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신들린 축구선수-180화 (180/200)

180화 엘클라시코(3)

공을 잡으면 쉽게 뺏기지 않는,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선수들이 있다. 그리고 그런 선수들은 팀 동료에게 큰 믿음을 얻게 된다.

이스코.

레알 마드리드의 미드필더인 그가 바로 그런 선수였다.

공을 잡으면 선수 한 명을 쉽게 제쳐낼 수 있는 능력을 갖췄고, 볼 소유 능력도 좋아서 어지간해서는 공을 빼앗기지도 않는 선수였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이스코의 얼굴이 창백하게 변했다.

“젠장!”

퍼억!

짧은 외침과 동시에 이스코의 몸이 공중에 떠올랐다.

공을 가지고 있던 그에게 김상훈의 슬라이딩 태클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김상훈이 이스코를 막아냅니다! 정말 엄청난 태클이네요!]

“으악!”

바닥에 떨어진 이스코가 인상을 찌푸리며 발목을 만졌지만, 주심은 반칙을 불지 않았다. 그리고 이스코 역시 반칙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태클은 무서울 정도로 날카로웠다.

‘수비수도 아닌 녀석이 저런 태클을……!’

김상훈을 보던 이스코가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그는 커다란 무기력함을 느꼈다.

팀 내 최고의 수비수인 세르히오 라모스와 바란에게 태클을 당했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오히려 훈련 때, 라모스와 바란은 그의 드리블에 고전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미드필더 겸 공격수인 김상훈에게 완벽하게 태클을 허용해버렸다.

더군다나 처음도 아니었다.

오늘 경기 내내, 김상훈은 이스코를 괴롭히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에게도 완벽한 태클(H)을 사용했다.

완벽한 태클(H)스킬은 체력을 소모하는 스킬이었지만, 현재 체력 능력치가 112인 김상훈에게는 크게 부담이 되지 않았다.

[김상훈이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을 계속해서 끊어내고 있습니다!]

[하하! 정말 동에 번쩍 서에 번쩍이네요! 이쯤 되면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은 김상훈 선수에게 두려움을 느낄 것 같습니다.]

해설들의 말 그대로였다.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들은 김상훈에게 압박을 받는 것을 극도로 피하고 있었다.

- 크하핫! 레알 마드리드 애들이 네가 붙을 때마다 화들짝 놀라서 공을 돌리네.

“제가 너무 태클을 많이 했나 봐요.”

- 그것도 그런데, 오늘 네 태클 성공률이 다른 날보다 높은 것 같다?

“그러게요. 확률은 70%인데, 오늘은 거의 다 성공한 것 같아요.”

- 저거 70%라는 거 구라 아니야? 너무 자주 성공하는데?

“에이~ 구라라뇨. 다른 경기에서는 실패할 때도 꽤 많았잖아요.”

- 전혀 모르겠는데? 내가 볼 때는 매번 성공했던 것 같은데?

“왜 기억을 조작하세요? 지금도 보세요. 완벽한 태클!”

말을 하던 김상훈이 공을 몰던 카세미루에게 태클을 했다.

실패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태클 시도였다.

그런데.

결과는 성공이었다.

- 거봐. 볼 때마다 성공하는 개사기 스킬이라니까?

“아… 이게 아닌데…….”

- 인정할 건 인정하자.

“뭘 인정해요?”

- 개사기인 거.

“……어? 잠시만요!”

- 야! 대답하라니까?

“지금 그럴 때가 아니잖아요!”

다급하게 소리를 지른 김상훈이 몸을 돌리고 자세를 낮추며 토니 크로스의 압박을 버텨냈다.

토니 크로스는 강하게 어깨를 집어넣고, 계속해서 발을 뻗었다.

하지만 김상훈은 공을 뺏기지 않았다.

얄미울 정도로 뛰어난 탈압박 능력을 보여줬다.

[김상훈이 토니 크로스의 압박을 손쉽게 이겨냅니다! 이야~! 이제는 김상훈 선수가 공을 뺏기는 모습을 보는 게 정말 어렵네요!]

[최근 김상훈 선수가 공을 빼앗긴 적이 있나요? 저는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그만큼 김상훈 선수의 탈압박이 날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습니다.]

토니 크로스의 압박을 벗어난 김상훈에게 곧바로 두 명의 선수가 달라붙었다.

카세미루와 바스케스였다.

몸싸움이 좋은 편인 두 선수는 강한 압박으로 김상훈의 공을 빼앗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김상훈은 그들의 생각을 이미 알고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사비 에르난데스의 시야]

- 등급 : 레전드(Legend)

- 효과 : 스페인의 사비 에르난데스, 그의 시야를 갖게 됩니다.

경기장 전체를 볼 수 있는 넓은 시야를 갖고 있고.

- 카세미루가 어깨빵 때릴 기세로 달려온다. 바스케스 쟤는 얼굴에 태클하겠다고 쓰여 있네.

이찬수가 허공을 날아다니며 고급 정보들을 뿌려줬으니까.

“크힠!”

김상훈은 카세미루와 바스케스를 보며 실실 웃었다. 그리고 공을 향해 다리를 휘둘렀다.

투웅!

[김상훈! 공을 찍어 찼습니다! 오오! 빈 공간을 정확하게 봤습니다!]

김상훈이 찍어 찬 공은 레알 마드리드의 페널티 박스 안쪽에 떨어졌다. 레알 마드리드 수비수들의 키를 넘긴, 기습적인 로빙패스였다.

그리고 그런 김상훈의 패스를 예상하고 파고드는 선수가 있었다.

- 수아레스 쟤는 참 오프 더 볼 움직임이 좋단 말이야?

공을 가지고 있지 않을 때를 말하는 오프 더 볼.

바르셀로나의 공격수 루이스 수아레스는 그 움직임이 매우 좋았다. 그렇다고 공을 가지고 있을 때의 움직임이 좋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전성기 때의 수아레스는 뛰어난 신체 능력과 개인기로 상대 선수 한 명은 손쉽게 제쳐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선수였다.

하지만 전성기가 지난 지금은 일대일 돌파를 선호하지 않았다. 다만, 믿을 수 없는 움직임으로 공간을 찾아 들어가서 골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더욱 발전시켰다.

그리고 이런 능력으로 수아레스는 여전히 역사상 최고의 공격수 중 한 명으로 평가받고 있었다.

[루이스 수아레스! 김상훈이 넘겨준 공을 향해 쇄도합니다. 오! 바로 때리나요?]

[수아레스! 슈웃!]

수아레스는 슈팅 임팩트가 아주 좋은 선수다. 더군다나 뛰어난 유연성을 가졌고 반응속도도 굉장히 빨랐다.

그런 능력 때문인지, 수아레스는 어려운 자세에서도 골을 넣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 역시 그랬다.

김상훈이 띄워준 공을 쫓아간 수아레스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그대로 다리를 휘둘렀다. 공을 잡아두기 위한 터치는 전혀 없었다.

허공에 뜬 공을 향해 다리를 휘두르는, 발리슈팅이었다.

퍼엉!

[고오오오올! 수아레스의 멋진 골이 터집니다! 이야! 이거 레알 마드리드는 비상인데요!]

[솔라리 감독의 표정이 좋지 못합니다. 가뜩이나 경질 위기에 놓인 감독이거든요!]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들도 고개를 숙입니다. 하지만 저렇게 고개를 숙일 필요는 없어요.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이 조금 더 힘을 내서 엘클라시코를 더욱 명경기로 만들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 결국, 어시스트 하나 올렸네.

“수아레스가 잘 받아줬어요.”

- 수아레스 쟤는 참 잘해.

“앙리가 그랬잖아요. 수아레스가 자기보다 잘한다고.”

- 그건 모르겠지만, 확실히 잘하는 녀석이기는 해.

“그렇죠.”

김상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직접 훈련을 하며 지켜본 루이스 수아레스는 엄청난 선수였다.

비록 리오넬 메시 때문에 많이 가려져 있지만, 그는 어느 팀을 가든 에이스로 인정받을 수 있는 실력을 갖춘 선수였다.

그리고.

[김상훈 선수와 루이스 수아레스의 호흡이 굉장히 좋네요!]

김상훈에게 쉽게 어시스트를 만들어줄 수 있는 선수이기도 했다.

수아레스의 골 이후 레알 마드리드는 완전히 무너졌다.

공격을 나가지도 못했고, 바르셀로나의 공격을 막아내지도 못하는 처참한 경기력을 보였다.

[레알 마드리드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바르셀로나의 공격에 전혀 반응하지 못하고 있어요!]

후반 30분이 넘어가는 시점, 양 팀의 거의 모든 선수들이 지쳤다. 경기 초반부터 서로를 강하게 압박하고 많이 뛰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바르셀로나는 강했다.

김상훈 때문이었다.

모두가 지친 상황에서 김상훈은 지치지 않았다. 숨을 거칠게 몰아쉬지도 않았다. 모두가 뛰지 못하고 걸어 다닐 때, 혼자만 뛰어다녔다. 끊임없이 상대를 압박하고 태클을 했다.

틈이 생길 때마다 계속해서 슈팅을 시도했다.

당연하게도 레알 마드리드로서는 죽을 맛이었다.

다리에 힘이 빠져서 뛰기도 힘든 상황인데, 미친 듯 날뛰는 김상훈을 막아야 했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었다.

엘클라시코였으니까.

팀의 자존심이 걸린 경기였으니까.

다만, 김상훈은 그런 레알 마드리드를 계속해서 괴롭혔다.

- 아주 에너자이저가 따로 없구만.

“예전의 제가 아닙니다. 이젠 어지간해서는 체력이 바닥나지 않아요.”

- 진짜 개사기다.

“크히힠!”

***

[김상훈! 공을 잡습니다. 레알 마드리드! 압박해야 합니다. 김상훈을 편하게 놔두면 안 됩니다!]

[아…… 선수들이 너무 지쳤어요. 김상훈이 레알 마드리드의 페널티 박스 근처까지 파고들었습니다.]

툭! 툭! 툭!

김상훈은 짧게 드리블을 치며 레알 마드리드의 수비수들 사이를 뚫고 지나갔다.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은 그런 김상훈에게 발을 뻗지 못하고 계속해서 뒷걸음질을 쳤다. 세계 최고의 수비수라는 세르히오 라모스도 다르지 않았다. 어쩔 수 없었다. 김상훈은 최고의 드리블러이자 슈터였기에, 공간을 주면 안 됐고, 수비수가 발을 뻗는 타이밍에 방향을 바꿀 수 있는 능력까지 갖췄으니까.

더군다나 김상훈은 양발을 자유자재로 쓰기 때문에, 어떤 방향, 어떤 발로 드리블을 할지, 슈팅을 할지 모르기 때문에 더욱 막기 어려웠다.

수비수가 막기에는 가장 어려운 유형의 선수였다.

[김상훈 선수! 레알 마드리드의 수비수들에 둘러싸인 상태에서도 여유를 보입니다! 정말 대단하네요!]

[레알 마드리드 수비수들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을 겁니다. 잘못 발을 뻗으면 바로 페널티킥을 내줄 수도 있거든요.]

어느새 김상훈의 주변에는 3명의 선수가 압박하고 있었다. 김상훈은 그들의 압박을 버텨내며 기다렸다. 계속해서 동료들의 움직임을 파악하며 확실한 기회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지금.

‘들어가!’

쿠티뉴와 눈을 마주친 김상훈이 아주 작은 틈을 향해 짧은 패스를 찔렀다. 그냥 패스한 것이 아니었다. 슈팅 페이크를 넣었고, 반대편을 바라보며 다리를 휘둘렀다.

노룩 패스였다.

툭!

갑작스러운 노룩 패스에 레알 마드리드의 수비수들은 반응하지 못했다.

때문에 쿠티뉴는 김상훈이 뿌린 공을 쉽게 잡아낼 수 있었다. 투욱! 부드럽게 공을 터치한 쿠티뉴는 왼발로 슈팅을 때렸다.

오른발을 잘 쓰는 선수였지만, 골대 바로 앞에서 시도한 슈팅이었기에 그의 왼발 슈팅은 골대 안으로 날아갔다.

레알 마드리드의 골키퍼 쿠르투아는 김상훈의 움직임에 속았기 때문에 쿠티뉴가 슈팅을 할 때까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못했다.

철렁!

김상훈의 완벽한 어시스트에 의한 쿠티뉴의 완벽한 마무리였다.

[고오오오올! 쿠티뉴의 멋진 마무리입니다!]

[김상훈 선수는 또다시 어시스트를 기록합니다! 오늘 경기에서만 3골 2도움을 기록하네요! 정말 대단합니다!]

그리고 그 순간.

김상훈의 눈앞에는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퀘스트를 완료하셨습니다.]

[클리어 조건 – 2골 2어시스트]

[보상이 지급됩니다.]

[고급 랜덤스킬 사다리(H)가 지급됩니다.]

2골 2어시스트를 해야 하는 퀘스트로 최상급의 선수들이 모인 엘클라시코에서는 성공하기 어려운 퀘스트였다. 거의 불가능하다고 해도 될 정도로 난도가 높은 퀘스트였다.

하지만 김상훈은 3골 2어시스트로 거뜬하게 퀘스트를 클리어했다.

그리고 그 보상으로 얻게 된 아이템은.

[고급 랜덤스킬 사다리]

- 등급 : 히어로(H)

- 효과 : 사다리 타기 게임을 통해서 랜덤으로 스킬이 지급됩니다.

랜덤으로 스킬을 얻을 수 있는 사다리였다.

- 어? 이거 얻은 적 있지 않아?

“예. 있어요. 근데 예전에 얻은 거랑은 좀 달라요.”

- 뭐가 다른데?

“예전에 얻었던 건 그냥 랜덤스킬 사다리였어요. 등급도 히어로가 아니라 골드였고요.”

- 아 그러냐? 근데 그걸 어떻게 기억하는 거야?

“모르겠어요. 그냥 기억이 나네요.”

- 하여튼 괜찮은 게 나왔네.

“예? 괜찮은지 어떻게 알아요? 랜덤으로 나오는 건데.”

- 너 운빨 쩔잖아. 안 봐도 좋은 거 나올 게 뻔하지.

“에이! 정말 무슨 말씀이세요? 제가 무슨 운빨이 쩐다고.”

- 그럼 지금 바로 사다리 타보던가.

“경기 중이잖아요. 경기만 끝나고 바로 타볼게요.”

잠시 후.

경기를 마친 김상훈의 눈앞에는 황금으로 만들어진 사다리 게임이 나타났다.

- 이야! 이름값 하네. 아주 번쩍번쩍 난리가 났구만.

김상훈은 이죽거리는 이찬수를 무시하며 사다리에 적힌 번호 중 하나를 선택했다.

“1번으로 간다.”

[1번을 선택하셨습니다.]

시스템의 목소리와 함께 1번이 적힌 황금 줄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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