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신들린 축구선수-194화 (194/200)

194화 전설의 시작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바르셀로나의 챔피언스 리그 8강 2차전이 시작되기 전.

축구팬들과 전문가들은 바르셀로나의 우세를 예상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최근 바르셀로나는 역대급으로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었으니까.

얼마 전에 펼쳐졌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바르셀로나의 1차전에서 이미 바르셀로나가 큰 점수 차로 승리했었으니까.

“바르셀로나와 맨유의 2차전은 사실상 의미가 없지.”

“왜?”

“왜긴 왜야 어차피 바르셀로나가 이길 거니까. 에휴, 1차전처럼 탈탈 털리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도 맨유가 뭔가 보여주지 않을까? 포그바가 있잖아.”

“포그바는 무슨 포그바야. 저번에 김상훈한테 당하는 거 못 봤어?”

“그래도 클래스가 있는 선수니까 이번에는 다르지 않을까?”

그리고 수많은 축구팬들이 지켜보는 지금.

바르셀로나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챔피언스 리그 8강 2차전이 시작됐다.

“오늘만큼은 기필코…… 우리의 자존심을 지켜내야 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감독, 군나르 숄샤르의 표정이 무거웠다.

1차전에서 뼈아픈 패배를 당했던 그는 오늘 경기에서만큼은 감독으로서의 능력을 증명하고 싶었다.

그래서 바르셀로나와의 2차전을 더욱 열심히 준비했다.

감독이었음에도 선수들과 함께 뛰고 호흡하며 훈련했다. 그를 돕는 코치진 역시 최선을 다해서 바르셀로나를 분석했다.

하지만 분석이 쉽지 않았다.

‘어떻게든 메시는 막을 수 있겠는데…….’

리오넬 메시.

오랜 시간 정상을 지키고 있는 그는, 별다른 약점이 없는 선수다.

많은 팀들이 그를 막기 위해서 분석을 멈추지 않았다.

그런 노력들 때문일까?

아주 가끔이지만, 메시를 효율적으로 막아낸 팀들이 존재하긴 했다.

하지만 그 팀들은 모두 메시를 막기 위해서 두 명 이상의 선수들을 붙였다.

메시에게 두 명의 선수가 붙는다는 건, 그만큼 수적으로 불리해지는 것.

더군다나 메시뿐만 아니라 다른 바르셀로나의 선수들 역시 뛰어난 실력을 지녔다.

때문에 메시를 막더라도 상대 팀은 어려운 경기를 펼쳐야만 했다.

이렇게 리오넬 메시를 막는 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였다.

게다가 지금의 바르셀로나에는 리오넬 메시보다도 위협적인 선수가 있다.

***

축구는 개인의 기량이 뛰어난 선수가 많으면, 상대 팀보다 좋은 경기력을 보일 확률이 높다.

보통 골키퍼를 제외하면 각 팀 10명의 선수가 일대일 대결을 펼치게 되는데, 개개인의 기량이 뛰어날수록 유리해지는 건 당연했다.

하지만 뛰어난 선수들이 한 팀에 많다고 꼭 그 팀의 경기력이 좋은 것은 아니다.

갈락티코.

갈락티코는 레알 마드리드에서 추진했던 정책으로,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들 중에서도 슈퍼스타들을 영입해서 은하수를 이루겠다는 뜻을 가진 영입 정책이다.

갈락티코 1기의 멤버는 베컴, 피구, 라울, 지단, 호나우두, 카시야스, 이에로, 구티, 카를로스, 마이클 오언, 마켈렐레 등으로 당대 최고의 스타들이 모인 팀이었다.

갈락티코 2기 역시 카시야스, 라모스, 호날두, 벤제마, 카카, 알론소, 외질, 모드리치, 디 마리아, 케디라 등의 엄청난 선수들이 모였다.

하지만 이렇게 좋은 선수들이 모였음에도, 당시의 레알 마드리드는 선수들의 영입에 투자한 만큼의 성적을 뽑아내지 못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축구는 11명이 하는 것인데 당시의 레알 마드리드는 팀워크가 좋다고 하기는 힘들었으니까.

때문에 갈락티코는 축구는 결국 팀워크가 좋아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 아주 좋은 예시와도 같았다.

개인 기량으로는 최고라고 평가받던 선수들이 모인 팀이 기대만큼의 경기력을 보이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

이것은 지금의 바르셀로나를 상대하는 많은 팀들이 희망을 가졌던 이유이기도 했다.

하지만 바르셀로나는 달랐다.

정상급 선수들이 모였음에도 팀워크가 흩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팀워크가 좋아졌다.

‘김상훈이 문제야.’

후우.

군나르 숄샤르 감독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토트넘의 슈퍼스타였던 김상훈이 바르셀로나로 간 이후로 바르셀로나는 전보다 훨씬 더 강해진 경기력을 뽐냈다.

당연하게도 김상훈 때문이었다.

그는 현시점에서 최고의 기량을 가진 선수였음에도 이타적인 플레이를 즐겨 했다.

물론 슈팅 기회가 생기면 특유의 괴물 같은 슈팅을 마음껏 때려댔지만, 평상시에는 정확한 패스 능력과 넓은 시야로 팀의 빌드업을 이끌었다.

매 경기마다 압도적인 드리블 능력과 피지컬로 사기적인 볼 키핑능력을 선보이며, 동료들을 편하게 만들어줬다.

최고의 선수들인 리오넬 메시와 루이스 수아레스와도 너무나도 잘 어울렸다.

경기장 밖에서도 잘 지냈고, 경기장 안에서는 더욱 좋은 호흡을 보였다.

‘어떻게든 막아야 할 텐데.’

이렇게 팀을 더욱 강하게 만드는 김상훈을 막아내는 것.

그게 바로 숄샤르 감독의 가장 큰 숙제였다.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바르셀로나의 챔피언스 리그 8강 2차전이 시작됐습니다.]

[오늘 경기에서는 1차전에서 패배한 숄샤르 감독이 어떤 전술을 들고 나왔냐는 것을 중점적으로 보면 재밌게 시청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1차전에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미드필더의 숫자를 늘려서 정면승부를 했다가 대패를 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오늘 굉장히 수비적인 전술을 들고 나왔네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오늘 4-3-1-2 전술을 들고 나왔다.

4명의 수비수를 두고, 3명의 미드필더를 후방에 배치한 수비적인 전술이었다.

물론 수비만 하려는 것은 아니었다.

최전방에 발이 빠른 마커스 래시포드와 마샬을 투입시키며 역습을 준비했다.

더불어 그들의 바로 뒤에 활동량과 오프 더 볼 움직임이 좋은 제리 린가드를 투입하며 역습 때의 파괴력을 더욱 높이려고 했다.

그리고 지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준비한 전술은 이찬수에 의해 전부 파악되어버렸다.

- 상훈아 내가 쫙 둘러보고 왔는데 쟤네 오늘 전술 수비 후 역습일 가능성이 커. 아니, 거의 확실하다고 해도 돼.

“포메이션보고 그럴 것 같긴 했는데, 이찬수 선수 말 들으니까 확실해졌네요.”

- 그럼 어떻게 무너뜨려야 하는지도 알겠지?

“당연하죠.”

김상훈이 웃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들고 온 전술은 바르셀로나처럼 공을 많이 돌리며 점유율 축구를 하는 팀에게는 효과적일 수 있다.

하지만 김상훈이 상대하기에는 아주 좋은 전술이었다.

‘저렇게 웅크려있는 팀은 중거리 슈팅에 약하지.’

후방에 웅크리고 있기 때문에 멀리서 시도하는 슈팅에 약하다는 것.

그게 바로 김상훈이 웃을 수 있는 이유였다.

그렇다고 수비 후 역습 전술을 들고 온 팀이 무조건 중거리 슈팅에 약한 것은 아니었다.

슈팅 각을 만들지 못하게 만든다면 수비 후 역습 전술은 아주 강력하다.

하지만 김상훈은 슈팅 각을 그 누구보다도 잘 만드는 선수였다.

그리고 이찬수 역시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 에휴! 오늘도 김상훈 혼자 다 해 먹겠네.

“에이, 축구는 팀으로 하는 건데 어떻게 저 혼자 다 해 먹어요? 메시라면 모를까 전 아직 그 정도는 아니잖아요.”

- 얼씨구? 또 겸손한 척이야? 그만 좀 하지? 재미도 없는 거.

김상훈의 미소가 짙어졌다.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너무 재미없는 농담이었다.

“이제 저한테 겸손은 별로 안 어울리나 보네요.”

- 뭐라는 거야? 처음부터 어울린 적이 없었어.

“그 정도라고요?”

- 어.

“크힠!”

- 웃지 말고 집중이나 해 인마. 경기 시작한다.

“옙!”

김상훈의 표정이 변했다.

특유의 장난기 넘치는 말투는 여전했지만, 분위기가 달라졌다.

진지한 얼굴로 상대 선수들을 바라봤다.

이찬수 역시 마찬가지였다.

조금 전과는 달리 조금의 장난기도 느껴지지 않았다.

물론 경기가 시작된다면 다시 원래대로 장난을 치는 경우가 많았다.

대부분 그랬다.

하지만 두 남자는 마치 짠 듯, 경기가 시작되기 직전에는 항상 진지했다.

이것은 축구에 대한 두 남자의 암묵적인 룰이기도 했다.

- 그럴 리야 없겠지만, 긴장 풀고 훈련하듯이 편하게 뛰어.

“예.”

삐이이익!

수비적인 전술을 들고나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달리 바르셀로나는 평소와 같은 4-3-3 전술을 들고 나왔다.

수비에는 로베르토, 피케, 랑글레, 알바가 선발로 나왔고, 미드필더에는 라키티치, 김상훈, 아르투르 멜루가, 공격에는 메시, 수아레스, 쿠티뉴가 출전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특별히 준비한 전술 없이 늘 하던 대로 경기를 하겠다는 것.

그것은 바르셀로나의 자신감이었다.

[바르셀로나가 빠르게 공을 돌리고 있습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잔뜩 웅크린 채 기회를 노리고 있네요.]

[바르셀로나도 계속해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진영에서 공을 돌리고 있지만 쉽게 전진 패스를 내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공격이 끊겼을 때, 마샬과 래시포드가 빠른 속도로 역습을 할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죠.]

툭! 투욱!

김상훈은 수아레스가 준 공을 원터치 패스로 아르투르 멜루에게 보냈다.

아르투르 멜루는 뒤에 있는 조르디 알바에게 공을 돌렸다.

퍼엉!

경기 초반 바르셀로나는 부드럽게 공을 돌리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수비진을 흔들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집중력을 잃지 않고 바르셀로나의 공세를 잘 막아냈다.

하지만 이들의 집중력은 오래가지 못했다.

그들의 집중력을 강하게 흔들어놓는 한 선수 때문이었다.

[김상훈이 공을 받습니다. 오오! 김상훈이 멋진 개인기로 프레드의 압박을 벗어납니다. 1차전에서도 크게 당한 프레드의 기분이 나쁘겠는데요?]

김상훈이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덩달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들의 움직임이 다급해졌다.

“김상훈을 막아!”

“집중해! 뚫고 들어오게 놔두면 절대 안 돼!”

비상이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들은 1차전에서 이미 겪었기 때문에 알고 있었다.

김상훈이 템포를 올리기 시작할 때면 무언가를 보여준다는 것을.

상대를 위협하는 움직임을 꼭 펼친다는 것을.

- 가보자!

“예아!”

프레드를 제쳐냈을 때, 김상훈에게는 하나의 길이 보였다.

슈팅을 때릴 수 있는 길이.

어지간해선 상대 수비수에게 걸리지 않고 골대 안으로 날아갈 수 있는 길이.

당연하게도 김상훈은 그 길을 향해 슈팅을 때렸다.

다급하게 뛰쳐나온 선수들이 막아내기엔 너무 빠른 박자로 때린 슈팅이었다.

더군다나.

“정확한 슈팅.”

[슈팅 능력치가 20만큼 상승합니다.]

[공의 움직임이 지저분해집니다.]

무려 신(God) 등급의 정확한 슈팅 스킬이었다.

때려 내기만 하면 100%에 가까운 확률로 골이 되는 스킬이었다.

뻐어엉!

김상훈의 발에 맞은 공이 커다란 굉음을 내며 쏘아져 나갔다.

그가 슈팅을 때린 순간, 많은 축구팬들은 확신했다.

“골이네.”

“들어갔네.”

“바르셀로나가 한 골 먼저 앞서가겠군.”

“김상훈의 슈팅은 못 막아.”

“오늘도 상대 골키퍼가 불쌍하게 보이겠어.”

그의 슈팅이 골망을 흔들 것이라는 걸.

바르셀로나가 선제골로 앞서갈 것이라는 걸.

그리고 실제로 김상훈이 때린 슈팅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골망을 흔들었다.

[고오오오오올! 김상훈의 멋진 슈팅! 역시 김상훈입니다!]

[완벽한 골이네요~! 저건 아무리 데 헤아 골키퍼라고 해도 막을 수가 없죠.]

축구는 팀워크가 중요하다.

하지만 개인 능력도 굉장히 중요하다.

김상훈은 오늘 경기에서 개인의 능력의 중요성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지금 터진 골은 그의 원맨쇼의 시작에 불과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챔피언스 리그 8강 2차전에서, 김상훈이 전설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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