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신들린 축구선수-189화 (189/200)

189화 너무 특별한 보상

코파 델 레이.

스페인 국왕컵이라고도 불리는 이 대회는 스페인 1부~4부 리그 팀들이 출전해서 최고의 팀을 가리는 대회다.

영국의 FA컵과 비슷한 개념의 대회였고, 당연하게도 이곳에서 우승을 하는 것은 스페인 프로팀들에게는 영광스러운 일이었다.

김상훈이 속한 바르셀로나 역시 바쁜 일정 속에서도 코파 델 레이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않았다.

더군다나 바르셀로나는 코파 델 레이에서 최다 우승을 거둔 팀이었다.

다른 팀에게 우승을 넘겨줄 수는 없었다.

- 애들 눈빛 보이지? 크하핫! 아주 서로를 잡아먹을 것 같네.

“선수들 분위기가 평소랑 많이 다르네요? 확실히 국왕컵이 스페인 선수들에게는 큰 의미가 있나 봐요.”

- 일단 자존심이 걸린 대회니까. 바르셀로나나 레알 마드리드나 서로 스페인 최고의 팀이라고 주장하는데, 여기서 지면 진짜 타격이 크거든. 이 대회야말로 스페인 최고의 팀을 가리는 자리니까.

“저도 평소보다 더 열심히 뛰어야겠는데요? 아~! 곧 챔스 경기도 있어서 힘 좀 아끼려고 했는데 안 되겠네요.”

- 힘을 아낀 적은 있고?

“……아직 없죠.”

레알 마드리드와의 4강전이 시작되기 전, 김상훈의 눈앞에 퀘스트가 생성됐다.

띠링!

[스페셜 퀘스트가 발동됩니다!]

[코파 델 레이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은 스페인에 속한 프로팀에게는 매우 영광적인 일입니다.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좋은 활약을 해서 팀을 결승에 올리세요.]

[보상 : 네이비 박스]

“오오! 대박!”

- 엥? 보상에 비해서 난이도가 너무 쉬운데? 무슨 승리하는 것만으로 네이비 박스를 줘? 이거 8만 포인트짜리 맞지?

“맞아요. 근데 쉬운 난이도는 아니지 않아요? 코파 델 레이 결승이 달린 경기고 상대가 레알 마드리드잖아요.”

- 저번에 네가 개털었잖아.

“저번 경기는 저번 경기고요. 이찬수 선수가 그러셨잖아요. 방심하지 말라고. 그리고 저번에 경기는 이겼지만 레알 마드리드는 늘 어려운 상대였어요.”

- 에이~! 요게 안 통하네?

“방심하게 한 뒤에 잘 못 하면 엄청 놀리려고 하셨죠? 절대 안 통하죠.”

김상훈은 평소처럼 이찬수와의 대화로 약간의 긴장마저도 떨쳐버렸다.

***

코파 델 레이 4강전.

그 경기가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가 붙는 엘클라시코라는 사실에 축구팬들의 관심은 더욱 높아졌다.

“이번 엘클라시코는 누가 이길까?”

“바르셀로나가 이기지 않을까? 최근에 레알을 상대로 계속 이겼잖아.”

“그건 맞지만, 그래도 레알 마드리드도 워낙 강팀이잖아.”

“그치 사실 붙어보기 전에는 모르는 경기가 엘클라시코지.”

“메시가 골을 넣으려나? 레알 마드리드가 메시를 잘 막아야 할 텐데.”

“메시도 막아야 하지만, 요즘은 김상훈이 더 위협적이야. 레알은 김상훈을 막아야 돼. 저번에도 김상훈을 막지 못해서 졌거든.”

“하긴 김상훈이 정말 잘하긴 하더라”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는 이런 축구팬들의 관심에 부응하는 경기를 펼쳤다.

[루카스 바스케스의 슈팅! 고오오오올! 레알 마드리드가 선제골을 넣습니다!]

[방금은 바스케스 선수에게 거리를 줬어요! 저러면 바스케스 선수는 바로 슈팅을 때리죠! 슈팅 능력이 있는 선수거든요!]

경기 시작 6분 만에 레알 마드리드의 루카스 바스케스가 중거리 슈팅으로 선제골을 넣으며 분위기를 끌어올렸고.

[메시! 뚫고 들어갑니다! 메시! 고오오오올!]

[역시 신계에 오른 선수답습니다! 레알 마드리드의 수비수들을 상대로 이런 드리블 돌파를 선보이다니요! 게다가 완벽한 마무리까지! 그야말로 완벽한 골이었습니다!]

전반 21분에 바르셀로나의 리오넬 메시가 동점 골을 넣으며 다시 기세를 끌어올렸다.

그리고 전반전이 끝나기 전인 추가 시간.

김상훈이 공을 몰고 달리기 시작했다.

[김상훈이 달립니다! 빠릅니다!]

가속도가 붙은 김상훈의 스피드는 빨랐다. 자세도 낮아서 중심도 무너지지 않았다. 볼 컨트롤 역시 좋아서 빠르게 달리는 상황에서도 공이 멀리 튀어 나가지 않았다.

[김상훈 선수 계속 달립니다! 제대로 속도가 붙었어요!]

그때 세르히오 라모스가 튀어나왔다. 라모스는 반칙으로 끊어낼 생각으로 깊은 태클을 시도했다.

그 순간 생각했다.

‘녀석은 지금 모든 속도를 내고 있는 상태야. 저런 상태에서는 태클에 취약할 수밖에 없지.’

현재의 김상훈은 속도가 붙은 상태였고. 이런 상황에서는 절대로 자신의 태클을 피해내지 못할 것이라고.

하지만 세르히오 라모스가 모르는 것이 있었다.

- 상훈아, 그거 써!

“예압!”

김상훈에게는 특별한 스킬이 있다는 것을.

순간적으로 속도를 죽이면서도 공을 지킬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끼이이익!

김상훈이 발을 땅에 찍으며, 속도를 급격히 줄였다.

동시에 스킬을 사용했다.

[본드]

- 등급 : 레전드(Legend)

- 효과 : 스킬 사용 시, 2초 동안 공이 발에서 떨어지지 않습니다.(하루 3회 사용 가능.)

김상훈의 속도가 순간적으로 죽었고, 공은 그의 발에 달라붙었다.

그리고 그 순간 급격히 방향을 틀었다. 휘익! 그 움직임으로 인해 라모스의 태클을 피해내는 것에 성공했다.

[김상훈 선수! 라모스의 태클을 피해냅니다! 이야, 저렇게 빨리 달리던 상황에서 저런 움직임이라니요! 엄청난 민첩성입니다!]

[볼 컨트롤 또한 신의 경지에 다다른 것 같습니다. 공이 발에 붙어있어요!]

“말도 안 돼!”

세르히오 라모스의 비명소리가 크게 울렸다.

씨익!

김상훈이 입꼬리를 올리며 라모스를 지나쳤다. 그는 계속해서 공을 몰고 전진했다. 그런 그에게 라파엘 바란이 달려들었다.

바란은 깔끔한 태클 실력과 빠른 발을 가진 수비수였다. 하지만 김상훈은 여전히 여유 넘치는 표정으로 전진했다.

그리고 라파엘 바란이 가까이 붙은 순간, 급격히 속도를 높였다.

“순간 가속.”

순간적으로 속도를 높여주는 스킬까지 사용하며, 바란을 단숨에 제쳐내려 했다. 그런데 라파엘 바란은 김상훈의 움직임을 미리 예측했다. 김상훈이 움직인 방향을 향해 강하게 어깨를 집어넣었다.

보통 선수들이라면 어깨를 허용하며 공을 빼앗길만한 상황.

하지만 김상훈은 달랐다.

움직임을 읽혔음에도 라파엘 바란에게 어깨를 허용하지 않았다. 압도적인 피지컬 때문이었다.

퍼억!

어깨를 먼저 집어넣으려던 바란이 튕겨 나갔다.

“크흑!”

그 즉시, 김상훈은 슈팅을 때렸다.

반 박자 빠른 슈팅이었다.

출렁!

[고오오오올! 골입니다! 김상훈 선수가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압도적인 실력을 보여줍니다!]

[정말 대단하네요!]

후반전이 시작된 뒤에도 김상훈은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며 바르셀로나의 공격을 이끌었다.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은 김상훈에게 집중적인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고, 자연스레 메시에게 가해지던 압박이 가벼워졌다.

그러자 이번엔 리오넬 메시가 날뛰기 시작했다.

메시는 상대 선수의 타이밍을 뺏는, 특유의 드리블로 레알 마드리드의 수비진을 흔들었다.

[메시! 마르셀루를 제칩니다! 토니 크로스가 달라붙지만 뺏기지 않습니다! 메시, 슈팅을 때리나요?]

[패스입니다!]

페널티 박스 안으로 침투한 메시는 슈팅을 때릴 것처럼 반 박자 빠르게 다리를 휘둘렀다.

그 움직임에 세르히오 라모스가 몸을 날렸다. 슈팅을 몸으로 막아내기 위함이었다.

촤악!

하지만 메시는 슈팅을 때리지 않았다.

그는 공을 뒤로 보냈다. 퍼엉! 세르히오 라모스의 타이밍을 뺏어낸 완벽한 패스였다.

그리고 그 공을 향해 달려든 선수는 김상훈이었다.

“꿀 패스, 고맙다!”

김상훈이 웃었다.

아무런 압박을 받지 않는 자유로운 상황.

이런 상황에서 골을 넣는 것은 김상훈에게는 너무 쉬운 일이었다.

“정확한 슈팅.”

***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코파 델 레이 4강전의 결과는 4대 1.

김상훈은 2골 1어시스트라는 활약으로 팀이 결승에 오르는 것에 큰 기여를 했다.

- 수고했다. 다친 데는 없냐? 아까 집중 견제받던데.

이찬수가 무뚝뚝한 말투로 물었다.

씨익.

김상훈이 웃으며 대답했다.

“너무 멀쩡해요. 근데 지금 저 걱정해주시는 거예요? 너무 따뜻하신데요?”

- 쓸데없는 상상 좀 하지 마! 너는 왜 이렇게 상상력이 풍부하냐? 엉?

“상상력이 풍부하면 좋은 거죠. 근데 방금은 상상이 아니라 진짜 그렇게 느껴서 말한 거예요. 이찬수 선수, 솔직히 제가 다칠까 봐 걱정하셨잖아요.”

- 실실 웃으면서 말하지 마라. 빡치니까.

“크히히힠!”

- 아오! 웃지 말라고!

“어?”

그때였다.

김상훈의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아주 반가운 메시지였다.

[스페셜 퀘스트를 완료하셨습니다!]

[퀘스트 내용 : 코파 델 레이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은 스페인에 속한 프로팀에게는 매우 영광적인 일입니다.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좋은 활약을 해서 팀을 결승에 올리세요.]

[보상으로 네이비 박스가 지급됩니다.]

네이비 박스.

8만 포인트라는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었기 때문에 쉽게 구매하기 힘든 박스였다.

더군다나 김상훈의 경우, 네이비 박스에서 좋은 아이템과 스킬이 나왔던 경험이 많았다.

- 설마 또 레전드 스킬이 나오진 않겠지……?

이찬수가 불안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 솔직히 이젠 능력치도 그렇고 스킬도 충분하잖아? 더 안 퍼줘도 충분하다고. 지금 수준에서는 그냥 몸 관리 잘하면서 오래오래 활동하기만 하면 되는데…….

“에이~! 벌써 정체될 순 없죠. 계속 발전해야죠. 솔직히 아직 제가 최고의 선수로 인정받고 있지는 않잖아요.”

- 네 콧대가 너무 높아질까 봐 이런 말까지는 안 하려고 했는데, 너 요즘엔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으로 평가받잖아.

이찬수의 말 그대로였다.

최근 많은 축구전문가들과 현역 선수들, 은퇴한 레전드 축구선수들은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로 김상훈을 뽑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아직 제 위에 메시랑 호날두가 버티고 있잖아요.”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신계에 올랐다고 평가받는 두 선수가 버티고 있는 한, 김상훈은 진짜 최고의 선수는 아니었다.

최근 활약으로 보면 김상훈이 가장 좋은 모습을 보이는 건 맞지만, 두 선수는 지난 10년간 최고의 활약을 보여 왔던 선수들이다.

반면에 김상훈은 데뷔한 지 5년도 되지 않은 선수.

그가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뛰어넘기엔 아직은 보여준 게 부족하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 요즘 폼을 보면 네가 더 잘해. 물론 네 성격에 자존감이 낮아지거나 자신감이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은 안 하지만, 적어도 네가 게네들한테 밀린다는 생각은 안 했으면 좋겠어. 그건 널 가르친 내 자존심 문제이기도 하거든.

김상훈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맞아요. 제가 실력적으로 그들한테 밀린다고 생각 안 해요. 그냥 더 오래 보여주기만 하면 제가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 그래. 좋은 마인드야.

“이찬수 선수한테 좋은 말을 들어서 그런가, 이거 왠지 느낌이 좋은데요?”

- 갑자기? 아닐걸?

“맞는지 아닌지는 한 번 보시죠.”

말과 동시에 김상훈이 네이비 박스를 오픈했다.

[네이비 박스를 오픈합니다.]

곤색의 박스가 회전하기 시작했다.

자주 봐왔던 장면이었지만 늘 떨렸다.

가장 비싼 레인보우 박스를 오픈한 경험이 있었음에도 그랬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기본적으로 박스에서 나오는 아이템이나 스킬은 랜덤이었고, 그 등급 또한 어떤 것이 나올지 모르는 상황이었으니까.

더군다나 네이비 박스는 그 높은 가격대만큼이나 좋은 아이템, 스킬들이 나올 확률이 높았으니까.

쉬이이이이익!

빠르게 회전하던 네이비 박스의 움직임이 느려졌다.

그 순간 김상훈과 이찬수의 표정에도 변화가 생겼다.

두 남자의 표정에 긴장감이 흘렀다.

“곧 나오겠네요!”

- 뭐가 나오려나?

“저번에 얘기했던 스킬 강화가 나오지 않을까요? 그랬으면 좋겠는데.”

- 설마. 네가 원하는 게 떡하고 나오면 그게 랜덤 확률이냐? 걍 개사기 운빨겜이지.

“그렇죠? 근데 왜 이렇게 스킬 강화가 나올 것 같지?”

- 쓸데없는 기대하지 마. 솔직히 히어로 등급이라도 나오면 대박인 거잖아. 조커도 나쁘지 않고.

“그렇긴 하죠. 어? 멈췄다!”

속도가 느려지던 네이비 박스가 드디어 움직임을 멈췄다. 뚜껑이 열리기 직전에 보이는 움직임이기도 했다.

스으으으! 퍼엉!

폭죽이 터질 때 들릴만한 효과음이 들렸다.

동시에 아이템 하나가 튀어나왔다.

[스킬 대폭 강화]

- 등급 : 신(God)

- 효과 : 원하는 스킬을 100% 확률로 강화할 수 있습니다. 강화에 성공한 스킬은 효능이 대폭 증가합니다. (1회 사용 가능)(신 등급에도 사용 가능)

신(God) 등급 아이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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