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화 전설의 시작(5)
“바르셀로나가 이길 거야. 최근 바르셀로나는 너무 강해. 특히 김상훈! 김상훈이 너무 잘해.”
“리버풀도 잘하는 건 마찬가지야. 과연 바르셀로나가 리버풀의 강한 압박을 버틸 수 있을까? 그리고 나는 바르셀로나 수비수들이 사디오 마네를 막아내지는 못할 것 같은데?”
“마네가 잘하긴 하지만, 리버풀은 오늘 피르미누가 없잖아. 핵심 멤버인 피르미누가 없는 리버풀은 바르셀로나를 이기기 힘들걸?”
“리버풀은 이미 피르미누 없이도 충분히 잘해왔어. 위르겐 클롭 감독이 얼마나 명장인지 알지? 비록 바르셀로나 선발진이 화려하지만, 발베르데 감독은 클롭 감독의 전술에 잡아먹힐 거야.”
챔피언스 리그 4강전이 열리기 직전, 축구팬들의 의견은 확실하게 갈렸다.
최근 극강의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는 바르셀로나가 승리한다는 의견과.
위르겐 클롭 감독이 이끄는 리버풀이 1차전에서 바르셀로나를 꺾을 것이라는 의견이었다.
물론 의견은 의견일 뿐, 직접 펼쳐지기 전까지는 그 누구도 결과를 알 수 없는 것이 축구였다.
“진짜 누가 이기려나?”
때문에 축구를 즐겨보는 팬들과 경기를 분석하는 것을 직업으로 가진 사람들조차 이 경기의 결과를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하나 확실한 건…….”
대부분의 축구팬들이 알고 있는 것이 있었다.
“김상훈이 리버풀을 효과적으로 괴롭힐 것이라는 거지.”
바르셀로나의 에이스인 김상훈이 좋은 활약을 펼칠 것이라는 걸.
리버풀 선수들이 그를 쉽게 막지 못할 것이라는 걸.
자연스레 이번 경기에 대한 팬들의 기대는 점점 더 높아졌다.
그리고 지금.
많은 팬들이 기대하던 경기가 시작됐다.
***
“크하하핫! 재밌게 즐기고 오라고!”
위르겐 클롭.
리버풀의 감독이자 명장으로 유명한 그는 자신이 있었다.
그가 이끄는 리버풀은 강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처럼 형편없이 당할 것이라는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았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랑 우리는 수비부터 다르지.”
이번 시즌의 리버풀은 좋은 조직력과 빠른 역습으로 좋은 성적을 내고 있었지만, 단단한 수비력을 자랑하기도 했다.
프리미어리그 모든 팀 중 실점이 가장 낮았고, 패배도 가장 적게 했다.
그렇다고 득점력이 약한 것도 아니었다.
맨체스터 시티를 제외하면 팀 득점 숫자도 모든 프리미어리그 팀 중 가장 높았다.
리버풀이 이렇게 실점이 적은 데에는 특정 선수의 활약 때문이기도 했다.
버질 반다이크.
리버풀 FC의 핵심선수이자 월드클래스 수비수인 그는, 이제는 세계 최고의 센터백이라는 수식어가 그 누구보다도 잘 어울리는 선수다.
그 어떤 선수도 쫓을 수 있을 정도로 빠른 스피드와 강력한 피지컬, 뛰어난 축구 지능까지 갖춘 선수.
그런 선수가 뛰고 있는 리버풀의 수비는 강할 수밖에 없었다.
반다이크의 파트너인 조엘 마티프 역시 압도적인 높이와 빠른 스피드를 지닌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하는 선수였다.
더불어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전한 파비뉴도 좋은 피지컬과 높이, 탁월한 수비력으로 리버풀 수비진의 부담을 크게 덜어줬다.
이렇게 단단한 수비, 미드필더진이 버티고 있는 리버풀이었지만 늘 슈팅을 허용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런 상황이 오더라도 리버풀은 쉽게 골을 먹히지 않았다.
리버풀의 골키퍼 알리송 베케르 때문이었다.
그는 뛰어난 선방능력으로 수많은 위기의 순간에서 리버풀의 골문을 지켜냈다.
그런데.
“막아! 막으라고!”
“집중해! 선수 놓치지 마!”
“정신 차리라고!”
그런 리버풀이 경기 초반부터 흔들렸다.
[김상훈이 리버풀의 중원을 휘젓고 있습니다! 정말 놀라운 움직임입니다!]
[이야~! 리버풀은 시즌 내내 수비적으로 굉장히 좋은 능력을 보여줬던 팀이거든요? 그런데 지금 김상훈에게 크게 애를 먹고 있습니다.]
퍼억!
파비뉴와 부딪친 김상훈이 그대로 공을 몰고 전진했다. 중심이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고, 터치가 길어지지도 않았다.
김상훈은 빠른 속도를 가진 탱크처럼 내달렸다.
투다다닷!
[김상훈! 빠릅니다! 공을 몰고 전진합니다!]
툭! 툭! 툭! 툭!
김상훈이 짧게 공을 치며 전진하자 마티프가 앞을 가로막았다.
195cm의 큰 키를 가진 그에게 가로막히는 선수들은 커다란 압박감을 느끼곤 하지만.
“뭐야 이 속 빈 강정은?”
- 야…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니야?
“그래서 한국말로 했잖아요.”
김상훈은 여유 넘치는 표정으로 그대로 전진했다.
그때 이찬수가 질문했다.
- 어떻게 할 거야?
그러자 김상훈은 조금도 고민하지 않고 대답했다.
“제치고 골 넣으려고요.”
- 그러면 반다이크가 달라붙을 텐데?
“반다이크도 제치면 되죠.”
- 쉽지 않을 텐데?
“해보면 알겠죠.”
후읍!
김상훈은 짧고 빠르게 공기를 들이마셨다. 이후 상체를 좌우로 흔들며 마티프에게 다가갔다. 두 선수의 거리가 가까워졌다.
‘어디냐? 어디로 갈 생각인 거야?’
꿀꺽!
마티프는 그에게 접근하는 김상훈의 움직임에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자세를 낮췄다.
‘녀석은 양발을 쓰고, 드리블에 특별한 패턴도 없다. 녀석을 상대할 때는 끝까지 집중력을 잃어선 안 돼!’
바르셀로나와의 경기를 준비하면서 조엘 마티프는 위르겐 클롭 감독에게 계속해서 지시를 받았다.
끝까지 집중해서 김상훈을 막아낼 것을.
돌파만큼은 절대로 허용하지 않아야 된다는 것을.
물론 쉬운 일은 아니었다.
현재 김상훈은 모든 축구선수 중 가장 높은 돌파 성공률을 가진 선수였으니까.
더군다나 김상훈의 자신감은 최고조에 오른 상태였다.
그리고 지금.
푸후!
김상훈이 크게 숨을 내뱉으며 폭발적인 스피드를 내기 시작했다.
***
조엘 마티프, 그는 김상훈을 막아낼 자신이 있었다.
그는 세계 최고의 리그 중 하나인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고 있었고, 현재 리그 1, 2위를 다투고 있는 리버풀 FC의 센터백이었다.
당연하게도 스스로의 실력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다.
상대가 세계 최고의 선수였지만, 그래도 막을 수 있다고 믿었다.
‘감독님의 믿음을 배신할 순 없지.’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조엘 마티프와 위르겐 클롭 감독의 믿음이 깨졌다.
휘익!
“안 돼!”
마티프의 표정이 굳었다.
김상훈이 엄청난 속도로 그의 옆을 지나치려고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티프가 어깨를 집어넣으며 김상훈의 돌파를 막으려고 했다. 김상훈 역시 무게중심을 낮추고 마티프를 밀어냈다. 그러자 195cm의 거구인 마티프가 밀려났다.
투웅!
- 쯧, 저렇게 힘으로 막으려고 하면 오히려 뚫리지.
이찬수가 혀를 찼다.
완벽하게 털리는 마티프를 보니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때 한 선수가 마티프를 제친 김상훈에게 달려들었다.
- 오! 이제 진짜가 나서는구만?
버질 반다이크였다.
그는 곧바로 슈팅을 하려던 김상훈에게 몸을 부딪쳤다.
반칙 선언이 되지 않을 정도의, 하지만 허용된 선에서 최대한 거칠게 김상훈을 밀어붙였다.
“윽!”
괴물 같은 피지컬을 가진 김상훈이었지만 상대도 괴물이었다. 강한 압박에 김상훈의 표정이 굳었다.
‘역시 반다이크야. 부딪치는 것만으로도 숨이 턱턱 막히네.’
반다이크의 압박을 받는 도중, 김상훈은 계속해서 무게중심을 옮기며 압박을 빠져나가기 위해 노력했다.
툭! 툭! 퍼억!
하지만 반다이크는 마치 김상훈이 움직일 방향을 미리 알고 있는 것처럼 수비했다.
마침내 김상훈이 아주 작은 각을 만들어서 슈팅까지 연결했지만, 반다이크는 발을 길게 뻗어서 그 슈팅을 막아냈다.
퍼엉!
김상훈은 저 멀리 튕겨 나가는 공을 보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아 반다이크…… 역시 잘하네요.”
- 푸하하핫! 상훈아 아주 개발렸네? 뭐? 반다이크까지 제치고 골을 넣으면 된다고? 이렇게 발리는데?
“아오! 막힐 수도 있죠. 사람이 어떻게 매번 돌파에 성공해요?”
- 사람 같지 않은 능력치를 가졌으면 매번 성공해야지. 솔직히 반다이크의 실력이 아무리 좋아도, 너보다 신체 능력치는 낮을걸?
“……갑자기 팩트 폭력을 하시면 너무 아프다고요.”
- 그러니까 주접 그만 떨고 최선을 다해. 무슨 소설 주인공처럼 힘을 숨긴다고 지랄을 하니까 그렇게 털리는 거 아니야?
이찬수의 말에 김상훈이 웃기 시작했다.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말. 힘을 숨겼다는 말.
그건 사실이었다.
“확실히 반다이크는 스킬 없이 상대하기는 힘들겠네요.”
- 알면 빨리 써 인마.
“예. 바로 갑니다.”
김상훈은 지금 가진 능력을 전부 발휘하지 않았다.
스킬을 아무것도 사용하지 않은 상태로 반다이크에게 막힌 것이었다.
자신감에 가득 차서 스킬을 사용하지 않고도 리버풀의 수비를 전부 뚫어낼 수 있을 것 같아서 시도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반다이크라는 벽은 내추럴 상태로는 넘기 어려운 상대였다.
그리고 지금.
김상훈은 모든 스킬을 사용했다.
[흔들리지 않는 벽(God)을 사용하셨습니다.]
[40분간 피지컬 능력치와 몸싸움 능력치가 40만큼 상승합니다.]
[뛰어난 리더십(G)를 사용하셨습니다.]
[20분간 동료들의 기세를 끌어올립니다.]
[디디에 드로그바의 피지컬(L)을 사용하셨습니다.]
[20분간 몸싸움 능력과 피지컬 능력이 대폭 상승합니다.]
[미친 드리블(J)을 사용하셨습니다.]
[5분간 드리블 능력치가 10만큼 상승합니다.]
[리오넬 메시의 드리블(L)을 사용하셨습니다.]
[30분간 드리블, 개인기, 스피드, 민첩 능력치가 각각 30만큼 상승합니다.]
[경이로운 탈압박(L)을 사용하셨습니다.]
[20분간 탈압박 능력이 대폭 상승합니다.]
[괴물 같은 드리블(L)을 사용하셨습니다.]
[20분간 드리블, 민첩, 몸싸움, 피지컬 능력치가 각각 20만큼 상승합니다.]
[강철 체력(G)을 사용하셨습니다.]
[10분간…….]
[…….]
…….
모든 스킬을 사용한 뒤.
김상훈이 늘 그랬던 것처럼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
스킬을 사용하지 않았을 때의 김상훈과.
스킬을 사용했을 때의 김상훈은 경기력 차이가 아주 컸다.
조금 과장하면 아예 다른 사람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그 차이가 컸다.
모든 신체 능력과 축구 능력이 대폭 상승한 지금.
공을 잡은 김상훈이 리버풀의 중원을 박살 내기 시작했다.
툭! 타앗!
김상훈은 비달과 원터치 패스를 주고받은 뒤 엄청난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오른쪽 사이드로 달리는 김상훈을 향해 리버풀의 레프트백 앤드류 로버트슨이 슬라이딩 태클을 했다.
촤아악-!
[앤드류 로버트슨의 태클이 깊습니다!]
그 순간 김상훈이 공중에 떠올랐다.
짐승 같은 민첩성과 동체 시력, 반사신경을 가진 지금, 김상훈은 높은 수준의 수비수인 로버트슨의 슬라이딩 태클을 몸을 띄우는 것으로 피해내고 있었다.
게다가 공도 놓치지 않았다.
[우, 우와! 김상훈이 공과 함께 몸을 띄워서 태클을 피해냈습니다! 대단한 움직임입니다!]
김상훈이 순식간에 리버풀의 페널티 박스 라인을 밟았다.
그런 김상훈의 앞을 한 선수가 막아섰다.
“왔냐?”
씨익 웃으며 김상훈에게 말을 거는 그는, 버질 반 다이크였다.
그를 본 김상훈도 덩달아 웃었다.
“오냐. 너 박살 내러 왔다.”
대화는 짧았다.
두 선수가 서로를 노려봤다.
이제는 서로를 뚫고, 막아내야 하는 상황.
그리고.
지금, 이 순간 김상훈과 반 다이크가 강하게 몸을 부딪쳤다.
[김상훈이 돌파를 시도합니다!]
[반 다이크가 김상훈에게 붙습니다!]
퍼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