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웅 삼국지 - 원소 셋째 아들 천하를 품다-17화 (17/253)

# 17

제 17장 두기杜畿

원매가 치소를 나오자 사마구가 호위병과 함께 말을 끌고 왔다.

“군영으로 가자!”

원매는 사마구와 호위기병을 이끌고 업성을 나와 고람군영으로 말을 몰았다. 거침없이 말을 타고 달려가는 동안 원매의 생각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군사를 얼마나 지원해 줄지는 모르지만 지원은 반드시 될 것이다. 상당군 남쪽을 얻는다면 관중과 중원을 잇는 중요한 길목을 확보하는 셈이 된다. 이제 겨우 한 개를 얻었구나. 시작이다. 누구도 내 앞길을 막아서지는 못할 것이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새 고람군영에 도착했다. 말을 세우고, 사마구의 호위를 받으며 곧장 등지의 막사로 향했다. 두기에게 연통을 보냈다고 했는데 소식이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문사들은 어찌 얻기가 이리 힘들단 말인가? 두기를 얻는다면 이정도 수고로움이야 감수해야 하겠지.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쉬운 일이 하나도 없구나.’

막사로 들어서자, 죽간을 들고 이리 저리 고민하던 등지가 원매를 발견하고는 벌떡 일어섰다.

“어서 오십시오.”

“그래 흑산적에 관한 첩보를 얻는 일은 잘되고 있는가?”

“한 열흘정도 더 알아보고 보고를 드리겠습니다. 거의 마무리가 되어갑니다.”

등지는 원매를 바라보고는 선한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두백후(두기)가 궁금해서 온 것입니까?”

“그렇지. 소식이라도 있는가? 빨리 만나고 싶군. 꼭 필요한 인재란 생각이 들어.”

“그가 공자님을 시험해보고 높은 직위를 요구한다면 어쩌시겠습니까? 능력이 뛰어나지만 윗사람이 볼 때는 어떤 면에서 불편한 자입니다.”

“능력과 충섬심. 두 가지만 있다면 해줄 수 있는 선에서 다해줄 생각이야. 구더기 무섭다고 장을 담그지 못한단 말인가?”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금전을 요구하면 어쩌겠습니까?”

원매는 눈살을 찌푸렸다. 두기가 정말 그런 인물이라면 실망스러웠기 때문이었다. 잠깐 생각을 하고는 입을 뗐다.

“정말 그렇다면 사정을 들어볼 것이네. 타당하다면 그리 해줘야지. 좀 실망스럽긴 하겠지만 능력이 된다면 반드시 쓸 것이야. 가장 중요한 것은 능력이야. 무능력한 자는 절대로 안 돼.”

등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자신의 예상한 대답이 나왔다. 등지는 공손히 손을 앞으로 모아 원매에게 죄를 청했다.

“공자님. 제가 감히 공자님을 시험했습니다. 용서해주십시오.”

무슨 뜻인지 몰라 어리둥절하는 원매를 제쳐두고, 등지는 고개를 뒤로 돌렸다.

“이정도 말씀하셨으면 알아들었지 않았는가? 어서 나와서 예를 갖추시게.”

허름한 옷을 입고 의자에 쭈그리고 앉아 있던 자가 천천히 일어섰다. 그는 형형한 눈빛으로 원매를 응시하고는 깊숙이 허리를 꺾었다.

[두기(33)]

지력:74, 정치력:87, 통솔력:66

※ 두기는 하동태수, 사례교위, 상서를 역임했다. 진수는 너그럽고 용맹하며, 백성들에게 은혜를 베풀었다고 기록했다.

역시 정치력이 높다. 정치를 하는데, 큰 역할을 할 인재임이 틀림없다. 원매는 능력치를 확인하자 가슴이 뛰는 것을 느꼈다.

“처음 뵙겠습니다. 두기, 자는 백후라고 합니다. 백묘(등지)로부터 공자님의 말씀을 전해 들었지만, 이 시대에 맞지 않는 혁신적인 발상이라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하여 변복을 하고 몰래 공자님의 의중을 엿들었습니다. 용서해주십시오.”

“잘 왔소. 이런 시험이라면 몇 번이라도 괜찮소. 나는 예법보다 오로지 능력이오. 그대가 능력이 되면 출세 길은 열려있다고 할 수 있소. 물론 실력이 없다는 것이 드러나면 출세는커녕 그 자리에서 쫓겨날 것이오. 이게 내 인사방침이오.”

“당연합니다. 어찌 실력도 없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겠습니까? 결코 실망시켜드리지 않겠습니다.”

“정말 형편이 어려운 것은 아닌가? 필요하면 모두 말하시게.”

“여유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봉록을 주실 터인데, 그것이면 충분합니다. 공자님의 말씀이 믿어지지 않아 잠시 의중을 엿보기 위해 그런 말을 했습니다.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아냐. 아냐. 필요하면 눈치 보지 말고 말하게. 그리고 자네 가족들도 이리로 데려오게. 그리고 다음 달이면 손경을 토벌해야하니, 여기 백묘와 함께 계책을 연구하게. 이게 자네에게 내리는 첫 번째 임무야.”

“명을 따르겠습니다.”

“저녁때 백묘(등지)와 같이 식사를 하면서 이야기를 마저 하도록 하지.”

원매는 다시 한 번 두기를 위로하고는 막사를 나왔다. 그는 속으로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일이 풀리려니 한 번에 풀리고 있는 것이다. 두기는 두서의 아버지인데, 두서의 아들이 그 유명한 두예이다. 이런 면에서는 미래를 안다는 것이 대단한 축복인 것이다.

그는 곧바로 고람을 찾았다. 고람은 군사를 총 지휘하며 전체적인 전술운용을 병사들에게 가르치고 있었다. 고람의 지휘를 받아 전예를 비롯한 교위, 사마들이 일제히 군대를 움직였다. 일만에 이르는 기병/보병이 움직이는 모습은 실로 장관이었다.

원매는 그런 고람을 방해하기 싫어서 조용히 훈련모습을 지켜보았다. 훈련은 한 시진(두 시간)이나 지속되었다. 고람은 뒤늦게 원매를 발견하고는 전예에게 병사들을 휴식시키게 하고, 지휘를 맡겨 놓은 후에 달려왔다.

“공자님. 오셨으면 말씀을 하시지 않고요.”

“저렇게 많은 보병과 기병을 지휘하는 모습은 오늘 처음 보았는데 참으로 멋있었소. 조금도 지루하지 않았소. 내가 방해를 한 것은 아니요?”

“한 시진을 넘게 훈련했습니다. 휴식도 필요합니다. 전국양(전예)이 아주 영리하니 제가 잠시 자리를 비우더라도 충분히 역할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하실 말씀이 있으십니까?”

“아버님의 명령이 내려왔소. 저녁때 장수들을 모두 모아주시오. 군사를 얼마나 지원해 줄지는 모르지만 지원은 분명히 있을 것이오. 상당군 남부의 세 개현을 일단 확보했소. 그리고 나는 하동태수겸 사례도독을 제수 받았소.”

“영전을 축하드립니다. 공자...... 아니지. 음- 어떻게 불러드리는 것이 좋겠습니까? 태수보다는 도독이 더 나을 듯합니다만.”

“도독으로 합시다. 아주 마음에 들어.”

“알겠습니다. 도독. 한시진정도 훈련을 하고 난후에, 제 막사에 모든 장수들을 모이게 하겠습니다. 그때까지 잠시 다른 일을 하시다가 제 막사로 오십시오.”

“그래. 난 고장군의 이런 면이 좋아. 항상 일이 먼저야. 지금의 이런 마음은 변치 말게. 상관 눈치 보느라고 일을 게을리 하는 것은 절대 안 돼. 알겠지?”

“물론입니다. 그럼.”

고람은 원매에게 예를 갖춘 후, 병사들을 훈련시키러 다시 망루로 올라섰다. 원매는 싱긋 웃으며 사마구와 다른 망루로 향했다. 그가 같이 있으면 고람에게 방해가 될듯하여 다른 곳으로 향한 것이다.

원매는 사마구가 제공해주는 의자에 앉아 병사들의 훈련모습을 봉영에게 배운 병법과 대조하며 분석하기 시작했다.

‘저것이 진법이란 것인가? 특히 기병을 이용한 추행진은 참으로 위압적이구나. 어린진, 학익진 모두 위력적이었어. 둘 다 불시의 기습을 받는다면 위험한 만큼 항상 대비를 해야겠구나. 오늘 진형에 대해서 많은 공부가 되었어.’

훈련이 거의 마무리가 되어가자, 원매는 고람의 막사로 향했다. 상석에 잠시 앉아 생각을 정리하고 있을 때, 장수들이 하나둘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두기와 등지도 함께 했다. 두기, 등지를 가까이 앉히고는 고람부터 장수들을 순서대로 앉혔다.

“오늘 훈련하는 모습을 보니 참으로 든든하군. 믿음직해. 오늘 아버님을 뵙고 오는 길이야. 하동군태수겸 사례도독을 제수 받았고, 군사를 지원해주기로 약조하셨네. 또한 상당군 남부를 얻었어. 이제 손경만 토벌하면 돼.”

“감축 드립니다.”

“모두 자네들이 애쓴 결과야. 지금까지 힘들었지만 힘을 내자고. 이 사람은 두기야. 오늘부터 이곳에서 함께 일 할 것이야.”

원매가 눈짓을 하자, 두기가 일어나 원매에게 예를 표한 후, 입을 열었다.

“두기, 백후라고 합니다. 아직 부족한 것이 많습니다. 많은 가르침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짝짝짝--

원매가 박수를 치며 환영하자, 장수들이 일제히 박수를 쳤다. 박수소리가 가라앉자, 원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주군께서 과분하게도 하동군태수겸 사례도독을 제수하셨어. 이번 가을에 손경을 격파하고, 내년 봄에 하동군으로 들어갈 거야. 상당군 남쪽인 양아, 고도, 현씨 세 개현을 얻어냈어. 양아현 북쪽 발구산 일대에 손경이 버티고 있으니, 9월에 양아현으로 이동한다. 그리 알고 지금부터 각자 맡은 임무를 수행하게. 필요한 것이 있으면 망설이지 말고 언제든지 보고해.”

“도독을 제수 받으심을 감축 드립니다.”

고람이 다시 한 번 축하인사를 올리자, 장수들이 일제히 군례를 올리며 축하했다. 원매는 손을 들어 그만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의 표정은 약간 쑥스러운 듯 했다. 두기가 빠르게 진언을 올렸다.

“지금 손경에 대한 첩보를 수집하고 계략을 수립하는데, 저와 백묘가 동시에 매달리고 있습니다. 도독의 말씀을 듣고 보니, 이는 시간 낭비입니다. 손경은 백묘가 맡고, 하동군에 대한 것은 제가 맡아서 처리하겠습니다.”

“그래? 자네 하동군을 잘 아는가?”

“물론입니다. 그곳의 태수인 왕읍은 물론이고, 간신 위고, 범선도 모두 인연이 있습니다. 위고, 범선을 처리하면 왕읍은 도독께 귀부할 것입니다. 왕읍은 동탁, 이각의 폭정 속에서도 백성들을 위해서 노력한 훌륭한 관리입니다.”

“그렇다면 반드시 내 사람으로 만들어야겠어. 그 정도의 인재이면 하동군태수를 계속 유지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백후(두기). 자네는 지금부터 하동군에 매달리게. 백묘(등지). 백후 없이 혼자서 괜찮겠는가?”

“물론입니다. 실망시켜드리지 않겠습니다.”

등지가 자신감을 피력하자, 원매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는 파재가 입을 열었다.

“손경을 칠 때, 기병으로 저들의 중심부를 쳐서 와해시키고 병사들과 가족들을 모조리 귀부시키는 것은 어떻습니까? 그들도 먹고 살기 힘들어서 그리된 것입니다. 그들이 귀부하면 제가 책임지고 그들을 달래보겠습니다. 그리만 된다면 도독께도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좋은 생각이야. 앞으로 2달이 조금 안 남았으니, 여기 백묘와 함께 계획을 만들어보세. 이후로도 항복한 흑산적이 하동군에서 제대로 정착한다면 다른 흑산적과 백파적을 귀부시키는 일도 순조로울 것이야. 그들이 무슨 죄가 있겠는가? 목구멍이 포도청이니 그런 것이지.”

파재의 제안을 흔쾌히 수락하자, 이번에는 전예가 입을 열었다.

“개활지로 유인한 후, 보병과 기병을 이용해서 강력하게 밀어 붙여야 합니다. 그러다가 한쪽으로 퇴로를 열어주면 그들은 그리로 도망칠 것입니다. 물론 퇴로도 미리 매복을 준비해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만 된다면 퇴로마저 막혔다는 절망감에 항복할 것입니다.”

“좋은 생각이야. 문제는 저들을 개활지로 이끌어 내는 것이 되겠군. 그것을 연구해보게. 지금처럼 의견이 있으면 망설이지 말고, 제시해. 난 언제든지 들어줄 준비가 되어있어.”

“예. 도독!”

원매와 장수, 책사들은 그날 밤늦도록 의견을 교환하며 계책수립에 공을 들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