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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웅 삼국지 - 원소 셋째 아들 천하를 품다-23화 (23/253)

# 23

제 23장 전투종료戰鬪終了-일상으로 돌아오다.

양두산 장연치소.

“다시 말해 보아라. 지금 뭐라고 했느냐? 두장이 죽어?”

장연의 눈초리가 가늘어지며, 매서운 호통이 이어지자 도망쳐온 병사들은 더욱 납작 엎드려 전투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여러 명으로부터 같은 내용을 듣자, 어떻게 두장이 전투에 패배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쾅- 탁자를 주먹으로 내리친 장연은 손짓으로 그들을 물러가게 했다. 장연이 머리를 쥐어 싸며 자리에 털썩 앉았다.

“원매라는 자가 참으로 만만치가 않습니다. 어찌하시겠습니까?”

곽대현이었다. 곽대현은 병법을 배운 자로 장연의 군사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생각 같아서는 당장 모든 병사를 이끌고 달려가서 요절을 내버리고 싶군.”

“당장은 공격할 생각이 없으시군요. 상황이 묘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전투를 되짚어보면 완전히 원매의 손에서 놀아난 전투입니다. 지금 장군께서 군대를 이끌고 간다고 하더라도 결국은 계곡을 따라 내려가야 할 터인데, 그러면 또다시 매복에 당할 공산이 큽니다.”

“나도 그래서 망설이고 있다네. 좋은 생각이 있는가?”

“일단은 두령들이 흔들리지 않도록 잡으십시오. 반드시 복수할 것이다. 다만 곧 겨울이 오니 지금은 병사들을 움직이기 힘들다. 그러니 내년에 틈을 보자. 이런 식으로 다독이면 됩니다. 저도 그동안 상황을 살펴보고 때가 되면 진언을 드리겠습니다. 전투는 우리가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 가야지, 저들에게 이끌려가면 이기기 어렵습니다.”

“원매는 상당군 고도현에 있어. 그곳은 골짜기인데, 어차피 전투가 벌어지면 계곡으로 접근해야 해. 이래서야 뾰족한 방법이 나오겠는가?”

“안되면 기주나 유주를 공격하여 약탈하면 됩니다. 굳이 원매가 아니어도 그의 아버지나 형을 공격하는 게 되므로 충분히 복수한 셈이 됩니다.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장연은 잠시 탁자를 두드리며 고민을 하고는 눈을 반짝이며 일어섰다.

“알겠네. 자네 뜻에 따르기로 하지. 나도 무모한 전투는 사절이야. 하지만 새파란 애송이인 원매에게 당한 것은 매우 분해.”

소하서 일대.

원매는 전투가 끝이 나자, 북쪽의 공필 일대에 여광의 군대를 매복시켰다. 그리고 광범위하게 정찰조를 깔아 놓았다. 분명히 도망친 흑산적 잔당들이 장연에게로 갔을 것이고, 그렇다면 장연이 대군을 이끌고 올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었다.

고람을 비롯한 장수들은 모든 인력을 동원해서 죽은 병사들 매장하고, 버려진 병기와 의복류 수습에 매진했다. 이때는 의복이 상당히 귀했기 때문에 죽은 자들의 옷을 모두 벗겨내었다. 이것을 빨아서 다시 쓴다면 배고픈 백성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열흘을 기다렸지만, 장연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는 등지, 고람, 전예, 파재와 의논을 한 후 고도현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승리했기에 돌아가는 그들의 발걸음은 경쾌했다. 기병 1천 4백, 보병 1만 4천의 대병이었다. 여광은 5천의 병사중 5백이 죽어 4천 5백을 거느리고 업성으로 되돌아갔다.

며칠의 행군 끝에 고도현에 도착하자, 두기와 손경이 백성들을 이끌고 마중 나왔다.

“도독. 어서 오십시오. 승리를 감축드립니다.”

“백후(두기). 고생했네. 자네가 후방을 지켜주니 마음 놓고 전투를 치를 수가 있었어.”

원매는 두기를 치하하고는 손경을 돌아보았다. 손경은 1만 5천에 달하는 두장의 군대를 단숨에 격파하고 7천을 항복시킨 원매의 능력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는 두려움과 경외감이 담긴 표정으로 원매를 바라보았다.

“손교위. 이곳에서 며칠 있었는데, 어떤가? 불편한 것은 없었는가?”

“여기 백후께서 지원을 잘해주어서 편안하게 있었습니다. 두장은 무력이 대단한 장수입니다. 그렇게 쉽게 그를 죽이고, 격파할 줄은 몰랐습니다. 두장을 누가 죽인 것입니까? 흑산적 내에서는 용맹을 따를 자가 없던 장수였습니다.”

“앞에 계시지 않소. 보고도 모르시오?”

사마구가 실소를 흘리며 원매와 손경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원매가 끼어들지 말라며 사마구를 흘겨보자, 사마구는 급히 눈길을 돌렸다. 손경은 두장을 죽인 장수가 원매라는 것을 알고는 매우 충격을 받았다. 이제 보니 이곳의 최고 장수는 원매였던 것이다.

“자- 모두 들어갑시다.”

원매는 놀라는 손경의 어깨를 두드리며 치소 안으로 향했다. 장수들도 일제히 그 뒤를 따랐다. 원매가 상좌에 앉자 장수들이 일제히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등지가 일어나서 새로운 조직개편에 대해서 보고를 시작했다. 원매가 소하서 일대에서 열흘간 기다리는 동안 미리 지시해 놓았다.

“전투의 공과에 대해서는 지금 정밀히 파악하여 작성 중이니 조금만 기다려주십시오. 다만 사마 위연의 경우 혁혁한 공이 인정되므로 도독의 승인을 받아 교위로 승진하였습니다. 또한, 항병들이 많이 생겼고, 교위 손경의 합류로 병사들이 늘어나서 시급히 조직을 개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군대조직개편안.

총대장 도독 원매

· 중랑장 : 고람

-교위 : 곽조, 전예, 파재, 손경, 위연 각 3천 5백.

-사마(보병) : 엄정, 오록, 각 1천.

-사마(기병) : 조독, 장의, 문칙 각 4백.

-아장 : 사마구 기병 2백. 보병 5백.

총 보병 2만, 기병 1천 4백. 기본적으로 교위 2천, 사마 4백이지만, 부대를 크게 키우기 위해 좀 더 많은 병사를 배치했습니다.

장수마다 지휘하는 병사들이 늘어나자 만족한 웃음을 지었다. 손경과 오록은 음지에서 양지로 나와 새로운 벼슬을 얻었다는 데서 만족감을 드러냈는데, 오록의 경우 얼굴이 활짝 펴있었다.

등지의 긴 설명이 끝나자, 원매가 입을 열어 마무리했다.

“병사들이 많이 늘어났으니, 이번 겨울 동안 집중적으로 훈련을 하여 부족한 부분을 채우도록 하시오. 내년 봄에는 하동군으로 들어갈 것이오. 그때 가서 병사들 훈련이 부족하다면 내가 반드시 문책할 터이니 그리 아시오.”

“명심하겠습니다.”

“위문장(위연)! 자네의 책임이 특히 막중해!”

“걱정 끼쳐드리지 않겠습니다. 최선을 다하여 정예군으로 만들어 놓겠습니다.”

원매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모두에게 휴식을 명령하고는 회의를 마쳤다. 장수들이 물러가자, 손경, 오록, 등지와 두기, 사마구가 남았다.

“백후(두기). 자네는 하동군 첩보파악도 중요하지만, 내정에 힘을 기울이게. 내년부터는 자네가 내정에 힘을 쏟아야 해.”

“명을 따르겠습니다. 한데, 새로운 인재를 얻으신 것입니까?”

“아직 확정된 것은 없어. 전략 쪽 인재를 얻어야겠어. 백묘(등지). 자네는 내년에 감군의 역할을 줄 터이니, 군대에 관한 모든 업무를 맡을 수 있도록 준비하게.”

“알겠습니다.”

“나는 올겨울 동안 바쁘게 움직여야 하니, 자네 둘이 중심을 잡고 장수들과 협조하여 군대를 정예화시키고, 관중 지역 첩보를 입수하는데 전력을 기울이게.”

원매는 등지와 두기에게 업무를 지시하고는 손경과 오록을 데리고 방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이미 술상이 마련되어 있었다.

“자- 한잔 받으시게.”

원매는 손경과 오록에게 술을 따라준 후, 한 잔씩 죽 들이켰다. 손경이 공손히 술을 따랐다. 다시 한 잔을 들이켠 원매가 입을 열었다.

“이제 자네들은 내 식구야. 공을 세운다면 반드시 포상해줄 것이고, 진급을 시켜줄 것이네. 이번에 위연이 대단한 공을 세웠지. 그래서 교위로 승진했네. 물론, 거친 흑산적 항병을 다스리기 위해 조금 빠르게 진급시켰어. 하지만 이것 하나는 확실하지. 능력이 없다면 진급할 수 없네.”

“교위로도 만족합니다. 장군 아닙니까?”

“사람하고는. 최소한 중랑장까지는 욕심을 내봐. 오록! 자네도 사마에서 멈추면 안 돼. 알겠는가?”

“예. 알겠습니다.”

손경과 오록이 눈을 빛내며 대답했다. 원매는 술을 마시며 여러 가지 이야기를 꺼냈다. 주로 파재와 사마구에 관련된 일화였다. 아무래도 대화를 하려면 그런 부분이 공통분모가 되리라 생각한 것이다.

“나는 사람을 오로지 능력으로 평가한다네. 지금의 교위들은 공에 따라서 중랑장으로 진급할 자도 나올 것이야. 그리고 내년 봄이 되면 관중으로 들어갈 것이네. 그곳은 이곳 상당군에 비해서 매우 넓은 지역이지. 자네들이 공을 세울 기회도 많은 것이야. 반드시 공을 세워서 나를 놀라게 해 주게나. 알겠는가?”

“지켜봐 주십시오. 공을 세우면 중랑장이 될 수 있다니 믿어지지 않는군요. 어찌 이런 생각을 하셨습니까?”

“지금은 난세야. 헛된 명성과 가문에 매달린다면 이 험한 세상을 헤쳐나갈 수 없지. 그래서 오로지 능력만을 보고 선발하고 진급시키려고 하네. 또한, 지금 중원의 힘은 대부분 대호족들이 쥐고 있지. 그들은 아주 힘이 강해. 겉으로는 내게 복종할지 몰라도, 자신들의 이익에 손해가 된다면 칼끝을 내게 돌릴 것이네. 하지만 자네들과 같이 오로지 능력으로 내 식구가 된 사람들은 결코 등을 돌리지 않을 것일세.”

“물론입니다. 충성을 다 바칠 것입니다.”

오록이 바로 엎드리며 충성을 맹세하자, 손경도 같이 엎드렸다. 원매는 그들을 좋은 말로 위로하고는 자리를 파했다. 해야 할 이야기는 다 한 것이다. 둘만이 남게 되자, 손경이 오록의 옆구리를 툭 쳤다.

“오록아 그렇게 좋으냐? 도독께서 한 말씀 하시면 끔벅하는구나.”

“내 생전에 이렇게 사람대접 받으며 살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저렇게 높으신 분이 우리에게 열심히 하라고 격려도 해주시고, 앞으로의 계획도 알려주며 같이 영화를 누리자고 하시지 않습니까? 대두령(장연)은 저한테 말 한마디 붙인 적이 없습니다. 저는 이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겠습니다.”

“그래. 우리도 사람답게 살아보자꾸나. 살아있어야 영화도 있는 법. 목숨을 소중하게 여기거라.”

손경의 충고는 계속 이어졌다. 오록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이튿날. 원매는 날이 밝자 사마구와 일백의 호위기병을 거느리고 업성으로 향했다. 여광을 보냈으니, 원소는 승전소식을 알고 있을 것이다. 원매가 가는 목적은 직접 원소를 만나서 전투 경과를 소상히 설명하고, 관중으로 들어가기 전에 문관을 얻으려고 하는 것이다. 또한, 오랜만에 집으로 가는 길이기도 했다. 업성까지는 제법 먼 거리였다. 저녁이 되어서야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황옥과 봉영은 또 눈물을 보였다. 오랜 시간을 출타하다 보니 만날 때마다 눈물을 보이는 것이다. 원매는 이런 것이 난처하기도 했지만, 강한 책임감을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이제 이 어미도 너를 따라가겠다.”

“제가 지금 있는 고도현은 임시처소입니다. 내년 봄이면 관중으로 들어갈 것이니, 그때 모시러 오겠습니다. 그곳에서는 오래 살 것입니다. 그때까지 힘들더라도 조금만 더 기다려주십시오. 하나뿐인 아들이 왔는데, 이렇게 붙잡고만 계실 것입니까? 맛있는 것 좀 주십시오.”

“이놈이 갈수록 얼굴이 두꺼워지는구나.”

배고프다는 말에 황옥은 시비를 재촉하여 만들어 놓은 음식을 다시 데우고, 차리기 시작했다. 봉영이 그제야 원매에게 다가왔다.

“점점 상공을 뵙기가 어려워지는군요. 이제는 몸을 보중하셔야 합니다.”

“알겠소. 자- 안으로 들어갑시다.”

원매는 봉영의 어깨를 꼬옥 안으며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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