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웅 삼국지 - 원소 셋째 아들 천하를 품다-27화 (27/253)

# 27

제 27장 형주荆州 호걸豪傑 -3-2

원매는 일행을 이끌고 곧바로 이통의 치소로 말을 몰아갔다. 평춘현을 바라보는 대별산 자락에 거대한 장원이 그의 치소였다. 원매의 일행이 나타나자, 정문을 지키던 병사가 막아섰다.

“어디서 오는 누구십니까?”

“우장군의 삼남 원매라고 한다. 그리 전하거라!”

병사는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곧바로 넙죽 허리를 꺾고는 안으로 급히 달려 들어갔다. 반각(약 7분) 정도를 기다리자, 장원 안이 어수선해지며 이통이 호위병을 이끌고 나타났다.

[이통(34)]

무력:84, 지력:53, 정치력:63, 통솔력:75

이통은 강직하고, 결단력이 있었으며, 병사들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적벽대전 당시 조인이 강릉성에서 고전을 할 때, 주유군을 뚫고 조인의 군사를 구한 사례가 있을 정도로 매우 용맹한 장수였다. 주로 여남지역에서 활동했다.

“원가에서 오셨다고요?”

이통이 매서운 눈초리로 원매일행을 쏘아 보면서 입을 열었다. 날카롭기는 했지만 큰 적의가 있는 말투는 아니었다. 원매가 말에서 내리자, 일행도 따라 내렸다. 그는 먼저 허리를 굽혔다.

“우장군의 삼남인 하동군 태수 겸 사례도독인 원매입니다. 이곳에 의협심이 뛰어난 이공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고언을 들을까 하여 달려왔소이다.”

원매가 먼저 허리를 굽히자, 이통은 놀라서 정중하게 예를 표했다.

“이통, 문달이라고 합니다. 자- 안으로 드시지요.”

이통의 안내를 받아 원매일행은 장원 안으로 들어섰다. 이통이 방으로 들어서자, 순유만이 원매를 수행하여 따라 들어갔다. 이통은 종사관을 시켜서 차를 내오게 하고는 잠시 환담을 나누었다.

“하북은 이곳에서 매우 먼 곳인데, 어떻게 이곳까지 오게 되었습니까?”

“처가가 남양군 육양현에 있소이다. 외가에 인사차 오기도 했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능력 있는 인재를 얻고자 했기 때문이오. 신분, 재력과 관계없이 오로지 능력이 되는 자만 관리로 임용하고 있소이다. 강하군에 감녕이란 뛰어난 장수가 있는데, 그를 등용하려고 지나가다가 그대의 소식을 듣고는 이렇게 달려왔소.”

원매가 불꽃처럼 이글거리는 눈으로 이통을 바라보며 직설적으로 대화를 이끌어갔다. 이통은 자신을 임용하고 싶다는 원매의 말뜻을 알아듣고는 다소 불편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원래 대화방식이 이렇습니까? 저는 오늘 도독을 처음 뵈었습니다. 무례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현재의 시국이 정상적이라면 굉장히 무례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난세입니다. 사방에 백성들이 굶어 죽고, 칼에 찔려죽어 그 백골이 중원을 덮고 있소이다. 하루라도 빨리 천하를 안정시켜야 하오. 그런 마음이다 보니 이렇게 마음이 급해졌소이다.”

이통은 이글거리는 원매의 눈을 피해, 차를 한잔 들이켰다. 그도 의협을 자처하는 만큼 지금 백성들의 고통에 가슴 아파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선뜻 내키지 않는 것도 사실이었다.

“솔직히 공자의 말씀이 무엇인지는 알겠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난세가 일어난 데는 십상시나 동탁의 전횡 못지않게, 원가의 무능함도 한몫하지 않았습니까?”

이통은 십상시와 연합하여 부를 축적한 대표적인 탁류파인 원가의 잘못을 지적한 것이다.

“그렇소. 우리 원가가 이 난세를 일으킨 공범임을 부인하지는 않겠소. 하지만 누군가는 지금 분열된 한漢을 통일해야 하지 않겠소. 그런 부분에서는 원가가 가장 앞서있소이다. 나는 그런 시대가 온다면 십상시와 같은 혼란한 세상이 오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오.”

“사실 공자의 말씀대로라면 가주인 우장군(원소)에 의해 통일이 되지 않겠습니까? 더군다나 삼남 아닙니까? 공자께 세상을 바꿀 그럴 기회와 힘을 주겠습니까? 또한, 그런 시대가 온다고 어찌 증명하시겠습니까?”

“어차피 원가는 갈라지게 되어있소이다. 천하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라면 나는 어떤 비난도 감수할 생각이오. 앞으로의 내 계획은 이렇소. 내년에 관중을 평정하고, 힘을 키워서 몇 년 내에 한중, 서량을 얻을 계획이오. 그 후에 익주를 도모할 생각이오. 중원에는 반드시 큰 변란이 일어날 터인데, 그때 군사를 이끌고 가서 확실하게 주도권을 잡을 생각이오.”

“그 말은 우장군을 칠 수도 있다. 이런 말입니까?”

“천만에요. 어찌 자식 된 도리로 부친을 공격하겠습니까?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내가 말하는 것은 형제들입니다. 천하의 분란이 지속된다면 내 형제들일지라도 용서할 수가 없습니다.”

원매의 말에 이통은 물론이고 순유도 대경실색했다. 원매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사마구 들어오너라!”

사마구가 안으로 들어와 인사를 꾸벅하고는 원매를 바라보았다. 원매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마구는 원매를 만나 이후를 담담하게 말했다. 그동안 원매에게 교육을 받은 덕분인지, 그의 말은 제법 조리 있게 이어지고 있었다. 이후 이통이 궁금한 부분을 질문하자 사마구는 막힘없이 대답했다. 이야기가 끝나자, 사마구는 밖으로 나갔다.

“오늘 공자를 만나고 참으로 놀라움의 연속이군요. 혁신적인 생각은 정말 놀라움을 넘어 경악할 지경입니다. 공자께서 이 난세를 극복한다면 안정되고 백성이 살기 좋은 세상이 되리라는 확신이 듭니다. 한 가지 의문은 대의에 어긋나면 형제라도 용서치 않겠다고 하셨는데, 그때 우장군께서 가만히 있겠습니까?”

원매는 짧게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는 무려 6년 상을 치르셨습니다. 덕분에 명성을 얻으셨지만, 건강을 잃으셨습니다. 안타깝지만 아버님께는 천명이 없습니다. 그래서 내 형제들이 천하를 어지럽힌다면 용서치 않는다고 말한 것이오.”

이통은 순유를 한번 보고는 짧게 탄식을 했다.

“제게 너무 많은 것을 알려주셨군요. 이제는 공자를 따르지 않는다면 큰일이 벌어질 수도 있겠군요.”

“그렇소. 나는 이미 퇴로를 끊었소. 그대를 얻기 위해 하지 말아야 할 말까지 모두 했소. 지금 한 말이 외부로 흘러나간다면 나는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이오. 그대를 얻는 것이 나에게는 이만큼 간절하기 때문이오.”

이통은 원매의 강렬하면서도 간절한 눈빛을 받고는 고민을 거듭하다 결국 머리를 조아렸다.

“따르겠습니다. 다만 한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빨리 관중을 장악하여 힘을 보여주셔야 합니다. 그래야 공자의 말씀이 힘을 받지 않겠습니까? 관중을 장악하는데도 힘들어하신다면 모든 것이 허황한 약속이 되지 않겠습니까?”

강직한 이통의 한마디에 원매는 낭랑한 웃음을 터트렸다.

“고맙소. 내년 봄에 시작해서 일 년을 넘기지 않을 것이오. 나중에 나를 따른 것을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오.”

“그럼 강하에 다녀오십시오. 저는 이곳을 떠날 준비를 해 놓겠습니다.”

원매는 이통의 손을 잡고, 다시 한번 감사를 표한 후 밖으로 나섰다. 원매일행이 정문 밖으로 나서자, 이통은 그를 따라 나왔다.

“도독. 다녀오십시오.”

“얼마 걸리지 않을 것이오. 그때 봅시다.”

원매는 이통과 작별을 하고는 순유와 기병 일백을 이끌고 강하로 내달렸다. 이통을 얻은 덕분인지 그의 마음은 가벼웠다. 한참을 달린 후, 잠시 멈춰 휴식을 취할 때, 순유가 근심 어린 표정을 지으며 다가왔다.

“이통에게 너무 많은 것을 알려주신 것은 아닙니까?”

“그는 공달(순유)께서도 알다시피 매우 강직한 사람이오. 이미 내 사람이 되겠다고 약속했으니 주인을 바꾸거나 다른 곳에서 떠벌리는 짓은 하지 않으리라 생각하오.”

“사실 저는 걱정이 됩니다. 여남에는 강력한 원공로(원술)가 있습니다. 혹시라도 그에게 비밀이 새어나간다면 도독께서 위태로울 수 있습니다.”

“하하하- 그건 쓸데없는 걱정이오. 이통은 백성의 고통을 아는 자요. 원공로는 백성의 고통이 뭔지를 모르오. 그래서 온갖 사치를 부리고, 첩을 수십을 두고 재물을 물 쓰듯 쓰는 자요. 이통이 그런 자를 따르겠소? 절대 아니오.”

원매는 역사를 통해 이통이 원술을 따르지 않음을 확신했다. 그는 세력이 큰 원술, 원소를 마다하고 조조를 끝까지 따른 인물이었다. 조조의 손길만 피한다면 이통이 배신할 일은 없으리라 확신하고 있다.

“그리고 원공로는 이 난세에 맞지 않는 인물이오. 머리가 나쁘다는 게 아니라 세상이 어떻게 바뀌어 가는지를 모르는 자요. 전혀 신경 쓸 필요가 없소.”

원매의 확신에 찬 언행은 굉장히 설득력 있었다. 순유도 조금은 걱정이 덜어지는 느낌이었다. 원매는 순유를 보고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한마디 덧붙였다.

“원술은 한여름 똥통 속에서 들끓는 구더기 같은 자요. 구더기가 그저 똥을 먹고 파리가 될 생각밖에 없듯이 그자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지나간 옛 영광만 가득 차 있소. 세상이 어찌 변하는지도 모르고 아집에 잡혀있는 그자는 조조나 손책의 상대가 되지 못하니 걱정 안 해도 되오.”

원공로에서 원술로 이름을 짧게 부르며, 원매의 입에서는 경멸이 담긴 언사가 쏟아졌다. 장차 주제도 모르고 황제를 스스로 칭하여 수많은 백성의 고혈을 빨아먹고, 죽음으로 몰아넣는 원술에게 분통이 터졌다. 이런 자 때문에 세상이 더욱 혼란스러워지는 것이다.

“조조를 상당히 높게 평가하시는군요.”

“어쩌면 내 평생 최고의 적수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오. 그가 무서운 점은 원술처럼 옛것에 사로잡히지 않고, 변화하는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를 한다는 것이지. 조조가 가장 무서운 게 무엇인지 아시오?”

순유가 모르겠다는 듯 두 손을 들었다.

“그는 세상의 눈치를 보지 않소. 목숨이 위태롭다면 다른 사람을 사지로 몰아넣고 도망칠 자이지. 그 다른 사람이 아들이라도 그럴 것이오. 그러므로 세상의 편견을 깨뜨리고 뭐든지 할 수 있는 인물이오. 어찌 무섭지 않겠소? 하지만 결국은 내게 무너질 것이오. 자신 있소!”

순유는 원매를 보며 묘한 감정에 사로잡혔다. 원가의 자식이라는 것을 빼면 내세울 것이 없는 원매였다. 하지만 그는 항상 당당했다. 거침없이 표현하고, 인재를 얻기 위해 모든 것을 걸고 협상하는 것을 능력은 다른 제후에게 찾기 힘든 덕목이었다. 특히 원술, 조조를 평가하는 것을 보면 그의 안목이 얼마나 예리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자- 이제 출발합시다. 너무 지체했소.”

원매가 말에 오르자, 순유와 일행도 말에 올랐다. 그들은 계속해서 남쪽으로 내달렸다. 순유는 말을 타고 달리며 원매의 말을 떠올렸다.

‘똥통의 구더기라..... 과연 중원에서 원술에게 구더기라고 표현할 자가 누가 있겠는가? 저 끝도 없는 자신감이 오만해 보이지 않고, 오히려 당당해 보인다. 생각할수록 도독은 놀라운 자다.’

원매일행은 서현 근처에 자리를 잡았다. 감녕을 빼내기 위해서 왔기에 오해를 피하려고 황조를 만나지 않았다. 그는 변복하고 순유와 사마구만 대동하여 군승으로 재직하고 있는 봉의의 집을 찾았다. 봉의는 이미 봉휘로부터 연통을 받았는지 원매일행을 반갑게 맞이했다.

“어서 오십시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반갑소.”

원매는 봉휘가 작성한 죽간을 내밀었다. 봉의는 죽간을 꼼꼼히 살피고는 입을 열었다.

“봉공(봉휘)께서 중요한 일이라고 하시더니 이것이었군요. 지금 태수(황조)가 감장군(감녕)을 중용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내치지도 않고 있습니다. 생각해두신 계책이 있습니까?”

“글쎄. 지금 여기에 와서······. 공달(순유)께서는 생각이 있으신가?”

“며칠 이곳을 둘러보고, 봉군승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계책이 떠오를듯합니다. 조금만 이곳에 머물러 계시면서 시간을 주십시오.”

“그러지. 봉군승. 여기 공달에게 모든 것을 알려주시오. 아마 좋은 계책을 반드시 만들어 낼 것이오.”

“알겠습니다.”

봉의는 차분하게 현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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