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신들린 축구선수-186화 (186/200)

186화 토트넘 홋스퍼(2)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명장으로 손꼽히는 그는 오늘 펼쳐지는 경기에 대한 준비를 철저하게 마쳤다.

최근 최고의 경기력을 뽐내고 있는 바르셀로나와의 2차전은 그에게도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었다.

더군다나 1차전에서 그가 이끄는 토트넘이 패배하지 않았던가.

‘오늘은 이긴다.’

그는 자존심이 매우 강한 남자였다.

더군다나 별다른 영입 없이, 얇은 스쿼드로 프리미어리그에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대단한 감독이기도 했다.

게다가 김상훈을 데리고 있던 시절, 챔피언스리그 우승, FA컵 우승, 리그 우승이라는 대단한 기록을 세운 감독이었다.

자존심이 강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는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바르셀로나와의 2차전에서만큼은 꼭 승리를 거둘 생각이었다.

하지만.

‘김상훈과 메시를 막아야 한다니, 참 어려운 일이야.’

리오넬 메시를 막는 것만으로도 어려운 상황에서 김상훈까지 막아야 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김상훈을 직접 지도했던 포체티노 감독은 그에 대해서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 어려운 일이란 것을 알았다.

‘어떻게 보면 김상훈은 메시보다도 막기 힘든 선수야.’

양발을 모두 잘 쓰고, 드리블도 잘한다. 더군다나 양발로 강력하고 정확한 슈팅도 때린다. 몸싸움도 강하다.

시야도 넓고 축구 지능도 뛰어나서 끊임없이 상대를 괴롭히기까지 한다.

즉, 아군이 아니라면 최악의 적이었다.

그리고 지금.

“포체티노 감독님!”

그 김상훈이 포체티노를 향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

경기장에 도착한 김상훈은 몸을 풀고 있었다.

그때, 이찬수가 김상훈을 불렀다.

- 야, 야! 상훈아.

“예?”

- 저기 포체티노 보이네?

“어? 정말요?”

김상훈이 고개를 돌렸다.

정말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있었다.

토트넘에서 뛴 기간이 길지는 않았지만, 김상훈은 포체티노 감독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너무 반가웠다.

비록 오늘은 상대 팀으로 만났지만, 김상훈은 포체티노 감독을 향해 달려갔다.

“포체티노 감독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그런 김상훈을 반갑게 맞았다.

“킴! 잘 지냈나?”

“당연하죠. 감독님은 잘 지내셨어요?”

“저번 경기에서 너한테 골을 먹힌 뒤로 잠을 못 자고 있다.”

“하하하! 에이! 왜 그러세요.”

“농담이고, 요즘 정말 잘하더군. 오늘 친정팀을 상대로도 평소처럼 무자비한 경기를 펼칠 셈인가?”

“무자비하다니요. 전 그냥 매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는 거예요. 물론 친정팀을 상대로도 최선을 다할 거고요. 저에 대해서 잘 아시잖아요?”

“허허, 아니까 이렇게 말하는 거 아니겠나. 살살 좀 부탁하네.”

포체티노 감독의 장난스러운 말에 김상훈이 고개를 저었다.

“죄송합니다.”

“역시 축구에서만큼은 참 냉정하군. 그래서 나는 자네를 참 좋아해.”

“감사합니다. 감독님.”

“오늘 좋은 경기를 펼쳐보자고.”

포체티노 감독이 손을 내밀었다.

김상훈은 그 손을 맞잡은 뒤, 포체티노 감독과 포옹을 했다.

그 모습을 본 이찬수가 인상을 찌푸렸다.

- 아주 누가 보면 가족이라도 만난 줄 알겠네. 그나저나 상훈아, 그런 가식적인 이미지는 언제까지 유지할 생각이야? 어우! 정말 볼 때마다 소름이 끼쳐서 그래.

그때, 김상훈이 이찬수를 째려봤다.

- 어어? 지금 노려본 거야? 그러다 한 대 치겠다? 이야~! 드디어 본성이 나오네!

잠시 후 포체티노 감독과 인사를 마친 김상훈은 이찬수를 향해 짜증을 냈다.

“왜 자꾸 분위기를 깨세요? 그리고 제가 언제 가식적인 이미지를 유지했다고 그러세요?”

- 가식 맞지. 너, 나한테는 싸가지 없잖아.

“예? 갑자기요?”

- 갑자기가 아니라 맞잖아. 다른 사람들한테는 착한 척하고 나한테는 싸가지 없잖아.

“……그건 제가 죄송합니다.”

- 인정을 한다고?

“제가 생각해도 요즘 들어서 이찬수 선수를 너무 편하게 대한 것 같아요.”

-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할 건데?

“똑같을 것 같은데요?”

- 뭐?

“크히힠!”

- 야! 야 이 새꺄!

김상훈이 실실 웃으며 도망갔다.

***

삐이익!

바르셀로나와 토트넘의 경기가 시작됐다.

[토트넘이 후방에서 공을 돌립니다. 오늘 바르셀로나의 압박이 상당히 거세네요.]

[최근 경기를 보면 바르셀로나는 경기 초반에는 강한 압박을 하기보다는 상대 공격을 기다렸다가 막는 움직임을 많이 보여줬었죠. 하지만 오늘은 다릅니다. 바르셀로나가 초반부터 강한 전방압박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오늘 바르셀로나는 수아레스와 김상훈이 최전방에서 토트넘을 강하게 압박했다.

리오넬 메시는 4-3-3 포메이션의 오른쪽 공격수로 출전했지만, 사실상 공격형 미드필더처럼 뛰었다.

메시가 가짜 공격수 역할로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하고, 수아레스와 김상훈을 투톱으로 공격을 하려는 것이 바로 발베르데 감독의 전술이었다.

그리고 수아레스와 김상훈은 발베르데 감독이 원하던 전술대로 정확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김상훈 태클! 아쉽게 빗나갑니다! 하지만 위협적이었습니다.]

[김상훈과 수아레스의 최전방부터의 압박이 굉장히 강력합니다. 오늘 토트넘 수비수들은 간담이 서늘하겠는데요.]

[특히 김상훈 선수가 태클에 실패하긴 했지만, 평균 태클 성공률이 굉장히 높은 선수이기 때문에 토트넘 수비수들은 골대 근처에서 공을 돌릴 때 더욱 집중을 해야 합니다.]

“아깝다.”

몸을 일으킨 김상훈이 입맛을 다셨다.

높은 확률로 태클을 성공하게 만들어주는 완벽한 태클을 사용했지만 실패했다.

태클에 실패하는 경우는 가끔 있지만, 그게 하필 지금이라는 게 아쉬웠다.

- 아깝네. 방금 태클에 성공했으면 곧바로 슈팅 찬스가 나왔을 텐데 말이야.

“어쩔 수 없죠. 뭐 백 프로 확률로 성공한다면 이찬수 선수 말대로 너무 사기잖아요.”

- 그건 그렇지.

“하! 나중에 스킬 강화 아이템이 나오면 완벽한 태클부터 강화해야겠어요.”

- 상훈아, 그건 너무 심하잖아.

“크히힠! 스킬 강화가 나왔을 때 얘기잖아요.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니까요. 어쩌면 평생 안 나올 수도 있고요.”

- 네 사기적인 운빨을 보면 조만간 나올 것 같은데?

“그러면 좋고요.”

아쉬운 마음을 갖는 시간은 짧았다.

김상훈은 다시금 경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김상훈이 공을 끊어냅니다! 방금은 시소코 선수의 패스가 너무 안일했어요! 아쉽습니다. 팀 동료였던 시절이 있었던 만큼 김상훈 선수의 볼 커팅 능력이 뛰어나다는 걸 알고 있었을 텐데요.]

[맞습니다. 실제로 시소코 선수는 과거에 손홍민 선수와 함께 팀 내에서 가장 친한 선수로 김상훈 선수를 뽑은 적이 있거든요. 두 선수가 가까운 사이였던 만큼 서로의 장점을 아주 잘 알고 있을 것 같습니다.]

토트넘의 무사 시소코.

그는 슈팅, 패스, 볼 키핑, 볼 컨트롤 능력 등, 미드필더가 지녀야 하는 많은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

솔직히 세계 최고의 리그 중 하나인 프리미어리그에 맞지 않는 낮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시소코는 토트넘 팬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고 있었다.

더불어 바르셀로나 선수들은 그런 시소코를 무시할 수가 없었다.

오히려 토트넘에서 가장 경계하는 핵심선수 중 하나였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무사 시소코는 압도적인 피지컬로 상대 팀 중원을 붕괴시킬 수 있는 선수였으니까.

그 어떤 선수를 상대로도 이길 수 있는 몸싸움을 가졌고, 피지컬에 맞지 않는 빠른 스피드를 가진 선수였으니까.

또한, 엄청난 활동량을 자랑하는 선수이기도 했으니까.

그런데 지금 그런 무사 시소코의 표정이 굳었다.

‘젠장! 패스를 너무 안일하게 했어.’

시소코는 오늘, 김상훈을 막으라는 포체티노 감독의 지시를 받았다. 그런데 오히려 공을 빼앗겨버렸다.

‘정신 차리자.’

스스로를 자책한 시소코는 그의 공을 끊어낸 김상훈을 향해 달려갔다.

김상훈이 공을 몰고 전진하는 상황에서, 시소코는 엄청난 속도로 따라붙었다.

그는 알고 있었다.

웬만해선 막을 수 없는 김상훈을 상대하는 방법을.

그나마 김상훈이 약한 모습을 보였던 부분을.

‘킴을 상대하려면 피지컬로 밀어 붙어야 돼.’

의지를 다진 시소코가 김상훈에게 접근했다.

토트넘 내에서도 가장 빠른 선수 중 하나인 그는 김상훈의 뒤에 붙는 것에 성공했다.

그 순간, 시소코는 김상훈과의 훈련에서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킴은 내 피지컬을 이겨내지 못했었지.’

연습경기에서 김상훈이 자신에게 몸싸움으로 이긴 적이 거의 없었다는 것.

그 사실에 시소코의 표정에는 자신감이 드러났다.

***

[김상훈이 공을 몰고 전진합니다. 빠르게 역습을 하는 것보다는 천천히 만들어나갈 생각인가 보네요.]

[괜찮은 방법입니다. 아직 경기 초반이고 급하게 공격을 전개하다가 역습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죠.]

그때였다.

해설들의 목소리가 커졌다.

[어어! 무사 시소코가 김상훈을 향해 빠른 속도로 달려듭니다! 김상훈 선수! 조심해야 합니다!]

김상훈은 뒤에서 달려오는 무사 시소코의 움직임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모르고 있지는 않았다.

모를 수가 없었다.

- 뒤에 시소코가 널 죽일 기세로 달려온다. 자세를 낮추지 않으면 저 멀리 날아가 버릴 것 같은데?

그에게는 또 하나의 눈이라고 할 수 있는 귀신이 있었으니까.

그 귀신이 축구도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찬수였으니까.

“꿀 정보 감사합니다.”

씨익!

김상훈이 웃었다.

‘시소코는 내가 몸싸움에서 밀릴 거라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쉽지 않을걸?’

시소코가 모르는 사실이 있었다.

김상훈이 토트넘에서 뛸 때보다 더욱 발전했다는 것을.

피지컬과 몸싸움 능력에서 꽤 많은 성장을 거뒀다는 것을.

이미 바르셀로나 내에서는 그 누구도 김상훈을 몸싸움으로 이기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다만, 방심할 수는 없었다.

‘시소코는 피지컬에서만큼은 괴물이니까.’

무사 시소코는 어깨싸움과 상대의 공을 뺏어내는 능력에서 괴물 같은 움직임을 보이는 선수였다.

그것을 알고 있는 김상훈은 자세를 최대한 낮춘 채, 시소코의 차징에 대비했다.

그리고 그 순간.

쿠웅!

김상훈과 시소코가 부딪혔다.

“큭!”

시소코는 김상훈에게 강하게 몸을 부딪친 뒤, 계속해서 어깨와 발을 집어넣으려고 시도했다.

김상훈은 자세를 낮춘 채로 몸을 빙글빙글 돌리며 그런 시소코의 압박을 버텨냈다.

실전에서 시소코의 압박은 어마어마했다.

[시소코가 김상훈을 강하게 압박합니다! 그런데 김상훈이 시소코의 압박을 버텨내고 있습니다!]

[이야! 정말 엄청난 탈압박이네요!]

김상훈은 시소코의 강력한 압박을 버텨냈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크리스티안 에릭센까지 시소코를 도와 김상훈에게 달라붙었다.

그리고 김상훈은 그 둘을 상대로도 공을 빼앗기지 않았다.

오히려 그 둘을 압박을 화려한 볼 컨트롤로 농락하고 있었다.

휘익!

[김상훈이 시소코와 에릭센의 압박을 빠져나옵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김상훈이 달립니다! 제대로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강한 압박에서 빠져나온 김상훈은 공을 몰고 달리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던 토트넘 수비수들은 다급하게 전열을 정비했다.

다만, 그들로서는 머리가 아픈 상황이었다.

김상훈에게 달려들자니 수아레스와 메시를 놓칠 것 같고, 김상훈을 놔두자니 사기적인 슈팅으로 골을 넣어버릴 것만 같았다.

때문에 그들은 선택을 해야 했다.

그리고, 토트넘의 수비수 베르통언과 알더웨이럴트의 선택은 김상훈을 막는 것이었다.

‘김상훈의 성격상 직접 슈팅을 때릴 거야.’

‘킴은 이런 상황에서 드리블 돌파나 슈팅을 하는 경우가 훨씬 많지.’

김상훈과 함께 훈련했던 경험이 많기 때문에 내릴 수 있는 판단이었다.

그리고 그때.

김상훈이 공을 향해 오른발 다리를 휘둘렀다.

동시에.

얀 베르통언과 토비 알더웨이럴트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그들의 예상이 맞아떨어졌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뭐?”

“뭐야?!”

베르통언과 알더웨이럴트의 표정이 굳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강하게 휘두른 김상훈의 오른발이 공을 찬 것이 아닌, 바닥을 찍었으니까.

오른발로 슈팅을 할 것처럼 슈팅 페인팅을 한 뒤, 왼발로 공을 가볍게 찍어 찼으니까.

그리고.

김상훈의 발을 떠난 공은 부드러운 포물선을 그리며 토트넘의 페널티 박스 안으로 뚝 떨어졌다.

토비 알더웨이럴트와 얀 베르통언가 다급하게 몸을 돌렸다.

그런 그들은 볼 수 있었다.

이미 페널티 박스 안으로 파고들고 있는 루이스 수아레스를.

“막아!”

세계 최고의 공격수 중 한 명인 그가, 공을 향해 발리슈팅을 때리는 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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