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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들린 축구선수-200화 (완결) (200/200)

200화 전설의 시작[완결]

“와…… 드디어 결승이네요.”

- 처음 와본 것처럼 왜 그래? 토트넘에 있을 때 우승해봤잖아.

“진짜 기분만큼은 처음 같아요. 결승이라는 무게감이 되게 큰가 봐요.”

- 크지. 압박감이 어마어마하지. 네가 정상적인 사람이었다면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뛰고 식은땀이 너무 흘러서 경기 뛰기도 전에 유니폼이 다 젖어버렸을걸?

“그럼 이찬수 선수는 제가 정상적인 사람이 아니라는 거예요?”

- 당연하지.

“예? 그럼 뭔데요?”

- 미친놈이지. 개 관종 또라이이기도 하고.

“그게 이찬수 선수가 할 말이에요? 현역시절에 그 누구보다도 미친놈으로 유명하셨던 분이. 마리오 발로텔리보다 한 수 위라고 평가받은 선수는 이찬수 선수가 유일할 거예요.”

- 그래. 나도 미친놈은 맞아. 근데 나는 너를 볼 때마다 커다란 벽을 느껴. 넘사벽이라고나 할까? 정말 너는 내가 범접할 수 없는 미친놈이야.

“……칭찬 감사합니다.”

- 오냐. 인정하니까 보기 좋네.

“인정한 적 없는데요?”

끊임없이 투닥거리던 두 남자가 갑자기 서로를 보며 웃기 시작했다.

한참이나 웃던 이들은 미소를 머금은 채로 서로를 가만히 바라봤다.

잠시 후.

이찬수가 먼저 입을 열었다.

- 빡센 훈련 따라와 줘서 고맙다.

이어서 김상훈이 대답했다.

“제가 감사하죠. 진심으로 이찬수 선수가 아니었으면 저는 시스템이 있어도 그저 그런 선수였을 겁니다.”

진지한 대화는 여기까지였다.

- 역겨운 표정 그만하고 경기장으로 튀어 나가기나 해. 저어~기 네 친구들 나가는 거 안보이냐?

“아오! 갑자기 분위기를 깨고 그러세요?”

- 뭐 인마. 경기는 해야 할 거 아니야? 안 뛸 거야?

“나가요! 나간다고요!”

잠시 후.

경기장에 선 양 팀 선수들이 서로를 바라봤다.

그때였다.

바르셀로나의 김상훈과 토트넘의 손홍민이 동시에 서로를 향해 다가갔다.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에서 만나게 된 두 명의 한국인은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한때 같은 팀이었고, 국가대표로 우승을 했을 때도 함께 뛰었던 만큼 두 남자의 친분은 깊었다.

그래서 더욱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상훈 혀엉…….”

“야, 왜 울려고 해? 이거 지금 카메라에 다 찍히고 있는 거 알지? 너 그러다가 또 울보라고 놀림 받는다?”

“이 상황이 너무 감동적이어서요……. 그리고 너무 슬퍼요. 형이랑 제가 다른 팀으로 챔스 결승에서 만나다니…… 진짜 믿기지가 않아요.”

“홍민아, 축구 하다 보면 다른 팀으로 만날 수도 있고 그런 거지. 우린 프로선수잖아. 그냥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면 돼. 그래서 말하는 건데, 우리 정말 최선을 다해서 붙어보자. 그래! 이왕 이렇게 된 거 내기도 하자. 진 사람이 한국 가서 최고급 한우 쏘는 거 어때?”

김상훈의 말에 굳었던 손홍민의 표정이 밝아졌다.

불편했던 마음이 편해진 것이다.

“예. 형. 저 일 인분에 10만 원짜리로 먹을 거예요.”

“그럼, 너 고깃값으로만 100만 원 나올 텐데?”

“제가 이길 건데요?”

“예예~ 제발 그렇게 해주세요.”

“아 형! 형이 요즘 잘하시는 건 아는데, 저희 팀도 요즘 기세 장난 아니에요. 쉽게 보시다가 큰코다치실걸요?”

“쉽게 안 봐. 아약스랑 경기한 거 잘 봤어. 진짜 대단하더라.”

“형 진짜 우리 재밌게 경기해요.”

“그래. 후회 없는 경기 하자.”

김상훈과 손홍민.

한국의 에이스인 두 남자가 서로에게 약속했다.

모든 선수들의 꿈과도 같은 챔피언스 리그에서 최고의 경기력을 펼칠 것을.

서로가 우승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잠시 후.

경기가 시작됐다.

***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은 세계적으로 큰 화제가 됐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줄곧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상대를 무참히 박살 내며 결승까지 올라온 바르셀로나와.

아슬아슬하게 기적과도 같은 승리를 거두며 힘겹게 올라온 토트넘의 경기였으니까.

더군다나 바르셀로나는 2018~2019시즌 프리메라리가 우승까지 차지한 상태였다.

선수들의 기세가 오를 대로 올랐고 팬들의 기대치는 더욱 높아졌다.

그럼에도 바르셀로나가 다른 팀을 상대로 그랬던 것처럼 토트넘을 압도하고 우승할지, 아니면 토트넘이 다시 한번 기적을 만들어낼지에 대한 팬들의 궁금증은 컸다.

당연한 일이었다.

최근 토트넘이 보여준 기적이 축구팬들의 뇌리에 박혀있었으니까.

그야말로 레전드 경기를 펼친 팀이었으니까.

하지만 역시 많은 축구팬들이 바르셀로나의 승리를 예상했다.

“오늘은 김상훈이 몇 골이나 넣을까?”

“못 넣을 수도 있잖아?”

“무슨 소리야? 반 다이크도 막지 못한 김상훈을 토트넘의 수비수들이 막는다고? 말도 안 되지.”

“토트넘은 기적을 만들어내는 팀이야. 포체티노라면 분명히 바르셀로나를 이길 수 있는 전술을 가져올 거야.”

“과연 그럴까? 위르겐 클롭도 하지 못한 걸 포체티노가 할 수 있을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해. 너도 좀 솔직해져 봐. 네가 토트넘을 좋아하는 건 알지만, 솔직히 토트넘이 김상훈을 막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잖아?”

김상훈.

이제는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실력을 가진 선수가 된 그가 있다는 것.

그 사실에 축구팬들은 너무나도 쉽게 바르셀로나의 승리를 점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세계 최고의 팀을 가리는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이 시작됐다.

동시에.

김상훈이 모든 스킬들을 사용했다.

- 시작부터 빡세게 가려고?

“예. 기선제압을 제대로 해주려고요.”

- 어떻게 할 건데?

“전반전에 세 골 정도 넣어주면 기가 죽지 않을까요? 일단 그렇게 해보려고요.”

- 너는 무슨 골 넣는 걸 물 한 잔 마시고 오는 것처럼 쉽게 얘기한다?

“제가 못 할 것 같으세요?”

- 내가 언제 못 할 것 같대?

“크히힠! 그럼 일단 골 좀 넣을게요.”

김상훈이 말을 마치자마자 달리기 시작했다.

공을 가지고 있던 공을 잡은 라키티치가 곧바로 김상훈에게 공을 넘겼다. 다른 선수에게 보낼 때보다 훨씬 강하게 들어온 패스였다.

라키티치뿐만 아니라 모든 바르셀로나 선수들이 김상훈에게 패스를 할 때는 강하게 보냈다.

[이찬수의 퍼스트터치]

- 등급 : 레전드(Legend)

- 효과 : 대한민국의 이찬수, 그의 퍼스트터치 능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김상훈의 터치가 좋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패스였다.

그리고 지금, 김상훈은 거의 슈팅에 가까운 라키티치의 패스를 부드럽게 받아냈다.

토옥-!

그 순간 재밌는 광경이 펼쳐졌다.

김상훈이 공을 잡자마자 그의 주변에 있던 모든 토트넘 선수들이 전속력으로 달려든 것이다.

최선을 다해서 달려드는 토트넘 선수들의 표정에선 절실함이 드러났다. 동시에 미안함도 드러났다.

‘킴에겐 미안하지만, 반칙으로 끊을 수밖에 없어.’

‘상훈, 오늘만 용서해다오.’

‘이러고 싶지는 않았는데…… 킴을 막으려면 어쩔 수 없지.’

한땐 친한 동료였기 때문에 드러난 감정.

김상훈 역시 토트넘 선수들의 표정을 전부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크히히힠! 좋아! 다 드루와!”

김상훈은 오히려 그런 토트넘 선수들을 도발했다.

[이찬수의 도발(J)이 발동됩니다.]

[크리스티안 에릭센, 델레 알리, 무사 시소코……가 도발에 걸렸습니다.]

순식간에 도발에 걸려든 선수들이 붉어진 눈을 한 채 김상훈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김상훈은 반칙을 마음먹은 토트넘 선수들의 압박을 피하지 않았다.

[김상훈에게 3명의 선수가 붙습니다! 어어? 너무 강하게 부딪치는 거 아닌가요? 위험합니다!]

퍼어억!

괴물 같은 피지컬로 그냥 부딪쳤고.

[이야~! 김상훈이 엄청난 탈압박을 보여줍니다!]

벌어진 틈 사이로 미꾸라지처럼 공을 몰고 빠져나갔다.

곧바로 이어진 김상훈의 슈팅은.

“정확한 슈팅.”

뻐어어엉!

[고오오오오오올! 김상훈의 골입니다!]

토트넘의 골망을 찢을 듯 흔들었다.

골을 넣은 첫 골을 넣은 시간은 겨우 전반 5분도 지나기 전이었다.

그리고.

잔인하게도 김상훈의 골 축제는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김상훈의 두 번째 골! 토트넘이 이대로 무너지나요?]

[김상훈이 세 번째 골을 넣습니다! 대단합니다! 해트트릭을 기록합니다. 도대체 오늘은 몇 골이나 넣을까요?]

3골…… 4골…… 5골…….

김상훈은 계속해서 골을 넣었다.

토트넘 선수들이 고군분투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김상훈은 냉정하게 토트넘을 무너뜨렸다.

***

바르셀로나는 챔피언스 리그에서 토트넘을 상대로 7대 1로 대승을 거두며 우승을 차지하는 영광을 얻었다.

이 경기에서 김상훈이 넣은 골은 5골.

더불어 2개의 어시스트까지 기록했다.

토트넘의 손홍민이 한 골을 넣었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제아무리 포체티노 감독이 이끄는 토트넘도 김상훈을 막아내지 못한 것이다.

시간이 빠르게 흘렀다.

2019년 12월 4일.

김상훈이 비행기에서 내리며 투덜댔다.

“어으~! 추워! 정말 저는 겨울이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추운 게 너무 싫어요.”

- 춥다는 놈이 한겨울에 잠바도 제대로 안 걸치고 다니냐? 그 코트 쪼가리로 추위가 막아지겠어? 으이구 상훈아, 제발 정신 좀 차리자.

“그래도 멋은 포기할 수 없잖아요? 요즘 사람들이 저를 얼마나 많이 알아보는데요.”

- 어휴! 그놈의 관종기는 언제쯤 사라질까?

“아마도 저는 죽기 전까지 SNS를 하고 있을 것 같아요.”

- 너는 정말 리얼로 미친놈이야.

잠시 후 김상훈은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시상식장으로 이동했다.

김상훈이 프랑스로 온 이유는 커다란 규모의 시상식 때문이었다.

- 기분이 좀 어때?

“아직은 모르겠어요. 실감이 하나도 안나요.”

실제로 김상훈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시상식 내부를 둘러봤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시상식의 주인공이 발표됐다.

[2019년 발롱도르 수상자를 발표합니다. 발롱도르 수상자는…….]

[2019년 발롱도르 수상자는…… 김상훈입니다!]

2019년 최고의 선수를 뽑는 발롱도르 수상이 확정된 순간.

김상훈이 전 세계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는 무대의 단상으로 올라갔다.

뚜벅! 뚜벅!

구두를 신은 발에서 또각또각 소리가 났다.

사람들은 숨을 죽이고 그런 김상훈의 걸음을 지켜봤다.

긴장을 한 것도 잠시, 김상훈은 특유의 여유 넘치는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그는 단상 위에 서서 트로피를 받은 뒤, 마이크를 붙잡았다.

“전 세계 축구팬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에서 온 김상훈입니다.”

김상훈이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

“이렇게 발롱도르를 받게 돼서 너무 기쁩니다. 시즌 초반만 해도 제가 이 상을 받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정확히는 매 경기에서 골을 넣을 생각뿐이었고, 발롱도르까지 생각할 여유가 없었던 것이었죠. 그런데 이렇게 상을 받게 되니 정말 기분이 짜릿하네요. 더 열심히, 미친 듯 뛰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으로…….”

말을 하던 김상훈이 마이크에서 한 발짝 떨어졌다.

후웁.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크게 내뱉었다.

김상훈, 그는 방금 거짓말을 했다.

발롱도르까지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는 말은 진실이 아니었다.

그는 그 누구보다도 발롱도르를 의식하고 뛰었다. 특히 2019년도에는 더욱 발롱도르에 욕심을 냈다.

이 자리에 올라서 하고 싶은 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말을 하기 위해서 힘든 훈련들을 견뎠고, 매 경기 최선을 다했다.

김상훈은 심호흡을 마친 뒤에야 다시 마이크 앞에 섰다.

“저는!”

그는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크게 소리치며 한 남자를 바라봤다.

리오넬 메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함께 세계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으로 인정받았던 선수.

공격수로서 굉장한 능력을 가졌던 선수.

그럼에도 단 한 번도 발롱도르를 수상하지는 못했던 선수.

바로 이찬수를 바라봤다.

“어렸을 적 나의 우상이자, 축구를 시작하게 만들어준 나의 영웅. 그리고 제가 축구를 다시 시작했을 때는 자신이 가진 모든 기술들을 내어주며 스승이 되어주었던…… 지금은 돌아가신 이찬수 선수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드리고 싶습니다.”

허공에서 팔짱을 끼고 서 있던 이찬수의 표정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얼굴에 잔뜩 힘을 주고 아무리 입술을 깨물어 봐도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이찬수 선수! 당신은 저한테 최고의 선수이자, 최고의 스승이었습니다.”

마침내 김상훈의 말이 끝났다.

이찬수는 일그러진 얼굴로 고개를 푹 숙인 채,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 역시 고개를 들고 크게 웃으며 김상훈을 칭찬해주고 싶었다.

제자가 발롱도르를 수상한 것은 너무나도 대견하고 기쁜 일이지 않은가.

다만, 제자 앞에서 꼴사납게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눈물을 참다 보니 자연스레 얼굴은 계속해서 일그러졌다.

결국, 그는 그의 커다란 손으로 눈물이 줄줄 흐르는 얼굴을 가린 채, 김상훈에게 크게 소리를 질렀다.

- 이 미친놈아! 미리 말이라도 해주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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