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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들린 축구선수-199화 (199/200)

199화 전설의 시작(6)

바르셀로나와 리버풀의 경기가 시작된 후.

김상훈의 첫 돌파가 실패했던 순간, 축구팬들은 잔뜩 흥분한 얼굴로 대화를 시작했다.

“저거 봐! 김상훈도 반 다이크를 뚫어내진 못하잖아. 역시 반 다이크는 세계 최고의 수비수야. 저렇게 잘하는 김상훈도 별수 없네!”

“그게 무슨 말이야. 그래도 방금 조엘 마티프를 농락하는 거 못 봤어? 비록 반 다이크를 뚫지는 못했지만 계속 막히지는 않을 거야. 몇 번 막을 수는 있어도 결국엔 김상훈이 골을 넣을 거라고.”

“과연 그럴까? 내 생각엔 반 다이크가 오늘 김상훈을 계속해서 막아낼 것 같은데?”

“아니야 내가 본 김상훈은 저렇게 막힐 선수가 아니야. 진짜 괴물이라고.”

“그럼 지금 김상훈이 실력을 숨기고 있다는 말이야?”

“가볍게 몸을 푼 뒤에야 제대로 하려는 거 아닐까?”

“지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이 경기는 챔피언스 리그라고. 그것도 4강이야. 이런 중요한 경기에서 가진 실력을 숨기는 미친놈이 어디 있겠어?”

많은 팬들은 예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반 다이크가 조금 전 보여줬던 것처럼 경기 내내 계속해서 김상훈을 막을 것이라는 의견과.

김상훈이 결국엔 반 다이크를 뚫어내고 골을 넣을 것이라는 의견.

의견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김상훈이 반 다이크에게 막힌 것은 아직 제대로 실력 발휘를 안 했기 때문이라는 의견과.

김상훈의 실력이 반 다이크에게 통하지 않은 것뿐이라는 의견.

그리고 지금.

팬들의 입에 오르는 주인공, 김상훈은 실실 웃으며 반 다이크를 바라보고 있었다.

- 왜 그렇게 실실 쪼개?

“그냥 재밌잖아요.”

- 뭐가?

“저~기, 반 다이크 표정 안 보이세요? 저 자신감이 줄줄 흐르는 표정! 저런 걸 보면 너무 재밌어요.”

- 어휴! 이런 사악한 놈. 저렇게 자신감이 생긴 선수를 절망에 빠뜨리는 게 그렇게 재밌어?

“꼭 그렇게 무서운 단어를 쓰시면서 말을 하셔야겠어요? 저는 그냥 축구를 즐기는 거라고요.”

- 웃기고 있네. 내가 네 시커먼 속을 모를 줄 알아?

“제 속이 뭔데요?”

- 반 다이크는 현재 최고의 수비수라고 평가받고 있고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지. 그리고 너는 그런 선수를 잔인하게 발라버리고, 그를 좋아하는 팬들을 전부 뺏어올 생각이야. 세계 최고의 관종답게 말이지. 왜? 내 말이 틀렸어?

“아 소름 돋아. 왜 이렇게 저를 잘 아시는 거예요? 여기 닭살 보이시죠?”

- 상훈아 이건 너랑 조금만 지내보면 알 수 있는 거야.

“바르셀로나 애들은 모르던데요?”

- 네가 하도 가식을 떨어대니까 모르지.

“아오, 그게 또 무슨 말씀이세요? 제가 무슨 가식을 떨었다고…….”

- 또 아닌 척하네? 제발 양심 좀 가져라. 너 맨날 착한 척하잖아? 메시한테도 맨날 잘생겼다고 주접떨고.

“착한 척하는 게 아니라 진짜 착한 거예요! 그리고 메시는…… 제 눈에는 잘 생겼다고요.”

- 지랄.

“지금 메시 비하하신 거예요? 우와! 이걸 메시 팬들이 알아야 하는데.”

- 내 팬도 많은데? 못 믿겠으면 인터넷 들어가 봐. 아직도 내 팬 카페 회원 수 장난 아닐걸?

“아, 예. 믿습니다. 이찬수 선수 팬 많은 거야 굳이 확인을 안 해봐도 알죠.”

김상훈은 이찬수와 대화를 하면서도 경기에 대한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계속해서 중원을 돌아다녔고, 동료들과 공을 주고받으며 빌드업을 쌓아나갔다.

김상훈을 중심으로 이어지는 바르셀로나의 빌드업을 리버풀은 알면서도 쉽게 끊어내지 못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모든 스킬을 사용한 지금, 김상훈에게서 공을 뺏을 수 있는 선수는 리버풀의 중원에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미드필더이면서도 수비를 괴물처럼 잘한다는 파비뉴조차 김상훈을 막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더군다나 김상훈은 오늘 경기에서 경기장 전체를 돌아다니며 프리롤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수비수처럼 수비를 하기도 하고, 또 어느 순간엔 공격수처럼 수비수들의 뒤 공간을 침투하기도 했다.

압도적인 체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플레이였고, 모든 능력이 뛰어난 육각형 선수였기 때문에 가능한 플레이였다.

그리고 이것은 김상훈을 집중적으로 막아야 하는 파비뉴에게는 끔찍한 일이었다.

“저걸 어떻게 막으라고!”

쉬지 않고 계속해서 위치를 바꾸어가며 뛰는 김상훈을 막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그렇다고 파비뉴가 김상훈을 졸졸 쫓아다닐 수도 없는 노릇.

진짜로 그렇게 한다면 파비뉴는 전반전이 끝난 이후, 가진 체력이 전부 소진될 것이 분명했다.

그것을 스스로도 알고 있기에, 파비뉴는 답답한 표정으로 김상훈을 노려봤다.

“진짜 사람이 맞는 건가? 저렇게 많이 뛰는 게 가능한 거야?”

김상훈의 체력은 같은 선수들이 보기에도 놀라운 수준이었다.

그는 정말 쉬지 않고 뛰었다. 비효율적으로 뛰는 것도 아니었다.

팀이 공격을 당할 때는 어느새 수비진으로 달려와서 환상적인 태클로 상대의 공을 뺏어냈고, 팀이 공격할 때에는 위협적인 움직임으로 공격을 이끌었다.

지금 역시 그랬다.

[김상훈이 앤드류 로버트슨의 슬라이딩 태클을 피해냈습니다!]

김상훈은 앤드류 로버트슨의 슬라이딩 태클을 몸을 띄워서 피해낸 뒤, 순식간에 리버풀의 페널티 박스 안으로 침투했다.

그리고 그런 김상훈을 막기 위해 버질 반 다이크가 달려들었다.

“왔냐?”

도발적인 반 다이크의 표정과 말에 김상훈이 크게 웃으며 대답했다.

“오냐. 너 박살 내러 왔다.”

대화는 거기까지였다.

두 선수는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고 충돌했다.

퍼억!

그 순간 반 다이크의 입에서 고통스런 신음이 터져 나왔다.

“크윽!”

반 다이크는 커진 눈으로 김상훈을 쳐다봤다.

‘무슨 피지컬이 이렇게 강해? 조금 전에는 이렇지 않았는데?’

지금 그가 부딪친 김상훈은 조금 전과는 아예 다른 사람 같았다.

마치 쇳덩이와 부딪힌 기분이었다.

‘자세가 조금만 높았더라면 그대로 나가떨어질 뻔했어.’

반 다이크는 침을 꿀꺽 삼킨 뒤 김상훈에게 끈질기게 달라붙으며 발을 뻗었다. 김상훈의 볼 컨트롤이 좋고, 드리블이 좋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공간을 주지 않는 수비를 펼쳤다.

하지만 김상훈은 공간을 만드는 것에 도가 튼 선수였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도가 튼 선수를 옆에 두고 있었다.

- 자세 낮추고 어깨로 밀면서 회전해. 회전하면서 슈팅 페인팅 한 번 주는 거 잊지 말고.

이찬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김상훈이 움직였다. 퍼억! 어깨를 이용해서 강하게 반 다이크의 상체를 밀어낸 다음 순간적으로 몸을 회전했다. 그 짧은 순간에도 축구공은 김상훈의 발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본드(L)를 사용하셨습니다.]

페인팅 없이 빠른 민첩성을 이용한 회전이었기 때문에 반 다이크가 빠르게 반응했다.

그는 김상훈이 회전하는 방향으로 중심을 이동하며 돌파를 막고자 했다. 그때 김상훈이 다리를 짧게 휘둘렀다. 움찔! 반 다이크가 다시 반응했다.

‘김상훈은 어떤 상황에서도 강하고 정확한 슈팅을 할 수 있는 선수야. 심지어 양발 모두 잘 쓰는 괴물이지.’

버질 반 다이크, 그는 많은 시간을 김상훈을 분석하는 것에 투자했던 만큼 그의 특징을 잘 알고 있었다.

때문에 반 다이크는 김상훈의 반 박자 빠른 슈팅 페인팅에 다리를 뻗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순간 김상훈은 휘두른 발로 공을 짚은 뒤 반대 방향으로 몸을 회전했다.

그러자 반 다이크와의 거리가 조금 벌어졌다.

공간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 순간 김상훈이 해야 할 것은 하나였다.

“정확한 슈팅.”

골을 넣는 것, 오직 그것만이 김상훈이 해야 할 것이었다.

그리고 김상훈은 너무나도 쉽게 그것을 해냈다.

***

김상훈에게 슈팅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면, 골을 넣는 것은 아주 쉬워진다.

당연한 일이었다.

그는 원하는 곳으로 정확히 슈팅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으니까.

모든 축구선수 중에서 가장 강한 슈팅력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가진 스킬들을 전부 사용한 김상훈을 리버풀의 에이스인 반 다이크가 막지 못한다는 것.

그 사실은 리버풀에게 재앙과도 같은 결과를 가져다줬다.

「바르셀로나, 리버풀과의 챔피언스 리그 4강 1차전에서 5대 0으로 대승!」

「김상훈, 4골을 기록하며 리버풀의 반 다이크를 무너뜨리다.」

「괴물 김상훈, 무결점 플레이를 보여주며 팀을 승리로 이끌어.」

「4대 0으로 진 리버풀, 과연 2차전에서 기적이 만들어질 것인가?」

바르셀로나와 리버풀의 챔피언스 리그 4강 1차전 결과는 4대 0이었다.

김상훈의 압도적인 활약으로 반 다이크를 포함한 리버풀의 수비진은 무너졌고, 결국 바르셀로나의 승리로 끝이 났다.

2차전도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반 다이크가 세계 최고의 수비수고, 굉장한 실력을 지닌 선수였지만.

스킬을 모두 사용한 김상훈은 괴물 그 자체였다.

그렇게 바르셀로나는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에 진출했다.

- 챔피언스 리그 결승이네. 프로 경력도 얼마 안 되는 놈이 벌써 두 번이나 결승 경험을 하네.

“다 좋은 스승님을 둔 덕 아니겠어요? 이찬수 선수가 없었다면 저는 이런 꿈같은 일들을 절대 하지 못했을 거예요.”

- 닭살 돋으려고 하니까 입에 발린 소리 좀 하지 마.

“에이! 좋으시면서 또 이러신다. 그리고 귀신이 어떻게 닭살이 돋아요?”

- 하여튼 결승전에 올랐으니까 다시 지옥훈련 들어갈 준비해.

“예? 제가 매일 하고 있는 훈련들이 이미 지옥훈련인데요?”

- 누가 그래?

“그게 지옥훈련이 아니면 뭐가 지옥훈련이에요?”

이찬수가 웃었다.

- 해보면 알아 인마.

***

최근 들어 축구의 인기는 뜨거웠다.

원래 인기가 많은 스포츠지만, 요즘의 인기는 더욱 뜨거웠다.

챔피언스 리그 4강전에서 쉽게 나오지 않을만한 명경기가 펼쳐졌기 때문이다.

바로 토트넘과 아약스의 경기였다.

토트넘 홋스퍼는 챔피언스 리그 4강 1차전에서 아약스에게 1대 0으로 패배했다.

점수 차이는 크지 않았지만, 경기내용으로 보면 더 많은 실점을 해도 이상하지 않았을 정도로 크게 밀렸던 경기였다.

위고 요리스의 슈퍼세이브가 연달아 터지지 않았다면 2차전에 대한 희망을 품지 못했을 정도였다.

이어서 펼쳐진 2차전에서도 토트넘 홋스퍼는 전반 36분 만에 더 리흐트와 지예흐에게 나란히 두 골을 허용하며 암울한 경기를 이어나갔다.

젊은 선수들로 스쿼드를 꾸린 아약스는 강력한 경기력으로 상대를 압도하며 4강에 올랐고, 토트넘 역시 어렵지 않게 꺾고 결승에 올라갈 것 같은 기세를 보였다.

그런데.

토트넘이 후반전에 기적을 만들기 시작했다.

기적을 만들어낸 주인공은 루카스 모우라였다.

후반 55분에 첫 골을 넣은 모우라가 불과 3분 뒤인 58분에 다시 골을 넣었고, 경기가 끝나기 직전인 추가시간 6분에 역전 골을 넣었다.

아약스의 홈구장인 요한 크루이프 아레나에 뜨거운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이 믿을 수 없는 기적에 토트넘의 팬들은 목이 터지라고 함성을 질러댔고 아약스의 팬들은 고개를 떨구며 눈물을 흘렸다.

이렇게 토트넘이 결승에 진출한 직후,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인터뷰에서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우리가 해냈다. 선수들이 모두 하나가 되었기 때문에 이뤄낸 기적이다. 모든 사람이 우리가 결승에 오르지 못할 것이라고 얘기했다. 하지만 우리는 리버풀을 이기고 결승에 진출했다. 이제 사람들은 더 이상 우리가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승리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한 달 뒤인 2019년 6월 2일.

대망의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이 펼쳐지려 하고 있었다.

FC 바르셀로나와 토트넘 홋스퍼 선수들이 경기장으로 들어왔다.

서로를 바라보는 선수들의 표정에서 강렬한 투쟁심이 느껴졌다.

그때였다.

승리에 대한 의지가 어느 때보다 강할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에서 보기 힘든 훈훈한 장면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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