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화 특별한 퀘스트
바르셀로나의 완벽한 역습 기회였다.
동료들이 전방으로 쇄도하는 중이고, 그 동료들은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었다.
더군다나 공을 잡고 있는 선수는 최고의 패스 능력을 지닌 김상훈이었다.
그의 동료들, 감독,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관중들은 기대를 가졌다.
그들이 봐온 김상훈은 이런 상황에서 실망을 시키는 선수가 아니었다.
늘 최고의 플레이로 보는 이의 눈을 즐겁게 만들어주는 선수였다.
‘세 명이 달리고 있어. 당연히 패스를 하겠지? 김상훈은 패스 정확도가 아주 높으니까.’
‘누구한테 패스를 하려나? 수아레스? 메시?’
‘공을 띄워서 주려나? 아니면 땅볼로 빠르게?’
당연하게도 김상훈을 지켜보는 모든 사람들은 곧 그의 발에서 멋진 패스가 나올 것이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저 기대에 가득 찬 눈으로 김상훈을 바라봤다.
오직 한 남자만 심드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 또 때리겠네.
그리고 지금.
김상훈은 이찬수의 예상대로 패스가 아닌, 슈팅을 때렸다.
동료 공격수 세 명이 전방을 향해 달리고 있는 역습상황에서는 패스를 하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일 수도 있었다.
더군다나 골대와의 거리가 아주 멀다면 더더욱 그랬다.
하지만 김상훈은 직접 슈팅을 시도했다. 욕심을 부렸다.
그렇다고 무작정 욕심을 부린 것은 아니었다.
[정확한 슈팅]
- 등급 : 레전드(Legend)
- 효과 : 체력을 5만큼 소모해서 원하는 곳에 슈팅을 할 수 있습니다. 슈팅을 하는 순간, 슈팅 능력치가 10만큼 상승합니다.
정확한 슈팅 스킬로 인해서 거리와 상관없이 골대를 향해 슈팅을 때릴 수 있다는 것.
그리고 101이라는 엄청난 슈팅 능력치를 가지고 있다는 것.
그 사실들이 김상훈에게 과감한 슈팅을 때릴 수 있게 만들어줬다.
아주 먼 거리였음에도 슈팅을 시도할 수 있는 자신감을 줬다.
더불어 슈팅을 때리기 전, 김상훈은 넓은 시야로 전방의 상황을 모두 파악하고 있었다.
‘요리스가 튀어나오고 있어.’
상대 팀의 골키퍼 위고 요리스가 빠르게 튀어나오고 있었고, 약간이라도 길게 패스를 뿌린다면 동료 선수가 공을 잡기도 전에 골키퍼에게 막힐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었다.
이런 모든 정보들을 합쳐서 내린 결론이 바로 직접 슈팅이었던 것이다.
퍼엉!
[전방으로 세 명의 선수가 달리고 있습니다! 완벽한 역습 기회죠!]
[줄 곳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김상훈…… 슈팅이네요! 슈팅을 때렸습니다!]
거리가 워낙 멀었기 때문에 공에 실린 파워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스킬효과가 적용되어있지 않다면
실제로 김상훈의 슈팅은 중거리 슈팅을 때릴 때와는 달리 조금은 힘을 잃고 날아갔다.
하지만 그럼에도 위고 요리스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왜 안 하던 바운드 슈팅을 하는 거야?!’
김상훈이 때린 슈팅이 그의 앞에서 뚝 떨어졌으니까.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불규칙한 바운드로 골대를 향해 튕겨 들어오고 있었으니까.
***
김상훈, 그는 요즘 들어 경기에 출전하고 훈련을 하면서 느낀 점이 있었다.
‘꼭 구석으로만 찰 필요가 없어. 나를 상대하는 골키퍼들이 대놓고 내 슈팅 궤적을 예측해서 몸을 날리고 있어.’
그를 상대하는 골키퍼들이 많은 분석을 하고 온다는 것을.
그리고 그 분석만큼 김상훈의 슈팅에 좋은 반응을 한다는 것을.
때문에 김상훈은 새로운 스타일의 슈팅을 연습하기 시작했다.
바운드 슈팅.
빠르고 낮게 슈팅을 때려서 상대 골키퍼의 앞에 바운드가 되게끔 때리는 슈팅으로 그 난도가 아주 높은 슈팅이었다.
훈련 때는 쉽게 될 수 있어도 실전에서는 쉽게 나오지 않는 슈팅이었다.
하지만 김상훈에게는 어렵지 않았다.
정확한 슈팅(L)스킬을 사용하면 그가 원하는 곳으로 슈팅을 때릴 수 있었으니까.
약간의 요령만 생기면 자유자재로 바운드 슈팅을 사용할 수 있었다.
다만 바운드가 된 이후의 공을 컨트롤하는 것은 어려웠다.
당연한 일이었다.
정확한 슈팅 스킬효과는 첫 목적지까지만 적용이 되었으니까.
바운드가 된 이후의 움직임은 스킬효과가 적용되지 않았으니까.
다만, 그럼에도 김상훈은 계속해서 바운드 슈팅을 연습했다.
그리고 그 기간이 오래되지 않았음에도 꽤 높은 정확도로 골대 안으로 파고드는 위협적인 바운드 슈팅을 구사할 수 있게 됐다.
지금, 그런 김상훈의 바운드 슈팅은 위고 요리스가 반응할 수 없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철렁!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올! 김상훈 선수! 멋진 중거리 슈팅입니다!]
[공이 요리스의 앞에서 뚝 떨어지네요! 이야~! 저런 슈팅은 아무리 요리스 골키퍼라고 해도 막을 수가 없죠!]
친정팀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골이었다.
그 즉시,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의 표정이 굳어졌다.
‘이건 정말 좋지 않아…….’
팀이 분위기를 잡아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오히려 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토트넘으로서는 너무나도 뼈아픈 골이었다.
포체티노 감독은 골을 넣은 김상훈을 바라봤다.
‘녀석은…… 더 성장했군.’
김상훈은 세레머니를 하지 않고, 자신의 위치로 돌아가고 있었다.
실력도 성장했고, 친정팀에 대한 예의도 지키는 멋진 모습이었다.
포체티노 감독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오늘 경기…… 정말 어렵겠어.’
***
김상훈의 골 이후, 기세에 눌린 토트넘은 효율적인 공격을 시도하지 못했다.
오히려 리오넬 메시에게 한 골을 더 허용하며 4대 1로 패배했다.
그리고 오늘의 MVP는 김상훈이었다.
「이변은 없었다. 바르셀로나, 토트넘에게 4대 1로 대승을 거두며 최고의 경기력을 뽐내다.」
「또다시 최고의 활약을 펼친 김상훈, 그의 끝은 어디까지인가?」
「압도적인 활약! 스페인 리그를 지배하는 김상훈.」
「리오넬 메시, ‘김상훈은 천재. 그는 매일 실력이 늘어난다.’」
「제라르 피케, ‘김상훈은 막을 수 없는 선수. 나는 훈련을 할 때마다 그와 같은 팀이 되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김상훈이 뛰는 바르셀로나의 기세는 대단했다.
그 어느 팀에도 지지 않을 것 같은 분위기를 갖고 있었다.
실제로 바르셀로나는 이후에 펼쳐진 경기에서 연승을 거두며, 계속해서 압도적인 기세를 뿜어냈다.
「바르셀로나, 레반테와의 원정경기에서 5대 0으로 승리!」
리그에서 레반테를 압도적으로 잡아내며 승점을 추가했고.
「바르셀로나, 또다시 승리! 셀타 비고에게 승리하다.」
12월 22일에 펼쳐진 셀타 비고와의 경기에서도 좋은 경기력을 펼치며 승점을 챙겼다.
당연히 바르셀로나의 보드진은 축제 분위기였다.
“허허허허! 김상훈의 영입이 신의 한 수가 됐군.”
“이렇게나 잘해주다니! 정말…… 김상훈은 클래스가 다른 선수야.”
“킴은 이제 우리의 보물이야. 킴이 있다면 챔피언스리그 우승도 쉽게 느껴질 것 같아.”
“잘해도 너무 잘해. 그리고 계속해서 발전하지. 난 이제 김상훈이 무서워지고 있어. 과연 그의 성장은 어디까지일까?”
“일단 이 분위기를 즐기자고!”
바르셀로나의 선수들 또한 축제 분위기였다.
자신감이 가득했고, 그 자신감을 바탕으로 계속해서 승리를 거뒀다.
“킴! 또 골을 넣을 거야?”
“당연하지, 나는 항상 배가 고파.”
“으하핫! 그래, 그래야 너답지! 바르셀로나에 피케만큼이나 특이한 녀석이 또 들어올 줄이야!”
“아무리 그래도 피케랑 비교하는 건 좀…….”
“으하하핫! 이봐, 피케가 들으면 서운해할걸? 걔는 자기랑 비슷한 녀석이 나타났다며 굉장히 좋아하고 있다고.”
보드진과 선수들 사이에서 화제의 주인공은 단연 김상훈이었다.
그리고 그 주인공은 지금 스페인에 마련된 숙소 안에서 잘 끓인 떡국에 숟가락을 담그고 있었다.
푸욱!
김상훈은 떡과 만두가 둥둥 떠다니는 국을 한 숟갈 크게 뜬 뒤, 단숨에 입안으로 집어넣었다.
“으음~!”
- ……맛있냐?
꿀꺽!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찬수가 침을 삼켰다.
귀신이 되어버린 그는 음식을 먹지 못하는 것에 힘들어했다.
특히 김상훈이 무언가를 먹을 때면 더욱 힘들어했다.
“이거, 이거! 제가 끓였지만 진짜 핵꿀맛이에요.”
- 젠장! 나는 왜 귀신이 돼버려서 밥도 못 먹는 거야?
그때였다.
떡국을 먹던 김상훈이 고개를 푹 숙인 채 움직이지 않았다.
- 어? 왜 그래?
“……이렇게 맛있는 떡국을 이찬수 선수가 드시지 못한다는 게 너무 슬퍼서요.”
- ……갑자기?
“하. 너무 슬퍼서 눈물이 날 것 같아요.”
- 뭔데? 왜 지랄인데? 나한테 뭐 잘못한 거 있냐?
이찬수가 인상을 찌푸렸다.
그가 아는 김상훈은 뭔가를 잘못했을 때나, 자신을 놀릴 때만 이런 행동을 한다.
그리고 그의 예상대로 김상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 뭐? 또 뭔 짓을 했는데?
“조금 전에 유튜브 보는데 어떤 사람이 자꾸 이찬수 선수의 인성이 좋았다고 댓글을 달더라고요. 근데 저는 또 불의를 보면 못 참잖아요? 바로 그 사람과 논쟁을 펼쳤죠.”
- ……내 인성이 좋다고 말한 게 왜 불의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서 넌 뭐라고 했는데?
“이찬수 선수와 친했던 사람이라고 밝힌 뒤에 솔직하게 댓글을 달았죠.”
- 그러니까 뭐라고 달았냐고.
“이찬수 선수 인성이 개쓰레기고, 입에 욕을 달고 살고 끄떡하면 짜증 내고 화를 낸다고 달았죠.”
- 너 진짜 미친놈이구나?
“에휴! 제가 또 거짓말은 못 하잖아요. 솔직히 이찬수 선수랑 가장 가까운 사이가 저고, 많은 것을 알고 있는 것도 저잖아요? 이찬수 선수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자꾸 사실이 아닌 말들을 하니까 도저히 못 참겠더라고요.”
- ……좀 참아줘도 되는데. 그리고 내 인성이 어때서?
“솔직히 축구는 몰라도, 이찬수 선수는 인성이 나쁘기로 유명했잖아요.”
- 미친. 그래서 그걸로 댓글을 단 사람과 싸웠다고?
“예.”
- 아! 세상 사람들이 이 미친놈의 본성을 알아야 할 텐데.
“하여튼 죄송해요. 저도 모르게 너무 이찬수 선수에 대해서 솔직하게 말한 것 같아요. 굳이 그럴 필요 없었는데.”
- 오랜만에 빙의나 할까?
“왜요?”
- 네 몸으로 들어가서 벽에다 그대로 헤딩해버리게. 아주 피가 철철 날 때까지.
“어휴! 끔찍한 소리 좀 하지 마세요.”
- 진짜 끔찍하게 만들어주고 싶다.
“크히힠!”
- 웃겨? 이 상황이 지금 웃기냐?
이찬수와 김상훈, 두 남자는 계속해서 투닥거리며 시간을 보냈다.
그때였다.
김상훈이 진지한 얼굴로 이찬수를 바라봤다.
- 왜 그렇게 쳐다보냐? 분위기 잡지 말고 표정 풀어 인마.
“이찬수 선수.”
- 왜?
“새해가 밝았네요.”
- 그건 네가 떡국 처먹을 때부터 알던 거야. 그래서 뭐 어쩌라고?
“2019년에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어요.”
- 목표? 그게 뭔데? 날 무당한테 데려가려는 거나 퇴마의식 같은 걸 하려는 건 아니지?
“나중에 말씀드릴게요.”
- 아이 씨! 빨리 말 안 해? 궁금하게 해놓고 뭐 하는 짓거리야?
“크히힠! 나중에요!”
- 아오! 말 하라고오오오오!
이찬수가 계속해서 김상훈의 목표를 물었지만, 김상훈은 끝까지 대답하지 않았다.
‘아직은 말할 때가 아니야.’
나중에, 목표를 이루게 되었을 때.
그때가 돼서 말할 생각이었다.
***
2019년이 되었지만, 바르셀로나의 분위기는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좋았고, 경기에서 승리했다.
1월 내내 많은 경기를 소화했지만, 패배는 딱 한 번밖에 없었다. 김상훈이 선발로 출전했을 때는 전부 이겼고, 휴식을 위해 출전하지 않았던 리그 경기에서 패배했다.
한 번 패배가 있지만, 바르셀로나의 기세는 꺾이지 않았다.
오히려 기세가 더욱 높아져서 뛰어난 성과를 계속해서 만들어냈다.
「바르셀로나, 스페인 국왕컵 4강 진출!」
「김상훈, 스페인 최고의 팀을 가리는 코파 델 레이 8강전에서 최고의 활약을 선보이다.」
바르셀로나는 스페인 국왕컵이라고도 불리는 코파 델 레이에서 4강에 진출하며 우승에 한층 가까워졌다.
그리고 오늘.
바르셀로나는 코파 델 레이 4강에서 라이벌 팀인 레알 마드리드를 만났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 김상훈은 특별한 퀘스트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