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화 토트넘 홋스퍼(3)
[토트넘의 중앙수비수들이 김상훈에게 속았습니다! 완벽한 슈팅 페인트로 베르통언과 알더웨이럴트를 속인 뒤, 공을 넘깁니다!]
[수아레스가 달려갑니다! 수아레스 슈팅!]
훈련 때의 수아레스는 어떤 자세로도 골을 넣는, 그야말로 득점기계와 같은 선수였다.
그리고 가끔씩 실전에서도 입이 쩍 벌어질 만한 멋진 골을 넣곤 했다.
지금도 그랬다.
수아레스는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오는 공을 향해 그대로 다리를 휘둘렀다.
첫 터치가 곧 슈팅이었다.
그 결과는.
[고오오오오오올! 수아레스가 발리슈팅으로 골을 넣었습니다! 정말 대단한 슈팅 능력이네요!]
[역시 수아레스! 건재하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완벽한 골이었다.
그 순간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의 표정이 굳었다.
‘이건 좋지 않아.’
경기 초반부터 골을 허용하는 것은 포체티노 감독이 생각했던 최악의 상황이었다.
오늘 그가 준비한 전술은 체력전이었다.
전반전은 상대를 강하게 압박하지 않고 최대한 체력을 아끼면서 수비적으로 운영을 할 생각이었다.
전반전은 골을 허용하지 않고 지킨 뒤, 후반전에 승부를 볼 생각이었다.
비록 김상훈이 체력이 좋아서 후반전에도 좋은 경기력을 보이겠지만, 다른 선수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노릴 생각이었다.
그런데 경기가 시작한 지 5분도 되지 않아서 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는 고민했다.
남은 시간 동안 어떤 전술로 경기를 이어갈 것인지.
기세가 오른 바르셀로나를 어떻게 상대할 것인지.
그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은 길지 않았다.
‘일단 버틴다.’
선수들을 믿고 원래 전술을 밀고 나가는 것.
그것이 바로 포체티노 감독의 선택이었다.
***
[토트넘이 계속해서 수비적인 전술을 이어가네요. 상당히 의외입니다. 보통은 골을 허용하면 공격적인 전술로 변화를 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맞습니다. 하지만 포체티노 감독은 여전히 수비적인 전술을 고집하네요. 아무래도 바르셀로나의 공격력이 부담스럽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토트넘은 최전방에 나선 해리 케인을 제외한 모든 선수가 수비에 집중했다.
대놓고 역습만을 노리는 전술이었다.
그것을 알고 있는 바르셀로나는 조금 더 신중하게 패스를 돌렸다.
- 토트넘이 그래도 전술을 잘 준비했네. 지금 토트넘의 전력으로는 바르셀로나랑 중원 싸움을 하는 건 최악의 수가 될 테니까.
“근데 지고 있는 상황에서 좋은 전술은 아닌 것 같아요.”
- 어쩔 수 없잖아. 토트넘 스쿼드가 적당히 얇아야지. 이번에 선수영입을 준비하고 있다고 해도, 아직 영입한 건 아니잖아.
“그렇긴 하죠.”
김상훈의 표정에 잠깐이지만 안타까운 감정이 스쳤다.
비록 상대 팀으로 만났지만, 토트넘은 친정팀이었다.
좋았던 기억밖에 없던 팀이었고, 토트넘의 선수들과는 아직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당연하게도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과도 아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김상훈은 생각했다.
그의 친정팀인 토트넘이 조금 더 잘해줬으면 좋겠다고.
더 강한 모습으로 바르셀로나와 멋진 경기를 만들어냈으면 좋겠다고.
그리고 지금.
토트넘의 역습이 시작됐다.
[시소코가 메시의 드리블을 끊어냅니다. 바로 에릭센에게 공을 넘기네요! 기회입니다!]
[크리스티안 에릭센, 전방으로 길게 공을 뿌립니다! 전방에는 손홍민이 달립니다!]
무사 시소코가 공을 뺏고, 에릭센이 패스했다.
그리고 그 공을 향해 손홍민이 달려갔다.
툭!
공을 잡은 손홍민이 빠른 속도를 유지한 채 계속해서 드리블을 했다.
EPL 최고의 속도를 가진 선수 중 하나인 손홍민은 60M라는 긴 거리를 공을 몰고 달렸다.
그런 김상훈의 뒤를 제라르 피케와 랑글레가 쫓았다.
하지만 손홍민은 폭발적인 스피드를 가진 선수답게 따라잡히지 않았다.
순식간에 만들어진 골키퍼와의 일대일 상황.
여기서 손홍민은 바로 슈팅을 때렸다.
[손홍민 슈우우우웃!]
[고오오오오올! 손홍민 선수가 강력한 슈팅으로 바르셀로나의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으아아아!”
골을 넣은 손홍민이 포효했다.
그리고 김상훈은 그런 손홍민을 보며 씨익 웃었다.
- 야 상대 팀이 골을 넣었는데 그렇게 좋냐? 엉? 그럴 거면 그냥 토트넘으로 돌아가지 그래?
“상대 팀이지만 다른 선수도 아니고 홍민이가 골을 넣었잖아요. 친한 동생이 골을 넣으니까 기분이 나쁘지 않네요.”
- 그러다 경기 지면? 그래도 실실 웃을 거야?
“예? 지다니요? 왜 져요?”
- 뭐? 그게 뭔 소리야? 상대가 약팀도 아니고 토트넘인데 질 수도 있지.
“그래요? 저는 질 것 같지는 않은데……. 음…… 아무리 생각해도 질 것 같지는 않아요.”
- ……상훈아 넌 좀 겸손할 필요가 있어. 이러다 지면은 어쩌려고 그래?
김상훈의 대답은 없었다.
그는 지금 이 순간, 에릭센이 넘겨준 공을 향해 슈팅을 때리고 있었다.
“정확한 슈팅.”
퍼엉!
경기 초반이었고, 이건 김상훈의 첫 슈팅이었다.
그것이 의미하는 건 아주 컸다.
[정확한 슈팅(L)을 사용하셨습니다.]
[몬스터 슈터(H)가 발동됩니다.]
[화려한 무브먼트(H)가 발동됩니다.]
하루에 한 번 발동되는 몬스터 슈터와 화려한 무브먼트 스킬효과가 발동된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더불어 김상훈은.
[히카르두 콰레스마의 아웃프런트 킥]
- 등급 : 레전드(Legend)
- 효과 : 포르투갈의 콰레스마, 그의 아웃프런트 킥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콰레스마의 아웃프런트 킥으로 슈팅을 때렸다.
[김상훈! 슈우웃!]
[과감한 슈팅입니다!]
지금 이 순간, 김상훈에게 거리가 먼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질 않았다.
문제가 생긴 것은 토트넘의 골키퍼 위고 요리스였다.
‘무슨 슈팅이……!’
날아오는 공의 속도가 너무 빨랐다. 더군다나 그 무브먼트가 굉장히 독특했다.
공의 움직임만 봐서는 골대에서 먼 곳으로 날아가 버릴 것 같았다. 하지만 공의 궤적을 보니 감겨서 골대로 들어올 것도 같았다.
그 도착지점을 좀처럼 예측할 수 없는 슈팅이었다.
‘도대체 어디로 날아오는 거야?!’
위고 요리스는 많은 경험을 가진 베테랑 골키퍼였다.
당연하게도 정말 많은 수의 슈팅을 막아봤다. 그럼에도 김상훈이 슈팅의 궤적은 전혀 예측할 수가 없었다.
‘오른발 아웃프런트로 때렸지? 그러면 왼쪽으로 휘어서 들어올 텐데, 궤적이 왜 이래?’
공이 어느 방향으로 날아올지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공의 궤적이 문제였다.
무브먼트가 워낙 지저분해서 공의 움직임을 제대로 파악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생각에 빠져있을 수만은 없었다.
요리스가 공을 향해 몸을 날렸다.
‘젠장!’
***
김상훈이 슈팅을 때린 순간.
이찬수가 인상을 찌푸렸다.
- 제대로 맞았네.
세계 최고의 선수였던 이찬수는 알 수 있었다.
이 슈팅은 골키퍼가 막을 수 없는 슈팅이라는 것을.
골키퍼의 정면으로 날아간다고 해도 막아내기 힘든 슈팅이라는 것을.
그의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위고 요리스가 재빨리 몸을 날리며 김상훈의 슈팅을 막아보려 했지만 실패했다.
[고오오오오올! 김상훈의 환상적인 슈팅!]
[우와……! 방금 슈팅의 궤적은 정말……! 저걸 도대체 어떻게 막죠?]
[허허, 골키퍼의 입장에서는 욕이 나올만한 슈팅이죠.]
[실제로 위고 요리스 선수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있습니다. 화가 나겠죠. 반응이 느린 것도 아니었거든요!]
[슈팅의 파워가 너무 강했습니다. 더군다나 움직임이 너무나도 지저분했고요.]
해설들은 침을 튀기어가며 김상훈의 슈팅에 대한 칭찬을 이어갔다.
[이런 슈팅을 가진 선수가 존재한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입니다. 더군다나 이런 선수가 한국에서 나왔다는 것은…… 이건 정말 놀랍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네요.]
[맞습니다. 김상훈 선수는…… 어어?!]
해설들의 말문이 막혔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카메라에 잡힌 김상훈이 춤을 추고 있었으니까.
애교가 넘치는 귀여운 춤을 추고 있었으니까.
- 으, 으악! 내 눈! 야! 왜 이러는 거야?
“이게 한때 인터넷상에서 유행했던 토끼춤이에요. 귀엽죠?”
- 너무 역겨워서 토할 것 같거든? 지금 관중들 표정 안 보이냐?
“좋아해 주시는데요?”
- 뭔 개소리야? 저기 빨간 티 입은 사람 좀 보라고! 핫도그 먹던 거 다시 뱉고 있잖아.
“저기 검정 모자 쓴 사람은 제 춤을 따라 추고 있는데요?”
두 남자의 말 모두 틀리지 않았다.
김상훈의 춤을 보고 따라 추며 웃고 즐기는 사람들도 있는 반면, 먹던 핫도그를 뱉으며 힘들어하는 관중들도 존재했다.
- 어휴! 도대체 그런 춤을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왜 추는 거야?
“그냥 신나니까요.”
- ……그래. 너를 보통 사람 기준으로 생각하면 안 되지.
김상훈의 골로 2대 1 스코어가 된 이후, 바르셀로나는 토트넘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토트넘 역시 강하게 저항했지만, 전체적인 전력에서 밀렸기 때문에 어려운 경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김상훈과 리오넬 메시가 엄청난 호흡을 보이며 토트넘의 수비진을 괴롭혔다.
[얀 베르통언이 간신히 김상훈을 막아냅니다!]
[김상훈 선수가 웃네요! 허허, 베르통언에게 엄지를 들어 올립니다.]
베르통언에게 막혀서 슈팅을 때리지 못했지만, 김상훈은 웃었다.
‘다음엔 뚫어줄게.’
이제 한 번 막혔을 뿐이었고, 앞으로 몇 번이고 뚫을 기회를 만들 것이라는 확신.
그 확신 때문에 김상훈은 웃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자신감은 다른 바르셀로나 선수들 역시 가지고 있었다.
[바르셀로나가 계속 주도권을 잡고 있습니다. 양 팀의 점유율도 시간이 지날수록 더 크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토트넘 선수들은 언제 골을 먹혀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전반전이 끝날 때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끝까지 몸을 날리며 추가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삐익!
결국, 토트넘은 2대 1로 전반전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바르셀로나로서는 아쉬운 순간이었다.
토트넘이 대놓고 체력을 아끼는 전술을 가져온 상황에서 분위기를 잡았을 때 더 많은 골을 넣었어야 했다.
유리한 스코어를 만들어놓기는 했으나, 최근 경기에서 강력한 공격력을 보였던 바르셀로나로서는 조금은 실망스러운 결과일 수밖에 없었다.
조금 뒤, 후반전이 시작됐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바르셀로나는 선수를 교체했다.
[바르셀로나가 후반전이 시작되자마자 교체를 하네요? 라키티치를 빼고 세르지오 부스케츠를 투입했습니다.]
[아무래도 라키티치 선수가 혹사논란이 있을 정도로 많은 경기를 풀타임으로 뛰었거든요. 오늘 경기에서도 많이 뛰어준 라키티치 선수의 컨디션을 조절해주려는 의도 같습니다. 더군다나 후반전에는 토트넘이 적극적으로 공격을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경험이 많은 부스케츠 선수를 투입해서 안정감을 유지하려는 것 같습니다.]
해설들의 말 그대로였다.
발베르데 감독은 공을 지키는 능력과 침착하게 경기를 읽는 능력이 좋은 부스케츠를 투입해서 토트넘의 공격을 막아낼 생각이었다.
더군다나 김상훈을 오른쪽 미드필더인 아르투르와 자리를 바꾸게 했다.
아르투르 멜루가 쳐진 오른쪽 공격수로 올라갔고, 김상훈이 오른쪽 미드필더 자리에 섰다.
태클과 피지컬이 좋은 김상훈을 중원으로 내리면서 전체적인 안정감을 더욱 높이려는 의도였다.
그리고 그런 발베르데 감독의 의도는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제대로 먹혀들어 갔다.
[손홍민이 역습을 시도합니다. 빠릅니다! 앞에는 김상훈이 서 있습니다! 오오오!]
[김상훈이 순식간에 손홍민을 따라잡습니다! 우와! 손홍민 선수가 느린 선수가 아닌데, 김상훈과 함께 달리니 느리게 보이네요!]
[김상훈이 어깨를 집어넣습니다! 손홍민이 공을 빼보려고 하지만, 아! 빼앗기고 마네요.]
미드필더로 내려간 김상훈은 손홍민을 이용한 토트넘의 역습을 완벽하게 차단했다.
토트넘은 최근 경기들에서 손홍민을 이용한 빠른 역습으로 재미를 봐왔고, 오늘 역시 그 패턴을 이용한 공격으로 바르셀로나를 괴롭히려 했다.
하지만 김상훈이 그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미친 듯한 주력과 피지컬, 태클로 손홍민을 완벽하게 막아냈다.
더불어.
같은 라인에 선 무사 시소코도 김상훈의 압박 때문에 제대로 된 패스를 하지 못했다.
쿠웅!
[김상훈이 시소코와의 몸싸움을 피하지 않습니다! 시소코가 당황하네요! 지금까지 몸싸움에서 밀린 적이 없는 선수인데요! 그런 시소코가 김상훈과의 경합을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김상훈은 계속해서 압박을 하면서 시소코를 힘들게 만들고 있었다.
물론 시소코를 피지컬로 압도하지는 못했다. 시소코는 전 세계에서 가장 피지컬이 좋은 선수 중 하나로 그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는 선수였다.
그를 압도할 수는 없었지만, 쉽게 밀리지 않으며 힘들게 만들 수는 있었다.
그리고 지금 역시 김상훈은 토트넘의 공격을 끊어내기 시작했다.
촤악!
김상훈이 손홍민의 돌파를 막아냈다.
튕겨 나간 공을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잡아냈다. 김상훈은 다시 달려들었다. 에릭센이 공을 뒤로 빼며 몸을 돌렸다. 김상훈의 압박을 벗어나려는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김상훈은 속지 않았다. 오히려 과감한 태클을 시도했다.
[김상훈의 멋진 태클! 김상훈 선수가 토트넘의 중원을 완벽하게 쓸어버리고 있습니다!]
에릭센에게서 공을 빼낸 김상훈이 전방을 바라봤다.
토트넘의 수비진이 전진해있고, 그의 동료들은 사이드와 중앙으로 달리고 있었다.
완벽한 역습기회였다.
그 순간 김상훈은 빠르게 다리를 휘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