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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웅 삼국지 - 원소 셋째 아들 천하를 품다-8화 (8/253)

# 8

제 8장 힘을 키우다-5-1

고람은 신병 4백을 확충하여 위연에게 맡겼고, 그에게 임시로 사마직책을 부여했다. 고람이 사마직책을 내릴 수는 없었기에 임시변통이었다. 위연은 과거를 기억하며 병사들에게 다가갔다. 필요한 부분은 엄하게 다그쳤지만, 다른 부분에서는 관대하게 대하면서 그들의 마음을 얻어갔다.

이곳에 온지도 벌써 한 달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간 봉영에게 배운 병법을 바탕으로 군사들을 직접 지휘하고, 수련을 거듭했지만 무력은 89에서 정체되어 더 이상 오르지 않았다. 아무래도 실전을 통해서 오를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요즘 들어 원매는 권투에 집중하고 있었다. 수련을 하면서 계속해서 모래주머니를 쳤었기에 그의 주먹은 단단해졌고, 주먹을 휘두를 때는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났다. 가상의 적을 상대로 가볍게 주먹을 뻗고, 피하는 동작을 반복했다. 오랜 시간의 수련을 통해 상당히 부드럽게 연결되고 있었다.

휘익-

휘익-

춤을 추듯 처음 보는 특이한 원매의 행동을 고람이 신기한 듯 지켜보았다. 한참을 연습하던 원매가 씩 웃으며 그를 돌아보았다.

“할 말이 있으시오?”

“특별한 것은 없습니다. 그게 무엇입니까? 박투 같긴 한데, 좀 색다르군요?”

“권투라고 합니다. 맨주먹으로 싸울 때는 이거만한 것이 없습니다.”

고람은 언뜻 이해가 가지 않아서 고개를 갸웃했다. 원매가 빙긋 웃었다.

“이해가 안 되는가 보군. 박투를 잘하는 병사들을 데려와 보시오.”

고람은 괜히 일이 커지는 것은 아닌가? 우려스러운 면서도 원매가 호언장담한 권투라는 것이 궁금했다. 그는 못이기는 척하며 박투에 능한 체격이 좋은 병사들을 불러 모았다.

“공자님 괜찮으시겠습니까?”

“자 한명씩 나와 봐.”

원매는 긴 헝겊으로 손을 둘러싸며 소리쳤다. 8척은 돼 보이는 병사가 군례를 올리고는 자세를 잡았다.

“간다!”

원매가 소리치며 신속하게 두 걸음 앞으로 나가며 병사의 안면에 가볍게 오른손, 왼손으로 두 방을 집어넣었다. 가벼워 보였지만 정확하게 힘이 배분되어 안면에 적중하자 미처 대비하지 못했던 병사는 얼굴을 흔들며 휘청였다. 원매가 그대로 달려들어 비어있는 옆구리에 한방을 쑤셔 넣었다.

“허억-”

숨 막히는 소리를 내며 병사는 털썩 주저앉았다. 고람은 벌떡 일어섰다. 믿어지지 않았다. 분명히 가벼운 주먹 몇 방에 끝이 난 것이다.

“두 명 동시에 올라와!”

앞에 병사가 쓰러진 것을 보자, 병사들은 긴장한 표정으로 올라섰다. 그들이 자세를 취하며 달려들자, 원매는 옆으로 빠지며 안면에 한방 꽂아 넣었다. 피하려고 했지만 순식간에 강하게 꽂혔다.

빠악-

제대로 힘이 들어간 주먹에 그대로 고꾸라졌고, 옆에 있던 병사가 메다꽂으려고 뒤에서 원매를 꽉 안아들었다. 원매가 머리를 뒤로 젖히며 그의 얼굴에 강하게 부딪치자, 그의 손에서 힘이 풀렸다. 곧바로 몸을 돌려 양 옆구리에 연타를 때려 넣었다. ‘헉-’소리를 내며 주저앉은 그는 고통을 호소했다.

“어떻소? 고장군께서 한번 덤벼보시겠소?”

고람은 원매의 주먹을 제대로 못 봤다. 빠르고 강력한 주먹이었다. 피하고 싶었지만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고람이 원매 앞에 서자, 원매가 두 주먹을 툭툭 치며 입을 열었다.

“조심하시오.”

휘익-

원매의 왼 주먹을 급히 팔을 들어 막았다. 얼얼할 정도로 아팠다. 곧바로 오른 주먹이 날아왔다. 또 팔을 들어 막았다. 연타로 계속 날아오자 이제는 팔이 마비 될 정도였다.

빡-!

힘이 빠진 고람의 팔 사이를 꿰뚫고 원매의 오른 주먹이 그대로 얼굴을 강타했다. 고람이 정신이 멍해지며 급히 물러설 때, 원매가 빠르게 따라붙으며 양옆구리에 연타를 밀어 넣었다. 고람도 허파에서 공기 빠지는 소리를 내며 털썩 주저앉았다.

원매는 고람의 손을 잡아 일으켰다.

“괜찮소?”

“괜찮습니다. 휴우~ 정말 대단하군요. 주먹이 정말 빠르고 강합니다.”

“하하하~ 칭찬 고맙소. 그런데 실전에서 과연 써먹을 수 있을지 모르겠소.”

“전투에서는 도가 부러지고, 떨어뜨리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맨주먹으로 싸워서 무기를 빼앗아야 할 일이 비일비재하죠.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원매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헛짓거리를 한 것은 아니었다. 원매와 고람이 대련을 마친 후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종사관이 달려왔다. 원매에게 할 말이 있는 눈치였는데, 고람을 의식해서 못 끼어들고 있었다.

“말해봐. 무슨 일이야?”

종사관은 예를 표하고는 죽간을 내밀었다.

“봉호군(봉기)께서 급히 전해드리라고 하셨습니다.”

원매는 봉기가 보낸 것이라는 말을 듣고는 죽간을 빠르게 펴고는 꼼꼼하게 읽어 내려갔다. 곧 그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감돌았다.

“좋은 내용입니까?”

원매의 환한 얼굴을 확인한 고람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물론이오. 내 호위군을 이끌 두 번째 인물을 찾아냈소. 어쩌면 내 평생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 될지도 모르겠소.”

“아. 이거 섭섭하군요.”

“잠재력이 높다는 것이오. 어찌 고장군만큼 능력이 뛰어나겠소. 지금 내게 가장 중요한 인물은 고장군입니다.”

“제가 어린아이처럼 보채는 꼴이 되었지만, 공자님께 칭찬을 듣고 보니, 과히 기분이 나쁘지 않습니다. 사람을 보내시겠습니까?”

“내가 직접 가 볼 생각이오. 지금은 공손찬 휘하의 장수인데, 그의 능력을 공손찬이 알아보지 못하고 있소. 덕분에 내게 기회가 왔소. 직접 가서 설득할 생각이오.”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내 몸은 지킬 능력은 있소이다. 일백기병을 이끌고 가겠소. 고장군께서는 계속 신병을 확보해 주시오. 아버님께서 명령을 하신만큼, 필요한 것은 업성에서 지원해줄 것이오.”

“알겠습니다. 최대한 신병을 확보하고, 훈련을 시켜놓겠습니다. 공자님.”

고람이 은근하게 원매를 불렀다. 고람의 목소리가 변하자, 원매는 분위기를 눈치 채고는 급히 그에게 가까이 갔다.

“왜 그러시오?”

“공자님이 큰 뜻을 품고 계시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제가 볼 때 공자님은 청주목사(원담)못지않게 큰 인물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나중에 큰일을 하시게 되면 이 고람도 데려가 주십시오. 꼭 함께하고 싶습니다.”

“고맙소. 내가 고장군에게 부탁하고 싶었던 말이오.”

원매는 너무 기뻐 고람의 두 손을 잡고 흔들었다.

“지켜봐주시오. 이번 가을에 흑산적 토벌 명령이 내려올 것이고, 그것을 성공적으로 수행한다면 나도 새로운 지역으로 부임할 것이오. 그때는 고장군이 반드시 필요하오. 나를 믿어준 만큼 실망시키지 않겠소.”

“영광입니다. 조사마(조독)를 비롯한 모든 장병들은 공자님을 따를 것입니다.”

“고맙소. 정말 고맙소.”

원매는 강력한 원담, 원상을 제쳐두고 자신을 선택해준 고람에게 격정적일 정도로 고마움을 느꼈다. 그간 고람을 얻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던가? 이제는 그가 마음이 변하지 않도록 더욱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원담이 군사적인 능력은 있지만 경솔할 정도로 가벼우며 정치력이 낮고, 원상은 너무 어리기에 최근에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자신을 선택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원담이나 원상을 따른다면 수많은 장수나 책사 중에서 상석을 차지하지 못할 것이지만, 원매에게서는 본인의 노력에 따라서 상석을 차지할 수 있을 것이란 계산도 있었을 것이다. 어쨌든 원매입장에서는 춤이라도 추고 싶을 만큼 기쁜 일이었다.

“고장군. 기병을 8백까지 확충해주시오. 장의를 사마로 올려서, 4백씩 나누어 지휘를 맡기면 지금보다 훨씬 강력해 질것이오.”

“알겠습니다. 업성에서 지원을 해주는 만큼 문제없습니다. 공자님께서 다녀오시는 동안 준비를 해 놓겠습니다. 이번에 가실 때, 장의와 기병 2백을 데려 가십시오. 2백이라면 어떠한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몸을 빠져나올 수 있을 것입니다.”

“고맙소. 고장군. 그럼 부탁하오.”

원매는 고람에게 다시 고마움을 표한 후, 장의를 호출했다.

“장도백. 일백 기병을 이끌고 먼저 출발하여 하간국 국상에게 이 죽간을 전하거라. 그리고 그의 도움을 받아서 전예의 노모 위치를 확인하고, 상태를 파악해라. 아마도 어양군 옹노현에 있을 것이다. 변복을 하고 접근하면 가능할 것이니, 조심스럽게 접근하거라. 약재가 필요하면 약재를, 도움이 필요하면 도움을 주거라. 지금 즉시 출발해!”

“예. 공자님!”

장의가 일백기병으로 먼저 출발하자, 원매는 눈을 가늘게 뜨며 생각에 잠겼다.

‘공손찬이 지금 역경성에 틀어박혀 있으니, 군현의 장악력이 많이 약해졌다. 그들 중에 일부는 벌써 배신을 하고 있는 상황이고. 장의라면 큰 문제없이 접근할 것이다.’

원매가 장의를 먼저 보낸 이유는 이러했다. 전예의 노모에게 필요한 것을 공급해 주면서 전예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였다. 그 후에 원매가 직접 나서서 전예를 설득하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장의를 출발시키고, 하루의 시간차를 두고 원매도 일백기병을 이끌고 출발하려했다. 고람은 근심을 드러내며, 기병을 더 데려갈 것을 건의했고, 원매는 기꺼운 마음으로 받아 들였다. 하여 원매는 기병 2백을 이끌고 하간국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동로는 위군→청하국→하간국으로 이어지는 최단거리로 잡았다. 청하라는 큰 강을 따라 만들어진 길이었기에 방향을 잡기가 매우 편리했다. 낮에는 이동했고, 밤에는 숙영을 하였다. 아직은 기주를 비롯한 중원전지역이 치안이 불안했다. 황건적 잔당이 곳곳에 남아 있었고, 흑산적, 갈피적, 백파적등 수를 헤아릴 수 없는 도적떼가 있었다.

청하국을 지나 하간국 궁고현에 막 접어들자, 현령이 급히 마중 나와 원매를 환영했다. 눈치가 빠른 자였다. 원매는 그에게 고마움을 표하고는 지역상황을 살폈다. 현령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니 난세는 난세였다. 낮에는 그럭저럭 치안이 지켜지지만, 밤이 되면 아직도 외진 곳에서는 도적들이 날뛰었다.

원매는 이런 상황에 기가 찼다. 현령은 원매가 출발할 때, 급히 음식을 장만하여 대접했다. 현령에게 고마움을 표한 후, 원매는 북쪽으로 길을 잡았다. 이곳에는 낮은 언덕이 많았는데, 조심스럽게 진군하고 있을 때, 일단의 무리가 앞을 막았다. 일천에 육박했다. 그들의 눈은 말을 보자 탐욕으로 가득했다.

원매는 실소를 머금었다. 상황판단이 안 되는 미련한 도적놈들이다. 그가 그대로 돌파를 하려고 할 때, 대장인 듯 한자가 앞으로 나섰다. 체격이 웅장했고, 눈매가 매서운 것이 보통 인물이 아니란 것을 한눈에 간파할 수 있었다. 원매는 눈에 이채를 띠었다. 그냥 돌격해서 끝장낼 것이 아니라 가능하면 자기 사람으로 만들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네놈은 누군데 내 앞길을 막는 것이냐?”

원매가 소리치자, 쩌렁쩌렁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상대 장수는 칼을 들어 소리쳤다.

“나는 사마구다. 배가 고파서 사람이라도 잡아먹을 지경이다. 네놈들의 말을 빼앗는다면 당분간 허기를 면할 수 있을 것이다.”

※사마구는 황건적 잔당으로 태산일대에서 관도대전 이후까지 활동하다가 장패에게 토벌되었습니다. 장패가 이공으로 서주자사에 임명된 것을 볼 때, 기록은 없지만 결코 비중이 작은 장수는 아닙니다.

원매는 사마구의 말에 다시 실소를 머금었다. 배고픔이 모든 사고방식을 정지시켜놓은 것이다. 기병들에게 깔려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말을 팔아 배고픔을 면할 생각을 하는 것이다.

“그런가? 싸운다면 말이 많이 상하겠는데, 그럼 자네에게도 손해겠지. 나랑 일대일로 대결을 하는 것은 어떤가? 내가 진다면 말들을 모두 주겠네.”

“어린놈이 배포가 크구나. 죽은 후에 나를 원망하지 말거라.”

“단, 만약에 진다면 나를 따르거라. 평생을 도적질하며 살수는 없지 않느냐?”

“개소리 말아라! 관군이 언제 우리를 사람으로 인정했느냐? 오늘 네놈의 기상이 가상하다만 감히 내게 덤벼든 것은 큰 실수다. 무기를 꺼내라!”

“맨주먹으로 해보겠느냐?”

“킄킄킄.... 살다 살다 별 미친놈을 다보는 구나. 곱상하게 생겨서 미쳐가는구나. 좋아. 죽여주지.”

원매와 사마구는 앞으로 나와 대치했다.

[사마구(33)]

무력:81, 통솔력: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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