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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웅 삼국지 - 원소 셋째 아들 천하를 품다-22화 (22/253)

# 22

제 22장 흑산적전투黑山賊戰鬪. 3-3

두장은 소하서 개활지로 들어서서 원매군의 숫자가 많지 않음을 확인하고는 곧바로 공격명령을 내렸다. 그의 명령에 횡옥이 4천을 이끌고 위연을 공격했고, 청강이 4천을 이끌고 여광이 버티는 방책을 공격했다. 두장은 나머지 본대 7천을 이끌고 예비대 임무를 수행했다.

“불화살을 쏘아 올려라-”

위연의 명령에 따라 불화살이 잇따라 하늘로 쏘아 올려졌다.

“방어준비! 화살을 장전하라- 기다려-”

횡옥이 이끄는 4천의 흑산적이 돌격해 왔지만 위연의 5백은 침착하게 버티었다. 위연군의 얼굴에는 두려움이 깃들었지만, 누구 하나 고개를 숙이는 자는 없었다. 흑산 적이 점점 가까워지면서 지축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쏴라-”

슈슈슈슈슉-- 위연의 명령에 일제히 화살이 발사되었다. 흑산적의 선두에 있던 병사들이 쓰러졌지만 횡옥이 계속 독려하면서 꾸역꾸역 밀려들어 왔다.

쿵- 쿵- 화살을 뚫고 들어온 병사들이 방책에 부딪히며 엄청난 소리를 냈고, 흔들리기 시작했다. 방책이 강하게 흔들리더니 무너지기 시작했다.

“후퇴하라! 서둘러라-”

위연의 명령에 5백의 병사들이 일제히 후방으로 도주를 시작했다. 위연은 안전하게 후퇴가 할 수 있게끔 후방에서 흑산적을 막았다. 추격하던 흑산적 중 누구도 감히 위연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무수히 많은 흑산적이 그의 대도 아래 고혼이 되었다.

그들이 무려 2마장(약 800m) 도주했고, 그 뒤를 흑산적이 길게 행군대형을 늘이며 따라붙었다. 횡옥이 연이어 작은 북을 치며 독려했다. 이렇게 빨리 위연이 도주할지를 몰랐기에 횡옥은 당혹스러우면서도 분노가 솟구쳤다.

“어서 추격하라! 저놈들을 모조리 잡아 죽여라!”

횡옥이 이를 갈며 계속해서 명령을 내렸다. 위연이 온몸에 피를 뒤집어쓰며 힘을 냈지만, 5백의 병사 중 백 명이 넘는 병사들이 흑산적에게 당했다. 횡옥이 이제는 됐다고 득의의 미소를 지을 때였다.

“우아아아아-”

엄청난 고함이 들리며 풀숲에 숨어있던 고람의 8천 보병이 일제히 쏟아져 나왔다. 고람군은 수가 많아서 산에 숨지 못하고 풀숲에 엎드려있었다. 자세히 보았다면 알 수 있었지만, 위연군을 급히 추격하느라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

길게 늘어진 4천의 흑산적을 8천의 고람군이 측면을 기습했다. 순식간에 시산 일대는 엄청난 학살이 벌어졌다. 흑산적은 두 배가 넘는 군대가 불시에 기습을 하자 속수무책으로 당했고, 횡옥은 얼마 되지 않는 친위대를 이끌고 후방으로 달아났다.

“뭐야? 이 죽일 놈이 이런 치졸한 술책을 쓰다니! 당장 횡옥을 구원하라!”

두장은 고람에게 밀리어 횡옥이 이끄는 병사들이 몰살될 위기에 처하자 곧바로 지원을 명령했다. 이에 3천의 흑산적이 곧바로 구원에 나섰다. 여광을 쳤던 청강의 흑산적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였지만, 횡옥보다는 사정이 나았다. 두장의 얼굴에 초조함이 드러났다.

‘서둘렀구나. 완전히 당했어.’

두장이 초조하게 시산 방면을 바라보고 있을 때, 후방에서 먼지가 일어났다. 전령이 급히 달려와 두장 앞에 머리를 조아리며 보고를 올렸다.

“후방에 일천이 넘는 기병이 나타났습니다.”

전령의 보고를 들은 두장의 얼굴은 사색이 되었다. 제대로 준비를 하고 있어도 보병이 기병을 상대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일천이 넘는 기병이 흑산적이 한참 흔들리는 상황에서 나타난 것이다. 두장은 말에 올랐다.

“노관! 이곳의 병력을 이끌고 나를 따르라! 그대로 있다가는 전멸당한다! 일단 부딪쳐보고, 길을 찾는다!”

“예. 두령!”

두장이 기병을 이끌고 앞장서자, 노관이 4천의 보병을 이끌고 뒤를 따랐다. 개활지에서 기다리다가 당하느니 부딪쳐보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조독이 두장에게 달려들었다. 장연의 오른팔인 두장의 무예는 남달랐다. 그는 쇠로 만들어진 무거운 봉을 붕-붕- 휘두르며 조독을 연이어 뒷걸음질 치게 했다.

조독이 두장을 이기지 못하고 밀리자 기병들의 얼굴색이 변하기 시작했다.

“조사마! 장사마! 문사마! 당장 보병들을 섬멸하라! 사마구는 나를 따르라!”

원매가 크게 소리친 후, 곧바로 두장에게 달려들었다. 원매의 명령을 호위병이 호각으로 신호를 보내자, 조독, 장의, 문칙이 기병 1천 5백을 이끌고 두장을 우회하여 보병을 타격했다. 원매의 뒤를 사마구가 일백 기병을 지휘하여 따랐다. 칼날 같은 바람이 원매의 뺨을 스쳐 지나갔다. 두장이 휘두르는 쇠봉의 소리는 생생하게 귀를 어지럽혔다.

원매는 말을 몰아 두장 가까이 다가가자 반월도를 뽑아 들었다.

“네 이놈! 내 칼을 받아라!”

원매가 소리치며 달려들자, 기병들을 쇠봉으로 격살하던 두장이 원매를 향해 쇠봉을 내질렀다. 기세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원매는 살짝 피하며 반월도로 봉을 쳐냈다.

카앙- 두장이 움찔했다. 원매가 다시 달려들어 연이어 반월도로 목을 노리며 반원을 그렸다. 두장이 급히 봉을 회수하여 막자, 다시 카앙- 하고 소리가 울렸고 엄청난 힘에 둘 다 뒤로 밀렸다.

‘엄청나구나! 네놈은 반드시 죽여버리겠다!’

원매의 반월도가 연이어 반원을 그리며 두장의 목과 가슴을 노리고 짓쳐 들었다. 쇠봉이 길었기에 근접전투에서는 불리했다. 그 틈을 원매가 파고든 것이다. 두장이 연이어 밀리다가 부하들을 앞으로 몰아 놓고는 뒤로 달아났다. 원매가 추격하자, 사마구와 호위기병이 무차별적으로 달려드는 병사들을 격살하며 따랐다.

“이얍-”

전속력으로 따라붙어 두장의 등을 향해 반월도를 휘두르자, 휘청하며 그대로 말에서 낙마했다. 호위기병이 급히 말에서 내려 두장의 목을 베어서 번쩍 들어 올렸다.

“두장이 죽었다! 모두 항복하라!”

원매가 작심하고 외치자, 계곡 안을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그렇지 않아도 고람, 여광, 원매가 삼면에서 에워싸고 공격하는 바람에 흑산적은 혼란의 도가니에 빠져 있었다. 거기서 수장인 두장이 죽자, 대부분 그 자리에 엎드려 항복했다. 일부는 산을 타고 도주를 시도했다.

“항복한 병사들을 관리하라! 산으로 도망친 놈들을 추격하지 마라!”

원매가 명령을 내리자, 고람, 여광 등 장수들이 잇달아 같은 명령을 내렸다. 곳곳에서 저항하던 소수의 무리는 곧바로 격살 되었다. 두장의 죽음을 알아차린 노관이 괴성을 지르며 원매에게 달려들었다. 원매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의 칼을 슬쩍 피한 다음 반월도로 단칼에 목을 베어 버렸다. 분노하여 이성을 잃은 노관을 노련하게 처리한 것이다.

원매가 말을 타고 돌아다니자, 사마구와 일백 호위대는 눈을 크게 뜨고 철통같은 경계를 하였다.

“도독. 저쪽에서 잠시 쉬십시오. 이제 전투는 끝이 났습니다.”

사마구의 우렁찬 목소리를 듣고 나서야 전투가 끝이 났음을 알아차렸다. 그만큼 긴장했다. 원매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사마구가 안내해 주는 자리에 털썩 앉았다. 사마구가 원매의 반월도를 깨끗하게 닦아서 칼집에 넣어 다시 돌려주었다.

“이건 누구한테 배웠느냐? 나한테 아부하는 것이냐?”

“존경심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왜 그리 삐딱하게 보십니까?”

“크크크······. 그래 고맙구나. 오늘도 이 칼에 수많은 목숨이 날아갔어. 아무리 난세라지만 결코 기쁜 일은 아니지.”

“패자覇者의 길을 가는 것을 후회하십니까?”

원매는 고개를 흔들어 사마구의 말을 부정했다.

“그럴 리가 있겠느냐? 다만 사람을 죽이는 것이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필요하면 언제든지 칼을 휘두를 준비가 되어 있다. 잠시 혼자 있고 싶구나.”

원매가 눈을 감으며 입을 다물자, 사마구도 입을 다물고 호위병들에게 경계를 강화할 것을 지시했다.

‘두장. 대단한 장수였어. 그의 무기가 대도였다면 고생을 했을 것이다. 어찌 되었든 또 한 명의 난적을 물리쳤다.’

이때 그의 눈앞에 상태창이 떠올랐다.

[원매(23)]

무력:91(100), 지력:84(90), 정치력:52(60), 통솔력:65(80)

무력2, 통솔력 10이 올랐다. 실전을 통해 강력한 두장을 꺾고 수많은 병사를 죽인 결과였다. 군대를 직접 움직이고, 장수들을 이끌어 승리하니 통솔력은 10이 올랐다. 여전히 갈증이 나는 능력치였다.

‘언제쯤 무력 100에 올라설 것인가? 이렇게 되고 보니 정치력을 낮게 잡은 것이 아쉽구나. 정치력이 뛰어난 인재들을 보강해서 보완하면 되겠지.’

원매는 눈을 떴다. 무력이 90을 넘어서자 89일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말로는 설명하기 힘든 무언가가 몸속에 생성된 느낌이었다. 그가 조용히 전투를 되새기고 있을 때, 고람이 찾아와 군례를 올렸다.

“도독. 기뻐하십시오. 대승을 거두었습니다. 흑산적 3천이 죽었고, 7천을 포로로 잡았습니다. 아군은 보병 1천 2백, 기병 2백이 죽거나 크게 다쳤습니다. 기병이 워낙 강하게 타격한 덕분에 적은 손실로 큰 승리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1천 4백이 죽거나 크게 다쳤군. 역시 전투는 만만치 않아. 고장군. 죽거나 다친 병사들은 고도현으로 돌아가거든 가족들에게 경제적 보상을 확실히 해주도록 하시오. 장수들은 모두 괜찮소?”

“일방적인 전투였기 때문에, 장수들은 크게 다치거나 죽은 자는 없습니다. 그들은 단단한 갑옷을 입었을 뿐만 아니라, 호위병들로부터 보호를 받지 않습니까? 이처럼 일방적인 전투라면 죽는 경우는 드뭅니다.”

“알겠소. 장수들의 공을 자세히 파악해서 정확하게 보고하시오. 천천히 보고해도 상관없소. 그리고······. 항복한 흑산적은 어찌하면 좋겠소? 왠지 골치 아플 것 같은데.”

“그렇습니다. 수도 많고, 두장을 비롯하여 장수들이 죽었으니 골치 아픈 것은 사실입니다. 일단 상태를 살피면서 회유를 하고, 기가 세고 다루기 어려운 놈들은 한군데로 모아야 합니다.”

“그걸 누가 맡으려고 할까?”

“위사마(위연)의 공이 으뜸입니다. 그를 교위로 승진시키시고 그에게 맡기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사병 출신이라 병사들 심리도 잘 파악하고, 무력이 워낙 대단하니 그가 눈을 부릅뜨면 고개를 숙입니다. 제가 봐도 어떨 땐 섬뜩합니다.”

“알겠소. 수고해주시오.”

고람이 군례를 올리고 물러나자, 위연을 호출했다. 위연은 온몸에 묻은 피를 대충 닦고는 원매 앞에 섰다. 머리까지 피를 뒤집어썼기에 악마나 다름없이 흉포해 보였다. 원매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후방에서 전력을 다해 흑산적을 물리치면서 많은 병사를 구했다고 들었다. 네 공이 참으로 크구나.”

“힘들긴 했지만 못 버틸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제가 후방에서 악전고투를 벌여서 병사들의 목숨을 조금 더 구할 수 있었습니다. 그걸로 만족합니다.”

“그래. 공이 큰데도 겸손하구나. 나는 그것이 마음에 든다. 그래서 이번에 교위로 임명할까 하는데, 어떠냐? 할 수 있겠느냐?”

사마에서 교위로 승진한다는 말에 위연의 두 눈이 동그라졌다. 진급이 너무 빨랐기 때문이었다.

“왜. 말이 없는 것이야. 싫은 것이냐? 아니면 교위를 감당키 어려운 것이냐?”

“감사합니다. 충성을 바치겠습니다.”

위연이 즉각 한쪽 무릎을 꿇으며 범종 같은 큰 소리로 대답했다. 원매가 싱긋 웃었다.

“그래. 그 자신감이 참으로 좋구나. 이번에 항복한 흑산적 중에서 기가 센 놈들을 너에게 맡기려고 한다. 할 수 있겠느냐?”

“물론입니다. 자랑이 아니라 그런 악질적인 놈들은 제가 아니면 힘듭니다. 걱정하지 마시고 맡겨주십시오.”

원매는 당당한 위연의 대답을 듣고는 웃음을 터트렸다. 그를 일으켜 세우고는 다시 한번 공을 격려한 후,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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