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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들린 축구선수-192화 (192/200)

192화 피지컬 그리고 몸싸움

스킬이나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랜덤 박스는 총 7개의 종류가 있다.

5천 포인트로 살 수 있는 오렌지 박스부터 30만 포인트로 살 수 있는 레인보우 박스까지.

당연하게도 비싼 가격의 박스일수록 좋은 아이템이나 스킬이 나올 확률이 높아진다.

그 중, 레인보우 박스만큼은 아니지만 16만 포인트라는 비싼 몸값을 지닌 박스가 있었다.

퍼플 박스.

레전드 등급의 스킬이나 아이템이 나올 확률이 굉장히 높은 박스로 쉽게 구매를 할 엄두가 나지 않는 박스다.

김상훈은 그런 퍼플 박스를 보상으로 받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히어로 등급의 아이템이 나왔다.

[행운의 동전게임]

- 등급 : 히어로(H)

- 효과 : 총 3번 동전을 던질 수 있습니다. 동전의 앞뒷면을 맞출 때마다 보상으로 얻는 스킬의 등급이 올라갑니다.(한 번 맞출 시 – 히어로(H), 두 번 맞출 시 - 레전드(L), 세 번 맞출 시 – 신(God)등급의 스킬이 지급됩니다.)

동전의 앞뒷면을 맞출 때마다 보상의 등급이 달라지는 게임이었다.

게임의 정보를 보던 김상훈이 떨리는 눈으로 이찬수를 바라봤다.

- 그 눈빛은 뭐냐? 너 설마 긴장했냐?

“딱 세 번 기회가 있는 거잖아요. 그렇다고 진짜 세 번 기회라고 하기도 애매하고요.”

- 그건 그렇지. 한 번 못 맞출 때마다 보상 등급이 깎이니까. 이야~! 김상훈 네가 긴장하는 걸 볼 줄이야.

“세 번 맞추면 신 등급이라잖아요. 진짜 미칠 것 같아요 지금!”

김상훈은 긴장하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동전의 앞뒤를 3번 다 맞추게 되면, 무려 신 등급의 스킬을 보상으로 받을 수 있었으니까.

신 등급 스킬의 효과가 대단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으니까.

- 그만 쫄고 빨리 좀 해보지 그래? 네 운이 어디까지 갈지 나도 궁금하니까.

그때였다.

동전을 만지작거리던 김상훈이 이찬수를 바라보며 물었다.

“꼼수 좀 써볼까요?”

- 응? 꼼수?

“예. 되면 좋은 거고, 안 되면 어쩔 수 없는 거니까. 일단 해봐야겠어요.”

말을 마친 김상훈이 동전을 하늘 높이 던졌다.

이윽고 허공에 떠 있던 동전이 바닥을 향해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동전의 앞면과 뒷면 중 한쪽 면을 선택해주세요.]

분명히 시스템 메시지가 보였지만, 김상훈은 입을 열지 않았다.

오직 바닥에 떨어지는 동전에만 집중했다.

- 야! 뭐해? 앞뒤 선택하라잖아!

이찬수가 다급하게 소리를 질렀지만, 김상훈은 여전히 동전의 움직임에만 집중했다.

- 이 새끼 또 무슨 꼼수를 쓰려고 이러는 거야?

동전이 바닥에 떨어져서 회전할 때에도 김상훈은 조용했다.

그런데.

동전의 움직임이 멈추기 직전, 드디어 김상훈의 입이 열렸다.

“앞!”

- 야 이 미친놈아! 동전 이미 멈췄는데 왜 지금 말해?

“멈췄으니까 확실하게 알 수 있잖아요.”

동전이 멈출 때까지 기다린 다음에 보이는 면을 말하는 것.

말도 안 되는 꼼수였다.

김상훈 역시 이게 통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통한다면 대박이었기 때문에 시도했던 것이었다.

물론 통하지는 않았다.

[동전을 던지기 전에 한쪽 면을 선택해주세요.]

- 크하핫! 그게 되겠냐! 잔머리 굴리지 말고 빨리 선택 좀 해! 어차피 운빨이잖아.

“아오! 이게 됐으면 진짜 대박인데! 아 너무 아깝네요.”

- 야 그건 시스템을 개무시하는 거지.

“……이제는 진짜 운에 맡길 수밖에 없겠네요.”

꿀꺽!

김상훈이 침을 크게 삼켰다.

그의 시선이 동전으로 향했다.

그러자 다시 한 번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동전을 던지기 전에 한쪽 면을 선택해주세요.]

더 이상의 꼼수는 없었다.

이제는 정말 운에 맡겨야할 때.

김상훈은 순간적으로 느낌이 오는 면을 선택했다.

“앞면.”

그러자 다시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동전을 던져주세요.]

그 순간, 김상훈이 손바닥에 놓여있던 동전을 하늘 높이 던졌다.

휘익!

***

첫 단추를 잘 꿰어야 나머지 일들이 잘 풀린다는 말이 있다.

김상훈은 그 말을 믿었다.

때문에 그는 공중에 떠 있다가 바닥에 떨어지는 동전을 보며, 끊임없이 중얼거렸다.

“제발 처음만 맞추자, 제발 처음만……!”

짤랑!

바닥에 떨어진 동전이 경쾌한 소리를 냈다. 김상훈은 빠르게 회전하는 동전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 으하핫! 과연 네 운이 오늘도 좋을까? 진짜 겁나 궁금하네.

“제발 그랬으면 좋겠어요.”

- 세 개 다 맞추길 바라는 거야?

“당연하죠. 어차피 운빨이니까 다 맞출 수도 있잖아요?”

- 설마 다 맞추겠냐? 어? 멈춘다!

동전이 움직임을 멈췄다.

그리고 그 순간 김상훈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야쓰!”

동전이 앞면을 보이며 떨어져있었다.

[동전의 앞뒷면을 한 번 맞췄습니다. 현재 보상으로 받을 스킬의 등급은 히어로(Hero)입니다.]

- ……운이 좀 따르네? 근데 또 첫끝빨이 개끝빨이라고 이제부터는 운이 좀 안 따를걸?

“아오! 불길한 소리 좀 그만하세요.”

- 내가 말한다고 결과가 바뀌겠냐? 다 네 운이지. 왜 또 나한테 승질이야?

“앞으로 두 번만 더 맞추면 신 등급 스킬을 얻잖아요. 진짜 꼭 얻고 싶다고요.”

- 알겠으니까 빨리 던져봐.

“안 그래도 던지려고 했어요.”

말을 마친 김상훈이 바닥에 떨어진 동전을 주웠다.

[동전의 앞면과 뒷면 중 한쪽 면을 선택해주세요.]

- 처음에 앞면이었으니까 이번엔 뒷면?

“앞면.”

- 또?

[앞면을 선택하셨습니다.]

김상훈은 메시지를 보며 동전을 높이 던졌다.

잠시 후.

[동전의 앞뒷면을 두 번 맞췄습니다. 현재 보상으로 받을 스킬의 등급은 레전드(Legend)입니다.]

- 미친!

“촤아! 이게 바로 운빨이지! 보셨죠? 또 맞췄어요!”

- 야! 이거 사기 아니야? 앞뒤 맞추는 거면 반반확률이잖아. 근데 왜 계속 맞추냐고?

“저도 몰라요. 그냥 찍는 건데 자꾸 맞네요.”

- 어이가 없으려니까 이렇게 없네. 그래 어디 끝까지 맞추나보자!

“그래요. 한 번 가보죠.”

김상훈의 시선이 동전으로 향했다.

‘이번 한 번만 더 맞추면 신 등급이야!’

신 등급의 위력은 이미 잘 알고 있었다.

때문에 김상훈은 어떻게든 행운의 동전게임에서 승리하고 싶었다.

하지만 오로지 운에만 맡겨야하는 상황.

[동전의 앞면과 뒷면 중 한쪽 면을 선택해주세요.]

꿀꺽!

침을 크게 삼킨 김상훈이 커다란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앞면!”

***

동전을 하늘 높이 던졌을 때, 앞면과 뒷면 중 하나를 맞추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50%의 확률.

김상훈은 운에 맡겨야만 하는 그 50%의 확률을 뚫고 두 번이나 행운의 동전게임에서 승리했다.

이제 한 번만 더 맞추면 신 등급의 스킬을 보상으로 얻을 수 있었다.

‘제발!’

김상훈은 마지막 선택으로 다시 한 번 앞면을 선택했다.

동전을 세 번 던져서 앞면만 세 번 나올 확률은 극히 적을 수밖에 없다.

김상훈 역시 그것을 알고 있지만, 스스로의 감을 믿었다.

그리고.

지금, 그의 눈앞에 세 번째로 던진 동전이 한쪽 면을 드러내며 움직임을 멈췄다.

동시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동전의 앞뒷면을 두 번 맞췄습니다. 현재 보상으로 받을 스킬의 등급은 신(God)입니다.]

- 으억! 이런 미친!

“우아아아악!”

김상훈과 이찬수, 두 남자가 소리를 질렀다.

그만큼 놀라운 일이었다.

- 설마 했는데, 이걸 다 맞춘다고……? 상훈아 너 정말 뭐하는 놈이야? 이럴 때 보면 내가 아니라 네가 귀신같아.

“에이, 설마요.”

- 아니, 진짜로! 내가 지금 소름이 돋아서 그래. 자! 여기 팔 좀 봐봐. 너 귀신 팔에 소름이 돋는 거 봤냐? 엉? 이건 그 정도로 말이 안 되는 거라고!

“크히힠! 제가 생각해도 진짜 신기하네요.”

정말 운에 맡긴 일이었기 때문에 김상훈 역시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운이 좋아도, 이건 너무 좋은 수준이었다.

- 자, 이제 어떤 스킬이 나오는 지만 보면 되겠네?

“그렇죠.”

두 남자가 다시 정면을 바라봤다.

마침 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르고 있었다.

[신(God)등급 스킬이 지급됩니다.]

[흔들리지 않는 벽(God)이 지급됩니다.]

***

FC 바르셀로나는 아틀레틱 빌바오와의 경기에서 8대 0이라는 스코어로 대승을 거뒀다.

그리고 며칠 뒤, 바르셀로나와 바야돌리드와의 라 리가 경기가 펼쳐졌다.

바야돌리드는 2018-19시즌에 스페인 1부 리그로 승격을 한 팀으로 승격을 하자마자 좋은 경기력을 펼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스페인 1부 리그인 라 리가에 속한 팀들은 갓 승격한 팀을 상대로 강한 경기력을 보여줬고, 바야돌리드는 최하위권에 속하며 다시금 강등을 당할 위기에 놓이게 됐다.

강등위기인 팀이 리그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그것도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1위를 하고 있는 바르셀로나를 만났다는 것은 절망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바야돌리드의 감독 세르히오 곤살레스는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승격을 하기까지 얼마나 힘들었는데…… 절대로 강등만은 안 돼!’

경기가 시작되기 전, 세르히오 곤살레스 감독은 선수들을 모아놓고 강조했다.

“무조건 김상훈을 막아. 반칙을 해서라도, 때리든 할퀴든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김상훈을 막아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김상훈을 막아낼 것을.

최소한 김상훈에게만큼은 골을 허용하지 않을 것을.

그리고 잠시 후, 바르셀로나와 바야돌리드와의 경기가 시작됐다.

오늘 경기에서 김상훈은 바르셀로나의 공격을 조율하는 중앙미드필더로 출전했다.

당연히 경기초반부터 공을 많이 만졌다.

바야돌리드 선수들은 그런 김상훈에게 강한 압박을 했다.

상대에 대한 존중이라곤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스페인 리그에서 보기 힘든 거친 플레이였다.

하지만.

그들이 모르는 것이 있었다.

김상훈이 바야돌리드와의 전 경기인 아틀레틱 빌바오와의 경기가 끝난 뒤, 새로운 스킬을 얻었다는 사실을.

무려 신(God)등급의 스킬을 얻었다는 사실을.

새로 얻은 그 스킬이 거칠 플레이를 하는 상대에게 아주 효율이 높은 스킬이라는 것을.

- 이야~! 쟤네 너를 아주 죽일 기세로 달려드는데?

“안 그래도 실전에서 이 스킬의 효율을 좀 알아보고 싶었는데, 고맙게도 거칠게 나와 주네요.”

김상훈이 그에게 달려드는 선수들을 보며 환하게 웃었다.

그리고 지금, 그는 새로 얻은 스킬을 바라봤다.

[흔들리지 않는 벽]

- 등급 : 신(God)

- 효과 : 40분간 피지컬 능력치와 몸싸움 능력치가 40만큼 상승합니다.

등급과 이름값을 제대로 하는 스킬이었다.

40분이라는 긴 시간동안 피지컬과 몸싸움 능력치를 40만큼이나 상승시켜주는 스킬.

이 정도로 대단한 효과를 지닌 버프형 스킬은 지금까지 없었다.

훈련 때 사용해봤지만, 일정수준 이상으로 거칠게 하기 힘든 팀 훈련에서 확실한 효과를 알아보기는 힘들었다.

그리고 지금.

김상훈은 흔들리지 않는 벽(God)스킬의 확실한 효과를 알아볼 생각이었다.

[흔들리지 않는 벽(God)을 사용하셨습니다.]

[피지컬 능력치와 몸싸움 능력치가 40만큼 상승합니다.(제한시간 40분)]

스킬효과가 적용됐다는 메시지가 허공에 떠올랐다.

현재 김상훈은 흔들리지 않는 벽 스킬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스킬들도 사용한 상태.

실질적으로 그의 피지컬과 몸싸움 능력치는 훨씬 더 많이 상승되어 있었다.

그리고 지금, 김상훈을 향해 바야돌리드의 선수 두 명이 강하게 몸을 부딪쳤다.

이탈리아 출신의 미드필더 다니엘레 베르데와 스페인 출신 미드필더 미첼의 차징이었다.

이들은 김상훈의 피지컬이 좋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를 악물고 김상훈을 다치게 할 기세로 몸을 부딪쳤다.

공을 몰던 김상훈에게 몸을 부딪치기 직전, 베르데와 미첼이 동시에 웃었다.

‘그대로 자빠지면 돼. 다치면 더 좋고!’

‘김상훈, 너만큼은 어떻게든 막는다.’

그리고 마침내 두 선수와 김상훈이 부딪쳤다.

퍼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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