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웅 삼국지 - 원소 셋째 아들 천하를 품다-34화 (34/253)

# 34

제 34장 하동군河東郡 점령占領

이락이 죽고, 임분성은 함락되었다. 원매는 순유와 고람에게 평양성에서 취했던 조치들을 그대로 행할 것을 지시했다. 그 사이에 피씨현에 전령을 보내어 정은을 불러들였다. 정은이 오는 동안 상요를 불러 공을 칭찬했다.

“이번 작전의 일등공신은 자네야. 원하는 게 있으면 말해보게.”

“정은장군에게 철광이나 염호 중 하나라도 돌려······.”

“안돼. 그것은 국가의 것이니 회수해야 해!”

원매가 상요의 말을 끊으면서 단호하게 반대하자, 상요의 얼굴은 굳어졌다. 원매는 표정을 풀고는 입을 열었다.

“이보게. 상요. 철광, 염호는 국가의 재산이야. 그걸 개인에게 줄 수는 없어. 그리고 자네도 나이가 불혹(40세)이 가까워지는데, 뭔가 공식적인 직책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상요는 원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이해가 안 되어 눈만 끔뻑거렸다. 원매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이번에 호재가 죽어서 평양현령 자리가 비었어. 자네가 거기를 맡는 것은 어떤가? 자네가 병사들을 이끌고 가서 도적으로부터 백성들을 보호하고, 행정적인 업무는 종사관에게 맡기면 될 거야.”

상요는 생각지도 못한 현령 제의에 눈이 동그라졌다. 평생 정은의 오른팔 노릇을 하며, 그 뒤치다꺼리만 했다. 이제 그것이 업이거니 하고 살려는 찰나에, 원매가 현령을 제의한 것이다.

“제가······. 제가 그래도 되겠습니까?”

“안될 것은 무엇인가? 큰 공도 세웠는데, 할 수 있지.”

상요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바로 일어나서 원매에게 넙죽 절을 올렸다.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원매가 여러 가지 조언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정은이 왔다는 전갈이 왔다. 상요의 얼굴이 조금 굳어졌다.

“상요. 불편하면 먼저 떠나게. 내가 대신 이야기를 하지.”

“제가 하겠습니다.”

[정은(40)]

무력:69, 통솔력:63

하동군 사람으로, 마초의 난 때 참전했다가 패배하여, 장로에게 의탁했다가 조조에게 항복했다.

정은이 들어오자, 상요가 고개를 숙였다. 정은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상요를 위로하고는 원매가 가리키는 의자에 앉았다. 이미 피씨현령 제수와 철광 등의 조건을 합의 본 상황이었기에 이야기는 편하게 오고 가고 있었다. 분위기를 살피던 상요가 입을 열어 평양현령으로 가게 되었음을 이야기하자, 정은은 펄쩍 뛰었다.

“아니? 그게 무슨 말이야. 피씨현으로 돌아가세. 자네가 현령이라니, 그게 말이 되는가?”

“장군께서도 피씨현령을 하시는데, 제가 못 할 것이 무엇입니까? 피씨현에서도 힘든 일은 제가 다했습니다. 이럴 때는 그간 고생했다. 잘됐다. 이렇게 말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평생을 부하로 여겼던 상요가 어느새 대등한 위치가 되자, 정은은 분노가 솟구쳤다. 그제야 자신의 힘을 빼기 위한 원매의 계략임을 간파한 정은은 매서운 눈으로 탁자를 치며 일어섰다.

“도독! 어찌 이러실 수 있습니까? 상요는 엄연히 제 부하인데, 저와 한마디 상의 없이 평양현령을 제수하시다니요. 이러실 수는 없습니다.”

정은이 거세게 반발했지만, 원매는 말없이 노려볼 뿐이었다. 상요에게 알아서 해결하라는 눈치를 주자, 상요가 일어났다.

“정현령(정은). 이 무슨 무례한 짓입니까? 그리고 내가 그동안 정현령의 편의를 봐주었다고 하여, 평생 그대의 부하가 되라는 법은 없소. 그러니 당장 무례한 짓을 멈추시오.”

상요의 거센 반격에 정은은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지 않았다.

“둘 다 자리에 앉아!”

원매가 강력한 위압감을 폭발시키며 단호하게 명령을 내리자, 상요가 자리에 앉았고, 정은도 쭈뼛거리며 앉았다.

“잘 들어. 상요는 이번 전투에서 공을 세웠기에 평양현령을 제수한 것이야. 그리고 내가 하동태수 겸 사례도독의 신분으로 현령을 제수한 것이야. 자네가 무엇인데 이것을 가지고 이렇다 저렇다 불만을 드러내는가? 나랑 맞서기라도 하겠다는 것이야?”

사실 현령을 제수하는 것은 황제가 하는 일이었다. 엄밀히 말해 원매의 행동은 월권이었다. 하지만 이미 황제의 권위가 추락한 마당이라, 지역을 호령하는 유력한 자가 현령을 제수하는 일은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었다.

정은은 감히 자신에게 맞서겠냐는 원매의 으름장에 두려움이 들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원매는 정은에게 경고를 보내고는 피씨현으로 돌려보냈다. 정은은 눈물을 흘리며 돌아갔다. 상요는 병사들을 이끌고 평양현으로 떠났다. 그간 말없이 있던 사마구가 입을 열었다.

“정은이 배신할지도 모르는데, 차라리 이 기회에 제거해버리는 것이 어떻습니까?”

“때로는 불편해도 끌어안고 가야 할 때가 있는 것이다. 정은은 당연히 내 조치가 서운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정은을 친다면 다른 호족들이 불안해할 것이다. 그리되면 하동군이 흔들리게 된다. 그가 내 명령을 어기지 않는 이상 함께 간다. 그래야 호족들을 통치할 수가 있는 것이다. 알겠느냐?”

“예. 명심하겠습니다.”

원매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밖으로 나왔다. 이것으로 호재, 이락, 정은을 모두 해결했다. 호재, 이락은 죽었고, 정은의 힘은 크게 줄어들었다. 상요가 다른 곳으로 떠났고, 철광, 염호를 빼앗았으니 감히 이빨을 드러내지 못할 것이다.

항복한 이락의 병사중 젊고 튼튼한 2천을 선발하여 병력을 충원했고, 2만을 조금 넘는 백성들은 임분현의 비어있는 땅을 내주고, 농사를 짓게 하였다. 물론 이곳의 땅도 호족들이 뺏지 못하도록 현령이 직접 관리할 것이다. 파재를 따라 항복했던 엄정을 임분현령으로 제수하고, 병력 일천을 주어 이곳을 지키게 했다.

장수와 병사들에게 쌀과 금, 포목 등을 풀어 공에 따라 크게 포상하여 그들을 위로했다. 또한, 죽은 병사들의 가족에게는 일 년에 쌀 두 섬씩을 주어 그들의 생계에 도움을 주도록 조치했다.

그렇게 하동군 북쪽의 일이 마무리되자, 원매는 군사를 이끌고 곧바로 강읍성으로 나아갔다. 원매가 온다는 소식을 들은 곽조는 병사들을 이끌고 마중을 나왔다.

“도독. 대승을 축하드립니다.”

“고맙군. 하동군 북쪽은 정리가 되었어. 남쪽은 어찌 되고 있는가?”

“율령사 가규가 태수 왕읍을 설득했습니다.”

“그래? 잘 됐군. 나는 바로 군대를 몰아 치소인 안읍성으로 내려갈 터이니, 자네는 이곳에서 군대를 조련하며 머무르게. 가을에는 삼보를 공략해야 하니, 병사들이 너무 해이해지지 않도록 열심히 조련해야 할 것이야.”

“명심하겠습니다.”

원매는 곽조를 위로하고는 곧바로 군대를 몰아 안읍성으로 향했다. 순유가 다가와 진언을 올렸다.

“도독. 위고, 범선을 함부로 처리하시면 안 됩니다. 정현령(정은)처럼 품으십시오. 그 후에 그들이 잘못을 저지르면 죄를 추궁하시면 될 일입니다.”

“알았네. 지난번에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하는가?”

“제가 조바심이 났나 봅니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주십시오. 그리고, 안읍현은 철광과 염호가 있습니다. 그곳은 태수가 관리했으니, 하동군의 중요한 곳은 모두 확보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것을 바탕으로 재정을 키우고, 가을에 조세를 쌀로 걷어 들이면 더는 우장군(원소)에게 지원을 받지 않고 자립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그게 중요해.”

“그리고 안읍성에 들어가는 대로 하동군에 대대적으로 사람을 풀어서 신분과 관계없이 영특한 자들을 불러모아 종사관으로 발탁하십시오. 그들을 가르쳐서 각 현으로 내려보낸 후, 주기적으로 관리를 하신다면 하동군은 얼마 안 가 온전히 도독의 영토가 될 것입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모든 것을 위임할 테니, 알아서 하시오. 왕읍에게 하동군 태수를 유임시키면 잘하겠지?”

“그럴 것입니다. 학식과 인망이 높은 자이고, 백성의 고통을 아는 훌륭한 관리입니다. 치세능력이 부족하다면 종사관들이 그것을 뒷받침하면 될 것입니다. 도독께서는 이곳을 바탕으로 힘을 키워 삼보로 확보해야 합니다. 장안에 머무르면서 이웃한 서량, 한중, 남양 등을 호령하셔야지요.”

“그 후에 정병을 이끌고 중원으로 들어가서 주도권을 잡아야 해. 익주를 잡을 수 있을까?”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봐야 합니다. 한중과 익주로 들어가는 길이 매우 험합니다. 우선 장안에서 가까운 한중을 얻는다면, 익주의 유장이 경계할 것입니다.”

“그렇지. 아직 먼 이야기인데, 나도 조바심을 냈군. 어서 안읍성으로 가세.”

원매 일행이 사흘간 행군한 끝에 안읍성에 도착했다. 안읍성은 속수를 따라 형성된 평야 지대에 있는 아름다운 성이었다. 원매가 도착하자, 왕읍, 전예, 가규, 두기, 등지가 급히 마중을 나왔다. 원매는 제일 먼저 왕읍의 손을 잡고 감사를 표했다.

[왕읍(44)]

지력:75, 정치력:81

왕읍은 헌제가 이각을 피해 하동군으로 왔을 때, 공물을 바쳐 열후에 봉해졌다. 종요로부터 조정에 공적이 있고, 인망이 높은 관리란 평을 들었다.

“왕태수의 인덕이 높음을 수없이 들었지만 이제야 만나게 되는군요. 내가 군대를 이끌고 외적을 칠 테니, 왕태수께서 그전처럼 하동군을 잘 다스리고, 백성들의 고통을 어루만져 주시오.”

“믿어주시니 감사합니다. 그럼 장안에 머무는 이각은 어찌하시겠습니까? 매년 가을에 공물을 보냈습니다. 폐하께서 그곳에 계시기도 하고, 보내지 않으면 저들이 이곳으로 군대를 보내 약탈하니 어쩔 수 없었습니다. 이제 폐하께서 그곳을 떠났으니 공물을 보내는 것이 맞지 않습니다. 하나 그리하면 그들이 군대를 보낼 것입니다.”

왕읍은 이각이 두려운지 몸서리를 쳤다.

“그건 내게 맡기시오. 이번 가을에 삼보에 있는 도적놈들을 모조리 몰아낼 것이오. 이각의 군대가 정예군이라기보다는 이제는 도적에 가깝소. 훈련을 게을리하고, 백성들을 약탈하고 죽이는 데 온통 힘을 쏟으니 결코 내게 상대가 되지 못하오.”

원매의 단호하고 강한 어조에 왕읍은 절로 믿음이 생겨 고개를 끄덕였다. 원매는 왕읍을 안심시키기 위해, 부연설명을 늘어 놓았다.

“분수 북쪽에 자리 잡고 있던 이락, 호재는 모두 내 손에 죽었고, 그들의 세력은 모두 모래알처럼 흩어졌소. 또한, 피씨현에서 힘을 키우던 정은은 철광과 염호를 내게 넘겼으니 예전처럼 힘을 쓰지 못할 것이오.”

그토록 골치를 썩이던 이락, 호재를 단숨에 격파했다는 원매의 말에 왕읍은 매우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각의 군대만 무서운 줄 알았는데, 더한 놈이 있는 것이다. 그는 생각을 잘못하여 원매에게 맞섰다면 하는 생각이 들자 등골이 서늘해졌다.

“놀라운 일입니다. 감축드립니다. 앞으로 하동군은 도독의 뜻대로 움직일 것입니다.”

“고맙소.”

원매는 왕읍을 격려한 후, 안읍성 치소안으로 들어갔다. 두기, 등지, 전예에게 보고를 받은 후 그들을 격려했다. 크게 지적할 것 없이 일을 잘 처리한 것이다. 대부분 현령은 그 자리에 유임시켰지만, 몇 명은 바꾸었다. 고도현 현령에 오록을 임명하여 그곳을 지키도록 명령했다. 오록은 군대를 이끌고 방비를 하는 임무였고, 종사관을 파견하여 백성들을 어루만지게 했다.

단씨현령을 강읍현령으로 임명했다. 그리고, 위고를 단씨현령에, 범선을 호택현령에 임명했다. 단씨현, 호택현은 고도현과 강읍성 사이에 있는 시골이었다. 또한, 왕옥산 줄기에 둘러싸여 다른 곳으로 나갈 수는 없었다. 움직이려면 반드시 강읍현이나 고도현을 지나야 했다.

위고와 범선은 불만이 가득했지만, 서슬이 퍼런 원매를 보고는 감히 항명하지 못하고 명령을 받아들였다. 그들이 떠나가자 왕읍이 짧은 한숨을 쉬며 원매에게 말했다.

“이곳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계셨군요. 저들을 죽이실 것입니까?”

“내가 그리 무자비한 자는 아니오. 저들이 그곳에서 죄를 뉘우치고 조용히 산다면 그대로 놓아둘 것이오. 하지만 법을 어기고 말을 듣지 않는다면 법에 따라 처분할 뿐이오. 법대로 처리하면 됩니다.”

왕읍은 법대로 처리한다는 말에 더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물러났다. 원매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제 하동군 하나 얻었다. 빨리 힘을 키워서 올해 내로 삼보를 얻을 것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