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웅 삼국지 - 원소 셋째 아들 천하를 품다-33화 (33/253)

# 33

제 33장 하동군河東郡-백파적白波賊-3-3

이락이 보낸 전령은 급하게 말을 몰아 피씨현의 정은치소로 달려갔다. 상요는 전령을 만나고는 잠깐 고민하다가, 그를 기다리게 하고는 정은을 찾았다.

“장군. 임분성의 이락이 전령을 보냈습니다. 지원군을 보내 달라고 합니다.”

“지원군? 그거 보내도 되는가? 원매가 호족들을 위한다고 보고했잖아. 지원하면 그가 가만히 있겠어?”

“네. 제가 그렇게 보고를 드렸습니다. 소문을 종합해보니 그럴 것으로 판단했는데요. 이번에 호재를 물리친 상황을 들었는데 어쩐지 꺼림칙합니다.”

“자세히 말해봐. 뭐가 꺼림칙하다는 거야?”

상요는 원매의 교묘한 계략을 아는 대로 상세하게 설명하자, 정은의 얼굴도 조금 굳어졌다.

“그러니까 원매가 내 뒤통수를 칠 것 같다. 이거지?”

“그렇습니다. 원매의 작전을 짚어보면 기본적으로 상대를 안심을 시키고 급습하는 형태를 취합니다. 어쩌면 이 소문도 우리를 안심시키려는 수작일지도 모릅니다. 호재, 이락을 무너뜨리고 피씨현으로 군대를 몰아오면 속수무책입니다.”

“이런 빌어먹을!”

정은은 분통을 터트리며 주먹으로 탁자를 내리쳤다. 하지만 바로 군사를 보내어 이락을 지원하라는 명령은 내리지 않았다. 원매군의 전투력이 상상 이상으로 막강하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상요야. 참으로 큰일이로구나. 내 생각에는 지원군을 보내도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어찌하면 좋겠느냐?”

“그들의 기병이 2천이 넘는 데다가 장수들의 용맹이 대단합니다. 이번에 임분성을 공격할 때 돕기로 하고 협상을 해보는 것이 어떻습니까?”

“이놈아. 협상하는 순간 철광, 염호는 날아가는 거야. 그게 없으면 나도 이빨 빠진 호랑이라고.”

“그럼 어쩝니까? 이락이 6천, 우리가 5천입니다. 저들의 전투력을 봤을 때, 야전을 벌인다면 이기기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임분성으로 군대를 입성시키면, 원매는 임분성을 막아놓고 피씨현을 공격할 텐데, 그러면 꼼짝 못 하고 현을 내주어야 합니다.”

“진퇴양난이로구나. 어이할꼬?”

“제가 다녀오겠습니다. 전령에게는 지원해준다고 말해놓겠습니다. 협상이 도저히 안 된다면 이락을 돕고, 어느 정도 챙겨준다면 원매를 돕는 게 낫습니다.”

정은은 자리에 털썩 앉았다. 차라리 초기에 호재, 이락과 협력을 했더라면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휴- 다 지나간 일이다. 어쩌겠는가? 정은은 고개를 끄덕여 수락했다.

상요는 이락의 전령에게 군사를 보내준다고 안심시켜 보내고는 곧바로 호위 기병을 대동하고 원매의 군대가 있는 평양성으로 내달렸다. 이틀을 꼬박 내달리고 나서야 그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순유의 안내를 받은 상요는 원매를 보자 곧바로 허리를 굽히며 예를 표했다.

[상요(38)]

무력:63, 지력:57, 통솔력:62

210년. 병주 태원에서 반란을 일으켰다가 서황에게 토벌되어 참수되었다.

“도독을 뵙습니다. 저는 정은장군의 사신으로 온 상요라고 합니다.”

“그런가? 이곳엔 어쩐 일인가? 나는 백성을 괴롭히는 백파적을 물리칠 뿐이지, 현씨현을 공격할 생각이 없는데.”

“장군께서는 도독의 의기를 높이 평가하고 계십니다. 하여 백파적을 물리치는데, 도움을 드리고자 합니다.”

원매는 입을 닫고, 슬쩍 순유를 쳐다보았다. 순유는 앞으로 나오며 입을 열었다.

“원하는 것이 있소이까? 원래 이런 자리는 솔직하게 서로의 마음을 열어야 협상이 되는 법입니다.”

“이락마저 물리치면 정은장군을 어찌할 요량입니까?”

“현씨현령을 제수할 생각입니다. 다만 철광과 염호는 국가의 것이니 돌려주어야지요. 또한, 이제는 법을 잘 준수해야 할 것입니다.”

예상대로 최악의 상황으로 돌아가자, 상요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정은장군께서 도독을 돕겠다고 하시는데, 굳이 그렇게까지 하셔야 합니까?”

“가병이나 땅에 대해서는 인정을 하고 더는 추궁하지 않겠습니다. 이 정도면 도독께서도 많은 것을 양보하시는 것입니다. 독하게 마음먹는다면 이락을 물리치고, 현씨현도 쓸어버릴 수 있습니다. 그때는 목이 달아나겠지요.”

순유가 회유와 협박을 동시에 들이밀며 압박하자, 상요의 얼굴이 하얘졌다. 순유가 쐐기를 박았다.

“우장군(원소)께서 2만의 군대를 보낼 것입니다. 그때는 후회해도 늦을 것입니다.”

상요는 순유의 협박에 결국 무릎을 꿇었다. 지금도 대단한데, 원소의 지원군이 더 온다면 끝인 것이다. 원매는 순유를 조용하게 하고는 입을 열었다.

“정장군이 임분성으로 병사들을 입성시키고, 때를 보아 배반하여 성문을 연다면 다른 것을 생각해보겠네. 철광이나 염호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황하를 건너는 나루터가 이권이 꽤 크다고 알고 있어. 그것은 그대로 정장군에게 놓아두겠네. 나는 철광, 염호만 가지도록 하지. 어떤가? 이 정도면 꽤 양보한 거야.”

원매와 순유의 협동작전에 상요는 울며 겨자 먹기로 결국 승낙을 했다. 상요가 호위 기병을 이끌고 돌아가자, 원매가 순유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빙글빙글 웃었다.

“나도 모르는 지원군이 온단 말인가? 이거 그렇게 안 봤는데 거짓말을 너무 잘하는데.”

“이것을 협상 능력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저는 우장군께서 군대를 보낸다고 했지, 여기 관중으로 보낸다는 말은 안 했습니다. 또한, 언제인지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우장군께서도 공손찬을 격파하러 군대를 계속 보내시니 저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하하하하- 조심해야겠어.”

원매는 낭소를 터트리고는 순유에게 의견을 다시 구했다.

“저들이 어쩔 것으로 생각하는가?”

“도독의 의견을 따를 것입니다. 제 놈들이 어쩌겠습니까? 나루터운영권이라도 얻었으니 괜찮을 것입니다. 뭐, 그것도 나중에 고리를 뜯지 못하도록 통제할 것입니다.”

“좋아. 그러면 조금 더 쉬었다가 군대를 이끌고 임분성으로 가면 되겠어. 정은이 협조를 하면 약속대로 지켜주고, 그렇지 않다면 임분성을 함락하고 피씨현성도 함락시켜버릴 것이야.”

원매는 곧바로 장수들에게 출병을 이틀 뒤로 미룰 것을 명령했다.

상요의 말을 들은 정은은 분통을 터트렸다. 아까운 철광과 염호를 빼앗기는 것이다. 하지만 결국, 원매의 뜻대로 움직이기로 했다. 상요에게 2천의 군사를 주어 이락을 지원하도록 명령했다. 명목상은 지원이고, 실제로는 뒤통수를 치는 것이었다.

이락은 그런 사정도 모르고 상요를 귀빈 대접했다. 상요가 임분성으로 들어서고, 며칠이 지나자 원매가 이끄는 부대가 나타났다. 보병 1만 6천, 기병 2천의 규모였다. 임분성 외곽에 대기하던 손경의 3천 5백이 합류하면서 병력은 증강되었다.

이락은 성 밖에 주둔하고 있는 원매군을 보면서 표정이 어두웠다. 병사들의 예기가 상당히 날카로워 보였기 때문이었다.

‘대단하구나. 계책을 쓰지 않았더라도 저 정도의 기세라면 호장군(호재)이 버티기 힘들었을 것이다. 정장군(정은)이 도와주고 있으니 나는 다를 것이다. 어떡하든 성에서 버틴다면 제깟 놈이 어쩌겠는가? 물러가겠지.’

이락은 정은과 상요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채, 오로지 원매를 어찌 막을까를 고민하고 있었다.

“장군-”

‘응- 뭐지?’

이락은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비몽사몽한 상태로 일어났다. 그는 물을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쾅-. 문이 거칠게 열리며 소두령들이 들이닥쳤다.

‘이 새끼들이! 아무리 도적 출신이라지만 기본예의를 몰라!’

이락은 솟구쳐오르는 분노를 삼키며 위엄을 갖추고 입을 열었다.

“이 야심한 시각에 어쩐 일이냐? 그리고 예를 갖추라고 내가 몇 번이나······.”

“장군! 한가하게 그걸 따질 때가 아닙니다. 상요가 배신했습니다. 어서 나오셔서 군대를 지휘해서야 합니다.”

이락은 소두령의 말이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상요가 배신을 하다니. 이놈들이 뭔 헛소리를 지껄이는가? 하지만 그들의 간절한 눈을 보고는 급히 갑옷을 챙겨 입었다. 급히 나온 이락의 눈에 불타는 임분성이 들어왔다.

“상요! 이 개자식! 그놈은 지금 어디 있느냐?”

“성문을 열고 버티고 있습니다. 빨리 가서 해치우지 않는다면 원매군이 몰려올 것입니다.”

이락은 매우 급한 상황을 인지하고는 대답 대신 뛰기 시작했다. 호재에 이어서 자신도 이런 어처구니없는 계책에 당한다고 생각하자 분통이 터졌다. 호위병들을 이끌고 성문으로 달려가자 이미 성문은 부서져 온데간데없었고, 상요가 군사들을 이끌고 막고 있었다.

“저놈들을 모조리 죽여라! 어서!”

이락은 길길이 날뛰며 소리를 질러댔다. 그의 눈에 원매의 기병이 돌격해오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작정하고 배신한 상요는 장애물을 쌓아놓고 저항을 하고 있었다. 이락이 악을 쓴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조독이 이끄는 4백의 기병이 낮은 장애물을 그대로 도약했다. 상요가 장애물을 성문쪽은 완만하게, 이락군쪽은 가파르게 설치했기 때문에 기병들이 쉽게 도약할 수 있었다.

기병의 힘은 무서웠다. 제대로 장비를 갖추지 못한 이락군은 그대로 밀려버리기 시작했다. 이락군이 밀리기 시작하자 상요는 병사들을 지휘하여 장애물을 치워 공간을 만들었다.

조독에 이어 한순, 장의가 이끄는 1천 6백의 기병이 들이닥쳤다. 도합 2천의 기병은 그야말로 도살을 시작했다. 상요는 군대를 이끌고 자리를 빠져 나왔고, 평양성 전투에서 빠졌던 손경이 3천 5백을 이끌고 뒤를 따라 성으로 들어섰다.

원매는 기병과 손경의 부대만 투입하고 나머지는 성밖에 배치하여 도망치는 병사들을 모조리 잡아 오도록 명령을 내렸다. 상요의 배신으로 기습을 당한 상황이니 이 정도로 충분한 것이다.

원매의 기병들이 흩어져 이락군을 몰살시키고 있었고, 손경의 군대가 그 뒤를 따르며, 전과를 확대하고 저항하는 소수의 병사를 압살시켰다. 이락은 이를 바드득 갈며 말에 올랐다. 그는 상황이 절망적으로 흐르자 수십의 호위 기병을 이끌고 돌파를 시도했다.

틈을 발견한 이락은 수십의 기병을 이끌고 그대로 돌파하여 성을 빠져 나왔다.

“저런 죽일 놈을 보았는가? 혼자 살겠다고 도망을 쳐?”

성밖에는 원매군이 길목을 차단하고 있었기에 이락은 이리저리 부딪치며 활로를 찾고 있었다. 원매는 성을 빠져 나와 미친 듯이 좌충우돌하며 도주하려는 이락을 보자 욕설을 퍼붓고는 사마구를 호출 했다.

“사마구! 당장 저놈의 목을 베어와!”

“예. 도독!”

사마구는 기병 일백을 이끌고 이락에게 곧장 달려들었다.

“비켜라! 저놈은 이 사마구가 맡겠다!”

곰 같은 덩치의 사마구가 호위 기병을 이끌고 달려들자, 이락은 덜컥 두려움이 들었다. 캉- 캉- 사마구가 장창으로 이락을 찔러대며 기세를 올렸다. 이락은 사마구의 엄청난 힘에 속수무책으로 밀렸다. 이락의 주변에 남아있던 기병들은 사마구가 이끄는 호위 기병들에게 모조리 몰살되었다.

제대로 준비를 하지도 못하고 전투를 치러 힘이 빠졌던 이락과 그의 호위 기병들은 힘없이 무너져 내렸다. 마지막까지 버티던 이락은 결국 30 합 만에 사마구의 장창이 반원을 그리자, 목을 바쳤다. 실로 비참한 최후였다.

“제 부하들은 죽어 나가는 판국인데 장수란 놈이 저 혼자 살겠다고 도망을 쳐?”

사마구가 이락의 목을 베어 바치자, 원매는 이같이 욕설을 퍼부었다.

“저리 치우거라. 이락 이놈은 호재만도 못한 놈이야. 호재는 병사들을 끝까지 지휘하다가 죽었어. 장수란 그래야 하는 법이지.”

원매는 갑옷에 피를 묻히고 서 있는 사마구에게 눈길을 주며 부드럽게 말을 걸었다.

“이락과 한판 붙어보니 어떻더냐?”

“이놈이 기습을 당해서 혼란스러웠나 봅니다. 준비가 안 되어 있어서 운 좋게 이길 수 있었습니다.”

“이놈아. 그럴 땐 과장을 섞어서 공치사도 하고 그러는 것이야. 항상 겸손하다고 다인 줄 아느냐?”

원매가 빙그레 웃으며 말하자, 사마구도 싱긋 웃으며 고개를 숙이고는 다시 자신의 위치로 돌아갔다. 원매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임분성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이곳에서 한 열흘 버티면서 평양성처럼 제대로 만들어 놓고 갈 것이다. 그리하면 큰 문제 없을 것이다. 그리고 피씨현의 정은을 불러서 충성맹세를 받으면 하동군의 상황은 대략 정리가 될 것이다. 빠르게 안정을 시키고, 홍농과 삼보를 공격해야 한다.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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