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신들린 축구선수-196화 (196/200)

196화 전설의 시작(3)

바르셀로나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경기가 소강상태에 이르렀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2골을 먹힌 뒤로부터 잔뜩 웅크렸다. 오로지 수비에만 집중하며 경기를 재미없게 만들었다.

당연히 경기장 안은 팬들의 야유소리가 울려 퍼졌다.

우우우우우!

“우리가 이딴 경기를 보려고 비싼 돈 주고 티켓을 구매한 줄 알아? 똑바로 안 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도대체 뭐 하는 거야? 너네 지금 지고 있다고!”

“지고 있는 주제 왜 잔뜩 웅크리고 두들겨 맞고만 있는 거냐고!”

거친 욕설들과 함께 짙은 야유가 쏟아졌다.

하지만 그 야유는 오래가지 않았다.

한 선수 때문이었다.

[김상훈! 슈웃!]

김상훈, 그는 위치에 상관없이 공만 잡으면 슈팅을 때렸다.

거리도 신경 쓰지 않았다.

상대 수비수의 몸에 걸리는 것도 상관하지 않았다.

퍼억!

[아~! 아쉽게 스몰링의 몸에 맞네요! 튕겨 나온 공을 아르투르 멜루가 잡습니다. 공은 다시 바르셀로나의 소유입니다.]

[아르투르 멜루가 다시 김상훈에게 패스합니다. 설마 다시 슈팅을 시도하나요?]

해설들의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김상훈은 다시 한번 슈팅을 때렸다.

이번에는 아웃프런트로 감아 차는 슈팅이었다.

빠앙!

강하게 맞은 공이 커다란 궤적으로 휘어져 날아갔다. 그 순간 다비드 데 헤아가 몸을 날렸다.

보통 슈팅이라면 이렇게 빨리 몸을 날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김상훈의 슈팅은 다른 선수랑은 차원이 달라.’

보통 슈팅이 아니었다.

세계 최고의 슈터인 김상훈의 슈팅이었다.

다른 선수들에 비해 훨씬 강하고, 정확하고, 특이한 무브먼트를 가진 특별한 슈팅이었다.

때문에 다비드 데 헤아는 마치 페널티킥을 막을 때처럼 빠르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제발 수비 몸에 맞고 나가라.’

데 헤아는 몸을 날리며 생각했다.

김상훈의 슈팅이 수비수의 몸에 맞기를.

골대까지 날아오지 않기를.

하지만 그건 그의 바람일 뿐이었다.

야속하게도 김상훈이 때려낸 공은 수비수들을 가볍게 넘겼다.

높이 떴던 공은 골대가 가까워지자 급격히 추락했다.

“젠장……!”

데 헤아의 표정이 굳어졌다.

공의 움직임이 워낙 지저분해서 떨어지는 위치를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었다.

더군다나 속도가 너무 빨랐다. 가뜩이나 빠른 공이 이리저리 흔들리며 날아오니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막아야 돼!’

데 헤아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지금 그의 집중력은 날이 서 있었다.

어떻게든 팀을 구해내고 싶었다.

후웅!

눈 깜짝할 사이에 날아온 공을 향해 손을 뻗었다. 공이 떨어지는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예상지점으로 팔을 움직였다.

운이 따라야만 막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제발!’

데 헤아에게 운이 따랐다.

그의 손끝에 공에 걸렸다.

투웅!

‘됐어!’

손끝에서 고통이 느껴졌다. 그만큼 강력한 슈팅이었다.

하지만 데 헤아는 공을 쳐 내는 것에 성공했다.

다만, 다급하게 공을 쳐 냈기 때문일까?

그는 공을 골라인 바깥으로 쳐내지 못하고, 페널티 라인 근처로 날려 보냈다.

그리고 그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게는 최악의 상황을 불러일으켰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바르셀로나에는 데 헤아가 튕겨낸 공의 방향을 알고 있는 선수가 있었으니까.

[예리한 볼 커팅(G)효과가 발동됩니다.]

[볼 커팅 능력이 상승합니다.]

[상대의 패스 방향이 화살표로 보이게 됩니다.]

더군다나 현역시절, 필리포 인자기에 버금가는 위치선정 능력을 지녔던 남자가 김상훈을 돕고 있었으니까.

- 조금 더 앞으로 가! 공에 역회전 걸려서 갑자기 속도가 죽을 거야.

김상훈은 이찬수의 말을 신뢰했다.

현역시절 워낙 위치선정 능력이 좋은 선수였던 것을 알고 있었고, 지금 이 순간 그가 공의 움직임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때문에 김상훈은 빠르게 위치를 이동했다.

그 순간 공이 짧게 날아왔다. 이찬수가 말했던 것과 정확히 일치했다.

‘바로 때려야 돼.’

높게 날아오는 공을 향해 상대 팀 선수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빠르게 공을 처리해야 한다.

그래서 김상훈은 곧바로 몸을 띄웠다.

타앗!

땅을 박차고 뛰어오른 김상훈은 그대로 몸을 뒤집으며 다리를 휘둘렀다. 공중에서 다리를 휘두르는, 다소 불안정하게 보이는 자세였지만 김상훈의 다리는 공을 향해 정확히 휘둘러졌다.

“정확한 슈팅.”

***

[정확한 슈팅]

- 등급 : 신(God)

- 효과 : 체력을 소모하지 않고 원하는 곳에 슈팅을 할 수 있습니다. 슈팅을 하는 순간, 슈팅 능력치가 20만큼 상승합니다. 공의 움직임이 지저분해집니다. 어떤 자세에서도 슈팅을 때릴 수 있게 됩니다.

정확한 슈팅 스킬은 이름값을 하는 스킬이다.

원하는 곳을 선택한 뒤, 스킬을 사용하며 공을 차면 100%에 가까운 확률로 정확하게 날아간다.

사실상 김상훈이 가진 스킬 중 가장 좋은 스킬이라고 해도 될 정도였다.

그리고 지금.

김상훈은 그 좋은 스킬을 활용해서 슈팅을 시도했다.

공중에서 몸을 띄운 채 다리를 휘두르는, 가위차기 슈팅이었다.

갑작스레 나온 아크로바틱 슈팅에 관중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 설마?”

“저기서 저렇게 때린다고?”

“우왁!”

“오마이갓!”

이윽고 김상훈의 발등에 걸린 공이 골대 구석에 꽂혀버린 순간.

“우와아아아아아!”

“역시 킴이야! 세계 최고의 선수는 다르다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아주 두들겨 패버리네!”

“김상훈이 있는 이상 바르셀로나는 절대 안 질 것 같아. 저런 선수를 도대체 어떻게 막으라는 거야?”

“못 막지…… 킴은 못 막아.”

관중들은 커다란 환호성을 내뱉었다.

오직 한 남자에게 향하는 환호였다.

- 아주 영화를 찍는구만. 무슨 소림축구야 뭐야?

“멋있었나요?”

- 멋있긴 개뿔! 근데 그런 동작이 그냥 쉽게 돼?

“음…… 몸이 생각한 대로 움직이는 느낌이에요. 그래서 그냥 공에 발을 맞추는 것만 신경 쓰면 돼요.”

- 정말 말도 안 되는 몸뚱이가 됐구나.

“인정합니다.”

과거에 비하면 확연히 느려졌지만, 그래도 김상훈의 능력치는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었다.

포인트를 버는 족족 박스에 투자했고, 가끔씩 능력치를 올릴 수 있는 아이템이 나왔다.

더불어 훈련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계속해서 고난도 훈련을 해왔고, 그런 훈련으로도 능력치를 높였다.

그 결과, 지금의 김상훈은 괴물 같은 신체 능력을 갖게 됐다.

그리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그런 김상훈을 상대하고 있었다.

게다가 아직 후반전은 시작되지도 않았다.

“킴.”

전반전이 끝난 뒤, 발베르데 감독이 김상훈을 불렀다.

“예, 감독님.”

“전반전 움직임은 아주 좋았다. 후반전에는 상대가 공격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커. 그렇게 되면 자네는 조금 뒤에서 팀을 조율해주게.”

발베르데 감독이 부드러운 말투로 지시를 내렸다.

그러자 김상훈이 웃으며 말했다.

“슈팅은 자유롭게 해도 괜찮은 거죠?”

“당연하지. 설마 내가 자네에게 슈팅하지 말라는 지시를 할까. 나는 아직 그렇게 늙지 않았네.”

“너무 젊으시죠.”

“허허, 축구 실력만큼이나 말도 잘하는군.”

“다 감독님의 올바른 지도 덕분이죠.”

“으헛헛! 참 재밌는 친구라니까.”

김상훈은 발베르데 감독과 어깨동무를 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다른 선수들 역시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경기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최근 바르셀로나의 분위기는 좋았다.

성적이 잘 나오니 자연스레 감독, 코치진과 선수들의 사이가 더욱 좋아졌다. 그러면서 팀의 경기력도 더 좋아졌다.

당연하게도 이런 상황에서 발베르데 감독의 선수들에 대한 믿음은 최고조에 달했다.

팀의 에이스인 김상훈에 대한 믿음은 더욱 컸다.

“그럼 후반전도 잘하고 오겠습니다.”

“그래, 믿겠네.”

***

발베르데 감독의 예상대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후반전이 시작되자마자 공격 중심의 전술을 들고 나왔다.

사실 이건 당연한 것이었다.

3대 0으로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 수비를 한다는 것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자존심에 금이 가는 일이었으니까.

군나르 숄샤르 감독은 후반전이 시작되기 직전에 선수들을 향해 지시했다.

“자네들이 가진 능력을 전부 보여주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는 팀이 강팀이라는 것을 보여줄 것을.

선수들이 가진 능력을 전부 펼치고 올 것을.

그리고 지금.

숄샤르 감독의 지시를 받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들이 전반전과는 달리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서기 시작했다.

- 역시나 공격적으로 나오네. 애들 눈빛도 바뀌었어. 아무래도 숄샤르 감독이 선수들에게 뭔가 강하게 얘기를 했나 보네.

“그런가 보네요. 확실히 분위기가 달라졌어요.”

- 상훈아, 저렇게 기세를 올리는 팀은 어떻게 이겨야 한다고 했지?

씨익!

김상훈이 웃었다.

이찬수에게 축구를 배운 그는 이 질문의 답을 알고 있었다.

“빠르게 골을 넣어서 기를 죽여 놓아야죠.”

- 빙고!

상대를 완벽하게 무너뜨릴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다면,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김상훈은 적극적으로 빌드업을 쌓아나가고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김상훈의 볼 커팅 능력과 태클 능력은 이미 정평이 나 있는 상태.

그가 달려들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들이 다급하게 공을 돌리기 시작했다.

여유가 사라지자, 패스 정확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지금은 전반전이 아닌 후반전이었다.

선수들의 체력이 많이 떨어져 있었다.

반면 김상훈은 멀쩡했다.

- 넌 참 어느 순간부터 인간미가 없어졌다? 어떻게 된 게 전반전 오지게 뛴 놈이 숨도 안 헐떡거려?

“앞으로 180분은 더 뛸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강철 체력 스킬 쓰면 200분도 뛸 수 있고요.”

물론 허세가 섞인 말이었지만 그만큼 체력적으로 여유가 있었다.

- ……나는 네 말이 사실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크힠……!”

김상훈은 실실 웃으며 그라운드 위를 뛰어다녔다.

체력에 부담이 없기 때문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들이 패스를 할 때마다 몸을 날려가며 볼 커팅을 시도했다.

촤악!

지금 역시 제시 린가드의 전진 패스가 뿌려지는 방향을 향해 달려갔다.

[김상훈이 오늘 열정적으로 뛰고 있습니다. 이야~! 보면 볼수록 참 대단하네요. 현재 팀의 에이스라는 평가를 받고 있고, 실제로 대단한 활약을 보이고 있는 선수가 바로 김상훈이거든요. 조금 덜 뛸 만도 한데, 항상 가장 많이 뛰며 팀을 위한 희생을 하네요.]

[오늘은 특히 더 열정적으로 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 슬라이딩을 하나요? 김상훈, 다시 한번 슬라이딩으로 볼 커팅을 시도합니다! 오오! 앙토니 마샬에게 보내려던 제시 린가드의 패스를 끊어냈습니다.]

[정말 대단한 볼 커팅 능력이네요!]

[커팅을 해내는 능력 자체도 대단하지만, 순간적으로 공이 오는 방향을 예측해서 슬라이딩을 하는 순발력도 정말 대단합니다.]

해설들의 눈이 커졌다.

김상훈이 상대의 패스 경로를 미리 예측해서 공을 끊어내는 장면은 볼 때마다 놀라웠다.

실시간으로 경기를 지켜보던 축구팬들 역시 혀를 내둘렀다.

“워……! 킴의 볼 커팅은 정말 믿을 수 없어.”

“예지능력 같은 게 있는 거 아닐까? 어떻게 매 경기마다 저렇게 공을 끊어낼 수가 있지?”

“김상훈은 사실 축구의 신이 아닐까? 그렇지 않고서야 그의 실력은 설명할 길이 없잖아.”

“근데 축구의 신이라고 하기엔, 킴은 대기만성형 선수잖아. 프리미어리그에서 뛸 때도 물론 대단한 선수였지만, 지금처럼 압도적인 포스를 뿜어내지는 않았어.”

“무슨 소리야. 토트넘에서 뛸 때도 킴이 나오면 그 경기는 무조건 이겼다고 생각했는데?”

“하여튼 킴은 정말 엄청난 선수야.”

축구팬들이 놀란 것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정확히 2초 뒤.

경기를 지켜보던 팬들은 경악한 표정으로 소리를 질러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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