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신들린 축구선수-177화 (177/200)

177화 라이벌 팀

김상훈.

그는 토트넘 홋스퍼에서 뛰던 시절, 뛰어난 활약으로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던 선수였다.

하지만 그를 싫어하는 안티 팬 역시 많았다.

그의 성격 때문이었다.

과하다 싶을 정도로 자신감이 넘치고, 상대를 도발하는 모습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그것에 반감을 갖는 사람 역시 존재했으니까.

“김상훈은 당당해서 좋긴 한데, 가끔은 상대에게 너무 과한 보복을 할 때가 있어.”

“공으로 급소를 맞추는 보복을 할 때는 정말…… 어휴!”

“실수로 그런 것일 수도 있잖아?”

“실수? 하하하! 너 제 정신이야? 김상훈이 슈팅 실수를 한다고? 이봐, 김상훈은 슈팅 정확도가 100%에 가까운 사람이야. 실수 같은 건 하지 않는다고!”

“네 말처럼 그가 공으로 상대를 맞춰서 기절시키고, 다치게 만드는 게 일부러 그런 것이라면…….”

“……절대 먼저 건드려서는 안 되는 무서운 사람이지.”

그런 김상훈이 토트넘을 떠나 바르셀로나에 입단했을 때, 사람들은 예상했다.

더 이상 김상훈을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최소한 일부러 시비를 거는 선수는 없을 것이라고.

하지만 사람들의 생각과는 달리, 인터 밀란과의 경기에서 콰드워 아사모아가 김상훈을 도발했다.

그리고.

콰드워 아사모아는 그 대가를 톡톡히 치러내고 있었다.

허억! 허억!

콰드워 아사모아의 숨소리가 거칠었다.

그는 팀 내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체력이 좋은 편이었지만, 오늘 경기에서는 극도의 피로감을 느끼고 있었다.

‘제발……!’

아사모아는 많은 경력을 가진 베테랑이다. 세리에 A 최고의 풀백 중 한 명으로 평가받았던 적이 있었을 정도로 클래스도 높은 선수였다.

그런데 그런 아사모아는 지금 경기가 끝나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제발 빨리 끝내줘…….’

오늘 경기 내내 그를 괴롭히고 있는 김상훈 때문이었다.

아사모아가 고개를 숙였다. 상처투성이가 된 다리가 보였다. 몇 번이나 꼬집힌 옆구리가 욱신거렸다. 조금 전 공에 명치를 맞아서 숨도 잘 쉬어지지 않았다.

심할 정도로 괴롭힘을 당했지만, 정작 김상훈이 받은 것은 옐로우 카드 한 장뿐이었다.

그만큼 김상훈은 교묘하고 야비한 반칙을 구사했다.

심판의 눈을 거의 완벽하게 피해버렸다.

그렇게 무자비한 보복을 당한 아사모아는 겁에 질린 눈으로 김상훈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 순간, 아사모아의 몸이 더욱 크게 떨리기 시작했다.

‘……웃고 있어?’

김상훈 역시 아사모아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데, 웃고 있었다. 아주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게다가 아사모아를 향해 천천히 걸어왔다.

“오, 오지마!”

아사모아가 소리쳤지만, 김상훈은 그것을 무시한 채 아사모아의 곁으로 다가왔다.

그와 동시에 작게 중얼거렸다.

아사모아의 귀에만 들릴 정도로 작은 중얼거림이었다.

“……아직 안 끝났어.”

***

“오! 갑자기 보상을 준다고?”

김상훈이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를 바라봤다.

아사모아를 집중 공략하던 도중에 떠오른 메시지였다.

[상대 선수에게 공포를 심어줬습니다.]

[특별 보상이 지급됩니다.]

[보상으로 10000포인트가 지급됩니다.]

10000포인트는 아주 많은 포인트였다.

김상훈은 최근에 레인보우 박스라는 초고가의 보상을 많이 받으며 눈이 높아진 상태지만, 그럼에도 1만 포인트의 가치를 낮춰보지는 않았다.

이찬수 역시 마찬가지였다.

- 무슨 이걸로 1만 포인트나 줘? 미친 거 아니야?

“그러게요. 이건 정말 생각도 못했던 건데.”

- 이제 보상도 받았겠다. 그만해도 되지 않아? 남은 시간도 20분 정도밖에 안되잖아.

“예. 그러려고요.”

- 응?

이찬수의 눈이 커졌다.

그러자 김상훈이 순수한 표정으로 질문했다.

“왜 그렇게 놀라세요?”

- 아니, 나는 네가 아사모아를 더 괴롭힐 줄 알았거든.

“예? 제가요?”

- 그래, 네가요. 경기 끝날 때까지 계속 괴롭힐 줄 알았어.

“아직도 저에 대해서 모르는 게 많으시네. 저 그렇게 속 좁은 놈 아니에요.”

- ……그러냐?

“그럼요.”

대답을 마친 김상훈은 여전히 밝은 미소를 지으며 경기장을 뛰어다녔다.

잠시 후.

김상훈은 아사모아의 앞에서 강한 슈팅을 때렸다.

“정확한 슈팅.”

그런데 그의 슈팅은 이상할 정도로 정직한 궤적으로 쏘아져나갔다.

세계 최고의 슈팅 정확도를 가진 김상훈의 슈팅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였다.

그리고 그 슈팅은 골대가 아닌, 김상훈의 정면에 서 있던 아사모아의 명치에 꽂혀버렸다.

뻐억!

“커헉……!”

아사모아는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그것을 본 김상훈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지어졌다.

이후에도 김상훈의 의도적인 괴롭힘은 계속됐다.

그리고 아사모아 역시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아사모아! 태클! 어어?! 김상훈 선수가 점프를 해서 피했습니다!]

아사모아는 김상훈의 선수생활을 끝낼 수도 있는 위협적인 태클을 시도했다.

완전히 폭발해버렸기 때문이기도 했고, 김상훈에 대한 공포심을 없애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아사모아는 알지 못했다.

김상훈의 주변에는 이찬수라는 귀신이 있다는 것을.

아사모아가 태클을 하기도 전에, 이찬수가 이미 그의 행동을 예측해서 말해줬다는 사실을.

그리고 김상훈은 그런 아사모아의 태클을 손쉽게 피해버렸다.

점프를 해서 태클을 피하는, 고난이도의 동작으로 피해냈다.

허공에 뜬 시간은 길지 않았다. 이윽고 김상훈이 공중에서 떨어질 때, 그의 얼굴을 본 아사모아의 표정이 굳었다.

김상훈은 웃고 있었다.

“……크힠!”

그 순간 아사모아는 겁에 질린 얼굴로 소리를 질렀다.

“안 돼!”

필사적인 외침을 들었지만, 김상훈은 냉정했다.

공중에서 중심을 잃은 것처럼 행동했다. 낙법도 하지 못하고 마구잡이로 바닥에 떨어진 것처럼 보이게끔 움직였다.

그리고.

바닥에 떨어지며 왼발로 콰드워 아사모아의 발목을 밟아버렸다.

빠악!

“끄아아악!”

아사모아가 고통스러운 얼굴로 바닥을 뒹굴었다. 그의 발목은 순식간에 퉁퉁 부어올랐다.

상황을 파악한 의료진이 투입됐다. 잠시 상태를 확인한 의료진이 들것으로 아사모아를 들고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고통에 몸부림치던 아사모아는 김상훈의 얼굴을 바라봤다.

“저, 저……!”

아사모아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일부러 밟은 것이 분명한 김상훈의 표정이 너무나도 슬퍼보였으니까.

가식으로 가득한 김상훈의 표정이 보였으니까.

그때, 이찬수가 혀를 찼다.

- 쯧…… 그러니까 건드리지 말라니까.

***

아사모아가 경기장을 빠져나간 이후, 바르셀로나는 인터 밀란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바르셀로나는 후반전에 체력적 약점을 드러내는 팀이었지만 오늘은 그런 약점이 드러나지 않았다.

김상훈 때문이었다.

그는 아사모아만 집중적으로 괴롭힌 것이 아니었다.

경기 내내 계속해서 중원으로 내려가서 수비에 참여하고 공격을 이끌었다.

실로 괴물 같은 활동량을 보이며 동료들의 부담을 크게 덜어줬다. 때문에 바르셀로나 선수들은 다른 경기에 비해서 체력에 여유가 생겼다.

그 결과, 바르셀로나는 인터 밀란을 시종일관 압도하며 대승을 거뒀다.

5대 1.

이탈리아의 전통강호 인터 밀란으로서는 충격적인 대패였다.

***

인터 밀란과의 경기가 끝난 직후, 스페인 언론은 김상훈의 활약을 집중 조명했다.

「한국에서 온 김상훈이 이탈리아의 전통강호를 무너뜨리다!」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인 바르셀로나. 리오넬 메시의 빈자리가 보이지 않았다.」

「김상훈, 리오넬 메시의 자리를 완벽하게 메우다! 김상훈의 활약상…….」

「발베르데, ‘김상훈은 경의로운 선수.’」

반면 이탈리아에서는 콰드워 아사모아에게 부상을 입힌 김상훈을 비난했다.

「고의성이 다분한 반칙을 한 김상훈, 차후 징계 가능성은?」

「콰드워 아사모아, ‘김상훈은 경기 내내 더러운 플레이를 했다.’」

「아사모아의 다리를 밟은 김상훈, 고의였나?」

「김상훈, 그는 EPL에서도 보복성 플레이를 했다.」

이렇듯 김상훈을 비난하는 의견과 찬양하는 의견이 강하게 대립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화제의 주인공인 김상훈은 숙소 안에서 휴식을 하고 있었다.

- 이야~! 지금 난리가 났는데, 아주 천하태평이다?

“제가 할 수 있는 게 없잖아요. 뭐 어쩌겠어요.”

- 할 수 있는 게 왜 없어? 인터뷰를 신청해서 해명을 해도 되고, 기자회견을 열어도 되잖아?

“그런 거 안 해도 결국 축구선수는 축구로 보여주면 되잖아요. 에이 정말~! 이찬수 선수가 그걸 제일 잘 아시면서 왜 이러세요?”

- ……말은 참 잘하네.

“다 이찬수 선수한테 배운 거 아니겠습니까.”

- 근데 왜 이렇게 얄밉냐.

“크히힠!”

이찬수의 말처럼 김상훈은 얄미울 정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분명히 자신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했음에도 태평했다.

조금도 조급해하거나 불안해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인터넷을 안 보는 것도 아니었다.

SNS를 자주하는 김상훈은 필연적으로 인터넷을 볼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에게 달린 악플과 기사들을 보면서도 씨익 웃었다.

모든 악플과 기사들은 김상훈에게 전혀 타격을 주지 못했다.

이렇게 김상훈이 강해질 수 있는 것은 인터넷 방송으로 강해진 멘탈과 타고난 성격의 영향이 컸다.

하지만 이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대한민국 팬들의 응원.

그것이 바로 김상훈의 멘탈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킹왕짱이진형12 : 김상훈 진짜 개쩐다....인터 밀란 tkdoe로 해트트릭 실화냐?

축구도사김팔중 : 위에 새삼스럽게 왜 그러냐? 김상훈은 토트넘에서 챔스 우승한 놈이야. 그것도 멱살 잡고 캐리한 놈이라고. 인터 밀란한테 해트트릭은 기본이지.

김덕배입니다88 : 근데 리얼로 메시 빈자리 안 느껴지지 않았음? 난 메시 없는 줄도 몰랐음ㄷㄷㄷ

ihuqnn1213 : 이쯤되면 김상훈이 메시 넘은 거 아니냐?ㅋㅋㅋㅋㅋ

리1버2풀2우3승 : 어차피 우승은 리버풀!!!!!!!! 근데 김상훈도 화이팅!!!!

코리안좀비 : 근데 이탈리아 언론에서 김상훈 욕 엄청 한다는데 왜들 지랄이냐? 솔직히 아사모아는 지가 태클하다가 다친 건데 왜 김상훈한테 뭐라고 하는 거야? 태클도 발 엄청 높게 들어갔더만. 먼저 더럽게 한 놈이 잘못이지.

댓글들을 본 김상훈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지어졌다.

- 진짜 강철멘탈이네.

“감사함다.”

김상훈이 씨익 웃었다.

그리고 그는 곧바로 옷을 갈아입었다.

- 왜? 뭐하려고?

“뭘하다뇨? 훈련해야죠.”

- 좀 쉬어. 네가 아무리 멘탈이 세도 이런 상황에서는 잠이나 좀 자는 게 더 나아.

“너무 멀쩡해서 그냥 훈련이나 하려고요.”

- ……그래.

지금 김상훈이 신경을 쓰는 것은 기사나 악플 같은 것이 아니었다. 그는 오직 다음 경기만을 생각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다음 경기는 아주 중요한 경기였으니까.

바르셀로나의 라이벌, 레알 마드리드와의 경기가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

레알 마드리드는 세계 최고의 팀 중 하나다.

프리메라리가에서 무려 33회로 최다 우승을 거뒀고,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12회나 우승을 거뒀다.

이런 기록으로 알 수 있듯, 레알 마드리드는 최고의 선수들과 최고의 경기력을 가진 팀이다.

그리고 바르셀로나의 라이벌이기도 했다.

라이벌답게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의 경기는 엘클라시코라는 명칭으로 불리며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팬들의 관심을 받는 경기였다.

「엄청난 관심을 받고 있는 엘클라시코의 승자는?」

「흔들리는 레알 마드리드, 과연 이번 엘클라시코에서의 경기력은?」

「세르히오 라모스, ‘레알은 세계 최고의 팀이다. 이번 경기에서 레알 마드리드가 왜 최고인지 알게 될 것.’」

「산티아고 솔라리 감독, ‘이번 경기는 무조건 승리해야하는 경기. 선수들을 믿는다.’」

「발베르데 감독, ‘최근 김상훈의 폼이 엄청나다. 이번 엘클라시코는 쉬운 경기가 될 것.’」

더불어 레알 마드리드는 김상훈의 영입을 강력하게 원했던 팀이기도 했다.

때문에 레알 마드리드의 팬들은 라이벌인 바르셀로나를 선택한 김상훈을 싫어했다.

아니, 증오하는 수준이었다.

그리고 지금.

전 세계 축구팬들의 관심을 받는 엘클라시코가 시작됐다.

그와 동시에.

김상훈의 눈앞에 퀘스트 창이 떠올랐다.

띠링!

[특별 퀘스트가 발동됩니다.]

[최고의 라이벌 팀을 만났습니다.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주세요.]

[클리어 조건 – 2골 2어시스트]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