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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웅 삼국지 - 원소 셋째 아들 천하를 품다-2화 (2/253)

# 2

제 2장 봉기

196년 5월. 건안 원년.

원매가 수련에 매달린 지도 벌써 3개월이 흘렀다. 그의 몸은 놀랍도록 변해 있었다. 울퉁불퉁 근육이 솟은 것은 아니지만 허술하던 근육들이 앙팡지게 자리를 잡았다. 누가 보더라도 단단해 보이는 몸매였다.

휙-

휙-

그의 반월도는 빠르게 찌르고, 벤 다음 빠져 나왔다. 그전에 보이던 어설픈 모습은 더 이상 없었다.

‘후우--’

한 시진(두 시간)이나 반월도를 휘두르며 진을 뺀 원매는 털썩 주저앉았다. 이제는 그전처럼 죽을 만큼 힘들지 않았다. 문득 자신의 능력치가 궁금해졌다. 적어도 체력적으로는 올라섰으니 조금이라도 능력이 오르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감이 들었다.

[원매(23)]

무력:50(100), 지력:80(90), 정치력:50(60), 통솔력:51(80)

무력이 30이나 올랐다. 이정도면 튼튼한 병졸 수준이다. 비리비리하던 육체가 정상으로 자리 잡는 과정이다. 50. 쓸 만한 능력치 인지는 몰라도 아직도 100까지 가려면 한참 멀었다. 어쨌든 이제는 내 한 몸 지킬 정도는 된 것이 참으로 다행이었다.

원매는 생각에 잠겼다. 이렇게 집안에서 체력단련만 할 수는 없었다. 할 일이 너무 많았다. 어쩐다? 고민하던 원매는 장인 봉기를 만나기로 결정했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봉기 말고는 그에게 도움을 줄 이가 생각나지 않았다. 사위니 박대하지는 않겠지.

원매는 황옥과 봉영에게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섰다. 그는 말을 타고, 하인 2명을 대동하여 원소의 치소로 향했다. 치소의 정문을 지키던 병사들은 원매를 알아보고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안으로 안내했다. 예전에 비리비리하던 원매가 아니라, 누가 보더라도 당당하고 위압감이 흐르는 외모로 변했기 때문이었다.

원매는 말을 하인들에게 맡기고는 곧바로 관리들이 일하는 곳으로 향했다. 종사관들을 그를 보고 꾸벅 인사를 하며 지나갔다. 그뿐이었다. 그들로부터 존경의 시선이나 살가운 인사를 들을 수는 없었다.

‘젠장. 진짜 원매 이놈은 그간 어떻게 산거냐?’

원매가 투덜거리고 있을 때, 누군가가 그의 등을 쳤다. 원희였다.

[원희(26)]

무력:54, 지력:65, 정치력:64, 통솔력:70

“현옹(원매)아. 여긴 어쩐 일이냐?”

원희는 원소가 유주 일부를 공손찬에게 빼앗은 후, 그에게 관리를 하도록 지시했는데, 무난하게 다스리고 있었다. 아마 원소에게 볼일이 있어 업성을 찾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어쩐 일이라니요? 제가 못 올 곳이라도 왔습니까?”

“못 올 곳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네 행실을 보면 올 곳도 아니지. 조금이라도 몸이 나아지면 기방이나 드나들었지 이곳은 들르지 않았지 않느냐? 그리고 ...... 몰라보게 몸이 좋아 졌구나.”

원희는 대견한 듯 그의 등을 치며, 웃음을 지었다.

“요즘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이제부터는 다르게 살아야지요.”

“그래. 좀 변한 것 같기는 하구나. 나는 바빠서 가봐야겠다. 시간되면 유주에 한번 들려.”

그나마 정이 있는 원희였다. 원담, 원희, 원상 중 그래도 원희가 인간미가 있었고, 정이 있었다. 원매는 멀어져가는 원희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눈앞에 지나가는 인물을 보고는 얼굴이 경직되었다.

[전풍(44세)]

지력:96, 정치력:97

무력이나 통솔력은 나오지 않으니 50이하가 분명했고, 뛰어난 책사가 분명하니 당연한 결과였다.

전풍은 원매를 보고는 눈에 가벼운 이채를 띄었다. 그는 가볍게 목례를 하고는 그를 스쳐 지나갔다. 만약 원매가 부르지 않았다면 그는 말없이 자신의 치소로 향했을 것이다.

“전별가.”

원매의 나지막한 부름에 전풍이 걸음을 멈추고는 뒤돌아섰다.

“차 한 잔주시겠소?”

전풍은 답을 하지 않고 머뭇거렸다. 봉기와 전풍의 사이가 최악이었는데, 원매가 봉기의 사위이니 썩 내키지 않았던 것이다. 그는 얼굴에 옅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제가 지금은 주군의 명을 수행하러 가는 중이라 안 될 것 같습니다. 꼭 하실 말씀이 계시다면 시간을 보고 연통을 넣어 드리겠습니다.”

“꼭 연통을 주시오. 기다리겠소.”

전풍은 원매가 원소의 아들이었기에 부드럽게 거절하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전풍과의 만남을 놓치기 싫었던 원매는 전풍의 제안을 덥석 물었다. 전풍의 의아한 표정을 잠시 짓고는, 고개를 끄덕여 예를 표하고 가던 길을 갔다.

원매는 한동안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봉기의 치소로 향했다.

‘전풍. 그를 내 사람으로 만들 수 있을까? 하필 장인이 봉기라서 큰일이로구나. 봉기와 전풍의 관계는 최악이니. 처음부터 왜 이리 일이 꼬이는 것이야.“

원매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어 상념을 떨치고는, 봉기의 치소로 들어섰다. 호군직책을 수행 중이던 봉기의 치소에는 많은 종사관들이 바쁘게 일을 하고 있었다. 봉기는 종사관 한 명을 붙잡고 일을 지시하다가, 원매를 발견하자 안색을 굳혔다.

[봉기(46)]

지력:85, 정치력:70

“어서 오게. 안으로 들어가지.”

봉기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하고는 먼저 방으로 들어섰다. 원매는 봉기를 따라 안으로 들어섰다. 아담하고 깔끔했다. 봉기는 자리를 권하고는 종사관이 가져온 차를 원매에게 권했다. 원매는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분위기를 살피고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장인어른. 격조했습니다. 그간 강녕하셨습니까?”

“자네가 내 걱정을 다하는가?”

다분히 비꼬는 말투였다. 몸도 약한데다가 기방이나 출입하고, 모든 것을 귀찮아하던 원매였으니, 봉기로서는 눈앞의 사위가 원소의 아들이 아니었다면 호통을 치며 화를 냈을지도 몰랐다.

“그간 제가 어리석었습니다. 용서하십시오. 이제부터는 달라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당당한 말투에 봉기는 다시금 원매를 바라보았다. 구부정한 허리가 곧게 펴졌고, 혼탁했던 눈에서 정기가 흘러넘치고 있었다. 봉기는 잠시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자네 정말 딴사람이 되었군. 영이(봉영)가 보낸 죽간을 읽고도 믿지 않았는데. 그래. 오늘은 무슨 할 말이 있어서 나를 찾았는가?”

“장인어른. 저도 출사를 하고 싶습니다.”

봉기가 기가 찬 듯 혀를 찼다.

“조금 달라졌다고 칭찬했더니 ...... 출사를 하고 싶다? 자네가 주군의 자제만 아니었다면 나한테 몇 번을 두드려 맞았을 것이야. 지금까지 자네의 행실을 모두가 기억하고 있어. 오죽하면 주군께서 아들인 자네대신 조카 고간에게 병주를 주었겠는가? 이정도로 조금 달라진 것으로는 어림도 없는 소리야.”

봉기는 원소와 오랫동안 친분이 있었고, 그로부터 절대적인 신임을 받고 있었기에 비록 원매가 원소의 아들일지라도 강경하게 말투가 나오고 있었다. 원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안 될 줄 알고 있었다.

“그럼 방법이라도 알려주십시오. 제 나이 23살이고, 부친이 우장군(원소)인데 언제까지 허송세월하며 살 수는 없지 않습니까?”

봉기는 열정이 담긴 원매의 눈을 한참 응시하다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자네. 진정 내가 가르쳐 준대로 할 수 있겠는가? 만약 이번에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두 번 다시 자네를 보지 않겠네.”

“물론입니다.”

봉기는 원매가 단순히 출세에 욕심이 생겼다고 판단한 듯하다. 그래도 그전보다는 훨씬 나았기에 봉기의 기분은 좋았다. 차를 마시며 일각 정도를 조용히 생각을 정리한 봉기가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이것이 마지막 기회일세. 잘 듣게.”

“경청하겠습니다.”

“지금 청주는 현사(원담), 유주는 현혁(원희), 병주는 원재(고간)가 차지하고 있어서 주군이 그 땅을 빼앗아 자네를 주지는 않을 것이네. 기주는 사실상 현보(원상)에게 넘어간다고 봐야해. 그렇다고 자네를 그들 밑에서 태수를 시키기도 어려운 일이지. 일단은 주군이 좋아하는 방향으로 움직이세. 품행이 단정하고, 검소해야 하네. 그리고 무술을 연마하고, 병법을 배우게. 자네가 머리는 좋지 않았는가? 하지 않아서 그렇지. 어때 할 수 있겠는가?”

“물론입니다. 무술을 가르쳐줄 무장을 소개해 주십시오.”

“그건 내가 알아보겠네. 병법은 내 딸에게 배우게.”

“네?”

“이런. 한심하기는. 그 애는 어렸을 때부터 글을 많이 읽었어. 아주 명석해. 자네가 기방에 출입하며, 속을 썩일 때,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는가? 그리고 내 딸에게 얼마나 미안했는지 알아?”

봉기는 계책을 제시하다 말고, 울화통이 터지는지 다시 잔소리가 시작되었다. 원매는 이런 상황이 곤혹스러웠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었다. 그는 머리를 숙이며 다시 사과를 했다.

“장인어른. 죄송합니다. 앞으로 그런 일 없을 터이니, 믿어 주십시오. 집으로 돌아가면 아내에게 병법을 배우면서 남편의 도리를 잘 하겠습니다. 노여움을 푸십시오.”

봉기는 눈을 가늘게 뜨며 원매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결코 분노한 표정이 아니었다.

“정말 다른 사람이 되었군. 이럴 수도 있군. 아무튼 내가 아까 말한 그것부터 시작하게. 그 후에 자네는 군대를 이끌고 태행산의 도적을 토벌해서 공을 세우고, 주군으로부터 인정을 받아야 하네.”

원매는 봉기의 말을 들으며, 단순히 장군으로 출세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이 아닌가 하여, 조바심이 났다. 미래를 알고 있는데, 이렇게 단순하게 장수로 출세하는 선에서 그치고 싶지 않았다. 봉기는 원매의 얼굴을 보고 그의 마음을 짐작했는지, 추가 설명을 했다.

“욕심이 많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 내가 왜 태행산의 도적을 토벌하여 공을 세우라고 한 줄 아는가?”

“아직 거기까지는 ..... ”

“그것은 명분 때문이야. 지금 남쪽에는 비어있는 땅이 많아. 그곳에 자네를 태수나 자사로 임명하려고 하네. 그럼 군대를 이끌고 가서 그곳을 지배하는 놈들을 격파해야해. 어때? 이제 감이 오는가? 그 정도가 된다면 자네가 원하는 무엇인가를 할 수 있지 않겠는가? 힘을 길러야 원가의 후계자에 이름이라도 내밀어 볼 것이 아닌가?”

봉기는 원매가 생각한 것보다 멀리, 크게 보고 있었다. 그는 눈빛을 발하며 계속 이어갔다.

“마지막 기회야. 철저히 준비하게. 내가 쓸 만한 장수와 군대를 어떡하든 얻어내겠어. 자네가 밖에서 힘을 키우면 내가 안에서 돕겠네. 후계자에 현보(원상)가 앞선 것은 사실이지만, 기왕이면 내 사위가 후계자가 되는 것이 좋지. 내 딸을 위해서라도.”

“고맙습니다. 장인어른.”

원매는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마음으로 감사를 표했다. 처음에는 봉기가 장인이라는 것을 알고는 왜 봉기야? 하며 불만을 품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보니 원소진영내에서의 봉기의 위상은 남달랐다. 또한 계책을 내는 것 또한 치밀하고 빈틈이 없었으며, 크게 내다보고 있었다.

원매는 조심스럽게 죽간을 꺼내어 봉기에게 바쳤다. 봉기는 눈에 죽간을 읽고는 눈에 이채를 띄었다.

“자네. 정말 달라졌군. 내가 알아보겠네. 남양군에서 봉씨일족의 힘은 막강해. 이 정도 인재들이라면 충분히 얻을 수 있을 것이야. 대호족출신들은 없으니, 데려오는데 어려움은 없을 터이고.”

“고맙습니다. 그들은 꼭 필요한 인재들이니 부탁하겠습니다.”

원매가 다시 고개를 숙이자, 봉기가 조심스럽게 경고했다.

“이것은 비밀로 해야 하네. 자네가 변한 것을 알면, 현사(원담), 현보(원상)쪽에서 견제가 들어올 것이야. 현혁(원희)은 워낙 사람이 유하고 순해서 후계자에 관심이 없지. 주군의 명이 있기 전에는 기주일대에서 내 사람 얻겠다고 힘쓰지 마시게. 내말 무슨 뜻인지 알겠는가?”

“알겠습니다.”

원매는 봉기와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눈 후, 치소를 빠져나와 집으로 향했다. 원소를 만나려고 했지만, 그는 출타하고 업성에 없었다. 하긴 있다고 하더라도 현재는 만나서 득 될 일이 없었다. 봉기말대로 원소는 원매에게 극도로 실망한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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