 얼굴이 환해지며 원매의 제의를 받아들였다. 원매는 죽간을 작성하여 하동군의 왕읍에게 보냈다. 하동군으로 떠나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원매가 쓴웃음을 지을 때, 이유가 다가왔다.

“잘하셨습니다. 사실 좀 불쌍한 위인입니다. 겁도 많고, 큰 능력도 없는데, 이각의 조카라는 이유로 장수에 있던 자입니다. 현장으로 평생 세월을 보내는 것에도 만족할 것입니다.”

원매는 이유의 설명에 수긍하고는 곧바로 장안성으로 입성했다. 그는 장안성을 둘러보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황궁까지 있는 이곳이 실로 방대했기 때문이었고, 관리하려니 비용이 엄청나게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었기 때문이었다.

원매는 잠시 고민을 하다 황궁 폐쇄를 명령했다. 모든 문을 걸어 잠그고 잡인들의 출입을 금지시켰으며, 그곳에서 일하던 인원들은 필요한 다른 곳으로 배치했고, 농민으로 되돌려 보낼 수 있는 인원들은 돌려보냈다.

황궁을 정리하고, 인원 재배치하는 일은 이유에게, 관직을 재개편하는 일은 순유에게, 군대를 재편하고 배치하는 일은 등지와 고람에게, 삼보, 하동군의 땅과 쌀을 관리하는 일은 두기에게 맡겼다. 여기서 두기의 일이 매우 컸는데, 하동군은 어느 정도 완료가 된 상황이라 삼보에만 치중하면 됐지만, 워낙 땅덩이가 컸고 할 일이 많았다.

하여 소금과 철을 관리하는 왕련에게 도와줄 것을 명령했고, 최대한 종사관들을 보충하여 일을 돕게 했다. 또한, 순유에게 관직을 재편하고, 임명하는 일 못지않게 새로운 인재로 등용할 것을 지시했다.

일이 워낙 많았기에 장안성에서 늦게까지 일이 계속되었다.

홍농군 섬현.

함곡관을 넘은 악진은 4천의 보병을 이끌고 힘겹게 산에서 내려왔다. 그들은 약간의 군량을 개인이 휴대하여 이동했는데, 산이 워낙 험하기도 했고, 충고와 단외에게서 군량을 얻으려는 심산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섬현에 도착하고 나서 일이 틀어진 것을 깨달았다.

“장군. 큰일 났습니다. 길에 장애물이 잔뜩 쌓여서 진군할 수 없습니다. 충고가 다른 마음을 먹은 것이 분명합니다.”

교위로부터 보고를 받은 악진은 짧은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

“충고가 배신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건 분명히 다른 변고가 발생한 것이 분명하다.”

악진은 생각을 정리하자, 초성(섬현치소)으로 병사들을 풀어서 상황을 파악했다. 두 시진(네 시간)이 지나자 밖으로 나갔던 병사들이 속속 집결했다. 그들로부터 상황을 전해 들은 악진의 표정은 어두웠다.

“고생했다. 가서 쉬어라.”

악진은 그들을 돌려보내고는 잠시 갈등에 빠졌다. 전예가 수천 명의 병사를 이끌고 초성으로 들어선 것이다. 공성전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악진군으로서는 낭패가 아닐 수 없었다. 그는 결국 고심 끝에 전령을 조조의 치소가 있는 허창으로 보냈다.

전예는 악진이 4천의 병사를 이끌고 나타나자 곧바로 원매에게 전령을 보내고는 방어준비에 전념했다. 이곳이 매우 험한 지형이었기에 방어만 한다면 몇 배의 병력이 공격하더라도 자신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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