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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웅 삼국지 - 원소 셋째 아들 천하를 품다-40화 (40/253)

# 40

제 40장 관중전투關中戰鬪-4-3

밤이 깊어지자 이각은 다시 공격을 명령했다. 이각에게 강한 질책을 받은 장수들은 독하게 달려들었다. 오후에 잠시 휴식을 취한 원매군은 또다시 몰려온 이각군을 상대로 죽을 힘을 다해 막고, 또 막았다. 어둠 속이었기에 정확한 활 조준이 어려웠는데, 이것은 원매군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기름단지를 던져라!”

위연에 명령에 불이 붙은 기름단지가 일제히 앞으로 투척 되었다.

쾅-- 화르르르르-

기름단지가 깨지며 불길이 거세게 솟아올랐다. 이각군은 불을 끄고 피하느라 어수선해졌다.

“쏘아라!”

슈슈슈슈슉--

환하게 불타오르는 불빛 덕택에 이각군의 모습이 드러나자, 궁병 / 노병들이 일제히 활을 쏘았다. 이각군은 속수무책으로 당하면서도 끊임없이 밀려 들어왔다.

쿵—쿵--

기병 여럿이서 통나무를 사이에 끼고 방책으로 돌진해서 부딪히자, 엄청난 소리를 내며 방책이 흔들거렸다. 위연의 얼굴이 굳어졌다. 이대로라면 방책이 무너질지도 몰랐다. 어둠 속이라 기병을 조준 사격하는 것은 더욱 힘들었다.

이각의 기병 때문에 파재와 이통의 지원은 힘들었다. 야전에서 보병이 기병과 맞붙는다는 것은 죽음을 의미했다.

“모래주머니를 갖다가 쌓아라! 어서!”

기병이 집중적으로 타격하는 목책 뒤에는 엄청나게 많은 모래주머니가 쌓이기 시작했다. 그 후에는 병사들이 땅을 다지고, 나무로 지탱하며 기병의 통나무 공격에 대응했다.

위연과 감녕이 죽을 힘을 다해 막는 동안 파재, 이통, 전예는 뚜렷한 전투 없이 방책 안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지원하지 못하는 그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제발 버텨줘야 한다. 저들이 물러가면 병사들을 지원해주마!’

고람은 안타까움에 불끈 쥔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후방의 원매군은 함성을 지르며 전방에서 싸우는 감녕, 위연군을 응원했다. 독하게 버티었고, 결국 날이 밝기 시작하자 이각은 징을 쳐서 군사를 물렸다. 병사들의 피로가 심해서 더는 힘들었다.

고람은 즉시 이통, 파재를 통해 위연, 감녕군영으로 군사들을 보내고, 물자를 보냈다. 상처를 입은 병사를 뒤로 물리고, 튼튼한 병사들을 대체해 준 것이다. 또한, 음식을 공급하여 그들의 사기를 북돋웠다. 위연은 주먹밥을 대충 입에 털어 넣고 우물거리며 돌아다녔다.

그는 병사들을 다독이고 격려했다. 온몸이 쑤실 듯 아프고 피곤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병사들은 그런 위연을 충심으로 따랐다.

이각군영.

“이놈들! 내가 본보기로 한 두 명을 죽여야 정신을 차릴 것이냐? 어찌하여 저 작은 방책을 하나도 넘지 못한단 말이냐? 네놈들이 그러고도 서량강병이라고 할 수 있느냐?”

이각의 강한 질책에 또다시 장수들은 머리를 조아리며 용서를 구했다. 이번에는 이응과 이리도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야 했다. 이각이 워낙 화가 났기 때문이었다. 이들은 이각의 거친 욕설을 한참 동안 들은 후에야 돌아갈 수 있었다.

연이은 공격으로도 성과를 나타내지 못하자, 병사들의 사기가 뚝 떨어졌다.

이유는 병사들의 상황이 생각 밖으로 심각해지자 곧바로 이각을 찾았다. 이각은 이유로부터 상황을 전해 듣고는 표정이 굳어졌다.

“병사들의 사기가 말이 아니다 이거지? 그럼 어쩌면 좋겠는가?”

“일단 돼지를 잡아서 저들에게 뜨끈한 고깃국물이라도 먹여야 합니다. 그리고 군량을 풀어서 배부르게 먹이십시오. 그러면 어느 정도 떨어진 사기가 회복될 것입니다.”

이각은 돼지를 도축하려니 아까웠다. 하지만 사기가 떨어지면 전쟁을 할 수가 없기에 어쩔 수 없이 이를 승낙했다. 백 마리의 돼지가 도축되어 국을 끓이고 난리를 쳤지만, 병사들에게는 기름이 둥둥 뜬 고깃국물밖에 돌아가지 않았다. 워낙 병사들이 많아서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병사들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기뻐했다. 그들은 배가 부르자 콧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하며 표정이 훨씬 밝아졌다.

이각은 내친김에 며칠 더 휴식을 주었다. 체력을 보충하여 다음번 공격에서는 반드시 목책을 점령할 작정이었다.

원매 기병 군영.

원매는 이각군이 돼지를 잡고 국을 끓이는 냄새를 맡으며 생각에 잠겼다.

‘저놈들이 분명히 승부를 걸어올 것이다. 어찌한다? 분명히 저것을 이용할 수가 있을 것 같은데. 분명히.’

곰곰이 생각하며 서성거리던 원매는 혹시나 해서 사마구에게 자기 생각을 털어놓고 계책을 물었다. 하지만 역시나였다. 이번에는 사마구도 별다른 계책을 내놓지 못했다. 별수 없나 하는 찰나에 멋진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래. 그거야!”

그는 급히 죽간을 작성하여 전령을 통해 고람에게 보냈다. 원매는 곧바로 사마구와 기병대장들을 호출 했다. 그들이 모이자 원매는 땅바닥에 그림을 그려가며 설명을 시작했다.

“잘 들어. 어쩌면 다시 오지 않을 기회야. 저놈들이 병사들에게 고깃국을 먹이고, 충분히 휴식을 주었으니 분명히 대대적인 공격을 개시할 것이야. 그러면 또다시 방책을 사이에 두고 엄청난 유혈극이 벌어질 거야. 이때 군영 하나를 저들에게 넘겨줄 거야.”

군영을 넘겨준다는 말에 그들은 영문을 몰라 술렁거렸다. 하지만 원매의 말이 끝나지 않았기에 조심스럽게 경청하는 자세로 돌아왔다.

“군영 하나를 점령하면 저들은 어떻게 되겠는가? 성과를 냈으니 기뻐할 테고, 그러면 자만할 것이야. 우리가 기습을 하는 시점은 저들이 군영을 점령하여 기뻐하는 그 순간이다.”

“그때는 저들의 사기가 가장 고조되어 있을 때입니다.”

문칙이 불안한 표정을 지으며 질문하자, 원매가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좋은 지적이야. 저들의 사기가 오른 것은 분명하지만 군영을 점령했기에 병력이 분산되었고, 자만감에 느슨해지지. 그래서 위험하지만, 기회라는 것이야. 만약 저들이 패배한다면 이각의 불호령이 떨어질 것이고, 저들은 피곤하지만, 오히려 경계심은 늘어날 것이야.”

원매는 주위를 둘러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 저들은 이제껏 장안성에서 약탈한 재산으로 편안하게 살던 놈들이야. 승리했으니 이각부터 마음이 풀어져서 술을 찾겠지. 병사들에게는 경계를 강화하라고 명령을 내리고 말이야. 문제는 장수들이 풀어지면 그 밑의 사마, 도백들도 풀어지고, 결국은 병사들까지 풀어지는 법이야. 이제 내 말이 이해가 되겠는가?”

“저들이 술을 마시지 않는다면 큰일 아닙니까?”

이번에는 한순의 지적이었다. 원매는 짧게 나오는 한숨을 어쩌지 못했다.

“내 말을 정확히 듣게. 저들이 자만심에 도취하여 기강이 흐트러진다는 것이 중요하네. 술을 안 마신다고 하더라도 그토록 고생하다가 승리를 했는데, 장수들이 흐트러지지 않겠는가? 그러면 밑에 놈들도 일시적으로 기강이 혼란스러워진다는 것이지. 저놈들은 그간 약탈로 살아왔어. 도적이나 마찬가지라고.”

그제야 그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사마구가 신중하게 진언을 올렸다.

“그러면 우리가 기습을 할 때, 보병들은 어찌하는 것입니까? 그들이 함께 움직여줘야 더욱 효율적인 전투가 될 것입니다.”

“좋은 지적이야. 우리가 기습을 하면서 불화살을 쏘아 올리면 고람이 모든 병사를 이끌고 총공격을 개시한다. 우리의 목표는 오직 하나. 이각이다. 오로지 이각 한 명만 바라보고 돌격한다. 또한, 이유를 발견하면 생포하라. 이각 근처에 있을 것이고 옷을 호화롭게 입은 60이 넘은 늙은이니 쉽게 눈에 띌 것이다.”

“명을 따르겠습니다.”

장수들은 머릿속에서 확연하게 작전이 그려지자 이구동성으로 복명했다. 원매는 그들에게 곧 공격이 있을 예정이니 차분하게 준비할 것을 명령했다.

고람군영.

고람은 원매로부터 죽간을 받자 곧바로 순유를 호출 했다. 순유는 죽간을 받아들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뗐다.

“좋은 작전입니다. 위연군영을 내주는 것이 어떻습니까? 감녕군영은 산 끝자락이라 나중에 되찾으려면 힘듭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오. 드디어 이놈들을 일망타진할 수 있게 되었소. 그런데 위연이 군영을 내놓고 후퇴할 때 피해가 클 터인데 그게 걱정이오.”

“파재, 전예 부대의 궁수/노병을 모조리 차출 하여 후방의 이통군영에 배치해야 합니다. 그 후 위연군이 후퇴를 할 때 일제히 활을 쏘아서 길을 만들어주면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습니다. 저들도 추격보다는 군영을 확실하게 점령한다는 생각이 강할 것입니다. 처음으로 전과를 올리는 것이니까요.”

“그렇군요. 군영 하나가 무너졌으니 다른 군영도 곧 무너지리라 판단하겠군요.”

“그렇습니다. 어서 장수들에게 전령을 보내서 작전을 시작하시지요. 도독께서 불화살을 쏘아 올리면 곧바로 공격해야 합니다. 이때 전예부대로 위연군영에 있는 놈들을 견제하게 하고 나머지 부대를 모조리 이끌고 가서 이각 본영을 덮쳐야 합니다. 그러면 도독과 함께 저들을 급습하여 협공하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에 승리할 것이 확실합니다.”

“좋습니다. 내 그리하리다.”

고람은 확고하게 판단이 서자, 곧바로 전령을 부대에 급파하여 명령을 내렸다.

이각군영.

원매군이 작전을 수립하고 침착하게 이각군의 공격을 기다리는 동안, 이각은 병사들의 휴식이 충분하다고 생각하자 장수들에게 공격을 명령했다. 이각의 명령을 받은 장수들은 침착하게 장비들을 점검하며 밤이 되기를 기다렸다.

이유는 알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왜냐하면, 원매군이 지나치게 얌전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들이 계속 방어로 일관하기는 했지만, 이건 지나칠 정도로 조용했다. 섬뜩할 정도로 정적이 흘렀기 때문에 혹시 빈 군영이 아닌가 착각이 들 정도였다.

‘무엇일까? 이놈들 도대체 무엇을 노리고 있는 것이냐? 그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3천 기병은 어디 있는 것이냐?’

이유는 생각 같아서는 2~3일 정도 더 쉬고, 저들의 의도를 파악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각의 성정을 생각하고는 쓴웃음을 지었다. 이런 이야기를 해봐야 들어줄 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고개를 흔들어 불안감을 떨쳤다.

‘일시적으로 조용한 것이겠지. 설마 무슨 일이 있겠는가?’

어차피 이각에게 말해봐야 안 된다고 생각하자, 더는 생각하기 싫었다. 그저 자신의 불안한 생각이 틀리고, 오늘도 무사히 지나가기를 바랄 뿐이었다.

밤이 깊어지자 이각은 다시 공격명령을 내렸다. 그간 체력을 보충한 덕분에 이각군은 사기가 높았다. 또한, 장수들은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성과를 내야 한다는 강박감에 사로잡혀 더더욱 강하게 병사들을 몰아붙였다.

둥— 둥—

연신 공격을 독려하는 북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위연 / 감녕군영은 또다시 전쟁터로 돌변했다. 특히 강가에 위치한 위연군영에 이각군이 집중되었다. 위연은 활을 쏘고, 돌을 던지고 버티었다. 어제처럼 불붙은 기름단지를 던져서 불태웠다.

이각의 기병과 보병들이 통나무로 방책을 쳤지만, 모래를 쌓고 나무로 지지대를 만들어 버티었다. 이각군의 모진 공격에도 위연이 버텨내자, 후방에서 독려하는 이각은 이빨을 깨물었다.

“빌어먹을! 그토록 준비했는데도 안 된단 말인가? 독전을 명령하는 북을 쳐라! 어서!”

둥-둥-둥-둥-

이각의 명령에 더 빠르게 북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각군은 방책 앞에 흙더미를 쌓아 완만하게 하고는 일제히 기병들을 투입했다. 수많은 기병이 방책 안으로 뛰어들었다. 높은 곳에서 떨어지며 많은 기병들이 다쳤다. 그렇지만 일부 기병은 살아남았고, 그들은 맹렬하게 전투를 개시했다.

삐이이이이익---

위연이 호각을 길게 연속으로 불었다. 이를 신호로 후문이 열리며 병사들이 조직적으로 철수를 개시했다. 중간에 기병들이 이를 덮쳤지만, 비 오듯 쏟아지는 화살 앞에 뒤로 물러나야 했다. 양측 모두 수많은 사상자를 낸 가운데, 위연군영은 결국 이각의 손에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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