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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웅 삼국지 - 원소 셋째 아들 천하를 품다-31화 (31/253)

# 31

제 31장 하동군河東郡-백파적白波賊-3-1

원매와 장수들이 자리를 잡자, 순유가 앞으로 나와 설명을 시작했다.

“남쪽의 태수 왕읍은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항복하지 않는다면 군대를 보내서 토벌하면 되니까요. 주변의 대호족들 역시 가병들을 가지고 있지만, 많아야 수천이고 제각각 움직이니 지금 당장 도독께 대항하는 자는 없을 것입니다.”

순유는 말을 마치고, 지시봉으로 하동군 지도를 짚으며 설명을 이어갔다.

“문제는 북쪽에 있는 호재, 이락이 이끄는 백파적입니다. 양봉, 한섬이 이끄는 백파적의 무리가 낙양으로 갔다고는 하지만 이곳의 세력도 무시하지 못할 수준입니다. 현재 평양에 호재가 3만, 임분에 이락이 2만의 무리를 이끌고 있습니다. 실제 병력은 이락이 6천 정도, 호재가 8천 정도입니다.”

“1만 4천이라? 그 정도면 두장을 칠 때와 크게 다르지가 않겠군.”

“그렇습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그때는 계곡에서 급히 추격해오는 두장을 매복으로 급습했기에 쉽게 승리했지만, 이번에는 우리가 군대를 이끌고 공격해야 하니 상황이 조금 다릅니다. 그들은 평양성과 임분성을 근거지로 삼고 있으나 성 자체가 그리 큰 성은 아니고, 백파적이 공성전에 강하지 않으니 쉽지는 않겠지만 승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좋아. 그렇다면 중앙에 있는 임분성을 치면서, 북쪽의 평양성에서 지원병력이 내려오는 것을 막으면 되겠군.”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저도 정찰을 통해서 최근에 안 사실인데, 이곳 피씨현에 정은이라는 대호족이 버티고 있습니다. 정은은 소금, 철을 매매하여 엄청난 부를 축적했고, 이를 기반으로 강병을 거느리고 있습니다. 만약 도독께서 임분성을 공략할 때, 북쪽에서 호재가 서쪽에서 정은이 군사를 이끌고 지원한다면 전투가 만만치 않을 수 있습니다.”

“정은은 회유하면 어떻소이까?”

이통이 질문하자, 순유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관직을 내리고 회유한다면 가능합니다. 문제는 철광과 염호입니다. 그는 반드시 그것을 내놓지 않고, 보장을 받으려고 할 것입니다. 하여 설득이 어렵습니다.”

“철광과 염호는 무조건 돌려받아야 해. 내가 힘을 키우려면 그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해.”

원매가 정은과의 타협이 불가함을 선언하자, 장수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상황이 생각 밖으로 만만치 않은 것이다. 원매는 순유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설마 이게 다는 아니겠지? 뜸 들이지 말고 계책을 꺼내보게. 단순히 설명으로 끝낸다면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 같아.”

“물론입니다. 피씨현에 정은을 현령으로 임명하고, 도독께서 호족들에게 굉장히 호의적이다. 백파적은 도적이니 반드시 공격해서 없애야 한다. 이런 소문을 피씨현에 퍼트리는 것입니다. 정은도 도독과 대결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만큼 이 소문을 믿을 것입니다. 세작을 통해 피씨현을 면밀하게 관찰하고, 분수를 도하 하면서 임분성을 압박하고, 본대를 북쪽으로 우회하여 평양성을 공격해야 합니다.”

“정은은 소문을 믿고 군대를 움직이지 않을 테고, 호재가 임분성을 지원하려고 나서면 본대를 이끌고 평양성부터 점령하자 이거지? 좋은 계책이야. 그런데, 호재가 평양성에서 버틴다면 어쩌는가?”

“공성전을 벌여도 승리를 할 것이나, 병사들의 피해가 커집니다. 하여 그들을 유인하여 개활지에서 전투를 벌여 꺾어 놓아야 합니다. 호재나 이락은 그다지 계략이 높지 않습니다. 선동하여 유인하면 충분히 가능할 것입니다.”

순유의 말이 끝나자 파재가 입을 열어 동의했다.

“저도 백파적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흑산적과 비슷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면, 얕은 모략이나 선동에도 저들은 충분히 말려들 것입니다. 그것은 평양성에 도착한 후 주변의 상황을 살펴보고 시행해도 늦지 않으리라 판단됩니다.”

원매는 고개를 끄덕이며 순유의 계책을 받아들였다. 그는 잠시 생각을 정리하고는 곧바로 명령을 내렸다.

“순유! 즉시 세작들을 피씨현으로 급파하여 소문을 내시오. 그리고 정은이 어찌 움직이는지를 면밀하게 파악하시오. 그 상황을 보고 병력을 움직이겠소.”

“명을 따르겠습니다.”

“손경! 보병 3천 5백을 거느리고 분수를 도하 해서 이락의 발을 묶게. 굳이 전투할 필요는 없어. 무슨 말인지 알겠는가?”

“예. 알겠습니다. 호재에게로 병력을 지원하지 못하도록 붙잡아 놓겠습니다.”

“곽조! 자네는 보병 3천 5백을 이끌고 강읍성을 지키게. 이곳은 하동군에서 제일 중요한 곳이야. 또한, 이곳에서 군량을 운반하는 것도 자네의 역할이야. 절대 만만치 않은 임무이니 정신 바짝 차리고 움직이게.”

“명을 따르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고람! 자네는 나머지 장수들을 이끌고 평양성을 공격하게. 나도 그쪽으로 따라갈 터이니, 준비를 단단히 해두게.”

“명을 따르겠습니다.”

원매는 자리에서 일어나 주위를 둘러보며 다시 명령을 내렸다.

“정은이 소문을 믿고 움직일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면 바로 출병할 것이니, 모두 병사들을 점고하여 준비를 철저히 하여라! 지금부터 준비해!”

“예! 도독!”

장수들이 일제히 복명하고 물러나자, 순유는 급히 죽간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곧 세작들이 그 죽간을 받아들고 피씨현으로 움직일 것이다. 원매는 명령을 내리고 차분하게 생각을 정리하고 있을 때, 사마구가 진언을 올렸다.

“도독. 호재는 도적입니다. 약탈을 통해서 먹을 것을 충당하지요. 그러니 북쪽으로 중랑장 고람이 군대를 이끌고 우회하여 평양성 부근에 매복시켜놓고, 군량을 남쪽에서 운반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분명히 병력을 보내 탈취해서 밥을 해 먹고, 경계도 느슨해질 것입니다. 그때 야밤을 기하여 일제히 공성전을 벌인다면 큰 피해를 보지 않고 이길 수 있을 것입니다.”

“응?”

원매는 깜짝 놀라 사마구를 돌아보았다. 좋은 계책이었다. 아니 사마구가 이렇게 똑똑했었나? 그동안 열심히 병법을 가르쳤고, 본인도 노력해서 많이 좋아졌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것은 예상을 뛰어넘는 수치였다. 원매가 말없이 자신을 바라보자, 사마구가 급히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죠?”

사마구는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다시 고개를 숙였다.

“그렇지 않아. 아주 훌륭한 계책이야. 네가 이토록 성장했을 줄은 몰라서 깜짝 놀랐구나.”

“도적들의 특성을 아니까 말씀드린 것뿐입니다. 계책이라니요. 과분한 말씀입니다.”

사마구의 능력치를 떠올리자 상태창이 다시 떠올랐다.

[사마구(34)]

무력:81, 지력: 58, 통솔력:65

없던 지력이 생겨났다. 58. 높은 수치는 아니지만, 노력으로 이만큼 올라섰으니 대단한 것이다. 원매는 사마구를 칭찬하고는 더 열심히 공부할 것을 독려했다.

피씨현성 정은치소.

“장군-”

정은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상요였다. 정은 휘하의 4천 정병을 지휘하는 장수로 제법 지략이 있어서 정은의 군사 노릇을 하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

“이것을 보십시오. 저잣거리에 떠도는 소문을 파악하여 적어 놓은 것입니다.”

정은은 상요가 내미는 죽간을 받아서 들어 죽 읽어내려갔다. 다 읽은 정은의 얼굴은 금방 환해졌다.

“자네는 이것을 어찌 생각하는가?”

“거짓은 아닌 것 같습니다. 원도독이 우리 같은 호족들과 등을 돌리겠습니까? 나라가 무너져도 호족은 영원합니다. 기주에서 자랐으니 그런 사실을 잘 알 것입니다. 도적들을 치는 것이야 땅을 차지하려는 수작이 분명합니다.”

“그렇지. 만약에 저들이 손을 내민다면 철광과 염호는 확실히 지켜야 해. 하동에 호족들이 얼마나 많은데, 제놈이 아무리 우장군(원소)을 뒷배로 두었더라도 함부로 나서지 못할 것이야.”

“그래도 원도독의 군대가 이쪽으로 출병할지 모르니 지속적으로 확인하겠습니다.”

“그래. 임분이나 평양으로 향한다면 도적을 치러 가는 것이니 걱정할 것 없어. 내게 피씨현령은 내려주겠지?”

“당연한 것 아닙니까? 듣자 하니 단씨현령도 그대로 유임되고, 강읍현령은 중히 쓰고 있다고 합니다. 그곳의 호족들도 불러서 좋은 말로 위로했다고 합니다. 이 정도로 호족을 우대하니 믿어도 될 듯합니다.”

순유는 피씨현의 정은이 자기 뜻대로 움직이자, 곧바로 원매를 찾았다.

“도독. 잘되었습니다. 이제 군사를 이끌고 출병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원매는 순유에게 사마구가 꺼낸 계책을 이야기했다. 순유는 곰곰이 생각해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계책입니다. 저는 그곳의 상황을 보고 유인해서 격파하려고 했는데, 이 정도 계책이면 공성전을 하더라도 괜찮을 듯싶습니다. 조금만 보완하면 좋을듯합니다. 아장(사마구)의 지략이 많이 늘었군요.”

“자네가 많이 가르쳐준 덕이지. 앞으로 시간이 나는 대로 공부를 가르쳐 주시게. 어떤가? 이번에는 이대로 계책을 시행하는 것이. 내가 생각해도 꽤 만족스러운 계책이야.”

“동의합니다.”

순유가 동의하자, 원매는 그날부로 장수들에게 명령을 출정명령을 내렸다. 군량을 이끌고 가다가 약탈당하는 임무는 엄정이 맡았다. 고람이 전예, 문칙, 곽조, 손경, 엄정을 제외한 보병 1만 2천, 기병 2천을 이끌고 평양성으로 진군을 개시했다. 엄정은 병사 일천을 이끌고 군량을 이송하기 위해 배와 수레를 점고하고는 때를 기다렸다. 곽조는 강읍성을 지켰고, 손경은 분수의 얕은 지점을 파악하고는 도하를 개시했다.

임분성

이락은 분수를 도하 하는 손경의 군대를 보고는 의문이 들었다. 겨우 3천 남짓한 군대였다.

“아니 저 군대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가?”

이락은 의문이 들었지만, 의도를 알아낼 방법이 없자, 경계 강화를 지시하고는 평양성의 호재에게 전령을 보냈다. 만약을 대비하여 임분성의 현재 상황을 알려주는 것이다.

이락이 보낸 전령은 말을 달려 북쪽의 평양성으로 향했다. 하루를 꼬박 달려 도착하자, 전령은 호재에게 죽간을 바쳤다. 호재는 글을 읽지 못했기에 부하에게 맡겼다.

“3천쯤 되는 군대가 분수를 도하 하여 임분성으로 향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게 다야?”

죽간의 내용도 확인하고, 전령을 추궁했지만 별다른 내용이 없자 호재는 피식 실소를 터트렸다.

“그래도 원가에서 왔다길래 긴장을 하고 있었거늘 겨우 3천으로 뭘 하려고 하는가? 알았다고 전하거라. 또 변동사항이 있으면 즉각 연락하거라. 필요하면 언제든지 지원해주마.”

“예. 그럼 물러가겠습니다.”

전령이 물러가자, 호재는 기지개를 켜면서 치소를 나왔다.

‘3천으로 뭔 짓을 하려는 것일까? 뭐 저놈들 병력이 더 증강되면 그때 지원해도 늦지 않겠지. 괜히 걱정할 필요는 없어. 군량이 떨어질 때가 되었으니 약탈을 해야겠는데, 어디를 턴다? 강읍성으로 원매가 들어오니 남쪽을 약탈할 수가 없구나. 이 죽일 놈이 여기는 왜 들어와서.’

호재는 가슴을 폈다.

‘내가 폐하로부터 정동장군을 제수받았다. 원도독이라 봐야 나보다 지위가 낮아. 겁 없이 설쳐대는 어린놈을 정동장군인 내가 혼쭐을 내주마!’

이락과 호재가 손경의 3천 군대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을 때, 고람이 이끄는 부대는 분수를 따라 크게 우회하여 평양성 북쪽으로 돌아 진군하고 있었다. 매우 먼 길이었지만 호재를 속이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때가 되자, 엄정은 병사들을 변복시키고 쌀 3백 섬을 달구지에 실어 북쪽으로 향했다. 달구지 행렬이 매우 길었기에 이 상황은 곧바로 호재에게 알려졌다. 호재는 왠지 의심스러웠지만, 이 기회를 놓치기 아까웠다. 호재가 병력을 급파하자 엄정을 비롯한 병사들은 군량을 버리고 줄행랑을 놓았다.

호재는 3백 섬이나 되는 쌀을 쉽게 얻자 뿌듯했다. 그 날밤 호재는 그 쌀로 밥을 지어 병사들에게 배불리 먹였다. 있을 때 충분히 먹어야 한다. 없으면 굶는 일이 다반사였기에, 병사들은 한 숟가락이라도 더 먹기 위해 눈을 번들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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