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신들린 축구선수-195화 (195/200)

195화 전설의 시작(2)

축구계에는 레전드로 평가받는 선수들이 있다.

지네딘 지단, 요한 크루이프, 게르트 뮐러, 마테우스, 베켄바우어, 가린샤, 호나우두, 펠레, 로베르토 바조, 알프레도 디 스테파노 등, 엄청난 활약을 펼쳤던 선수들은 은퇴를 하고 난 뒤에 레전드로 불리게 된다.

즉, 축구계의 전설이 된다.

당연하게도 전설이 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난다 긴다 하는 프로선수들이 모인 곳에서 압도적인 활약을 펼치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었으니까.

현역으로 뛰는 선수들 중에서도 전설이 될 만한 선수는 많지 않았다.

리오넬 메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세르히오 라모스와 같이 오랜 기간 동안 최고의 활약을 펼쳤던 선수들이 전설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지금.

대한민국 국적의 김상훈이 전설이 되는 길을 걷고 있었다.

[김상훈이 공을 몰고 달립니다. 선제골을 허용하고 마음이 급해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역습을 허용했습니다.]

[하필 김상훈에게 역습을 허용하네요! 김상훈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수비수들을 달고 달립니다.]

동료의 패스를 받은 김상훈이 특유의 드리블을 펼쳤다.

그의 주변에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제시 린가드와 스콧 맥토미니가 붙었지만, 김상훈은 조금도 밀리지 않았다. 선수 두 명에게 압박을 받으면서도 계속해서 전진했다.

린가드와 맥토미니가 강하게 밀고 옷을 잡아당겼지만, 김상훈은 흔들리지 않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페널티 박스 근처로 달렸다.

압도적인 피지컬과 낮은 무게중심, 다른 선수들보다 훨씬 뛰어난 볼 키핑 능력이 그걸 가능하게 만들어줬다.

게다가 지금은 모든 스킬을 사용한 상황.

김상훈뿐만 아니라 바르셀로나 동료들의 자신감도 한껏 높아진 상태였다.

[뛰어난 리더십]

- 등급 : 골드(Gold)

- 효과 : 20분간 동료들의 기세를 끌어올립니다. (경기당 1번 사용 가능)

리더십 스킬효과가 발동된 이후로 바르셀로나 선수들의 움직임이 기민해졌다. 실수도 거의 나오지 않았다.

때문에 김상훈이 공을 몰고 달리기 시작하자, 다른 바르셀로나 선수들이 전방으로 함께 달려주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김상훈에게만 집중됐던 시선이 분산됐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수비진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수아레스와 쿠티뉴 그리고 리오넬 메시까지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들은 김상훈에게만 신경을 쓸 수가 없죠.]

실제로 지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수비진은 우왕좌왕하며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리오넬 메시와 김상훈을 마크하긴 했지만 수비라인 뒷공간으로 파고드는 쿠티뉴를 놓쳤다.

그리고 김상훈에게는 넓은 시야와 정확하게 패스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 쿠티뉴 쪽이 좋겠다.

“예. 봤습니다.”

김상훈의 눈이 빛났다.

그는 두 명의 선수를 달고 있는 상황에서도 동료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았다. 쿠티뉴와 눈이 마주친 순간 다리를 휘둘렀다.

툭!

김상훈의 발을 떠난 공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갔다.

[사비 에르난데스의 패스]

- 등급 : 레전드(Legend)

- 효과 : 스페인의 사비 에르난데스, 그의 패스 능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패스 마스터라고 불리던 사비 에르난데스.

그의 능력을 가진 김상훈의 패스는 쿠티뉴가 움직이는 공간 바로 앞에 떨어졌다.

그리고 쿠티뉴는 뛰어난 기본기를 가진 선수였다.

스핀을 걸어서 완벽하게 발 앞으로 보내준 패스를 받을 실력이 있었다.

[쿠티뉴! 공을 잡습니다. 터치가 아주 좋았습니다. 쿠티뉴가 자신 있어 하는 자리인데, 때리나요? 슈우우웃!]

***

모든 게 완벽했다.

김상훈이 두 명을 끌고 다녔고, 다른 선수들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수비진을 흔들었다.

그 이후 펼쳐진 김상훈의 킬패스, 그리고 쿠티뉴의 좋은 터치 후 슈팅까지.

모든 부분에서 흠잡을 것이 없었다.

다비드 데 헤아의 선방만 없었다면 말이다.

[막아냈습니다! 데 헤아의 슈퍼세이브!]

[쿠티뉴가 머리를 쥐어뜯네요. 슈팅하는 순간 골이라고 생각했을 것이거든요!]

[굉장히 잘 때린 슈팅이었습니다. 우와…… 데 헤아가 이걸 막아내네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골키퍼, 다비드 데 헤아.

그는 다른 골키퍼들과 확연히 차이가 나는 엄청난 반사신경과 뛰어난 선방능력을 가진 선수다.

그런 능력을 인정받아 세계 최고의 골키퍼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선수이기도 했다.

우와아아아!

함성이 터져 나왔다.

그만큼 데 헤아의 선방은 대단했다.

당연하게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역시, 데 헤아는 최고의 골키퍼야. 방금 쿠티뉴의 슈팅 봤지? 제대로 감겨 들어간 슈팅이었는데, 저걸 막네.”

“이대로 데 헤아가 계속해서 바르셀로나의 공격을 막아준다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이길 수도 있어!”

“데 헤아의 반응속도는 세계 최고야. 저기 쿠티뉴 표정 보이지? 영혼이 다 빠져나간 것 같네. 큭큭!”

“패스를 준 김상훈이 더 아쉬울 수도…… 응?”

그때였다.

말을 이어가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팬이 김상훈을 멍하니 바라봤다.

“……아쉬워하지 않는데?”

김상훈, 그는 조금도 아쉬워하지 않았다.

챔피언스 리그라는 엄청난 무대에서 골을 넣을 수 있는 완벽한 기회를 동료가 놓쳤음에도 아쉬워하지 않았다.

사실 그에게는 당연한 일이었다.

방금과 같은 완벽한 기회를 김상훈은 몇 번이나 더 만들 자신이 있었으니까.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지금.

오히려 이찬수가 아쉬운 표정으로 입맛을 다셨다.

- 저건 막기 힘든 건데, 캬~! 저걸 막네! 상훈아 아쉽지 않냐?

“아쉬울 게 뭐가 있어요. 기회는 또 만들면 됩니다.”

- 자신감 좋고! 좋아, 그대로 가자고.

“예!”

김상훈의 플레이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경기 초반과는 달리 패스 위주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것이 아닌, 계속해서 돌파를 시도했다. 그리고 그의 돌파는 계속해서 성공을 거뒀다.

퍼억!

몸을 강하게 부딪치는 맥토미니를 가볍게 튕겨낸 김상훈이 전진했다. 그러자 피지컬이 좋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중앙 수비수 필 존스가 달려들었다.

김상훈은 그런 필 존스를 상대로 별다른 개인기를 사용하지 않았다. 지금의 김상훈에게는 화려한 개인기는 필요하지 않았다. 순간적인 방향전환과 속도 조절로 상대를 제쳐냈다.

지금 역시 그랬다.

쿠웅!

필 존스의 차징에도 김상훈은 흔들리지 않았다. 꾸욱! 필 존스가 어깨를 집어넣으려 했지만, 허용하지 않았다. 오히려 어깨를 집어넣는 필 존스의 힘을 흘리면서 몸을 회전했다.

휘익!

순식간에 몸을 회전시키면서도 공을 놓치지 않았다. 공은 본드라도 붙인 듯 김상훈의 발에 붙어있었다.

프로선수들도 이해하지 못하는 김상훈의 볼 컨트롤이었다.

이해하지 못할 수밖에 없었다.

[본드]

- 등급 : 레전드(Legend)

- 효과 : 스킬 사용 시, 2초 동안 공이 발에서 떨어지지 않습니다. (하루 3회 사용 가능.)

김상훈이 본드 스킬을 사용했으니까.

실제로 공이 2초 동안 그의 발에 달라붙는 것이었으니까.

- 허허, 저 스킬은 볼 때마다 어이가 없네.

우당탕!

필 존스가 바닥을 뒹굴었다. 그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분명히 어깨싸움을 하던 중이었는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그렇게 몸에 힘을 주고 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몸을 회전한다고?

괴물 같은 신체 밸런스와 순발력, 민첩성이 있어야만 할 수 있는 움직임이었다.

더군다나 피지컬이 뛰어난 필 존스를 상대로 이런 움직임을 펼치려면 압도적인 피지컬이 필요했다.

그리고 김상훈은 그 모든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톡!

필 존스를 제쳐낸 김상훈이 공을 살짝 밀었다.

이제 선택을 할 시간이었다.

슈팅을 할 것인지, 패스를 할 것인지.

그 순간 또 다른 중앙 수비수 스몰링이 다급하게 달려들었다.

김상훈은 그의 눈을 바라봤다. 스몰링은 애써 침착한 표정을 유지하려 했지만, 눈이 흔들리고 있었다.

‘짜식, 쫄았네.’

스몰링이 경험이 많은 수비수였지만, 저렇게 긴장한 상태의 스몰링은 김상훈에게 상대하기 아주 쉬운 먹잇감일 뿐이었다.

그리고 지금.

김상훈은 스몰링을 상대로 몇 가지 심리전을 걸었다.

휘익!

짧고 빠르게 오른쪽 다리를 휘두르며 패스 또는 슈팅을 할 것처럼 움직였다.

움찔!

긴장한 스몰링이 반응했다. 경험이 많은 수비수인 그는 이것이 페이크일 것이라는 걸 눈치채고 있었다. 그럼에도 김상훈의 슈팅 위력을 알고 있기에 무시할 수가 없었다.

반응을 할 수밖에 없었다.

페인팅을 하면서도 김상훈은 차가운 눈빛으로 스몰링의 무게중심이 움직이는 것을 지켜봤다.

그 순간 김상훈은 공을 살짝 밀어냈다. 그러자 공은 스몰링의 가랑이 사이로 굴러 들어갔다. 동시에 김상훈이 스몰링의 왼쪽으로 몸을 날렸다. 그 움직임은 너무 빨랐다.

더군다나 스몰링은 역동작에 걸린 상태였다. 때문에 김상훈의 움직임에 반응하지 못했다.

타닷!

스몰링을 뚫어낸 상황에서 김상훈의 앞에 있는 선수는 오직 다비드 데 헤아뿐이었다.

데구르르르!

짧은 순간 김상훈은 스몰링의 가랑이 사이로 빠져나온 공을 바라봤다.

‘터치 후 슈팅? 아니면 바로?’

고민은 길지 않았다.

상대는 다비드 데 헤아였다.

세계 최고의 골키퍼를 상대로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하는지는 사실상 정해져 있었다.

‘빠른 템포로 간다.’

김상훈이 공을 터치하지 않고 바로 다리를 휘둘렀다.

“정확한 슈팅.”

***

워낙 빠른 타이밍에 나온 슈팅이었다.

더구나 골대 상단 구석으로 날아가는 슈팅이었다. 파워와 스피드도 강력했다.

그 어떤 골키퍼라도 막기 힘든 슈팅.

부웅!

반응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데 헤아가 몸을 날렸다.

엄청난 순발력을 지닌 선수답게, 그 짧은 순간에도 김상훈의 슈팅 방향을 예측하고 움직였다.

다만, 데 헤아가 몸을 날린 순간 김상훈의 발을 떠난 공은 이미 골망을 흔들고 있었다.

철렁!

바르셀로나의 두 번째 골이었다.

김상훈의 두 번째 골이기도 했다.

전반전 30분이 지나가는 시점에서 나온 두 번째 골.

따라가고자 최선을 다하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서는 힘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압도적인 개인 기량에서 나온 골이지 않은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들은 절망적인 표정으로 고개를 떨궜다.

팬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젠장!”

“……이건 말도 안 돼. 꿈이지? 이건 꿈일 거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선수 한 명한테 이렇게 당하는 건 말이 안 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김상훈 한 명에게 농락당했어.”

“정말 끔찍하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팬들은 믿기 힘들다는 표정으로 경기장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들의 시선이 닿은 곳에는 한 선수가 양팔을 높이 들고 양쪽 검지를 펼치고 있었다.

- 너 뭐하냐? 그건 또 뭔 포즈야?

“한 번쯤 해보려던 세레머니에요. 어때요? 완전 카리스마 있죠?”

- 카리스마는 얼어 죽을! 그냥 주접떠는 거로밖에 안 보이는데?

“눈썰미가 그렇게 없으셔서 어떡해요? 저기 환호하는 팬들 안 보이세요?”

- 아오! 도대체 얘가 왜 이렇게 인기가 많은 거야?

한껏 짜증을 낸 이찬수가 몸을 돌렸다.

몸을 돌린 그의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띄어져 있었다.

사실 이찬수는 김상훈이 인기가 많은 이유를 알고 있었다.

매력 능력치가 91이 넘어가면서부터 웬만한 모델들 뺨을 때릴 수도 있는 비율과 외모를 가졌고, 매 경기 세계 최고의 선수인 리오넬 메시보다 더 뛰어난 활약을 보일 정도로 물오른 실력까지 갖췄으니.

인기가 없을 수가 없었다.

더불어 김상훈은 인터넷방송을 하던 사람답게 화려한 쇼맨십까지 가진 선수였다.

팬들에게 사랑받는 조건을 모두 갖춘 선수.

그게 바로 김상훈이었다.

- 어째 점점 놀릴 거리가 없어지네. 에이! 인간미 없는 놈.

이찬수가 작게 중얼거리며 고개를 저었다.

[반코트 경기가 되어버렸네요. 아직 전반전임에도 이미 바르셀로나가 경기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바르셀로나의 두 번째 골이 터진 후, 경기는 완전히 기울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제대로 된 공격을 시도하지 못하고 수비에만 치중했다.

2대 0으로 밀리는 상황에서도 수비만 하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모습은 경기를 지켜보는 축구팬들에게는 끔찍한 일이었다.

“지고 있으면서 왜 저렇게 웅크리고 있는 거야?”

“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정말 재미없게 한다. 저게 프로팀이야? 그냥 때려쳐!”

“저러니까 요즘 맨유가 욕을 먹는 거 아니야? 아오! 챔스에서 저게 뭐 하는 짓거리야?”

바르셀로나는 물론이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팬들까지 그들이 응원하는 팀을 욕하기 시작했다.

그만큼 답답한 경기였다.

그런데.

한 선수가 전 세계 축구팬들의 답답한 마음을 시원하게 날려버리기 시작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