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신들린 축구선수-178화 (178/200)

178화 엘클라시코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경기는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챙겨보는 경기였다.

두 팀이 꼭 라이벌이기 때문에 챙겨보는 것은 아니었다.

최고의 경기력을 지닌 양 팀 선수들이 필사적으로 뛰는 모습과.

서로에게 절대 지기 싫어하는 선수들의 마음이 느껴지는 경기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엘클라시코는 한국에서도 인기가 많았다.

한국 축구팬들의 경우, 스페인리그의 다른 경기는 챙겨보지 않더라도 엘클라시코만큼은 챙겨본다.

“너 오늘 엘클라시코 볼 거야?”

“당연하지. 가자마자 자고 일어나서 보려고.”

그리고 엘클라시코가 펼쳐지는 날에는 많은 축구팬들이 치킨을 시킨다.

명경기를 보며 치킨을 뜯는 건 아주 환상적인 일이었다.

때문에 미리 치킨을 시킨다는 건 그 경기가 아주 재밌는 경기가 될 것이라는 확신의 행동이기도 했다.

“치킨은 미리 시켜놓아야 되겠지?”

“그게 나을 걸? 미리 안 시키면 진짜 빡셀 거야.”

“오늘 치킨장사 잘되겠네.”

“그렇지.”

그리고 엘클라시코가 시작되기 전.

수많은 축구팬들이 치킨을 시켰다.

***

퀘스트는 특정한 순간에 발동된다.

어떤 타이밍에 나오는 지 워낙 종잡을 수가 없어서, 김상훈은 평소에는 퀘스트에 대한 신경을 쓰지 않는다.

물론 퀘스트가 생성되었을 때는 클리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특별 퀘스트가 발동됩니다.]

[최고의 라이벌 팀을 만났습니다.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주세요.]

[클리어 조건 – 2골 2어시스트]

지금이 바로 그런 순간이었다.

- 이거 깰 수 있겠냐?

“그럼요.”

- 상대는 레알 마드리드인데? 그리고 엘클라시코인데? 너 설마 저번에 토트넘에서 레알 이겼다고 이번에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

“…….”

- 너 그거 착각이야. 상훈아, 엘클라시코는 아예 달라.

“……어떻게 다른데요?”

- 쉽게 말하면 그냥 선수들이 미친놈들이 돼.

“라이벌 의식 때문에요?”

- 단순히 라이벌 의식이라고 말하기엔 부족해. 엘클라시코 때의 양 팀 선수들은 지는 것을 죽기보다 싫어해. 그러면 플레이가 어떻게 될까?

“거칠어지겠죠.”

- 정답. 아주 거칠어져. 그리고 보통은 심판의 판정도 관대해지게 되지.

이찬수의 말 그대로였다.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가 만났을 때는 양 팀 선수들 모두 평소와는 다른 경기력을 선보인다.

집중력이 굉장히 높아진다. 그리고 거칠어진다.

당연하게도 다른 경기 때보다 더 강력한 경기력이 나오게 된다.

물론 무조건 시너지효과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전 세계의 축구팬들이 주목하는 경기이자 절대로 패배해서는 안 되는 경기였기에.

부담감이 대단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엄청난 부담감과 압박감은 선수들의 멘탈을 흔들어놓게 된다.

그때 김상훈이 질문했다.

“그래서요?”

- 응? 그래서는 뭘 그래서야? 마음 단단히 먹으라는 거지.

“이찬수 선수는 제가 걱정되세요? 레알 전에서 잘 못할 것 같아요?”

- …….

이찬수는 대답하지 못했다.

분명 엘클라시코는 최고의 기량을 가진 선수들에게도 어려운 경기였다.

하지만.

그가 아는 김상훈이라면 어려워하지 않을 것 같았다.

오히려 그 압박감을 즐길 것만 같았다.

“왜 대답을 못하세요? 말씀 좀 해주세요. 제가 잘 못할 것 같아요?”

- ……몰라 이 새꺄!

이찬수가 소리를 빼액 질렀다.

“아오! 깜짝이야! 왜 소리를 지르고 그러세요?”

- 왜? 내 입으로 내가 소리 좀 지르면 안 되냐? 그리고 어차피 나는 귀신이라서 소음공해도 아닌데?

“그럼 욕은 왜 하세요?”

- 내 마음이야!

“……시간이 지날수록 어려지시는 것 같네요.”

- 얼굴이?

“정신연령이요.”

- 뭐?! 진짜 미쳤네? 요즘 왜 이렇게 까부는 거야?

“원래 까불었는데요?”

- ……아 그러냐?

“예…….”

- 앞으로도 까불 거야?

“예.”

- 허허!

이찬수가 헛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더 이상의 말을 하지 않았다. 저런 자신감이 오히려 경기장에서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그 역시 현역시절 엄청난 자신감으로 축구를 했던 선수였으니까.

***

2018년 10월 29일인 오늘은 스페인 최고의 팀이자 최고의 라이벌인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경기가 시작되는 날이다.

양 팀 모두 엄청난 팬들을 보유한 팀답게, 관중석은 관중들로 가득 차 있었다.

다만 오늘은 바르셀로나의 홈경기였다.

경기장 내에는 레알 마드리드의 팬보다 바르셀로나의 팬이 훨씬 더 많이 들어와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레알 마드리드의 팬들은 뜨거운 응원을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던 김상훈이 감탄을 했다.

“우와! 확실히 장난이 아니긴 하네요.”

- 이게 바로 엘클라시코의 열기야. 그리고 경기가 시작되면 그 열기는 더 뜨거워질 거야.

“좋네요.”

김상훈이 웃었다.

- 좋다고?

“저 아시잖아요. 관심을 받을수록 더 미쳐 날뛰는 거.”

- ……그렇긴 하지.

“오히려 잘됐어요.”

이찬수가 질문했다.

- 그래서 오늘 어떻게 하려고?

“골 넣고 어시스트해야죠 뭐.”

- 참 쉽게도 말한다.

“목표는 크게 가져야죠.”

잠시 후.

경기장에 선 주심이 휘슬을 불었다.

엘클라시코가 시작됐다.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 모두 선발로 출전한 선수들의 이름을 보면 굉장히 화려했다.

축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선수들로 구성된, 그야말로 월드클래스들의 집합체였다.

[오늘 엘클라시코에서 바르셀로나는 쿠티뉴, 수아레스, 김상훈, 아르투르 멜루, 부스케츠, 라키티치, 알바, 랑글레, 피케, 세르지 로베르토, 테어 슈테겐이 선발로 출전했습니다. 그리고 레알 마드리드는 이스코, 벤제마, 베일, 크로스, 카세미루, 모드리치, 마르셀루, 라모스, 바란, 나초 페르난데스, 쿠르투아가 선발로 나섭니다.]

[오늘 펼쳐지는 경기에서 눈여겨봐야 할 점은 바로 메시가 출전하지 않았다는 것인데요.]

[예. 그렇습니다. 바르셀로나는 에이스인 리오넬 메시가 오늘 경기에서도 출전하지 못합니다.]

[원래의 바르셀로나였다면 참 뼈아픈 손실일 텐데요. 하지만 오늘 경기를 지켜보는 팬들은 불안하지 않을 겁니다.]

해설들의 말 그대로였다.

바르셀로나의 팬들은 메시가 없음에도 걱정을 하지 않았다.

새롭게 에이스의 자리를 노리고 있는 선수 때문이었다.

[지난번 경기에서 김상훈이 리오넬 메시의 자리를 완벽하게 메워주었기 때문이겠죠?]

[맞습니다. 더군다나 레알 마드리드 역시 더 이상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선수가 없지 않습니까? 오늘 경기에서는 호날두의 빈자리를 채워줄 선수가 없는 레알 마드리드의 팬들의 불안감이 더욱 클 것 같습니다.]

오히려 레알 마드리드의 팬들이 갖는 불안감이 훨씬 큰 상태였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라는 걸출한 스타가 유벤투스로 이적했다는 것.

그 사실에 레알 마드리드의 팬들은 불안한 얼굴로 경기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최근 경기와는 달리 바르셀로나 선수들의 압박이 강력하네요. 역시 엘클라시코는 다르네요. 하지만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 역시 동기부여가 다를 겁니다. 빠르게 공을 돌리면서 바르셀로나의 압박을 벗어나고 있습니다.]

휘익!

레알 마드리드의 루카 모드리치가 아르투르 멜루의 압박을 벗어났다. 세계 최고의 탈 압박을 가지고 있는 모드리치는 부스케츠의 압박까지 벗어난 뒤 달리기 시작했다.

[모드리치! 공을 몰고 달립니다!]

평소 루카 모드리치의 역할은 공격수에게 공을 연결하는 것이었다. 뛰어난 볼 컨트롤 능력을 지녔지만, 드리블 욕심을 내는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엘클라시코에서의 루카 모드리치는 달랐다.

[과감하게 드리블을 펼치네요! 오늘 모드리치가 마음을 단단히 먹은 것 같습니다!]

경기를 조율하고 패스 위주로만 경기를 하는 평소와는 달리, 필요한 순간에는 과감한 드리블을 펼쳤다.

그렇다고 무리하게 드리블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필요한 상황에서만 드리블을 했고, 한 명의 선수를 제쳐낸 뒤에는 더 좋은 위치에 있는 선수에게 공을 연결했다.

[모드리치, 가레스 베일에게 패스합니다. 베일 선수, 조르디 알바와 일대일 상황!]

가레스 베일은 조르디 알바를 앞에 둔 상황에서 과감하게 돌파를 시도했다.

툭! 투욱!

스피드에 자신이 있는 선수답게 순간적으로 속도를 높이며 조르디 알바를 제쳐내려 했다.

하지만 알바는 쉽게 돌파를 허용하지 않았다. 속도로 베일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그는 미리 예측태클을 구사하며 베일의 공을 뺏어냈다.

촤악!

[조르디 알바의 멋진 태클! 오늘 알바의 컨디션이 좋아 보입니다.]

[알바 선수의 수비력이 나날이 좋아지고 있습니다. 괜히 바르셀로나에서 주전 풀백으로 뛰는 선수가 아니거든요!]

- 이야! 나이스 태클!

깔끔하게 공을 빼낸 조르디 알바는 전방을 향해 길게 롱패스를 뿌렸다. 공중 볼에 약한 원래의 바르셀로나였다면 하지 않는 패턴이었지만, 지금은 달랐다.

[김상훈, 세르히오 라모스와 경합합니다…… 이겨냈습니다!]

김상훈.

그는 헤딩 능력치가 높지는 않지만, 높은 점프력과 몸싸움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190cm가 넘는 거구의 수비수들과의 헤딩 경합에서는 질 때도 있었지만, 상대는 184cm의 세르히오 라모스였다.

물론 세르히오 라모스는 수비에 관련된 모든 능력이 뛰어난 선수였지만, 피지컬 능력이 무려 102에 달하는 김상훈을 이겨내지는 못했다.

퉁!

김상훈의 머리에 맞은 공은 쉐도하는 수아레스의 앞에 떨어졌다. 공이 워낙 절묘한 위치에 떨어졌고 그 움직임을 미리 예측하고 쇄도한 수아레스의 주변에는 아무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세계 최고의 스트라이커 중 하나인 루이스 수아레스는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는 선수였다.

그에겐 단 두 번의 터치면 충분했다.

투욱! 퍼엉!

왼발로 공을 잡아둔 수아레즈는 곧바로 오른발 슈팅을 때렸다.

워낙 빠른 타이밍에 나온 슈팅이었다. 거리가 가까웠고 슈팅의 파워도 워낙 강했다. 레알 마드리드의 쿠르투아 골키퍼는 꼼짝도 하지 못하고 골대로 들어가는 공을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

철렁!

“우오오오오!”

골을 넣은 수아레스는 양팔을 강하게 휘저으며 팬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그리고 바르셀로나의 팬들은 그런 수아레스의 행동에 뜨겁게 반응했다.

“수아레스! 역시 최고다!”

“우아아아아아! 고오오올!”

“고오오올! 수아레스으으!”

“넌 최고의 스트라이커야!”

그리고 김상훈은 골을 넣은 수아레스를 향해 가장 먼저 달려갔다.

“수아레스! 최고의 골이었어!”

“하하하! 고마워! 네 패스가 너무 좋았어!”

“그냥 머리에만 맞춘 건데 뭘. 네가 잘했지.”

서로를 칭찬한 김상훈과 수아레스는 뜨겁게 포옹을 한 뒤, 다른 동료들과 기쁨을 함께 나눴다.

전반 17분에 터진 바르셀로나의 선제골이었다.

골을 허용한 이후에 레알 마드리드는 더욱 강하게 바르셀로나를 압박했다.

“더 강하게 압박해!”

레알 마드리드의 감독 산티아고 솔라리는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선수들을 격려했다.

그의 얼굴을 붉게 달아올라있었다.

최근 경질 소문이 돌고 있는 그에게는 매 경기가 중요했지만, 오늘 경기는 특히 중요했다.

엘클라시코에서 승리한다면 그의 위상이 한순간에 높이 올라갈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보고 있는 오늘의 바르셀로나는 뭔가 달랐다.

‘뭔가 이상해…….’

이전의 엘클라시코보다도 더욱 집중력이 높아보였고 자신감 역시 높아보였다.

선수들의 움직임에서 실수도 거의 나오지 않았다.

‘왜 이렇게 강하지?’

솔라리 감독은 당황했다.

단순히 선수들의 동기부여와 컨디션이 높다는 것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이상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는 그 이유를 절대 알 수 없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김상훈, 그에게 동료들의 기세를 끌어올리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 방법이 없었으니까.

뛰어난 리더십(G)스킬이 존재한다는 것을 절대 알 수 없었으니까.

그리고 지금.

기세가 잔뜩 오른 바르셀로나의 공격이 시작됐다.

그 공격을 이끄는 것은 김상훈이었다.

“안 돼!”

산티아고 솔라리 감독의 얼굴이 창백하게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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