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신들린 축구선수-183화 (183/200)

183화 프리메라리가의 강팀(3)

축구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유형의 선수를 꼽자면, 두 가지가 있다.

골을 잘 넣거나, 화려한 플레이를 하거나.

이 두 가지를 모두 잘하는 선수는 엄청난 인기를 얻게 된다.

쉬운 예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그런 선수였다.

화려한 드리블로 상대를 제쳐낸 뒤, 강력한 슈팅으로 골을 넣는 그런 선수였다.

더군다나 중요할 때 터트려주는 프리킥 골과 헤딩 골, 그리고 잘생긴 외모까지.

호날두의 인기가 많은 이유를 찾는 것은 너무 쉬웠다.

그리고.

바르셀로나의 김상훈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가진 것을 모두 가지고 있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개인기와 드리블을 가졌고,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수준의 슈팅 정확도를 가지고 있었다.

더군다나 높아진 매력 능력치로 인해서 외모 또한 물이 오른 상태였다.

즉, 김상훈은 많은 인기를 얻기에 최적화된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그런 이유 때문에, 김상훈은 많은 축구팬들의 인기를 얻고 있었다. 한국 연예인들의 SNS를 통한 대시는 기본이고, 해외 셀럽들의 연락도 심심찮게 받고 있었다.

그건 굉장히 강렬한 유혹이었다.

아름다운 연예인들과의 연애, 셀럽들과의 친분을 쌓는 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특히 관심받는 것을 좋아하는 김상훈에게는 더욱 강렬한 유혹이었다.

하지만 김상훈은 모든 유혹을 뿌리쳤다.

더욱 중요한 게 있었기 때문이다.

최고의 축구선수가 되는 것.

그것을 이루기 전까지는 그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겠다고 다짐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김상훈은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라는 타이틀을 얻기 위해 매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지금 펼쳐지고 있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경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모두가 인정하는 김상훈에게 잔소리를 퍼붓는 남자가 있었다.

- 좀 더 빠르게 패스해. 할 수 있잖아? 할 수 있는데 왜 안 하는 거야? 탈압박이 좋아지니까 이젠 공만 잡으면 질질 끄는 거야? 엉 상훈아? 내가 볼 땐 스타병에 제대로 걸린 것 같은데?

“……왜 말을 또 그렇게 하십니까.”

김상훈이 멋쩍은 표정으로 근처에 있던 동료에게 패스했다.

- 왜? 내 말이 틀렸어? 방금 네 표정이 어땠는지 알아? 아주 그냥 연예인이었어. 네 플레이를 보러온 팬들도 많지만, 바르셀로나의 경기를 보러온 팬들도 많다는 걸 생각하라고. 평소에 잘하면서 왜 가끔 이렇게 쓸데없이 공을 질질 끄는 거야? 쉽게 가자고. 쉽게.

“……예.”

김상훈이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발끈했을지도 모르지만, 상대는 이찬수였다.

더 나은 플레이를 하게끔 늘 조언을 해주는 남자였다.

때문에 김상훈은 이찬수의 말을 새겨들으려 노력했고, 곧바로 경기에서 보여주기 시작했다.

[김상훈! 간결한 패스로 아르투르 멜루에게 공을 연결합니다. 에르난데스가 멜루에게 달라붙네요. 아르투르 멜루, 공을 지켜냅니다. 이야! 아르투르 선수 볼 키핑 능력이 굉장히 좋네요!]

[아르투르 멜루 역시 김상훈 선수처럼 공을 거의 빼앗기지 않는 선수죠.]

[맞습니다. 아직 나이도 어려서 바르셀로나의 미래라고도 불리는 선수입니다.]

상대의 압박으로부터 공을 지켜낸 아르투르 멜루는 부스케츠에게 공을 넘겼다.

부스케츠는 팀의 베테랑답게 안정적으로 공을 받아낸 뒤, 천천히 전진하며 공격을 이끌기 시작했다.

[부스케츠! 세르지 로베르토와의 2대 1패스로 토마스 르마를 제쳐냅니다!]

툭!

공을 받은 부스케츠가 원터치 패스로 공을 밀어냈다. 그 공을 받은 선수는 리오넬 메시였다.

[메시! 빠르게 전진합니다! 하지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수비가 너무 촘촘합니다. 공간을 내주지 않고 있어요!]

[리오넬 메시! 김상훈에게 패스합니다. 어어어?!]

수비수들에게 둘러싸인 리오넬 메시가 김상훈에게 패스한 순간.

해설들이 경악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김상훈이 그들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터치와 움직임을 보여줬으니까.

공을 가볍게 찍은 뒤, 엄청난 순간 가속도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수비벽을 뚫고 들어갔으니까.

[김상훈! 엄청난 움직임입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수비벽이 뚫렸어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수비수들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갑작스러운 돌파에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수비수들의 눈이 흔들렸다.

“막아!”

“정신 안 차려?!”

“김상훈을 막으라고!”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수비진은 허둥지둥하면서도 눈빛은 살아있었다. 어떻게든 추가 골은 막아보려는 의지가 드러나고 있었다.

하지만.

페널티 박스 안으로 침투한 김상훈에게 슈팅 기회를 준다는 것은 그들로서는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실수를 한 것이었다.

김상훈은 좁은 각도에서도 골대 안에 공을 집어넣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김상훈은 반대편 골대를 바라보며 슈팅을 때렸다.

“정확한 슈팅.”

이변은 없었다.

김상훈의 발 안쪽에 맞은 공은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골대 구석을 향해 깔려 들어갔다.

***

김상훈이 슈팅을 한순간, 시메오네 감독은 단말마의 비명을 질렀다.

“안 돼!”

영락없이 골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경기를 지켜보는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아무도 예상치 못한 골키퍼의 슈퍼세이브가 터졌다.

[우와아아아! 얀 오블라크의 선방입니다!]

[김상훈의 슈팅은 늘 그랬듯이 골키퍼가 막기 어려운 구석으로 깔려 들어갔거든요! 근데 얀 오블라크가 이걸 막아냈습니다! 정말 엄청난 슈퍼세이브입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골키퍼 얀 오블라크는 그 어떤 골키퍼도 제대로 해내지 못한 것을 해냈다.

김상훈의 슈팅을 막아낸 것이다.

“다들 정신 차려!”

멋진 선방을 해낸 얀 오블라크는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며 팀의 분위기를 올리기 위해 노력했다.

동시에 속으로는 크게 안도했다.

‘다행이다.’

선방을 해냈지만 위험했다.

아슬아슬하게 손끝에 공이 걸리며 막아낼 수 있었다.

‘녀석은 구석으로만 슈팅한다는 걸 알고 있어서 막을 수 있었어.’

믿기 힘든 사실이지만 김상훈은 모든 슈팅을 골대 구석에 꽂아버리는 능력을 갖고 있다.

그리고 얀 오블라크는 그런 김상훈의 비현실적인 슈팅을 미리 예측하고 몸을 날린 것이다.

그 순간.

슈팅을 때린 김상훈은 씁쓸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와…… 이걸 막네?”

- 야! 맨날 똑같이 구석으로만 차는데 못 막겠냐? 엉? 그것도 좀 적당히 구석으로 차야지. 매번 똑같은 궤적으로만 차잖아.

“슈팅 패턴이 너무 단순했다는 거죠?”

- 맞아. 물론 구석을 정확히 찌르는 네 슈팅은 위협적이야. 솔직히 내가 골키퍼라면 욕부터 나올 만한 슈팅이지. 하지만 네가 구석으로 찰 것을 미리 알고 있다면? 아예 막을 수 없는 슈팅은 아니라는 거야. 미리 양쪽 골대 중 한 곳을 찍은 뒤, 몸을 날리면 되니까.

“아니…… 너무 도박이잖아요 그건. 무슨 페널티 킥을 막는 것도 아니고.”

- 방금 얀 오블라크가 그렇게 막았잖아. 쟤가 네가 어디로 찰지 방향을 알고 몸을 날린 것 같아? 내가 볼 땐 아니던데? 그냥 네가 평소에 자주 차는 방향으로 몸을 날린 것뿐이야. 몸은 네가 슈팅하기 전부터 이미 구석을 향해 움직이고 있었고.

“아…….”

- 아는 무슨 아야 인마. 다음부터는 생각을 좀 하면서 슈팅을 때려.

“……예.”

김상훈이 씁쓸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이찬수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실제로 그는 대부분의 경기에서 아무런 생각 없이 구석으로 슈팅을 날렸다.

슈팅이 워낙 강력했고 막기 어려운 위치로 날아갔기 때문에 골키퍼가 막지 못했지만.

김상훈을 열심히 분석했다면 그의 슈팅을 막는 것이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 그래, 대답은 그 정도면 됐고 이제 실전에서 보여줘 봐.

“에~!”

- 응? 방금 뭐라고 했냐?

“대답했는데요?”

- 대답을 이상하게 한 것 같은데?

“아닌데요!”

대답을 마친 김상훈이 다시 경기에 집중했다. 옆에서 이찬수가 잔소리를 날렸지만, 흘려들었다.

오로지 상대의 움직임과 동료들의 움직임에만 집중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역습이 시작됐다. 부스케스의 전진 패스를 끊어낸 사울 니게스가 전방으로 쇄도하는 디에고 코스타를 향해 길게 패스를 찔러 넣었다.

퍼엉!

니게스의 패스를 미리 예상하고 달리기 시작한 디에고 코스타의 뒤를 피케가 뒤쫓았다. 하지만 디에고 코스타는 꽤 빠른 발을 가진 선수였고 피케는 그렇지 못했다.

아주 잠깐이지만 피케가 디에고 코스타를 놓친 것은 바르셀로나에게 위기를 가져다줬다.

[피케가 디에고 코스타를 쫓지만 느립니다! 코스타와 거리가 좁혀지질 않습니다!]

[바르셀로나, 위기입니다!]

디에고 코스타는 월드클래스로 분류되는 스트라이커로 골 결정력이 특히 좋은 선수다.

중요한 순간에 기회를 놓치는 것을 쉽게 보기 힘든, 아주 정확한 슈팅을 가진 선수였다.

더군다나 몸싸움까지 강해서 웬만한 선수들은 그와 부딪히면 튕겨 나가기 일쑤였다.

그런 디에고 코스타가 골대를 향해 빠르게 달렸다. 공을 몰면서도 자세가 무너지지 않았다. 기본기가 탄탄했기 때문이다.

“으아아아!”

바르셀로나의 골키퍼 테어 슈테겐이 기합을 내지르며 튀어나왔다.

공격수와 골키퍼의 일대일 상황.

당연히 공격수가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 테어 슈테겐 역시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일부러 기세를 올렸다.

디에고 코스타와의 기 싸움에서 지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 순간 디에고 코스타는 코웃음을 쳤다.

“웃기는 놈이군!”

그의 눈에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튀어나오는 골키퍼가 귀여워 보였다.

디에고 코스타는 입꼬리를 올린 채, 강한 슈팅을 때렸다.

퍼엉!

[고오오오올! 디에고 코스타가 동점 골을 터트립니다!]

[테어 슈테겐이 빠르게 달려 나왔지만 막아내는 것에는 실패했습니다. 디에고 코스타가 클래스를 다시 한번 입증합니다!]

바르셀로나로서는 뼈아픈 실책이었다.

완전히 경기의 주도권을 잡은 상태에서 단 한 번의 역습으로 동점을 허용한 것은 아주 기분이 나쁜 일이었다.

때문에 바르셀로나 선수들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그때였다.

한 남자가 커다란 목소리로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다들 표정이 왜 이래? 얼른 정신 차리고 다시 골 넣자고! 우린 바르셀로나야. 우리의 축구를 하면 결국 이기는 건 우리가 될 거라고!”

분위기가 처진 상태였지만, 바르셀로나 선수들은 그 남자의 말을 무시할 수 없었다.

리오넬 메시가 부상으로 빠졌을 때 그의 빈자리를 완벽하게 채운 남자의 말이었으니까.

그때 이찬수가 말했다.

- 이제야 애들 눈빛이 좀 살아나네. 상훈아 네 말이 효과가 있는 것 같다?

“효과가 있는 정도가 아닐걸요? 솔직히 제 목소리는 성우를 해도 될 정도잖아요. 더군다나 요즘 계속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었으니까요.”

- 넌 어떻게 네 자랑을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하냐? 민망하지도 않아?

“대신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안 그러잖아요. 전 가족 같은 이찬수 선수 앞에서만 이러는 거, 아시잖아요?”

- 가, 가족이라니 뭔 개소리야?!

“솔직히 저희 정도면 피만 안 섞였지 거의 가족 아닌가요?”

- 누, 누구 맘대로?

“제 맘대로죠.”

- ……미친놈인가?

“에이~ 솔직히 이찬수 선수도 좋으시면서.”

- 닥쳐!

이찬수가 소리를 빼액 지르며 몸을 돌렸다.

하지만 김상훈은 볼 수 있었다.

그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던 것을.

분명히 부끄러워하던 모습이라는 것을.

“……아주 가끔이긴 하지만 저렇게 귀여운 모습도 보여주시네.”

김상훈의 외침 이후, 바르셀로나 선수들의 눈빛이 변했다.

엄청난 효과가 있던 것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선수들의 집중력이 높아졌다.

조금 더 세밀하게 빌드업을 이어갔고, 역습을 철저히 경계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가둬놓고 계속해서 공을 돌리며 공간을 만드는 작업을 이어갔다.

그리고 지금.

리오넬 메시가 공을 몰고 공간을 만들기 시작했다.

[리오넬 메시가 파고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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