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
제 5장 각성-3-2
호위대장은 기병들의 정보를 취합한 후, 원매에게 나아가 결과를 보고했다.
“공자님. 이곳은 무안현과 업성의 중간쯤에 위치한 무시라는 곳입니다. 업성에 가까이 오기는 했지만 아직도 태행산에서 가까워 조심해야 합니다. 어둡지만 길을 더듬어서 업성으로 가야 합니다. 저들이 추격해 온다면 큰일입니다.”
“이곳에서 위장을 하여 하루를 보내는 것은 어떤가?”
“사람은 숨을 참고, 조용히 숨을 수 있지만 말은 다릅니다. 울음소리라도 내면 적들이 눈치 챌 수가 있습니다.”
원매는 호위대장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달빛에 의지하여 호위대장이 앞장을 선 가운데, 길을 재촉했다. 기병들은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말을 몰아갔다. 반 시진(한 시간)쯤 달렸을 때, 횃불을 든 수백의 기병이 이쪽으로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원매는 자신도 모르게 반월도를 뽑아들었다.
“흑산적이 아니라 아군 같습니다.”
호위대장이 앞으로 나서며 호각을 꺼내 불었다.
삐익- 삐이이익-
날카로운 호각소리에 맞추어 수백의 기병들도 속도를 늦추고는 호각을 불었다.
삐익- 삐이이익-
“고장군의 기병입니다. 공자님. 살았습니다.”
호위대장의 기뻐하는 얼굴을 보며 원매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잠시 후, 수백의 기병이 가까이 다가왔다. 그들은 황급히 말에서 내려 원매에게 군례를 올렸다.
“공자님. 무사하십니까?”
“덕분에. 그대는 뉘시오?”
“저는 고장군 휘하에서 기병을 지휘하고 있는 사마 조독입니다. 고장군께서 마을로 내려온 흑산적을 모두 물리치시고는 공자님의 행방이 묘연하여 매우 걱정하셨습니다. 지금 군사들이 흩어져 공자님을 찾고 있었습니다.”
“내가 자네들에게 고생을 시켰군.”
“아닙니다. 저를 따라 오시지요. 이제는 제가 공자님을 호위하겠습니다.”
조독은 기병 4백중 2백으로 원매를 호위하게 하고는 자신이 2백을 이끌고 앞장섰다. 한눈에 보기에도 조독은 매우 용맹스러워 보였다.
‘조독. 낯선 이름이다. 하긴 원소가 조조에게 패망했으니, 저런 인물들도 모두 평범한 장수 취급을 받으며 묻혀 버렸겠지.’
조독의 능력치를 떠올리자, 눈앞에 바로 상태창이 떠올랐다.
[조독(28)]
무력:77, 지력:51, 통솔력:61
※ 조독은 탁군출신으로 원상의 명을 받아 유주태수를 죽였으나, 그 후 조조에게 토벌된 무장이다.
원매가 고개를 끄덕이며 조독을 따라 이각 정도 말을 몰아가자, 고람의 본대가 나타났다. 고람은 급히 달려왔다. 그의 얼굴에는 초조함이 드러나 있었다. 원매가 원소에게 제대로 인정받지는 못했지만 분명한 그의 아들이었다. 혹시라도 잘못되면 어떤 질책이 떨어질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간 쌓인 정도 있을 것이다.
고람은 급히 다가와 원매를 살폈다. 다치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는 가볍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공자님.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나는 괜찮소. 호위기병 7명이 죽었소. 그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해주시오. 부탁드리겠소.”
“알겠습니다. 여기 조사마(조독)가 모실 것이니 안심하십시오.”
“고맙소. 앞으로는 고장군의 말대로 야간에는 함부로 움직이지 않겠소.”
원매는 다시 고람과 호위기병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고는 조독과 함께 업성으로 길을 잡았다. 확실히 조독과 4백 기병의 호위를 받으니 마음 편했다.
‘그래. 빨리 내 세력을 만들어야겠구나. 오늘도 조독이 4백의 기병으로 호위해줬다면 결코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원매가 세력이 없음을 뼈아프게 느끼고 있을 때, 조독이 조용히 다가왔다.
“공자님. 아까 부대를 지휘하면서 호위기병들이 떠드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엄청난 도객이라고 모두 놀라고 있었습니다.”
“하하~ 도객은 무슨. 겨우 내 앞가림을 하는 것뿐이오. 조사마야 말로 굉장한 무력의 소유자로 보이오.”
“저야 전장에서 십년을 굴렀습니다. 그간 수 없이 많은 사람을 죽였고요. 강력한 무예가 없으면 살아남을 수가 없으니까요. 그리고 병사들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아직 부족하오. 더 노력해야지.”
조독은 원매의 말에서 힘을 느꼈다. 그것은 강자만이 내뱉을 수 있는 여유였다. 원매가 입을 닫자, 조독도 말없이 그를 따랐다. 업성에 도착하자, 조독은 기병을 세우고는 원매에게 작별을 고했다.
“공자님. 제 기병은 업성으로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여기서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원매는 조독의 손을 덥석 잡았다. 그는 조독의 눈을 마주치며 담담하게 말했다.
“고맙소. 내 그대를 잊지 않을 것이오.”
“과분한 말씀입니다. 그럼 물러가겠습니다.”
멀어져가는 조독과 그 기병들을 보다가 원매는 업성으로 들어섰다.
‘조독. 5일후에 보세. 고람, 조독 모두 내 사람으로 만들 것이야. 다음에 가면 호위대장을 내게 달라고 부탁을 해야겠다. 나를 위해서 목숨을 걸었는데, 가능하면 내가 데리고 있는 것이 좋겠지.’
원매의 집은 모두 깨어 있었다. 황옥, 봉영이 밖에 나와 서성이자, 집사와 하인들이 눈치를 보며 주변을 서성였다. 원매가 늦으니 걱정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삐이걱--
대문이 열리며 원매가 들어서자, 황옥이 원매를 보고는 눈물을 흘리며 끌어 앉았다. 봉영도 초췌한 얼굴로 눈물을 흘렸다.
“이게 다 어찌된 일이냐?”
옷의 곳곳에 묻은 피를 확인한 황옥이 소리쳤고, 봉영도 깜짝 놀라 원매를 살폈다. 다행히 다치지 않았기에 그녀들은 안심할 수 있었다. 원매는 침착하게 거짓말을 했다. 호위기병들이 도적을 해치우는 과정에서 피가 튀었다고. 죽을 고비를 넘겼다고 말한다면 황옥은 까무러칠지도 모를 일이었다.
어수선한 밤이 지나고 아침이 밝았다.
원매는 다시 수련을 시작했다. 황옥과 봉영이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보냈지만 원매는 개의치 않았다. 아직은 그녀들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날 이후로도 원매의 하루 일과는 변하지 않았다. 오전의 기초체력단련, 오후 도법수련, 저녁 병법교육까지. 물론 밤에는 봉영과 2세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일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5일이 되자, 원매는 아침 일찍 서둘러 무안현으로 출발했다. 이제는 무술수업을 마치면 바로 돌아올 생각이었다. 밤이 되면 기주가 아직은 위험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었다.
고람군영에 도착하자 반가운 얼굴들이 눈에 띄었다. 고람, 조독이 달려 나와 인사를 했고, 원매와 생사를 함께 했던 호위대장이 먼 거리에서 정중하게 군례를 올렸다.
고람이 갑옷을 들고 나왔다. 병사들의 도움을 받아 갑옷을 착용하고, 반월도를 들자 묵직함이 느껴졌다. 무력이 80으로 오른 이후로 도를 잡을 때 느껴지는 기운이 달랐다. 반월도를 비스듬히 내려 뻗으며 고람의 앞에 서자, 고람도 굳은 표정으로 자세를 잡았다.
“선공을 하겠소!”
원매가 소리치며 반월도로 비스듬히 베어갔다. 예전에는 이를 악물고 힘을 쏟아냈다면 지금은 가볍게 밀어내는 느낌이었다.
캉-
고람의 대도와 부딪치며 날카로운 소리가 귀를 찢었다. 원매와 고람이 일순 물러섰다가 다시 맞붙었다. 일진일퇴를 벌이며 20여 합이 넘도록 팽팽한 승부가 이어졌다. 주변의 장백, 사마, 교위들과 병사들이 순식간에 몰려들었다. 그들은 숨죽이고 원매와 고람의 대련을 지켜보았다.
50여합이 넘어가면서 고람이 힘을 냈다. 힘과 경험의 차이였다. 63합에서 원매의 반월도가 날아가면서 승부가 났다.
우아아아아--
장병들이 환호성을 지르자, 고람이 반월도를 주워 원매에게 바쳤다.
“공자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도법자체로만 본다면 굉장히 높은 경지에 이르렀습니다. 다만 경험이 부족하고, 힘이 부족합니다. 계속 수련해서 힘을 키우고, 강자와의 대결을 통해 경험을 쌓는다면 기주제일의 무장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내 얼굴에 너무 금칠을 하는 것 아니오?”
“아닙니다. 소장이 십 년 넘게 군직에 있으면서 수 없이 많은 전투를 하고, 목숨을 건 승부를 벌였습니다. 어찌 거짓을 고하겠습니까? 공자님은 타고나신 분입니다.”
“고맙소. 고장군으로부터 그런 말을 들으니 더욱 기분이 좋소. 앞으로도 계속 이곳에 들를 터이니 박대나 말아주시오.”
“박대라니요. 언제든 오십시오. 공자님을 위해 항상 열려 있습니다.”
고람이 원매에게 경계심을 풀고, 호감을 느끼는 것이 분명했다. 원매는 고람을 서두르지 않고 고람을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 것을 다짐했다.
“조사마(조독). 반갑군. 그때는 고마웠어. 자네 덕분에 편하게 들어갔지.”
“제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조독은 자신에게 친근하게 대하는 원매에게 처음부터 호감을 느끼고 있었다. 사실 원매처럼 높은 사람이 조독에게 친근함을 표시하지는 않았다. 설령 그들을 위해 노력을 했더라도 ‘수고했다.’ 이정도가 끝이었다. 그렇기에 원매가 달라 보였던 것이다.
“참, 고장군. 나를 호위했던 호위기병들을 내게 줄 수 없겠소?”
“안 그래도 공자님께 호위기병을 붙여드리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장의가 마음에 드십니까?”
“호위대장이름이 장의요?”
“그렇습니다. 현재 직위가 도백입니다. 기병 1백을 거느리고 있습니다. 그로 하여금 공자님을 호위하게 하겠습니다.”
“고맙소.”
원매는 고람의 손을 잡아 고마움을 표했다. 고람은 식사가 준비되어 있다며 그의 손을 잡아 끌었다. 원매는 고람, 조독과 가볍게 식사를 하며 환담을 했다. 고람이 5천 보병을 이끌고 부대를 전체적으로 지휘하고 있다면, 조독은 기병 4백을 담당하고 있었다. 즉 이곳에는 도합 5천 4백의 병력이 주둔하고 있는 것이다.
원매는 늦기 전에 일어섰다. 고람과 조독도 큰일을 한번 겪었기에 더 붙잡지 않고 따라 일어섰다. 밖으로 나서자 장의가 이끄는 일백의 기병이 대기하고 있었다. 원매는 고람과 조독에게 감사를 표하고는 곧바로 말에 올랐다. 한 번 더 그들과 눈인사를 하고는 장의에게 눈을 돌렸다.
“또 만나게 되어서 반가워. 앞으로도 호위를 부탁하지.”
“충심으로 모시겠습니다.”
우직한 장의를 보자 자동적으로 상태창이 떴다.
[장의(29)]
무력:72, 지력: 62 통솔력:71.
평범했지만 용맹하고 쓸 만한 장수였다. 원매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장의와 일백 기병의 호위를 받으며 업성으로 돌아왔다. 업성에 도착하자 장의가 군례를 올리며 입을 열었다.
“성 안으로 기병을 이끌고 들어갈 수는 없습니다. 앞으로 필요한 일이 있으시면 미리 연통을 주십시오. 업성에서 군영까지 매일 전령이 오가고 있습니다. 그때 연통을 주신다면 언제든지 달려오겠습니다.”
“좋아. 그리하지. 고생했어.”
“그럼. 저희는 물러가겠습니다.”
장의와 일백기병이 먼지를 일으키며 고람군영으로 돌아가자, 원매는 살짝 아쉬움이 들었다. 자신만의 친위대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