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
제 29장 하동군河東郡 공격준비
197년 2월 건안 2년.
하동군에 있던 헌제는 양봉의 군대와 백파적의 도움을 받아 겨울에 낙양성에 입성했다. 원소는 공손찬과의 전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었고, 조조는 연주에 확고하게 뿌리를 내리면서 하남윤, 하내군에 손을 뻗치고 있었다. 몇 달 후면 조조는 협천자를 할 것이다.
원술은 여남군에서 곧 중仲을 세우고 황제에 등극할 것이다. 그리하면 손책은 강동에서 독립하고, 중원은 다시 전쟁의 혼란에 빠지게 된다. 삼보의 이각은 한심한 작태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원매가 이통, 감녕을 데리고 상당군으로 돌아온 지도 벌써 4달이 흘렀다. 이통은 거느리고 있던 부하 천명을 데려왔고, 신병을 추가로 뽑으면서 원매가 거느리는 군사는 그전보다 늘어나 있었다. 추가로 영입된 인재들이 있었기에 조직개편이 있었다.
문관.
치중治中(인사)-순유
부조簿曹(재물/곡식)-두기
병조兵曹(군대)-등지
무관.
하동중랑장河東中郞將-고람 / 보병 2만 4천, 기병 2천 4백.
[보병]
별부교위別部校尉-전예, 이통 / 각 보병 3천 5백.
절충교위折衝校尉-위연, 감녕 / 각 보병 2천.
교위校尉-곽조, 손경, 파재 / 각 보병 3천 5백.
사마司馬-엄정, 오록 / 각 보병 1천.
[기병]
기도위騎都尉-한순 / 기병 1천.
사마司馬-조독, 장의, 문칙 / 각 기병 4백.
[호위대]
아장牙將-사마구 / 기병 2백, 보병 5백.
고람은 군경험이 풍부하고, 중랑장으로 처음부터 원매를 따랐기에 병부서열 일위를 차지했다. 전예는 지략을, 이통은 통솔력을 높이 평가하여 별부교위로 임명했다. 별부교위는 중랑장 다음의 벼슬이었기에 이들은 공을 세우면 중랑장으로 진급할 것이다.
위연과 감녕은 타고난 용맹이 뛰어나서 기습, 돌격에 걸맞는 절충교위를 제수했다. 기도위(기병대장)는 조독에게 주려고 했지만, 한순이 기병 일천을 이끌고 합류한 상황이었기에 조독의 양해를 구하고, 한순을 임명했다.
원매는 비정상적으로 많은 군대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 정도면 상당군 전체를 가지고 있어도 운용하기 버거운 규모였다. 원소가 언제까지 군량을 공급해줄지 알수없었기에 빨리 관중을 점령하여 군량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했다.
원매가 지휘소 밖으로 나오자, 쌀쌀한 바람이 뺨을 때렸다. 산속이고 2월이라 그런지 제법 바람이 차갑고 매서웠다.
“여기 나와 계셨습니까?”
순유가 매서운 바람에 눈을 가늘게 뜨며 다가왔다. 원매와 순유는 가볍게 인사를 주고받았다. 원매는 하동군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직은 눈이 녹지 않아 군대를 움직이기 어렵습니다. 3월이면 가능할 것입니다. 하동군에서 강읍, 안읍성이 가장 중요합니다. 강읍성은 상당군에서 들어서는 요지에 있는 성이고, 안읍성은 치소가 있는 곳이니까요. 강읍성으로 가는 길에 단씨현이 있지만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문제는 강읍성입니다.”
순유는 말을 끊고 앞으로 나와 하동군을 바라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곳에는 약 3천 정도의 병력이 주둔하고 있는데, 성주가 가규라는 자입니다. 애민의식이 강하고, 영특한 자입니다. 쉽지 않을 전투가 예상됩니다.”
가규라는 말을 듣자, 원매는 반드시 얻어야 할 인재라고 생각했다. 그는 고개를 돌려 순유를 바라보며 질문했다.
“가규라면 대단히 뛰어난 인재인데, 회유한다면 전투 없이 강읍성을 점령할 수 있지 않겠소?”
“강직한 인물입니다. 글쎄요- 바로 회유는 힘듭니다. 강직하고 지략이 깊은 인물인데, 몇 마디 말로 회유가 되겠습니까?”
“그렇구려. 그럼 강읍성에 대해서는 어떤 계책을 가지고 계시오.”
“일단 군대를 이끌고 가서 성을 에워 쌓은 후에 백성을 볼모로 협상을 벌여야 합니다. 그래야 왕읍을 배신하고, 도독을 따를 것입니다. 필요하면 전투를 벌여서 겁박이라도 해야지요. 이러다가 백성들이 모두 죽겠다는 생각이 들면 귀부를 생각할 것입니다. 그전에는 귀부가 통하지 않을 것입니다.”
“쉬운 일이 하나도 없군. 강읍성을 점령하면 안읍성은 어떻소? 그곳의 태수인 왕읍이 꽤 괜찮은 인재란 이야기를 들었소?”
“강읍성과 비슷하게 진행하시면 됩니다. 위고, 범선이라는 악질관리가 있다고 하는데, 그들은 본보기로 처벌을 하시는 게 좋을듯합니다. 사실 강읍성과 안읍성을 함락시키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애민의식이 있는 관리이기에 결국 귀부할 것입니다. 문제는···. 백파적입니다.”
“백파적이라······. 그놈들이 하동군에 내려와 있단 말이오?”
“양봉, 한섬은 폐하를 모시고 낙양으로 갔지만 호재, 이락은 하동군에 남았습니다. 분수가 북쪽에서 흘러 하수(황하)로 합류하는데, 이것이 하동군을 둘로 갈라놓고 있습니다. 남쪽은 왕읍이 그럭저럭 다스리고 있는데, 북쪽은 사실상 무방비 상태로 이락, 호재의 백파적이 무단점령하고 있습니다.”
“일단 남쪽의 하동을 점령하고, 그다음에 백파적을 상대합시다. 만약 그놈들이 분수도 모르고, 덤벼든다면 모조리 토벌해야지. 토벌하게 된다면 다시는 고개를 들지 못하도록 해야 해.”
원매는 눈이 매섭게 변했다. 관용은 어디까지나 그만한 대우를 받을만할 때 베푸는 것이다. 그렇지 않은 놈들은 철저하게 토벌하여 하동군에는 원매가 있다는 것을 알릴 필요가 있었다. 일단은 그들을 꺾어놓고, 말을 알아듣는 자는 귀부시킬 것이다.
“하동군으로는 3월에 들어갈 것이니 철저하게 상황을 파악해 주시오. 일단 공격을 시작하면 빨리 끝을 봐야겠소. 허투루 시간을 끌고 싶지 않소.”
“걱정하지 마십시오. 지금도 세작들이 바쁘게 돌아다니면서 첩보를 수집하고 있습니다. 강읍성만 함락시키면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입니다.”
원매는 고개를 끄덕여 수긍하고는 다시 하동군 쪽을 바라보았다. 미래를 알고 있기에 그의 마음은 조금씩 조급해지고 있었다. 관도대전까지 5년. 그 이전에 최소한 관중, 서량, 한중은 얻어야 한다. 익주까지 얻으면 좋겠지만 시간상으로 쉽지는 않을 것이다.
힘을 키워놓는다면 중원이 혼란스러워질 때, 확실하게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관도대전이 될 것이다.
‘설마 나 때문에 역사가 뒤틀어지는 것은 아니겠지? 내가 관중을 점령하여 힘을 기르면 그것이 나비효과가 되어 역사가 바뀔지도 모른다. 최대한 첩보를 강화해서 지켜봐야겠어.’
원매가 몸을 돌려 치소로 향할 때, 멀리서 문사 한 명이 기병의 안내를 받아 오는 것이 보였다. 누굴까? 봉가에서 일을 제대로 하는 것인가? 빙긋 웃으며 이런저런 상상을 하는 동안 그 문사는 원매에게 안내되었다. 그는 원매를 보고는 공손하게 예를 표했다.
[왕련(33)]
지력:71, 정치력:81
남양군에서 벼슬을 하지 못하고, 익주로 들어가 제동 현령을 지냈고, 유비에게 항복하여 곳곳에서 공을 세웠다. 소금, 철 등을 관리하여 국가재정을 강화한 인물이다. 제갈량이 남만 출정을 할 때, 그가 말리자 뜻을 접기도 했다. 형주에서 벼슬을 못 하고 익주로 들어갔으니 대호족은 아니었을 것이다.
“처음 뵙겠습니다. 왕련이라고 합니다.”
“어서 오시오. 반갑소. 봉가에서 보내서 온 것이오?”
“그렇습니다. 그들이 처음에 여러 가지 실용적인 부분을 물어서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그것이 도독의 혁신적인 개혁정책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이곳에 반드시 오고 싶었습니다.”
“보통은 이런 것을 물어보지 않지. 그래. 왕공께서는 어떤 부분을 잘하시오?”
“맡겨주신다면 어떤 일이든 다 해낼 수 있습니다. 굳이 잘하는 것을 꼽으라면 숫자를 계산하는 셈에 빠릅니다. 이런 것도 장점이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왕련은 머리를 긁적였다. 형주에서 이런 부분을 재능이라고 밝히면 돌아오는 것은 비웃음이었다. 이때의 학문이 유학이었고, 이를 잘 알아야 대접을 받고 관리를 등용될 수 있었다.
“엄청난 장점이오. 솔직히 유학만 열심히 익힌 자들에게 재물과 곡식을 관리하는 일을 맡기면 제대로 처리를 하지 못하오. 왜냐하면, 셈이 느리기 때문이지. 예를 들어 재물을 표시해놓은 장부를 보면 머릿속에 그 규모가 파악되어야 한다. 이 말이오. 내 말이 뭔지 알겠소?”
“당연하지요.”
왕련은 눈을 반짝이며 신나게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원매가 자신의 장점을 정확하게 간파하고 있다는 느낌이 전달된 것이다.
“그동안 이런 이야기를 하면 천박하다며 비웃음을 당했습니다. 저는 숫자를 보면 확연하게 머릿속에 물량이 그려집니다. 그러니 숫자를 보고 그것을 옮길 수레와 인력을 미리 계산하여 조치합니다. 한 번에 이루어져야 두 번 일하지 않거든요.”
“그렇지. 정확하게 내가 원하는 것을 말했구려. 부조에서 일하시오. 그리고 하동군으로 들어가면 소금과 철전매에 대한 부서를 따로 만들 터이니 그것에 대해서 전적으로 맡아서 처리해보시오.”
“고맙습니다. 재정이 튼튼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습니다. 맡겨주십시오. 자신 있습니다.”
“고맙소. 잘 와주셨소.”
원매는 왕련의 손을 잡아 격려하고는 곧바로 치소로 향했다. 두기의 치소로 들어서자, 그는 바쁘게 죽간을 대조하고 있다가 원매를 발견하고는 급히 일어섰다.
“도독. 어쩐 일이십니까?”
“여전히 바쁘군요.”
“이일이 원래 그렇습니다. 일일이 확인해야 하니까요.”
원매는 빙그레 웃으며 왕련을 소개했다. 왕련은 자신을 소개하며 다시 한번 장점을 알렸다. 두기의 얼굴은 바로 환해졌다.
“놀라운 인재를 얻으셨군요. 철, 소금 전매까지 생각하면 머리가 아팠는데, 다행입니다. 숫자에 대한 감각이 뛰어난 인재를 얻는 것이 어려운 일인데, 도독의 행운이십니다.”
왕련은 자신의 가치를 바로 인정해주는 원매와 두기를 보자 마음속 깊이 뿌듯해지는 것을 느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맡겨주십시오. 결코, 실망하게 해드리지 않겠습니다.”
“참, 기병들을 보내줄 터이니, 가족들을 이리로 데려오시오. 곧 관중으로 들어갈 터이니, 이제부터는 그곳이 우리의 터전이 될 것이오.”
“고맙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왕련이 고개를 숙이자, 원매는 다시 한번 두기에게 부탁을 하고는 밖으로 나왔다. 부족하다고 느꼈던 부분이 이렇게 채워지자 하늘이 자신을 돕고 있다는 착각마저 들 정도로 기뻤다. 연의에서는 한 줄 나올 정도로 저평가되었지만, 한호 못지않게 내정을 충실하게 일으킬 인재였다.
사실 한호나 두기가 농업 쪽 재정확충에 강했다면 왕련은 상업 쪽에 특화된 인물이었다. 유비가 이릉대전에서 촉의 재정을 파탄 냈을 때, 제갈량이 다시 촉을 일으키고 북벌을 시행한 배경에는 왕련이라는 상업 쪽에 밝은 인재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원매는 치소를 나와 전예에게로 향했다. 그전에 신무기에 관해서 이야기해놓은 것이 있는데,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엄청난 신무기는 아니었고, 다만 명중률을 높인 활 정도였다. 치소 안으로 들어서자 전예가 즉시 일어나 허리를 굽혔다.
“도독. 오셨습니까?”
“수고 많소이다. 어때 진전이 있소?”
“이걸 한번 보십시오.”
전예는 원매를 이끌었다. 그곳에는 묘하게 생긴 노가 제작되어 있었다. 노는 매우 크고 길었다. 지렛대를 이용해서 줄을 당기고, 방아쇠를 당겨서 화살을 쏘는 것까지는 같았다. 다만 노 앞부분이 매우 길었다. 이 부분이 핵심이었다. 또한, 받침대를 제작하여 화살을 쏠 때 흔들리지 않도록 만들었다.
군대에서 사격을 해보면 알겠지만, 총구가 길수록, 자세가 안정될 때 훨씬 명중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바로 이 두 가지 부분을 해결한 것이다.
“밖으로 나가시지요.”
전예가 원매를 모시고 밖으로 나서자, 병사들이 개량형 노를 들고 나섰다. 지렛대를 이용해 줄을 당긴 후, 화살을 고정한 후, 천천히 방아쇠를 당겼다. 화살은 빠르게 앞의 표적에 정확하게 꽂혔다. 여러 번 나무 위의 표적을 향해 사격하자 그전보다 정확도가 확실히 높아졌음을 느꼈다.
“잘했소. 이 정도면 공성전을 벌일 때 도움이 될 것이오.”
“물론입니다. 좀 더 연습해보고 추가로 만들어 놓겠습니다.”
원매는 만족스러움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전투만 남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