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화 프리메라리가의 강팀
[고급 랜덤스킬 사다리]
- 등급 : 히어로(H)
- 효과 : 사다리 타기 게임을 통해서 랜덤으로 스킬이 지급됩니다.
히어로 등급의 고급 랜덤스킬 사다리.
이름처럼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가진 사다리였다.
그리고 지금, 김상훈은 황금빛을 띤 그 아이템을 사용했다.
[고급 랜덤스킬 사다리(H)를 사용합니다.]
김상훈이 선택한 것은 1번.
1번이 적혀있던 선에 밝은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천천히 내려가는 황금빛은 어느새 그 끝을 향해 도착했다.
물음표가 적혀있는 곳에 황금빛이 도착하자, 물음표가 회전하기 시작했다.
촤촤촤촤촷!
- 뭐가 나오려나?
“좋은 게 나왔으면 좋겠네요.”
- 설마 또 운 좋게 좋은 게 뜬다고? 진짜 그러면 밸런스고 뭐고 없는 거지.
이윽고 물음표의 회전이 멈췄다.
동시에 물음표가 사라지고 그곳에는 하나의 스킬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압도적인 탈압박(H)
- 이거 봐! 이거 문제 있다니까? 히어로 스킬이 그냥 밥 먹듯이 나오네!
“레전드 등급이 나온 것도 아닌데 왜 그러세요? 이 정도면 적당한 밸런스죠.”
- 이게 적당하다고?
“히어로 등급 사다리에서 히어로 등급 스킬이 나온 거면 그냥 적당하죠.”
- 미쳤구만. 저번에 신 등급 스킬을 얻으니까 이제 히어로가 만만하지?
“예. 솔직히 좀 만만하긴 해요.”
이찬수의 말에 대답한 김상훈은 곧바로 스킬의 정보를 확인했다. 그의 표정에 기대감은 조금도 없었다.
[압도적인 탈압박]
- 등급 : 히어로(Hero)
- 효과 : 몸싸움, 피지컬, 개인기 능력치가 5만큼 상승합니다.
그런데.
스킬의 정보를 본 김상훈의 눈이 커졌다.
“오! 이거 능력치 올려주는 스킬이었네요! 게다가 패시브예요!”
- ……미친!
“하하하! 와! 여기서 패시브 스킬이 나오다니, 전혀 몰랐어요. 이거 히어로라고 무시할 스킬이 아니었네요!”
- 태세전환 오지네.
최근 레전드 등급의 스킬을 주로 얻은 김상훈에게, 히어로 스킬은 눈에 차지 않았다.
하지만 능력치를 올려주는 패시브 스킬은 달랐다.
현재 김상훈의 능력치는 더 이상 훈련으로 올리기가 힘들 정도로 높았다. 결국, 그가 능력치를 올릴 수 있는 방법은 능력치 관련 아이템을 얻거나, 스킬을 얻는 것뿐이었다.
당연하게도 능력치를 올려주는 아이템이나 스킬이 귀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지금.
무려 3가지 능력치를 5만큼이나 올려주는 스킬을 얻었다.
[몸싸움 능력치가 5만큼 상승합니다.]
[현재 몸싸움 능력치는 100입니다.]
[피지컬 능력치가 5만큼 상승합니다.]
[현재 피지컬 능력치는 107입니다.]
[개인기 능력치가 5만큼 상승합니다.]
[현재 개인기 능력치는 104입니다.]
보상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엘클라시코에서 3골 2어시스트를 하며 승리한 것.
그것에 대한 보상은 확실했다.
일단 단순 경기치고는 많은 포인트를 얻었다. 그리고 포인트 외에도 또 다른 보상을 받았다.
[엘클라시코에서 승리하셨습니다! 보상이 지급됩니다.]
[보상으로 블루박스가 지급됩니다.]
- 어이가 없네. 여기서 또 퍼준다고?
“블루박스라니…… 개이득인데요?”
- 개이득 정도가 아닌 것 같은데?
“일단 오픈 좀 해보겠슴다!”
4만 포인트를 줘야 구매할 수 있는 블루박스.
높은 가격답게 좋지 않은 것보다는 좋은 것이 뜰 확률이 높은 박스였다. 그 위로 네이비, 퍼플, 레인보우 박스가 있었지만, 그래도 블루박스 정도면 좋은 스킬이나 아이템이 나올 확률이 높은 박스였다.
당연하게도 김상훈의 기대감은 높아졌다.
[블루박스를 오픈하시겠습니까?]
“그래, 오픈한다.”
[블루박스를 오픈합니다.]
푸른빛을 띤 블루박스가 회전하기 시작했다. 쉬이이이익! 빠르게 회전하던 블루박스가 움직임을 멈춘 것은 1분 정도가 지난 뒤였다.
- 뭐가 나올 것 같냐?
“뭐가 나올지는 모르겠고요, 조커 등급 정도가 나오지 않을까요?”
- 그치? 네가 봐도 잘 나와야 조커 정도가 적당하지?
“더 좋은 게 나올 수도 있겠지만, 방금 히어로 스킬 얻었으니까 크게 욕심은 안내려고요.”
- 그래, 너무 욕심내면 탈 난다. 그나저나 이 박스는 멈춘 지가 언젠데 왜 아직도 아무것도 안 튀어나와? 도대체 왜 이렇게 오래 걸려?
성격이 급한 이찬수가 짜증을 냈다.
그때였다.
박스를 지켜보던 김상훈이 소리쳤다.
“어?! 지금 나오네요!”
***
레알 마드리드와의 경기가 끝난 이후, 바르셀로나는 계속해서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바르셀로나, 라요 바예카노를 상대로 4대 0 대승!」
「리오넬 메시가 없지만, 바르셀로나는 여전히 강했다.」
「김상훈 2골 2도움 기록! 수아레스도 2골을 넣으며 좋은 폼을 유지하다.」
바르셀로나는 라 리가 11라운드 경기에서 라요 바예카노를 상대로 4대 0 승리를 거뒀고.
「김상훈 결승골! 또다시 인터 밀란을 무너뜨리다!」
「수비에 치중한 인터 밀란을 뚫어낸 김상훈의 드리블.」
「1골 1도움으로 팀의 확실한 에이스가 되어가는 김상훈!」
3일 뒤에 펼쳐진 인터 밀란과의 챔피언스리그 2차전에서 2대 1로 승리했다.
최고의 활약을 보이던 김상훈은 다음 경기인 레알 베티스와의 경기에는 출전하지 않았다.
김상훈의 체력과 컨디션을 관리해주려는 구단의 배려였다.
사실 김상훈의 결장은 발베르데 감독으로서도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없는 문제였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팀의 에이스를 뺀다는 것은 감독에게는 너무나 찝찝한 일이었으니까.
더군다나 팬들에게도 좋지 않은 시선을 받을 수도 있는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발베르데 감독은 김상훈을 쉬게 했다.
리오넬 메시.
팀의 상징인 그가 부상을 이겨내고 돌아왔다는 것.
그 사실 때문에 발베르데 감독은 김상훈을 쉬게 할 수 있었다.
그런데.
「리오넬 메시가 돌아온 바르셀로나! 레알 베티스에게 패배!」
「바르셀로나의 패배 원인은 김상훈의 결장?!」
「리오넬 메시도 막을 수 없었던 레알 베티스의 공격력.」
「리오넬 메시는 그를 기다린 팬들을 실망시켰다.」
리오넬 메시의 복귀 경기에서 바르셀로나는 레알 베티스에게 패배했다.
처참한 패배는 아니었다.
아주 치열한 경기 끝에 4대 3이라는 스코어로 패배했다.
물론 리오넬 메시가 못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메시는 2골을 기록하며 아르투로 비달과 함께 팀 내에서 가장 좋은 모습을 보였다.
못한 것은 다른 선수들이었다.
라키티치가 무리한 태클로 퇴장을 당하며 중원 싸움에서 급격히 무너졌고, 수비진은 형편없는 수비력을 보이며 4골을 허용하는 것에 큰 역할을 했다.
심지어 골키퍼인 테어 슈테겐마저 치명적인 실수를 하며 끔찍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팬들에게 가장 많은 욕을 먹은 선수는 리오넬 메시였다.
팀의 주장이자 에이스였음에도 바르셀로나를 승리로 이끌지 못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게다가.
신입생인 김상훈이 출전했을 때보다, 메시가 출전한 바르셀로나가 훨씬 약한 모습을 보였다는 것도 문제였다.
바르셀로나의 상징이자 자존심인 리오넬 메시가 새로 영입된 이적생보다 못한다는 건, 팬들에게는 그만큼 충격적인 일이었다.
2018년 11월 11일에 펼쳐졌던 레알 베티스 전이 끝난 뒤, 바르셀로나 선수들은 짧은 휴가를 받았다.
비록 가장 최근 경기에서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이며 패배를 했지만, 발베르데 감독은 선수들을 다그치는 것보다는 휴식을 줘서 컨디션을 회복시키려 했다.
다음 경기가 이른 시일 내에 잡혀있었다면, 선수들을 쉬게 할 수 없었겠지만, 다음 경기는 13일 뒤에나 펼쳐질 예정이었다.
때문에 김상훈 역시 휴가를 받았다.
그리고 지금.
김상훈은 얼굴에 마스크를 쓰고 모자를 눌러쓴 모습으로 바르셀로나의 명소들을 찾아다니고 있었다.
“우와!”
김상훈이 감탄했다.
눈 앞에 펼쳐진 건축물이 너무나도 대단한 외형을 지녔기 때문이다.
- 여기가 바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이야. 생각보다 더 대단하지?
“진짜 엄청난데요? 이찬수 선수가 괜히 추천해주신 게 아니었네요. 아직 안에는 들어가 보지도 않았는데 벌써 너무 놀라워요!”
- 짜식, 제법 감성이 있구나?
“그럼요. 제가 집 밖을 잘 안 나가서 그렇지 이런 걸 은근히 좋아해요. 근데 이게 언제 만들어진 거예요? 어? 아직 공사 중이네?”
- 건축을 맡은 가우디라는 건축가가 사망해서 완공하지 못했다네. 근데 다시 공사에 들어갔으니까 머지않아 완성되겠지.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의 내부로 들어간 김상훈은 더욱 놀랐다.
초록, 빨강, 파랑, 노란색의 빛이 들어오는 아름다운 실내 디자인과 높고 웅장한 내부가 보였기 때문이다.
“와…… 이런 건 본 적이 없어요!”
- 처음 본 사람들은 다들 놀라더라.
“그럴 만하네요.”
- 내가 예전에 여기에 여자친구를 데려온 적이 있는데, 되게 감동하더라. 막 울기 시작하는데, 다급하게 달래주면서 미리 준비한 장미꽃을 주니까…….
“소설은 쓰지 말아주시구요.”
- ……뭐 이 새꺄? 내가 언제 소설을 썼다고 그래? 진짜 있었던 일을 말하는 거야 인마!
“아! 거짓말 좀 하지 마세요. 모태솔로이신 거 다 아는데, 무슨 여자친구를 여기에 데려와요? 정말 왜 이러시지?”
- 아니라니까? 그리고 이 미친놈아, 내가 모태솔로가 아니라는데 네가 왜 그걸 확신해?
“축구팬들 사이에서는 이미 유명한 이야기에요.”
- 당사자가 아니라는데 아주 지랄을 한다!
“크힠……! 일단 믿어드릴게요.”
- 미안한데, 더 기분 더러워지니까 그렇게 실실 쪼개면서 믿는다는 말 하지 말아줄래?
“예압!”
김상훈은 휴가 내내 바르셀로나의 명소를 돌아다녔고, 먹어보지 못했던 스페인 음식들을 맛보며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달콤한 휴가는 길지 않았다.
3일이라는 짧은 휴가를 마친 김상훈은 팀으로 복귀해서 강도 높은 훈련을 진행했다.
각자 다른 방법으로 휴가를 보낸 바르셀로나 선수들은 오랜만에 진행된 훈련에 힘들어했지만, 프로선수답게 금방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김상훈은 팀 훈련 이외에도 매일 밤 이찬수와 진행하는 훈련프로그램까지 모두 마친 뒤 잠을 잤다.
그리고 며칠 뒤.
바르셀로나의 선수들은 라 리가의 강팀과의 경기를 치르기 위해 ‘완다 메트로폴리타노’ 경기장에 도착했다.
오늘 경기는 라 리가 팬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았고, 한국 팬들에게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양 팀 모두 경기력이 뛰어난 팀이었고, 그 실력만큼이나 인지도 역시 아주 높은 팀들이었기 때문이다.
보통 스페인리그인 라 리가에서 가장 강한 팀들을 꼽을 때, 많은 축구팬들은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를 꼽는다.
하지만 라 리가를 좋아하는 팬들은 두 개의 팀 말고도, 또 하나의 팀을 포함시키곤 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라 리가에서 3번째로 우승을 많이 했고, 스페인 국왕컵으로도 불리는 코파 델 레이에서 10번의 우승을 기록한 팀.
부진한 시기도 있었지만, 2011~2012시즌부터 디에고 시메오네라는 명장을 영입한 뒤로 빠르게 발전했고 지금은 명실상부 라 리가가 3위 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명장인 시메오네 감독은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바르셀로나의 선수들을 바라봤다.
천천히 선수들을 훑던 그의 시선은 한곳에서 멈췄다.
‘김상훈…….’
시메오네 감독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그는 자신이 있었다.
김상훈을 막아낼 방법을 준비했고, 그 방법이 먹힐 것이라고 확신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선수들 역시 자신감에 찬 표정으로 바르셀로나 선수들을 바라봤다.
오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바르셀로나에게 절대 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이윽고.
양 팀의 경기가 시작됐다.
삐이익!
경기 시작과 동시에.
시메오네 감독의 얼굴이 일그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