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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웅 삼국지 - 원소 셋째 아들 천하를 품다-21화 (21/253)

# 21

제 21장 흑산적전투黑山賊戰鬪. 3-2

파재가 원매에게 달려가 상황을 보고 하고 있을 때쯤, 두장산 장연치소.

“이것이 무엇이냐? 파재 그 죽일 놈이 왜 손경이 있는 발두산으로 온 것이냐?”

장연이 소리치자, 전령은 잘못이 없는데도 두려움에 납작 엎드려 떨며 급히 대답했다.

“왕소두령께서 말하기를 파재가 손두령을 설득하고 있다고 합니다. 파재는 원매의 휘하로 들어갔는데, 손두령을 설득하여 데려가려고 하는 것 같다며 빨리 군대를 보내달라고 했습니다. 늦으면 더 손을 쓸 수 없다고 서둘러 달라고 했습니다.”

“이런 개자식을 보았는가? 원가 이 자식들은 내게 도움이 안 되는구나. 두장은 어디 있느냐?”

“예. 대두령 찾으셨습니까?”

“네가 군대 1만 5천을 이끌고 가서 손경을 확실히 단속해. 혹여 다른 마음을 품었다면 즉시 보고하고. 정말 그렇다면 가만두지 않겠어.”

“즉시 출발하겠습니다.”

두장이 신속히 복명하여 물러나 요란하게 소리치며 병사들을 점고하기 시작했다. 두장이 양두산에서 군대를 이끌고 내려오고 있었고, 원매가 모든 병력을 인솔하여 북쪽으로 향하면서 상당군에서는 서서히 피의 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원매도 고도현 치소에 5백을 남겨두고, 보병 1만 3천, 기병 1천 6백을 이끌고 소하서로 출병했다. 소하서는 고도현에서 발두산의 중간지역에 있는 지역이었기에 기병이 하루, 보병은 이틀 만에 도착했다. 원매는 기병을 이끌고 먼저 도착하여 지형을 살폈다.

원매는 조독, 장의, 문칙, 등지를 데리고 시산, 소하서, 하옥, 공필 일대를 말을 타고 이동하며 꼼꼼하게 살폈다. 한시진(두 시간)에 걸쳐 지형정찰을 마치고 잠시 자리를 잡고 앉자, 등지가 계책을 진언했다.

“이곳은 심하를 따라서 좁게 계곡이 형성되어 있으며, 소하서 일대가 그나마 넓습니다. 보병을 둘로 나누어 시산, 하옥 일대의 좁은 계곡을 막아야 합니다. 장연군이 북쪽에서 내려올 텐데, 그들은 소하서에 들어서야 비로소 우리 군대가 보일 것입니다. 이때 기병을 공칙 일대의 산속에 매복해 놓았다가 후방을 기습하면 손쉽게 승리하리라 예상됩니다.”

“저들이 정찰병을 내보낸다면 우리 보병이 매복해있음을 알 터인데, 그리 쉽게 되겠는가?”

“만약 철저하게 정찰을 한다면 우리 군이 매복한 것을 알아차릴 것입니다. 그래도 본대는 공필에 들어섰겠지요. 그때 기병을 이용해서 뒤를 급습하면 됩니다. 이를 신호로 보병이 다시 진군하여 싸운다면 공필 일대에서 전투가 벌어지는 셈이 됩니다. 소하서 전투가 최선이지만, 공필에서 싸우더라도 크게 나쁘지 않습니다.”

“어차피 기병으로 흔들어 놓고 보병으로 마무리 할 것이니 공필이나 소하서나 문제 될 것이 없다. 이건가?”

“그렇습니다. 어떻습니까?”

원매는 등지의 계획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를 하고는 명령을 내렸다.

“조독! 장의! 기병 1천을 이끌고 공필 좌측 산속에 매복해있다가 내가 호각을 불어 신호를 보내면 산에서 내려와서 장연군을 공격하라. 지금부터 매복을 시작해!”

“명을 따르겠습니다.”

조독과 장의가 기병을 이끌고 산으로 향하자, 원매가 문칙을 바라보았다.

“문칙. 자네는 기병 5백을 이끌고 공필 우측의 산속에 매복하게. 나는 나중에 기병 1백을 이끌고 합류하겠네. 어서 먼저 가서 준비해.”

“예. 도독. 명을 따르겠습니다.”

문칙마저 매복 장소로 이동하자, 이제 원매 곁에는 등지와 사마구 기병 1백이 남았다. 원매는 다시 말을 몰아 소하서로 향했다. 다시 한번 꼼꼼하게 살펴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소하서가 좀 더 적당하겠어. 저들을 반드시 소하서로 끌어들이려면 어찌하는 것이 좋을까?”

“이곳은 산이 깊고 험해서 일, 이천은 몰라도 5천이 넘는 군사를 매복하기는 힘듭니다. 설령 매복한다 하더라도, 일시에 내려와야 하는데, 병력이 많아서 천천히 내려올 수밖에 없다면 매복의 의미가 사라집니다.”

등지의 진언을 듣다가 원매의 머릿속에 반짝하고 계책이 떠올랐다.

“이렇게 하는 것은 어떤가? 시산, 하옥 일대에 방책을 치고 5백만 배치하는 거야. 본대는 후방에 배치하는 것이지. 그렇다면 병력이 많지 않다고 판단하고 그대로 진군하지 않겠는가?”

“좋은 계책입니다. 그러면 시간을 잘 맞추어야 합니다.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5백의 병사들이 저들에게 몰살될 수도 있으니까요.”

“그건 자네가 연구해봐. 적당한 거리만 유지된다면 충분할 거야.”

“예. 도독.”

등지는 군례를 올린 후 10명의 기병을 호위기병 삼아 시산 일대로 달려갔다. 다시 지형을 정찰하고, 시간대를 맞추기 위해서였다. 원매는 사마구를 돌아보았다.

“어떠냐? 뭔가 느끼는 것이 있느냐?”

“흑산적도 많이 굶주려 있을 것입니다. 그들은 항상 배가 고픕니다. 어떨 때는 많이 먹지만, 대부분은 제대로 못 먹으니까요. 그래서 말인데, 향이 강한 음식을 소하서 일대에서 크게 요리를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냄새가 계곡에 진동할 것입니다. 병사들은 먹을 것 때문에 흥분하게 되고, 그러면 통제하기 어려워집니다.”

“이 휑한 골짜기에서 그렇게 요란하게 음식 냄새가 난다면 의심하지 않을까?”

“그건 도독께서 진짜 배고픔이 뭔지를 모르시기 때문입니다. 배가 고프면 사람도 잡아먹습니다. 냄새가 나면 궁금해서라도 소하서로 들어서게 됩니다. 아- 뭐라 말은 못 하겠는데, 아무튼 오랫동안 제대로 먹지 못한 사람에게는 먹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그제야 원매도 사마구의 말이 이해가 되었다. 지금은 워낙 난세라 굶어 죽는 판국이니 대부분 백성이나 도적들이 만성적인 굶주림에 시달려 대부분 영양실조이다. 그들이 먹을 것에 집착하는 것을 원매로서는 완전히 이해한 것은 아니었지만, 어떤 것인지는 알 수 있었다. 그는 깊게 생각을 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갈수록 영특해지는구나. 네 계책대로 시행하마.”

하루가 지나자 고람, 여광이 이끄는 보병들이 도착했다. 원매는 장수들을 모아서 계책을 설명하고, 하옥 일대에 여광과 5천, 시산 일대에 고람과 8천 5백을 주둔시켰다. 물론 5백을 선두에 배치하여 방책을 쳤고, 나머지는 반 마장(200m) 떨어진 후방에 배치했다. 사마구의 계책인 음식을 요리하는 것은 정찰을 통해 장연군이 나타나면 시행하기로 했다.

원매군이 자리를 잡았을 때, 북쪽에서 손경의 무리가 나타났다. 병사 6천, 부양가족 1만 5천에 이르는 엄청난 규모였다. 원매는 기병들은 그대로 매복 장소에 놓아두고, 고람 등 주요장수들을 거느리고 서하소에서 그들을 반겼다.

[손경(36)]

무력:77, 지력:60, 통솔력:62

[오록(27)]

무력:68, 통솔력:59

“어서 오시오. 손두령도······. 아니지 손교위, 오사마도 이제 내 사람이니 내가 보호하겠소. 어서 백성들과 병사들을 데리고 고도현으로 가시오. 지금은 전투를 준비해야 하니 인사는 나중에 합시다.”

“도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원매는 직접 다가가 손경과 오록의 손을 잡고는 격려했다. 그는 기병 10명을 추려서 손경을 안내하도록 명령했다. 전투가 곧 있을 것이라서 많은 병력을 빼는 것이 힘들었다. 고도현으로 가면 두기가 무리 없이 처리할 것이다. 손경의 무리가 워낙 많았기에 지나가는 데만도 많은 시간이 걸렸다.

발부산 전 손경치소.

“이 개자식이 진짜로 원매와 배가 맞아서 도망갔구나! 죽일 놈 같으니라고!”

두장이 전 손경치소로 군대를 이끌고 들어왔지만, 손경의 무리가 없고 텅 빈 것을 확인하자 뒷골이 당기는 것을 느꼈다. 그가 집기를 집어 던지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을 때, 소두령 한 명이 급히 달려왔다.

“두령님, 왕두령을 찾았습니다. 그는 몸이 안 좋아서 자신의 처소에 누워있습니다.”

“뭐라? 멀쩡하던 사람이 왜 갑자기 몸이 안 좋단 말이냐?”

“저······. 그것이 손두령에게 구타를 당했다고 합니다.”

“이제야 모든 것이 밝혀지는구나. 손경이 원매에게 붙으려고 왕당을 두드려 팼어. 참으로 나쁜 놈이로구나. 부하를 붙여서 왕당을 대두령께 보내고, 지금 즉시 출병준비를 서둘러라! 가족들과 함께 움직인다면 늦을 것이니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다.”

“예! 즉시 시행하겠습니다.”

두장의 명령에 흑산적 1만 5천의 무리는 급히 심수를 따라 남하하기 시작했다. 두장은 급히 행군하면서도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이곳은 흑산적의 영역이었기에, 원매가 이곳까지 깊숙이 군대를 이끌고 오리란 것을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공필 근처의 숲.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있던 원매는 사마구가 살짝 어깨를 흔드는 통에 상념에서 깨어났다. 사마구는 말 대신 손가락으로 북쪽을 가리켰다. 그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을 보자 뿌연 먼지가 일어나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원매는 즉시 전령을 조독, 고람, 여광의 부대로 나누어 보냈다. 이제 전투가 시작된다고 생각하자 조금씩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고람과 여광이 잘 막아줘야 할 텐데.’

두장의 군대가 공필 일대로 들어서자, 향이 강한 음식 냄새에 병사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코를 벌름거리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두장은 순간 불길한 마음이 솟구쳤다. 이 휑한 산골짜기에서 이렇게 강한 음식 냄새가 나는 것이 못내 의심스러웠다.

“멈춰라!”

두장의 명령에 긴 호각소리가 이어지며 선두부대가 정지했다. 선두부대를 지휘하던 횡옥이 급히 두장에게 달려왔다.

“왜 그럽니까?”

“아무래도 수상하다. 여긴 사람도 얼마 안 사는 깊은 골짜기인데, 이렇게까지 강한 음식 냄새가 나는 것이 수상하지 않느냐? 너는 어찌 생각하느냐?”

“두령의 말을 듣고 보니 그렇긴 한데요 ······. 저는 잘 모르겠네요. 그런데 지금 병사들이 음식 냄새를 맡고는 환장을 해서 자꾸 앞으로 나가려고 하는데요.”

“이놈들이······. 그렇게 생각이 짧단 말이냐?”

“항상 배고프지 않습니까? 솔직히 저놈들 중에 오장, 십장 이상이나 되어야 밥을 제대로 먹지 그 밑에 놈들이야 굶기를 밥 먹듯 하죠. 그러니 당연하죠.”

“아무튼, 멈춰라. 내가 본대를 보내서 정찰하고 그 후에 움직여야겠다.”

횡옥이 다소 못마땅한 표정으로 군례를 올리며 돌아갔다. 두장이 전군을 공필 일대에 멈추게 하고 정찰병을 보낼 때, 그의 군대는 연신 코를 벌름거리며,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각(약 30분)이 지나자 정찰병들이 돌아왔다.

“적이 얼마 없습니다. 시산, 하옥 일대에 몇백씩 모여 있는 게 다입니다. 그 앞에서 크게 가마솥을 걸고 요리를 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식사하려고 그러는 게 아니겠습니까?”

병력이 얼마 없다는 생각에 두장은 자신감이 생겼다. 뭔가 미심쩍기는 했지만, 병력이 몇백이라면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두장은 1만 5천이니 설령 몇천의 매복이 있더라도 이길 수 있을 것이다.

“다시 전진하라! 서둘러라!”

두장군이 다시 전진하고 있을 때, 위연이 5백의 결사대를 이끌고 시산 일대를 막아서고 있었다. 멀리서 소하서로 들어서는 두장군이 보였다.

“모두 잘 들어라! 방책이 있으니 충분히 버틸 수 있을 것이다. 저들을 막는 동안 후방에서 고장군이 본대를 이끌고 올라올 것이고, 도독께서 기병을 이끌고 저들을 후방을 치면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 승리할 수 있으니 마음을 단단히 먹어라! 알겠느냐?”

위연의 냉엄한 명령에 병사들이 일제히 소리쳤다. 위연은 오장 출신으로 오래 있었기에 병사들의 마음을 잘 알았다. 평소에는 잘 대해줬지만, 이럴 때는 엄하게 대했다. 그래서 병사들도 위연을 좋아하면서도 어려워했다.

위연이 대도를 쥐고 앞을 바라보면서 으르렁거렸다.

“어서 오너라! 모조리 죽여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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