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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들린 축구선수-176화 (176/200)

176화 인터 밀란(2)

축구에서 상대 선수를 도발하는 것은 아주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말이나 행동으로 상대 선수들을 흥분시키고 반칙을 유도하거나 제 기량을 보여주지 못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축구에서 도발을 하는 이유였다.

그리고 김상훈은 그런 도발을 굉장히 잘하는 선수 중 하나였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찬수의 도발]

- 등급 : 조커(Joker)

- 효과 : 대한민국의 이찬수, 그의 도발 능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스킬을 사용 시, 상대 선수는 확정적으로 약이 오르게 됩니다.(경기장 내부에서만 사용가능합니다.)

그는 현역시절 가장 도발을 잘하는 선수라고 평가받던 이찬수의 도발 능력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그런 김상훈을 상대로 도발이 들어왔다.

골을 넣은 뒤에 일어난 일이었다.

“거기, 역겨운 마늘 냄새 풍기는 놈아.”

“……뭐?”

김상훈이 고개를 돌려서 도발을 한 남자를 바라봤다.

- 얘 뭐냐? 갑자기 마늘 냄새 도발을 한다고?

이찬수 역시 황당한 표정으로 도발을 한 남자를 바라봤다.

그리고 그 남자는 여전히 당당한 표정으로 김상훈을 도발했다.

“네 마늘 냄새 때문에 경기에 집중을 할 수가 없잖아! 심판은 이런 놈한테 레드카드를 안 주고 뭐하는 거야?”

김상훈의 표정이 굳어졌다. 하지만 침착했다.

갑작스러운 도발이었고, 인종차별적인 말이었지만 김상훈은 흥분하지 않았다.

다만 궁금했다.

왜 갑자기 도발을 한 것일까?

그래서 도발을 한 콰드워 아사모아에게 질문했다.

“갑자기 왜 도발이냐?”

“갑자기는 무슨, 아까부터 네놈 냄새 때문에 축구를 할 수가 없어.”

그때 이찬수가 소리쳤다.

- 야! 상훈아! 진정해. 주먹을 날리거나 발로 차면 바로 징계야. 냉정하게 행동해!

김상훈의 성격을 알고 있는 이찬수가 다급하게 말을 늘어놨다.

그런데 이찬수의 걱정과는 달리 김상훈은 침착함을 계속 유지했다.

오히려 그는 웃음을 터트렸다.

“크히힠!

“웃어? 뭐가 웃기냐? 지금 네 역겨운 냄새 때문에 축구를 할 수가 없다니까?”

다만, 김상훈은 아사모아의 도발을 그냥 넘길 생각은 없었다.

당한 것은 확실히 갚아주는 것이 그의 성격이었다.

“근데 너는 누구냐?”

“……뭐?”

“알지도 못하는 놈이 왜 시비를 거냐고. 그냥 네 할 거나 하지 그래?”

“날 모른다고……?”

아사모아의 표정이 굳어졌다.

최근 가진 명성에 비해 경기력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세리에A의 명문팀인 인터 밀란에 속한 선수가 바로 아사모아였다.

더군다나 그는 이탈리아 최강 팀인 유벤투스에서도 오랫동안 뛰었던 경력이 있던 선수로 절대로 인지도가 없는 남자가 아니었다.

그리고 지금, 김상훈은 그런 아사모아를 완벽하게 무시했다.

“내가 너 같은 놈을 알아야 돼? 네가 뭔데? 축구 잘해? 아니잖아.”

“뭐?! 너 지금 뭐라고 그랬어?”

“잠깐! 내가 잠깐 생각을 해봤거든? 네가 갑자기 나한테 와서 왜 까부는 걸까? 이런 생각을 했는데, 이제 네가 왜 이러는지 알 것 같아.”

“무, 무슨 소리냐?”

“너 오늘 나한테 발리니까 이러는 거잖아.”

“뭐 이 새꺄?”

“지금 실력으로 개털리고 어떻게든 내 멘탈이라도 흔들어보려고 와서 깝죽대는 거잖아.”

김상훈은 특유의 얄미운 표정으로 실실 웃으며 아사모아를 도발했다.

하지만 그냥 도발은 아니었다. 아사모아의 생각을 정확히 꿰뚫은 도발이었다.

오늘 아사모아는 왼쪽 풀백으로 출전했고, 당연하게도 메시의 자리인 오른쪽 공격수 자리에 출전한 김상훈과 자주 마주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조금 전에 김상훈이 골을 넣었던 것도, 아사모아의 수비 실책에서부터 일어난 일이었다.

- 크하하하핫! 아사모아야 왜 하필 김상훈을 건드리냐. 얘는 진짜 미친놈이라고! 으핫핫!

찌릿!

김상훈은 이찬수를 한 번 째려본 뒤, 아사모아를 향해 비웃음을 날렸다.

동시에 더 이상 아사모아를 상대하지 않을 생각으로 자리를 옮겼다.

“야! 너 일로 안 와? 야!”

아사모아가 부들거리며 쫓아오려고 했지만, 주변에 있던 동료들이 그를 말렸다.

그리고 그 순간 김상훈의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이찬수의 도발(J)을 사용하셨습니다.]

[콰드워 아사모아가 도발에 걸렸습니다.]

씨익!

김상훈의 입 꼬리가 높이 올라갔다.

- 에휴! 저 놈, 도발하러왔다가 오히려 도발에 걸렸네. 상훈아, 도발도 걸렸는데 이제 저놈은 신경 쓰지 말고 네 플레이에 집중하자.

“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 뭐?

“신경을 왜 안 써요? 아직도 저를 모르세요?”

- ……뭘 어쩌려고?

“어쩌긴요. 다시는 까불지 못하게 제대로 조져줘야죠.”

그 순간 이찬수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아사모아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 그러니까 이 미친놈은 건드리지 말라니까…….

***

[김상훈 선수와 아사모아 선수가 조금의 신경전이 있었던 것 같은데요, 어떤 대화를 나눴을까요?]

[하하! 아무래도 아사모아 선수가 많이 예민해진 상황일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김상훈 선수에게 도발을 하며 멘탈을 흔들어놓으려고 하지 않았을까요?]

[김상훈 선수는 웃으면서 아사모아 선수를 무시하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두 선수는 오늘 경기에서 계속 부딪칠 것이거든요? 재밌는 장면이 많이 연출될 것 같습니다.]

해설들의 말 그대로였다.

김상훈과 아사모아는 위치상 자주 마주칠 수밖에 없었고, 실제로 오늘 경기에서 계속해서 부딪치고 있었다.

물론 승리하는 선수는 김상훈이었다.

투욱!

김상훈은 부스케츠가 찔러준 공을 향해 한 번의 터치 후 몸을 돌리는 동작을 펼쳤다. 부드러운 김상훈 특유의 턴에 아사모아가 반응하지 못했다. 하지만 여기서 뚫리면 김상훈에게 슈팅 기회를 줄 수 있는 상황.

아사모아는 반칙으로 김상훈을 끊어내는 선택을 했다.

촤아악!

[아! 아사모아가 빠져나가는 김상훈의 옷을 잡아 끌었습니다.]

[김상훈 선수가 버티지 않고 그냥 넘어져버리네요. 아무래도 후안페 선수에게 당했던 태클로 약간의 부상을 입었던 이후로 조금은 조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프리킥이 선언되네요.]

프리킥이 선언된 지금, 공 앞에는 두 명의 선수가 서 있었다.

오른발 슈팅에 자신이 있는 필리페 쿠티뉴와 높은 프리킥 성공률을 보유한 김상훈이었다.

“내가 차도 돼?”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은 대부분 골에 대한 욕심이 있다. 때문에 이들은 프리킥 상황이 됐을 때, 직접 차고 싶다는 어필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런 욕심은 스페인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 역시 가지고 있었다.

김상훈은 그가 얻어낸 프리킥을 직접 차고 싶다고 어필하는 쿠티뉴의 얼굴을 바라봤다.

‘어지간히 차고 싶나보네.’

쿠티뉴의 눈에서 간절함이 느껴졌다.

구단 내에서 입지가 불안해지고 있는 그는 골에 대한 욕심이 가득한 상태였다.

하지만 리오넬 메시가 없는 현재, 바르셀로나의 1순위 프리킥커는 김상훈이었기에 그에게 동의를 구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김상훈은 고개를 저었다.

“내가 찬다.”

“……알았어.”

쿠티뉴가 아쉬운 표정으로 페널티 박스 주변으로 걸어갔다.

그 모습을 보던 이찬수가 혀를 내둘렀다.

- 어떻게 사람이 그렇게 냉정하냐? 너 방금 쟤 눈빛 봤지? 저런 사슴 같은 눈망울로 프리킥 한 번 차고 싶다는데, 그걸 단칼에 잘라버리네!

“킥력이 좋은 선수는 누구나 프리킥 욕심이 있죠. 근데 욕심이 있다고 다 찰 수는 없는 거잖아요. 저는 더 잘 차는 사람이 차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 네가 쿠티뉴보다 더 잘 찬다는 거지?

“당연하죠.”

- 쩝.

김상훈의 대답에 이찬수가 입맛을 다셨다. 맞는 말이었기 때문에 딱히 할 말이 없었다.

- 그놈의 주닝요의 능력만 아니었어도…….

프리킥 스페셜리스트였던 주닝요의 프리킥.

그것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김상훈의 프리킥 경쟁력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려줬다.

킥이 좋은 선수들을 많이 보유한 바르셀로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김상훈은 훈련 때 모든 선수들을 통틀어서 가장 높은 프리킥 성공률을 자랑하는 선수였다.

그리고 지금, 김상훈이 프리킥을 직접차기 위해 공 앞에 서 있었다.

[주닝요의 프리킥(L)효과가 적용중입니다.]

눈앞에 떠오른 시스템 메시지를 치운 뒤, 오로지 눈앞에 보이는 공에만 집중했다. 지금 다른 것은 그의 눈에 보이지 않았다.

‘상대 골키퍼는 반응속도가 빨라서 궤적이 날카롭지 않으면 막을 가능성이 높아. 최대한 구석을 노려야 돼.’

인터 밀란의 골키퍼가 막을 수 없는 코스로 프리킥을 차기 위해 집중력을 최대한 높였다. 조금 남아있던 긴장감도 떨쳐냈다.

삐이익!

주심이 프리킥을 차도 된다는 신호를 보냈을 때.

김상훈이 공을 향해 움직였다. 타닷! 빠르게 두 번의 스탭을 밟은 그는 강하게 다리를 휘둘렀다.

파앙!

평소처럼 발등으로 공을 강하게 때리는 것이 아닌, 발의 안쪽으로 공을 감아 찼다.

파워는 조금 부족해지지만, 정확도를 높이기 위함이었다.

쉬이익! 김상훈이 때려낸 공은 아름다운 궤적을 그리며 골대의 상단 구석을 향해 휘어져 들어갔다.

그 순간 인터 밀란의 골키퍼 사미르 한다노비치가 반응했다. 빠르게 몸을 남긴 그는 긴 팔을 쭉 뻗었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공은 그의 손끝을 스치며 더욱 골대 구석을 향해 휘어 들어갔다.

철렁!

[우와아아아! 들어갔습니다! 김상훈! 환상적인 프리킥입니다!]

[골키퍼가 손을 쓰지 못하는 곳으로 정확하게 차 넣네요! 대단합니다. 김상훈 선수!]

- 와…… 저 궤적이 말이 되는 건가? 상훈아 노리고 찬 거냐?

“예. 연습 때 저기로 많이 넣은 거 보셨잖아요.”

- 너도 참 강심장이다. 실전에서 연습이랑 똑같이 하는 놈은 너밖에 없을 거야. 정말 대단한 멘탈이다.

“제가 옛날부터 멘탈은 강력했죠.”

- 그래, 네 멘탈은 인정해. 근데 궁금한 게 있어.

“예? 뭔데요?”

- 골을 넣었는데 표정이 왜 그렇게 썩었어?

이찬수의 말처럼 김상훈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골을 넣은 사람의 표정이라고 하기에는 어려울 정도로 굳어있었다.

“……아직 원하는 걸 못했거든요.”

이찬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 원하는 거? 그게 뭔데?

“저 새끼 조지는 거요.”

김상훈의 시선이 향한 곳, 그곳에는 콰드워 아사모아가 이글거리는 눈빛을 보내며 서 있었다.

***

[이찬수의 도발(J)효과가 적용중입니다.]

[도발에 걸린 선수는 콰드워 아사모아입니다.]

콰드워 아사모아.

왼쪽 풀백, 그리고 미드필더로도 뛸 수 있는 그는 173cm라는 작은 신장을 지녔지만, 흑인 특유의 탄력과 낮은 무게중심으로 강한 몸싸움 능력을 가진 선수였다.

그런데.

“크윽!”

그런 아사모아가 한 선수와의 몸싸움에서 형편없이 밀리고 있었다.

한 번이 아닌, 후반 10분이 넘어간 지금까지 계속해서 밀리고 있었다.

“젠장!”

퍼억!

이번에도 형편없이 나가떨어진 콰드워 아사모아가 그를 밀어낸 김상훈을 노려봤다.

그리고 김상훈은 아사모아를 한껏 비웃었다.

‘아직 멀었어.’

아사모아는 잔뜩 흥분했고, 화를 냈지만.

김상훈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

그의 심기를 건드린 선수는 경기가 끝날 때까지 힘들게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그의 성격이었다.

[김상훈 선수가 집요할 정도로 아사모아를 괴롭힙니다!]

[아사모아가 주먹으로 땅을 치네요! 정말 화가 많이 난 것 같습니다.]

[하하하! 이럴 때 보면 김상훈 선수가 정말 무서운 선수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 선수는 평소에는 온화하지만, 누군가 먼저 시비를 걸면 절대로 가만 놔두지 않는 성격이거든요.]

[맞습니다. 오늘 경기에서 콰드워 아사모아가 김상훈을 건드린 대가를 톡톡히 받고 있습니다.]

이후에도 김상훈의 아사모아 괴롭히기는 계속됐다. 심판의 눈을 피해서 꼬집고, 발을 밟았다. 아사모아가 강렬하게 항의했지만, 주심은 반칙을 선언하지 않았다.

“크악!”

콰드워 아사모아가 바닥에 뒹굴었다. 정강이를 부여잡은 그는 고통스러운 얼굴로 울부짖고 있었다.

그리고 김상훈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런 아사모아를 무시했다.

- ……진짜 악마 같은 놈.

“예? 제가 왜 악마에요?”

김상훈이 순진무구한 눈빛으로 이찬수를 바라봤다.

- 방금 태클하면서 아사모아의 정강이를 팔꿈치로 찍은 거, 내가 못 봤을 것 같아? 심판의 눈은 속여도 내 눈은 못 속이지.

이찬수의 말은 사실이었다.

김상훈은 공을 향해 태클을 하며 팔꿈치로 아사모아의 정강이를 찍어버렸다.

그리고 이번에도 주심은 반칙을 선언하지 않았다.

그만큼 교묘한 반칙이었다.

“……크힠!”

김상훈이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 너, 너! 방금 웃었지?

“아~! 역시 이찬수 선수의 눈은 피할 수가 없네요.”

- 이제 그만 괴롭혀도 되지 않냐? 아사모아 쟤 멘탈 나간 것 같은데.

스윽!

김상훈이 고개를 돌려서 아사모아를 바라봤다.

그는 공포에 질린 눈으로 김상훈을 보고 있었다.

“크히힠!”

김상훈이 실실 웃었다.

그 순간 이찬수의 얼굴이 창백하게 변했다.

- 너…… 설마?

“예. 아직 멀었어요.”

김상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대로 끝낼 생각이 없었다. 그렇다고 아사모아에게만 집중하는 것은 아니었다. 김상훈은 지금 2골을 넣었고 1개의 어시스트도 기록한 상태였다. 경기에 대한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는 증거였다.

다만 그를 건드린 선수는 확실하게 꺾어버릴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김상훈의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띠링!

[상대 선수에게 공포를 심어줬습니다.]

[특별 보상이 지급됩니다.]

[보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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