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신들린 축구선수-175화 (175/200)

175화 인터 밀란

팀의 에이스가 다른 팀으로 이적을 했을 때, 팬들은 보통 두 가지 반응을 보인다.

에이스에게 실망하거나, 축하해주는 것.

하지만 그들 모두 똑같은 감정을 느낀다.

아쉬움.

팀의 커다란 전력이 떠나간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과 좋아하는 선수가 다른 팀으로 떠난 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느낀다.

그리고 그들의 에이스가 다른 팀의 선수로 나타났을 때.

거의 모든 팬들이 거친 아유를 보낸다.

그건 김상훈도 예외가 아니었다.

바르셀로나의 선수가 되어 친정팀인 토트넘을 상대하고 있는 그는 오늘 펼쳐진 경기에서 많은 야유를 받았다.

그런데.

친정팀 팬들에게 끔찍한 야유를 받으면서도 김상훈은 짜증을 내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페어플레이를 하며 신사적인 모습을 보였다.

골을 넣고 난 뒤에 세레머니도 하지 않았다.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서 토트넘의 팬들과 선수들에게 예의를 지켰다.

그리고 결국 토트넘의 팬들은 그런 김상훈의 마음을 알아줬다.

짝짝짝짝!

토트넘 팬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에게 골을 넣은 김상훈에게 커다란 박수를 보냈다.

그리고 그 순간.

김상훈의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상대팀의 팬들에게 기립박수를 받았습니다. 아주 어려운 일은 해낸 것에 대한 보상이 지급됩니다.]

[보상으로 효과만점 훈련(H)이 지급됩니다.]

그는 곧바로 보상의 정보를 확인했다.

[효과만점 훈련]

- 등급 : 히어로(Hero)

- 효과 : 사용 시, 일주일동안 훈련효과가 20배 상승합니다.(1회 사용가능)

- 오! 좋은 거 줬네.

“……훈련을 더 시키는 보상이네요.”

- 크하핫! 효과가 20배라잖아. 당연히 해야지!

“예…… 당분간 훈련이 더 힘들어지겠네요.”

김상훈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후, 그는 다시 경기에 집중했다.

계속해서 슈팅을 시도했고, 좋은 패스를 보내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토트넘은 모든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서 버텨보려 했지만 결국 4대 1이라는 큰 점수 차이로 패배하고 말았다.

그리고 이날 경기에서 김상훈은 3골을 넣으며 MVP로 선정되며 팬들에게 더욱 큰 믿음을 줬다.

***

모든 선수들은 훈련을 한다.

가진 기량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서, 그리고 가진 기량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훈련을 한다.

상위리그에 가든, 하위리그에 가든 모든 선수들이 빠짐없이 훈련을 한다.

그 강도는 선수마다, 팀마다 전부 다르지만 전부 훈련을 한다.

그리고 김상훈은 남들보다 많은 훈련 시스템을 소화한다.

팀에서 진행하는 훈련은 기본이었고,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이찬수와 개인훈련을 진행한다.

그런데 지금.

늘 힘든 훈련을 소화하는 것에 익숙한 김상훈이 잔뜩 퍼져있었다.

높은 체력을 지니게 된 이후로 처음 겪는 일이었다.

“허억……! 헉……!”

- 빨리 일어나. 아직 남았어.

“……더는 못 해요.”

- 일어나라니까? 겨우 이것밖에 안 돼?

“겨우요? 이게 어떻게 겨우에요? 다른 선수들은 이렇게 훈련하면 진작 퍼졌을 걸요? 아니, 하지도 못할 거라고요!”

- 알았으니까 엄살 그만부리고 일어나라고. 힘든 건 알지만 아직 더 할 수 있잖아?

“더 할 수는 있는데 진짜 너무 무리하다가 부상당할까봐 그렇죠!”

- 설마 내가 너를 부상당하게 만들까?

“혹시 모르죠.”

- 이 새끼가!

“아, 아니! 생각보다 제 몸에 피로도가 높을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리고 제가 체력 100넘은 뒤로 이렇게까지 힘들어하는 거 보신 적 있어요?”

- 없지.

“거봐요! 지금 제 체력 능력치가 112인데, 이렇게 힘든 건 정말 정상적인 훈련이 아닌 거잖아요.”

- 뭔 개소리야? 알아듣게 좀 얘기해.

“대충 무슨 말인지 알아들으셨잖아요.”

-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데?

“……30분만 좀 쉴게요.”

- 그래.

휴식을 받은 김상훈은 땀으로 흠뻑 젖은 몸에 차가운 물을 뿌렸다.

동시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건 정말 미친 짓이야!’

[효과만점 훈련]

- 등급 : 히어로(Hero)

- 효과 : 사용 시, 일주일동안 훈련효과가 20배 상승합니다.(1회 사용가능)

효과만점 훈련을 얻은 뒤, 김상훈과 이찬수는 그동안 해왔던 것보다 훨씬 더 높은 강도의 훈련을 진행했다.

훈련의 강도는 너무 높아서 높은 체력을 지닌 김상훈조차 힘들어하는 수준이었다.

게다가 김상훈은 오늘 펼쳐진 발렌시아와의 경기에서 풀타임을 소화한 상태였다.

- 힘 좀 내. 어차피 다음 경기 때까지 시간 많잖아.

“그렇긴 하죠.”

김상훈이 힘들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찬수의 말처럼 다음 경기가 펼쳐지기 전까지의 기간이 길었다. 아직 지옥훈련을 며칠 더 해야 하는 김상훈에게는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 그럼 다시 시작해볼까?

“……가보죠.”

그렇게 김상훈의 지옥훈련이 다시 시작됐다.

그리고 13일 뒤인 2018년 10월 20일에 펼쳐진 세비야와의 경기에서 바르셀로나는 5대 2라는 대승을 거두며 좋은 분위기를 이어갔다.

그리고 그 경기에서 김상훈은 또 다시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김상훈 해트트릭! 메시는 2골. 김상훈이 메시를 뛰어넘나?」

「바르셀로나의 왕 리오넬 메시는 김상훈에게 그 자리를 넘겨줄까?」

「바르셀로나를 상대하는 팀은 메시보다 김상훈을 더 경계하기 시작했다.」

「과연 김상훈은 신계에 오를 것인가?」

「리오넬 메시 부상으로 다음 경기 결장 확정! 메시 없는 바르셀로나, 괜찮을까?」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선수인 리오넬 메시와 김상훈에 대한 비교를 하는 팬들과, 기사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많아졌다.

그만큼 김상훈의 경기력은 대단했다.

그리고 지금.

챔피언스리그 조별 리그 3라운드 경기가 펼쳐지려하고 있었다.

“난 오늘 경기는 꼭 챙겨볼 거야!”

“너무 기대된다. 누가 이길까? 분명히 명경기가 나오겠지?”

“당연히 킴이 있는 바르셀로나지! 그를 막을 수 있는 선수는 없어.”

“그래도 붙어보기 전까지는 몰라. 상대도 워낙 강하잖아. 그리고 메시도 결장한다며.”

“그치. 메시가 없는 바르셀로나는 확실히 약하긴 해…… 그리고 인터 밀란이 강팀이긴 하니까, 모르겠다.”

인터 밀란은 축구강국으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1부 리그, 세리에 A에서 무려 18번이나 우승했고 UEFA챔피언스리그도 3회나 우승을 한 강팀이었다.

물론 그런 인터 밀란을 상대하게 됐음에도, 평소의 바르셀로나 팬들이었다면 크게 걱정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메시가 결장인 게 너무 크긴 하다.”

“리오넬 메시가 없는 바르셀로나는 정말 별로였는데…… 괜찮을까?”

“아…… 불안하네 정말.”

바르셀로나의 전술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리오넬 메시가 없다는 사실에 불안해하는 팬들 역시 많았다.

그러나 그런 바르셀로나의 팬들은 승리에 대한 믿음마저 잃지는 않았다.

“근데 인터 밀란은 옛날에 비해서 많이 죽었잖아.”

“그건 그래. 요즘의 인터 밀란은 예정의 명성에 비하면 좀 실망스럽지.”

“최근 바르셀로나의 기세를 막기엔 요즘 인터 밀란은 조금 약해지긴 했지.”

인터 밀란의 최근 경기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것.

예전의 영광을 되찾지 못한 지, 꽤 오래됐다는 것.

그리고 바르셀로나에는 김상훈이라는 새로운 에이스가 있다는 것.

그 사실에 바르셀로나 팬들의 믿음은 여전히 굳건했다.

그렇게 많은 팬들의 기대를 받으며, 바르셀로나와 인터 밀란의 경기가 지금 시작되려하고 있었다.

삐이이익!

[바르셀로나와 인터 밀란의 경기가 시작됩니다! 리오넬 메시가 결장했지만 바르셀로나의 선발명단은 전혀 약해보이지 않습니다.]

[맞습니다. 비록 메시가 결장했지만, 최근 가장 좋은 활약을 펼친 주전 멤버들이 선발로 출전했습니다. 더군다나 리오넬 메시의 빈자리를 메우는 선수가 다른 선수도 아닌 김상훈이기 때문에 그 빈자리가 더 적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바르셀로나는 쿠티뉴, 수아레스, 김상훈, 아르투르 멜루, 부스케츠, 라키티치, 조르디 알바, 랑글레, 피케, 세르지 로베르토, 테어 슈테겐이 선발 출전했고.

인터 밀란은 이카르디, 페리시치, 발레로, 안토니오 칸드레바, 브로조비치, 베시노, 아사모아, 미란다, 슈크리니아르, 다닐로 담브로시오, 사미르 한다노비치가 선발로 출전했다.

양 팀 모두 준비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전력을 가지고 온 오늘, 선수들은 특유의 감을 느끼고 있었다.

오늘 경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걸.

누가 이길지 모르는 치열한 경기가 될 것이라는 걸.

하지만 유일하게 그런 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선수가 있었다.

- 상훈아, 너 지금 뭔 생각하냐?

“어제 먹었던 불고기 생각이요.”

- 그 한국에서 불고기 식당 하는 팬이 보내준 거?

“예. 진짜 너무 맛있어서 계속 생각나네요. 진심 제 인생 불고기였어요.”

- ……근데 이제 경기 시작하는데 어제 먹은 불고기 생각을 하고 있는 게 맞는 거야? 나는 잘 모르겠어서 물어보는 거야.

“예? 왜요? 아직 경기 시작 안 했잖아요.”

- 와! 졸라 거만해졌네? 예전에는 경기 시작 전만 되면 아주 그냥 기를 쓰고 집중하겠다고 주접을 떨던 녀석이!

“아니 제가 언제 또 주접을 떨었다고 그러세요?”

- 싸가지 없게 말대꾸 하지 마.

“싫은데요? 이찬수 선수야말로 그런 꼰대 같은 말 좀 안 하시면 안 돼요?”

- 아오……! 진짜 너 같은 놈은 맞으면서 배워야하는데.

“요즘엔 그렇게 하면 잡혀가요.”

- 귀신을 무슨 수로 잡아갈 건데? 잡아가라고 해봐!

그때 김상훈이 작게 중얼거렸다.

“요즘 들어 점점 더 유치해지시는 것 같네…….”

- 뭐? 뭐 이 새꺄?! 너 지금 뭐라고 그랬어? 나 다 들었다?

“아무 말도 안했어요. 그리고 저 이제 집중할게요.”

- 꼭 지 불리할 때만 집중한다네!

“크히힠!”

김상훈, 오늘 경기에서 리오넬 메시의 역할을 맡게 된 그의 눈빛이 변하기 시작했다.

***

프리롤.

말 그대로 자유로운 역할을 의미하는 이것은 뛰어난 능력을 가진 선수에게만 주어지는 역할이다.

그리고 바르셀로나의 리오넬 메시는 이 역할을 그 누구보다도 완벽하게 소화해내는 선수였다.

반대로 말하면 바르셀로나의 프리롤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해낼 수 있는 선수는 리오넬 메시뿐이라는 것이기도 했다.

경기를 읽는 능력, 드넓은 시야, 정확한 패스, 세계 최고 수준의 탈 압박, 빠른 판단력, 부드러운 볼 터치 능력, 1명은 가볍게 제쳐내는 드리블, 필요할 땐 직접 골을 넣을 수 있는 마무리 능력까지.

이런 능력들을 가지고 있는 리오넬 메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수가 흔할 리가 없었다.

메시이기에 가능했고, 메시이기에 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런 리오넬 메시의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해내고 있는 선수가 있었다.

[김상훈! 슈팅! 아! 페인팅이었습니다. 반대편에서 달려오는 쿠티뉴 선수에게 패스합니다!]

[쿠티뉴! 공을 받고 그대로 슈웃! 아~! 이게 골대에 맞네요!]

[골이 되지는 않았지만 아주 좋은 공격이었습니다. 쿠티뉴의 오프더볼 움직임도 훌륭했고, 김상훈의 시야와 정확한 패스가 빛난 장면이었습니다.]

[김상훈 선수의 시야가 이렇게 넓었나요? 그 짧은 찰나에 돌아 들어오는 쿠티뉴를 정확하게 캐치하다니, 정말 대단합니다!]

오늘 경기에서 김상훈은 마치 리오넬 메시처럼 움직였다.

필요하면 중원으로 내려가서 빌드업을 이끌었고, 공격 시에는 선수들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며 공격을 이끌었다.

더불어 약간의 공간이 났을 때는 과감한 슈팅을 때렸다.

정확한 슈팅 스킬이 있기에 가능한 플레이였지만, 이런 김상훈의 플레이를 지켜보는 사람들에게는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철렁!

[고오오오올! 김상훈 선수! 멋진 중거리 슈팅으로 직접 골을 넣습니다!]

[동료들이 골을 못 넣으면 직접 넣으면 되죠! 역시 김상훈의 슈팅은 명품입니다!]

“와…… 김상훈 왜 이렇게 잘해?”

“원래 잘하는 선수인 건 알았지만…… 이건 인간이 아닌데?”

“솔직히 오늘 뛰는 것만 보면 리오넬 메시보다 더 잘하는 것 같기도 해.”

“하긴 리오넬 메시는 수비가담은 잘 안하잖아. 김상훈만큼 많이 뛰지도 않고.”

“김상훈이 메시의 역할을 하는 걸 보니까 얼마나 잘하는지 더 잘 알겠네.”

관중들의 뜨거운 환호가 쏟아졌다. 리오넬 메시의 결장으로 어려운 경기가 될 것 같았던 인터 밀란과의 경기를 김상훈이 풀어내고 있었다.

- 방금 좋았다. 계속 지금처럼 가자.

“예.”

이런 상황에서 골을 넣은 당사자, 김상훈은 흥분하지 않았다.

특별한 세레머니도 없었다.

지금 이 순간 그의 머릿속에는 그저 인터 밀란을 상대로 어떻게 다음 골을 넣을 것인가에 대한 생각만 가득했다.

그리고 그런 김상훈에게 한 남자가 다가왔다.

인터 밀란의 유니폼을 입고 있는 선수였다.

“거기, 역겨운 마늘냄새 풍기는 놈아.”

갑작스러운 도발에 김상훈의 표정이 굳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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