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제 1장 회귀
우공이산愚公移山 : 우공이 산을 옮겼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꾸준히 부단한 노력을 한다면 반드시 이룬다는 중국 고사성어입니다.
이 소설에서는 삼국지 최강의 전력을 자랑했지만, 연의나 게임에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를 받았던 제후 원소. 아들 원매를 통해서 원소가 이루지 못했던 하북의 영광을 재현하겠습니다.
우공이산처럼 하나씩, 하나씩 이루어나가며 천하통일을 이루려고 합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196년. 2월. 건안 원년.
기주 업성.
원소의 치소가 있는 이곳 업성은 굉장히 번화한 곳이다. 낙양이 동탁에 의해 불살라지며 그 영화를 다했고, 장안도 이각의 실정으로 몰락을 거듭하고 있을 때, 업성은 나날이 발전해가고 있었다.
원소의 웅장한 치소에서 반 마장(약 200m)정도 떨어진 운치 있는 고풍스러운 저택.
“휴우~”
뜻 모를 한숨소리가 새어 나왔다. 한숨소리는 이 집의 중앙에 위치한 연못가에 앉은 청년에게서 나왔다.
“원매라니......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한숨의 주인공은 원매(23). 자는 현옹. 원소의 셋째아들이다(기록:조만전). 그는 의자에 앉아 멍하니 연못을 바라보고 있었다. 벌써 며칠째 이러고 있었다.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그때 분명히 ...... ”
원매는 조용히 기억을 더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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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삼국지 게임을 해볼까?”
권진현(31세). 비록 지방에서 대학을 나왔지만, 이를 악물고 노력해서 유망한 대기업에 취직했고, 그곳에서 잘난체하는 놈들의 견제를 오로지 실력으로 극복해서 대리에 올랐다. 일류대를 나왔다고 뻣뻣한 그들과는 달리 권진현은 상사의 비위를 적극적으로 맞추며 살아남았다.
정사원은 힘들 것이니 계약직에 만족하라는 주위의 비웃음을 멋지게 날려버리고, 그들을 머쓱하게 만들었을 때는 세상을 얻은 것처럼 기뻤다.
제법 인정받으면서 회사 생활을 했지만, 정말 힘들었다. 지방대 출신이 번듯한 대기업에서 살아남으려면 죽어라고 노력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그래도 권진현은 운이 좋은 편이라 자부한다.
오늘은 일요일. 모처럼 시간의 여유가 생겼다. 시간이 나면 잠을 자지 않고, 삼국지 게임을 한다. 그냥 자면 너무 억울했기 때문이었다.
[삼국지 AZ- Φ 최신버전]
못 보던 버전이었다. 이런 버전이 있었던가? 더구나 다운로드 0.
“뭐야? 내가 처음이야?”
권진현은 망설임 없이 게임을 클릭해서, 다운로드 받았다. 모든 삼국지게임을 접해 봤기 때문에 새로운 삼국지게임이 나오면 반드시 실행해 봐야 직성이 풀리는 것이다.
신중히 선택해라! 통일을 해야 끝난다! 또 신중히 선택해라!
권진현은 상태창이 나올 때마다 빠르게 ‘예’를 클릭하며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귀찮게 왜 자꾸 뜨는 거야? 나 참. 게임하는데, 신중하게 결정하라는 건 처음이네. 어떤 미친놈이 이런 걸 만든 거야?”
세팅이 완료되자,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실감나는 영상에 권진현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시기를 선택 하세요]
- 190년대 - 선택.
[유형을 선택하세요.]
-무력형 - 선택.
무력 : 80
지력 : 60
정치력 : 60
통솔력 : 75
보너스 : 55
“무력 높은 게 최고지. 모조리 박살을 내주마!”
무력 : 100
지력 : 90
정치력 : 60
통솔력 : 80
모든 것을 끝내자 환한 빛이 나며 잠시 멈춘듯했다.
“빨리하자!”
[신중히 선택하세요. 통일해야 끝이 납니다.]
“아~ 빨리~ 이 피같이 귀한 시간을 낭비하기 싫어!”
빨리를 외치며 엔터를 치자, 매우 밝은 빛이 나왔고 권진현은 눈을 질끈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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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회귀인가? 환생인가? 아니면 게임속인가?’
원매는 고개를 흔들었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는 이곳으로 온지 며칠 동안 원매의 기억을 더듬었다. 처음에는 원소의 아들이라는 것을 알고는 매우 기뻤다. 더군다나 지금은 원소가 가장 강력할 때였다.
하지만 기억을 조금 더 더듬어 가자, 기쁨은 곧 실망으로 바뀌었다. 원매는 원소에게 있어서 눈 밖에 난 자식이었다. 왜냐하면 원담이 청주, 원희가 유주, 고간이 병주를 차지하였는데, 원매는 아무것도 없었다. 더군다나 원소의 핏줄인 원매를 제쳐두고 조카인 고간에게 병주를 준 것이다. 원상은 13살로 어리지만 후계자로 여겨지고 있는 만큼 기반은 단단하다고 봐야 한다. 결정적으로 원매는 현재 아무것도 없다.
※ 원담은 196년에 청주자사, 원희, 고간은 194~199년 사이에 각각 유주자사, 병주자사에 임명되었다.
‘원매 이 자식은 도대체 뭘 했기에 원소 눈 밖에 난거야?’
원매가 원소의 눈 밖에 난 이유는 간단했다. 유독 병치레를 자주하여 몸이 빈약했던 데다가 공부까지 게을리 했고, 기방이나 출입하며 소일했다. 결정적으로 그는 본처의 소생이 아니라 첩의 소생이었다.
‘아무리 원매가 첩의 소생이라도 그렇지. 고간에게 병주를 주면 최소한 태수는 줘야지. 하아~ 어찌한다. 조만간 관도에서 조조에게 박살나면 내 목숨도 위태로울 텐데.’
그는 한숨을 내쉬며 자신을 몸을 보았다. 오래 동안 병치레를 해서 그런지 몸은 빈약함 그 자체였다.
‘이상하군. 분명히 나는 무력 100, 지력 90을 설정했어. 그런데 이 몸은 뭐야? 100은커녕 30도 안돼 보이잖아. 살아 있는 게 신기할 정도로 약한 몸이야.’
원매가 생각을 떠올리자, 눈앞에 상태창이 떠올랐다.
[원매(23)]
무력:20(100), 지력:80(90), 정치력:50(60), 통솔력:51(80)
‘무한수련이라도 해서 무력을 끌어 올리라는 것인가?’
원매가 신세한탄을 하고 있을 때, 멀리서 중년여인이 헐레벌떡거리며 뛰어왔다. 젊었을 때, 굉장한 미인 소리를 들었을 것이라 추측이 될 정도로 고운 여인이었다. 이 여인은 원매의 모친이다. 이제는 내 모친이다.
황옥(43). 그녀는 여남군의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났고, 원소의 눈에 띄어 첩살이를 시작했다. 여남군에서 원가의 위세는 하늘을 찌를 듯 대단했다. 황옥은 원소의 부름을 감히 거절하지 못했다. 그 후 원매를 낳고, 원소를 따라 업성까지 올라왔다. 유부인의 시기와 질투로 그녀의 삶은 평탄치 못했다. 더구나 요즘은 원소의 발걸음도 뜸해졌다. 벌써 일 년째 이곳에 오지 않았다.
“어찌하여 이곳에 나와 있느냐? 아직은 날씨가 쌀쌀하니 방으로 들어가거라. 이제 겨우 몸이 나았는데, 또 병이 재발하면 어쩌려고?”
황옥은 근심 가득한 얼굴이었다. 황옥이 원매를 방으로 잡아끌었다. 원매는 힘없이 방으로 들어와 편하게 이불에 기대어 반쯤 몸을 눕혔다.
황옥의 말대로 그의 몸은 정말 엉망이었다. 권진현이 회귀하기 전에 원매의 몸이 약했기 때문이었다. 원매는 일단 체력부터 추스르기로 마음을 먹었다. 무력 100으로 설정한 몸이었다. 분명히 다른 사람보다 훨씬 빠르게 강해질 수 있을 것이다.
원매는 가벼운 옷차림으로 갈아입었다. 살짝 문을 열어 주위를 둘러보고는 황옥이 보이지 않자, 가볍게 걷기 시작했다. 조금씩 속도를 올리자, 달리기를 하는 것처럼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헉-’
‘헉-’
이놈의 육체가 얼마나 빈약했으면 조금 빨리 걸었다고 이 모양이냐? 원매는 이빨을 악물고 참으며 계속 걸었다. 반 시진(1시간)을 걷던 원매는 바닥에 대자로 누워버렸다. 죽을 만큼 힘들었는데, 또 걸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각(15분)동안 휴식을 취하자, 놀랍게도 체력이 돌아왔다.
‘역시 무력 100으로 설정한 보람이 있구나. 이제는 무한수련이다!’
다시 일어나서 속보로 걷기 시작하자, 비리비리한 그의 몸은 놀랍도록 효율적으로 움직이며 버텨내기 시작했다. 원매가 집안 마당을 뱅뱅 돌면서 운동에 전념하고 있을 때, 황옥은 멀리서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처음에는 말리려고 했지만 놀라울 정도로 열심히 운동을 하는 원매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원매는 열심히 걸으면서 체력을 키우다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서있는 황옥을 발견했다. 그는 아까의 일도 있고 해서, 불호령이 떨어지지 않을까 하여 걸음을 멈추고 황옥에게 다가갔다.
‘헉- 헉-’
한동안 가쁜 숨을 몰아쉰 원매가 겨우 숨을 정리하고 입을 열었다.
“어머니. 어찌 나오셨습니까?”
황옥은 원매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말없이 다가와 물수건으로 그의 땀을 닦아 주었다.
“이리 움직여도 괜찮은 것이냐? 정말로 괜찮은 것이야?”
“괜찮습니다. 힘들다면 어찌 이렇게 계속 빠르게 걸을 수 있겠습니까?”
황옥은 원매의 자신 있는 대답에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무리하지 말거라. 곧 석식을 먹을 터이니, 씻고 오너라.”
황옥이 재차 당부를 하고 물러가자, 원매는 가볍게 팔을 돌리고는 팔굽혀펴기를 시작했다. 두 개를 하자 팔이 부들부들 떨렸고, 몸은 죽는 소리를 냈다. 이를 악물고 10개를 채웠다. 하늘이 노랗다.
‘젠장. 이왕 줄 거면 원상으로 해줄 것이지. 원매가 뭐냐?’
이때 젊은 여인이 물을 떠와서 손수건에 물을 적셔서 원매의 땀을 닦기 시작했다. 봉영(20). 원매의 아내다. 봉기의 딸이다.
“괜찮으십니까?”
그간 원매가 속을 많이 썩였는지, 그녀의 눈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괜찮소.”
봉영이 부인인 것은 맞지만, 처음 보는 여인인지라, 왠지 어색했기 때문이었다. 좀 더 시간이 지나면 편해지려나? 봉기의 피를 이어받았으면 꽤 똑똑할 텐 데. 그랬으면 좋겠군. 시기도 어수선한데 말이야. 원매가 생각을 정리하고 있을 때, 봉영이 원매를 일으켰다.
“석식을 드시러 가셔요. 오늘 상공의 달라진 모습을 본 것 같아요.”
봉영의 목소리는 밝았다. 원매는 봉영이 이끄는 대로 석식을 먹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날 이후, 원매는 독하게 체력증진에 매달렸다. 일주일이 지나가자 가벼운 달리기가 가능해졌다. 달리기를 하고, 팔굽혀펴기, 벽치기 등을 반복하면서 그의 체력은 놀랍도록 증진되었다. 봉영은 그동안 원매가 주문한대로 고기 등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을 열심히 만들었다.
한 달이 지나자, 원매는 완연히 달라져 있었다. 구부정하던 허리는 반듯하게 펴졌고, 몸이 말라 보이는 것은 변함이 없었지만 단단해 보였다. 제법 근육이 자리를 잡으면서 생긴 결과였다. 더 놀라운 변화는 내부에서 일어났다. 강력한 지구력이 생긴 것이다.
원매는 체력이 어느 정도 증진되었다고 생각하자, 오전에는 기초적인 체력단련을 위해 달리기와 말타기, 팔굽혀펴기, 벽치기 등을 하였고, 오후에는 권투와 반월도를 들고 수련에 매진했다. 사실 수련이라기보다는 기억을 더듬어서 흉내를 내는 것에 불과했다.
권투는 사실상 일정한 타점을 때리는 선에서 그쳤다. 그간 티비를 통해 눈여겨보았던 장면들을 흉내 내는 것이다. 지력 90으로 설정한 그의 두뇌는 비상하게 권투기술을 기억해 냈기 때문에 이런 것이 가능했던 것이다.
‘팡-’
‘팡-’
헝겊으로 대충 만들어 놓은 모래주머니는 원매의 주먹질에도 살짝 흔들렸다. 그만큼 원매의 타점 때리는 능력이 좋다는 의미였다.
한 시진(두 시간)을 반복하던 원매는 잠시 주저앉아 휴식을 취했다. 육체는 쉬는 동안 머리는 계속해서 티비로 보았던 권투장면을 끊임없이 재생했다. 그는 머리를 흔들고는 다시 예전에 보았던 무술영화를 떠올렸다. 어찌 보면 웃기는 일인지도 몰랐다. 영화를 보고 무술을 배운다고 한다면 모두 배꼽을 잡고 웃을 것이다.
하지만 원매는 놀라운 두뇌는 거기에서 기본적인 도의 흐름을 찾아냈다. 그도 기본적인 흐름에 충실하게 도를 휘두를 뿐이었다. 찌르고, 막고, 베고. 처음에는 어설픈 동작이었고, 보법이 엉켜서 기우뚱하며 넘어지기 일쑤였다. 스스로도 이런 방식이 한심해서 헛웃음을 짓기도 했지만 다시 모질게 일어서서 수련을 시작했다.
그렇게 매일같이 기초체력단련과 권투, 반월도를 이용한 수련이 계속 되었고, 봉영과 황옥은 열심히 고기와 밥을 챙겨주며 원매를 살폈다.
‘진정 내 아들이 맞나? 조금만 힘들어도 못한다며 투정을 부렸는데......’
황옥은 조금 의아한 생각이 들었지만, 더 이상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강한 모성애가 하나밖에 없는 아들에 대한 의구심을 말도 안 된다며 일축해버린 것이다.
봉영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원매를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