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
제 6장 각성-3-3
원매가 집으로 돌아오자, 집사가 반가움을 나타내며 문을 열어 주었다. 곧이어 황옥, 봉영도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들은 원매가 늦지 않게 온전히 도착하자 매우 안심한 표정이었다. 그전에 피가 잔뜩 묻은 모습으로 들어왔을 때 얼마나 놀랐을까를 생각하니, 원매는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상공. 아버님께서 와 계십니다.”
“장인어른께서?”
원매는 급히 사랑채로 발길을 옮기자 봉기가 마루에 나와 앉아있었다. 봉기는 원매가 그전에 비해 더욱 당당해진 모습으로 나타나자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현옹(원매). 고람에게 다녀오는 길인가?”
“그렇습니다. 장인어른. 무탈하셨습니까?”
“자~ 이리 앉게. 내가 고람에게도 듣고, 영이(봉영)에게서도 들었네. 자네 정말 대단하다고 칭찬이 자자하더군. 암. 그래야지. 그래야 내 사위지.”
봉기는 연신 웃음을 터트리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간 딸을 시집 잘못 보냈다고 얼마나 한탄을 하며 원매를 원망했던가? 이제는 원매가 자랑스러웠다.
“조만간 주군(원소)께서 자네를 부르실 것이야. 내가 그간 보고를 많이 하면서 자네 이야기를 많이 해놓았어. 자네에 대한 실망감도 많이 누그러졌지. 앞으로는 자네 하기에 달렸네. 예전처럼 주군이 자네를 보고 역정을 내지는 않을 것이야.”
“고맙습니다. 장인어른. 그리고 제가 부탁한 ..... ”
“이 사람아. 뭐가 그리 바쁜가? 알아보고 있으니 조금만 참으시게. 제갈현은 유경승(유표)에게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더군. 거의 마무리가 되어가니 조만간 제갈현 일가가 업성으로 올라 올 거야. 그리고 서서는 찾는데 애를 먹고 있어. 사마덕조(사마휘) 밑에서 공부를 했다고 했는데, 내가 찾는다니까 죄지은 게 있어서인지 몸을 숨겼다는군.”
제갈현을 얻는다는 마음은 기뻤지만, 서서를 얻지 못하자 마음 한쪽이 무거워졌다. 기다리면 인연이 될 것이라 생각을 다잡았다.
“위연은 어찌 되었습니까?”
“신야에서 오장을 하고 있던데, 자네가 찾는 사람이 맞는가?”
“맞습니다.”
“다행이군. 그자는 제안을 하자 바로 승낙을 했어. 혹시나 안 맞으면 어쩌나 했더니 다행이군.”
봉기는 바로 종사관을 불러 무어라 지시했다. 종사관은 급히 자리를 떴다가 돌아왔는데, 거한을 한명 데리고 들어왔다. 거한은 봉기를 보자 넙죽 엎드려 절했다. 봉기가 원매를 돌아보며 거한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자네가 말한 위연일세.”
원매가 고개를 돌려 위연을 바라보자, 그는 급히 엎드려 절하며 소리쳤다. 범종을 울리는 것처럼 엄청나게 컸다.
“소인 위연 현옹공자님을 충심으로 모시겠습니다.”
“일어서게.”
위연이 허리를 곧게 펴며 일어서자, 8척이 넘는 거구였고 눈빛이 매서웠다. 원매가 눈을 들어 담담히 바라보자, 위연은 급히 머리를 숙였다.
[위연(25)]
무력:92, 지력:69, 통솔력:81
정치력이 나오지 않는 것을 보니 50이하가 분명했다. 위연은 한낱 부곡의 사병에서 진북장군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자네와의 자리는 나중에 다시 갖도록 하지. 물러가 있게.”
“예. 공자님.”
위연이 물러가자 원매는 봉기에게 다시 감사를 표했다. 봉기는 주위를 물리치고는 원매를 가까이 오게 했다.
“현보(원상)쪽에서 자네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어.”
“현보가 영특하지만 아직 어립니다. 너무 예민하신 것 아닙니까?”
“현보뒤에는 쥐새끼 같은 심정남(심배)이가 있어. 자네에게 견제를 한다면 그놈의 짓이야. 아무튼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어. 전에도 말했지만 기주에서 인재를 얻으려고 손을 뻗으면 그놈이 알게 될 것이야. 아직은 시기상조이니 조심하게.”
“명심하겠습니다.”
“고람, 조독이 자네에게 큰 호감을 가지고 있으니, 반드시 자네 사람으로 만들게. 나중에 태수나 목사로 갈 때 데려간다면 큰 힘이 될 것이야. 나도 틈이 나는 대로 그들에게 자네에 대해 좋은 말을 하고 있어. 잘 될 거야.”
원매가 다시 한 번 감사를 표하자, 봉기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손주는 언제 안겨 줄 텐가? 설마 우리 영이를 괄시하는 것은 아닐 테지?”
“그럴 리가요?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빨리 자식을 낳아야 어른이 되는 법일세.”
봉기는 그 말을 마치고는 일어섰다. 원매도 급히 따라 일어섰다.
“좀 더 계시다가 가시지요.”
“내가 그리 한가한 사람이 아닐세. 호군직책이 할 일이 많아. 틈이 나면 자네가 호군부로 오게.”
“자주 찾아뵙겠습니다.”
봉기가 집을 나서자, 황옥과 봉영이 나왔고, 봉기와 황옥은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봉기는 봉영에게 다시 한 번 당부를 하고는 집을 나섰다.
원매는 곧바로 위연을 호출했다. 위연은 자신을 찾는다는 말에 부리나케 달려왔다. 그는 매우 긴장된 얼굴로 원매를 쳐다보고 있었다. 어찌 보면 간절한 얼굴 같기도 했다.
“자네 나와 대련을 해보겠는가?”
“네?”
위연은 첫 만남에서 대련을 해보자는 말에 당혹스러웠다. 마음만 그럴 뿐 원매가 움직이자 곧바로 뒤를 따랐다. 원매의 지시에 갑옷을 입고 앞에 놓인 대도를 들었다. 원매도 하인들의 도움을 받아 갑옷을 걸치고, 반월도를 들었다.
위연은 엉거주춤한 자세였다. 어찌 판단해야 할지 몰랐던 것이다. 이때 원매의 날카로운 호통이 들려왔다.
“이번 대련을 통해 자네를 평가하겠네. 만약 실력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다시 신야로 돌아갈 각오를 하게. 능력이 뛰어나다면 내 집에서 머물면서 내 호위무사로 쓰겠네. 나는 꿈이 큰 사람이야. 지금은 호위무사지만 능력만 발휘하면 더 높이 쓸 것이야.”
원매의 말에 위연도 자세를 잡기 시작했고, 무형의 압박감이 쏟아져 나와 원매를 압박했다.
“조심하십쇼. 칼에는 눈이 없습니다.”
“좋아. 정말 좋아.”
원매는 위연에게서 고람보다 강한 압박감을 느끼자 매우 기분이 좋았다.
“타앗-!”
원매가 빠르게 전진하며 반월도를 비스듬히 내리쳤다. ‘윙-’소리를 내며 매섭게 휘어지는 반월도를 보고 위연이 신중하게 받아쳤다. ‘캉-’소리가 나며 원매와 위연이 동시에 물러섰다. 원매가 다시 자세를 잡고는 폭발적으로 반월도를 내리쳤다. 통나무를 쪼개듯 강한기세에 위연이 급히 물러나며 받아쳤다.
위연은 수비만으로는 어쩌기 힘들다고 느끼고는 공세적으로 나섰다. 엄청난 힘과 기술이 절묘하게 혼합된 위연의 도법에 원매는 좀처럼 우위를 잡을 수 없었다. 위연은 고람보다 확실히 한 단계 위의 고수였다. 맹렬하게 덤벼드는 원매를 차분하게 막아서던 위연은 결국 그의 반월도를 허공으로 날려버리며 승부를 결정지었다.
위연이 죽이고자 마음먹었다면 훨씬 빠르게 승부가 났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는 원매였다. 상당히 곤혹스러웠을 것이다. 적당히 수세적으로 대응하기에는 원매의 무력이 너무 막강했다.
“용서하십시오.”
위연은 급히 한쪽 무릎을 꿇었다. 원매는 싱긋 웃으며 위연을 일으켰다.
“자네는 이제부터 내가 어디를 가던 간에 뒤를 따르게. 알겠는가? 그리고 매일같이 대련을 하는 것이 자네에게 내리는 첫 번째 임무야. 할 수 있겠지?”
“명을 따르겠습니다.”
“그래. 자네 자는 있는가?”
“문장이라고 지었습니다.”
“문장. 좋군. 위문장. 아까 잠깐 언급했듯이 나는 뜻이 아주 큰 사람일세. 나와 인연을 맺은 것이 자네에게 행운이라는 것을 확언할 수 있네. 나를 믿고 따라오게.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이야.”
“알겠습니다.”
“자네는 어찌 수련하였기에 이리도 무력이 강한 것인가?”
“가업으로 배우기도 했지만 철저히 실전을 통해서 강해졌습니다. 백 명도 넘는 도적놈들이 제 손에 명을 달리했습니다. 그중에는 상당한 고수도 많았습니다. 그놈의 약점을 어떡하면 파고들까를 생각하며 죽기로 노력하고, 전투마다 목숨을 걸었더니 지금의 위치에 올랐습니다.”
“그리 공이 높은데, 어찌 오장을 하고 있는가? 최소한 도백은 될 터인데?”
원매는 짐작이 갔지만, 위연의 입을 통해서 듣고 싶었기에 슬쩍 의중을 찔렀다. 위연은 역사대로 성격이 급했다.
“제 위에 있는 도백, 군후가 공을 위조하여 제 놈들이 승진했고, 저에게는 아무것도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그놈들은 모두 대호족출신도 있고, 괴씨, 채씨를 섬기는 놈들이라 속수무책이었습니다. 내 다음에 그놈들을 보면 반드시 목을 베어 버릴 것입니다.”
“네 이놈! 못하는 말이 없구나. 나를 어찌 보고 내 앞에서 그런 말을 하는 것이냐? 네 눈에는 내가 보이지 않는 것이냐?”
원매가 짐짓 호통을 치자, 그제야 실책을 깨달은 위연이 엎드려 부복하며 용서를 빌었다.
“네가 분하고 억울한 것은 안다. 억울하면 참고 실력을 키웠다가 나중에 때가 되면 그때 해결 하여라. 이처럼 경솔하게 마구 입 밖으로 불만을 쏟아내서는 온통 네놈의 적만 만들 것이다. 앞으로도 마찬가지야. 불만이 있다고 함부로 떠들어 대면 신야로 쫓아 버릴 것이다. 어쩌겠느냐? 지킬 수 있겠느냐?”
“명심하겠습니다! 입조심 하겠습니다!”
원매의 서슬 퍼런 엄포에 위연의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원매의 호통은 계속 이어졌다.
“앞으로는 나와함께 병법도 공부해야 하고, 예법도 배울 것이다. 만약 제대로 못한다면 크게 경을 칠 것이니 그리 알거라.”
“명심하겠습니다.”
원매는 위연을 일으켜 세우고는 다독이고는 하인을 불러 처소로 보냈다. 위연을 첫 대면부터 강하게 다그친 것은 역사에 남은 비참한 최후 때문이었다. 위연은 양의와 심하게 반목했고, 다른 장수들과도 사이가 좋지 않았다. 결국 제갈량 사후 항명하는 행동을 했고, 비참하게 제거된 불쌍한 인물이었다. 유비의 명령에는 절대적으로 복종했지만 다른 이들을 무시하며 안하무인으로 행동한 결과였다.
이곳에서도 독불장군으로 행동한다면 그와 같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었기에 원매가 처음부터 강하게 잡는 것이다. 앞으로도 위연은 확실하게 대우를 해주면서 강하게 다그쳐 잡을 생각이었다. 위연이 장합, 전예, 서황같은 뛰어난 명장 재목은 아닐지라도 선봉을 맡고, 일군을 통솔할 지용을 겸비한 뛰어난 장수인 것은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그날이후로 위연은 원매를 항상 따라 붙었다. 원매가 기초 수련을 할 때도, 도법을 연마할 때도 항상 곁에 있었다. 심지어 봉영에게 병법을 배울 때도, 문밖에서 같이 듣고 배우게 했다.
위연은 원매와 매일같이 대련을 하면서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놀라고 있었다. 처음에 대련을 했을 때는 ‘강하다’ 이 정도였는데, 이제는 확실히 벅차다는 느낌이었다. 물론 죽이려고 마음먹는다면 고생은 하겠지만 백초 정도라면 가능할 것이다.
‘공자님의 한계는 어디인가? 처음에는 독하게 싸웠다면 10합 정도면 제압이 가능했다. 이제는 100합을 겨뤄야 가능할 것이다. 이렇게 단시간에 무력이 올라가는 경우가 있는가? 정녕 천재란 것인가?’
원매는 위연과의 대련이후, 다시 명상에 잠기며 차분하게 도법의 움직임을 익혔다. 약점과 장점이 파악되며 머릿속으로 정리하는 작업이었다.
[원매(23)]
무력:89(100), 지력:84(90), 정치력:52(60), 통솔력:55(80)
무력 9, 지력 2, 정치력 2, 통솔력 4가 올랐다. 계속 병법을 공부하고, 봉기와 고람등 장수들을 대하면서 지력, 정치력, 통솔력도 올라갔다. 위연과의 대결을 통해서 무력이 9이 올라간 것은 정말 고무적인 일이었다. 이제는 고람보다는 높은 경지에 올라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