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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들린 축구선수-174화 (174/200)

174화 기립박수

부상은 모든 축구선수들이 두려워하는 것이다.

당연한 일이었다.

부상을 당하면 회복을 한 뒤에도 경기력이 저하되는 경우가 많았고, 심하면 은퇴를 생각해야하는 경우도 있었으니까.

세계 최고의 실력을 지녔다는 선수들도 부상을 이겨내지 못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 왔었으니까.

그리고.

김상훈은 부상을 당할 수도 있는 상태에서 공을 포기하지 않았다.

끝까지 공을 지켜냈고 결국 멋진 골로 연결했다.

시스템은 그런 김상훈의 투지를 높게 평가했고, 특별한 보상을 내놓았다.

[랜덤 레전드 박스(L)]

- 등급 : 레전드(Legend)

- 효과 : 레전드 등급의 아이템이나 스킬이 랜덤으로 지급됩니다.(1회 사용가능)

레전드 등급의 아이템이나 스킬을 무조건 준다는 것.

그 사실에 김상훈이 실실 웃었다.

“크히힠! 이걸 보고 어떻게 안 웃어요?”

- ……진짜 가지가지 한다. 이런 걸 왜 주는 거야?

“제 골이 마음에 들었나보죠.”

- 무식하게 넣은 골에 왜 보상을 주는 건지. 정말 이해가 안 되네.

“무식하다뇨. 열정과 투지가 가득한 골이라고 해주시죠.”

- 싫은데?

“예~!”

대답을 한 김상훈은 두 손을 모으고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제발, 제발 저에게 꼭 필요한 것을 주세요. 시스템느님! 제발 개꿀 스킬이나 개사기 아이템을 주세요!”

- 바라는 게 뭔데?

“제가 부족한 거요.”

김상훈은 모든 부분에서 뛰어난 능력을 지닌 육각형 능력을 가진 선수로 유명했다.

슈팅, 패스, 전술 이해도, 몸싸움, 헤딩, 스피드, 드리블, 개인기, 수비, 태클 등 거의 모든 부분에서 최고의 능력을 지닌 선수였다.

하지만 그런 김상훈에게도 부족한 능력은 존재했다.

‘시야에 관련된 스킬이 나왔으면 좋겠다.’

시야.

동료들의 움직임과 상대의 움직임을 파악하기 위한 시야는 축구선수에게 아주 중요한 능력이다.

특히 공수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미드필더에게는 더욱 중요시되는 능력이기도 했다.

더불어 김상훈이 늘 부족함을 느끼고 있는 능력이기도 했다.

드론처럼 날아다니며 주변 상황을 알려주는 이찬수의 도움이 없었다면, 그의 시야가 부족하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졌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리고 지금.

김상훈은 시야에 관련된 능력이 나오기를 바라며, 눈앞에서 회전하는 박스를 바라봤다.

[랜덤 레전드 박스(L)를 오픈합니다.]

“제발!”

잠시 후.

뚜껑이 열린 박스에서 레전드 등급의 스킬이 튀어나왔다.

[사비 에르난데스의 시야]

- 등급 : 레전드(Legend)

- 효과 : 스페인의 사비 에르난데스, 그의 시야를 갖게 됩니다.

***

지로나와의 경기가 끝난 이후, 발베르데 감독은 라 리가 6라운드 경기인 레가네스와의 원정경기에 김상훈을 출전시키지 않았다.

부상까지는 아니지만, 발목에 대미지가 있는 김상훈에게 휴식을 주려는 의도였다.

그리고 김상훈은 레가네스와의 경기 이후에 펼쳐진 아틀레틱과의 7라운드 경기에도 출전하지 않았다.

바르셀로나 내부에서는 김상훈의 건강을 완전히 회복시키려는 의도였지만, 기자들은 바르셀로나와 발베르데 감독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팬들 역시 김상훈이 2경기에 출전하지 않았다는 이유치고는 아주 강하게 물어뜯었다.

“김상훈을 도대체 왜 출전시키지 않는 거야?!”

“설마 지로나 전에서 부상이라도 당한 건가?”

“후안테의 태클에 당한 뒤에 다리를 절뚝거리기는 하던데…… 설마?”

“근데 부상이 아니라고 발표하지 않았나? 그냥 휴식을 주려는 건가? 설마 김상훈이 주전경쟁에서 밀렸을 리는 없잖아?”

“그냥 발베르데 감독이 김상훈을 싫어하는 거 아닐까?”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다.

김상훈이 출전하지 않은 경기에서 바르셀로나는 형편없는 경기력을 보였으니까.

CD 레가네스와의 6라운드 경기에서 2대 1로 패배했고, 아틀레틱 클루브와의 7라운드 경기에서는 1대 1로 무승부를 거두며 최악의 경기력을 선보였으니까.

「바르셀로나, 김상훈이 없는 상황에서 끔찍한 경기력을 펼치다.」

「발베르데 감독은 왜 김상훈을 쓰지 않는 걸까?」

「발베르데가 최고의 폼을 보여주고 있는 김상훈을 쓰지 않는 이유는?」

「바르샤의 축구팬들은 김상훈의 선발출전을 바란다.」

「조제 무리뉴, ‘발베르데가 김상훈을 쓰지 않는 것은 큰 실수.’」

그리고 2018년 10월 4일이 된 지금.

2018-2019 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 리그 2라운드 경기에서 바르셀로나는 토트넘 홋스퍼를 상대하게 됐다.

더불어 지난 두 경기에서 휴식을 취한 김상훈이 드디어 선발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바르셀로나 최고의 스타 중 한 명인 김상훈이 친정팀인 토트넘 홋스퍼와의 경기에 선발로 출전하게 된 것.

이 사실에 축구팬들은 많은 관심을 보였다.

「김상훈 토트넘 전 선발확정! 친정팀에게 비수를 꽂을까?」

「토비 알더웨이럴트, ‘김상훈은 혼자서는 막을 수 없는 선수. 하지만 우리는 김상훈을 상대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

「손홍민, ‘토트넘은 리오넬 메시보다 김상훈을 더 조심해야할 것.’」

「과연 김상훈은 토트넘 전에서 세레머니를 할 것인가?」

경기가 시작되기 전, 양 팀의 선발명단은 다음과 같았다.

바르셀로나는 쿠티뉴, 수아레스, 메시, 라키티치, 김상훈, 아르투르 멜루, 조르디 알바, 랑글레, 피케, 세메두, 테어 슈테겐이 이름을 올렸고.

토트넘은 해리 케인, 손홍민, 에릭 라멜라, 루카스 모우라, 빅토르 완야마, 해리 윙크스, 벤 데이비스, 다빈손 산체스, 알더웨이럴트, 트리피어, 요리스가 선발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주전선수들이 전부 투입된 바르셀로나와 달리, 토트넘은 베르통언과 델레 알리, 크리스티안 에릭센이라는 3명의 주전선수들이 부상으로 인해 뛰지 못하게 되었다.

이런 이유 때문에 토트넘의 마우리시우 포체티노 감독은 경기가 시작되기 전까지 평소보다 더 많은 고민에 빠져야만 했다.

‘김상훈이랑 리오넬 메시를 막아야 된다니…….’

세계 최고의 선수인 리오넬 메시와 최근 가장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는 김상훈을 막아야 한다는 것.

더군다나 모든 선수들이 뛰어난 실력을 가진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승리해야한다는 것은 명장인 포체티노에게도 아주 어려운 숙제였다.

그리고 지금.

바르셀로나와 토트넘의 경기가 시작됐다.

- 중앙미드필더로는 오랜만이네?

“예. 그래서 좀 떨리네요.”

- 떨리긴 개뿔. 그래서 컨디션은 괜찮고?

“푹 쉬어서 컨디션은 좋아요. 근데 4-3-3에서, 특히 바르셀로나에서의 중앙미드필더는 좀 많이 달라서 어렵긴 해요.”

- 원래 부스케츠의 자리잖아. 바르셀로나에서의 중앙미드필더는 참 어려운 자리야. 사람들은 부스케츠가 화려함이 떨어지기 때문에 과소평가하지만, 걔는 바르셀로나의 전술에서 엄청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녀석이야.

“직접 훈련해보니까 알겠더라고요. 정말 어려운 역할이에요.”

- 그치. 이젠 네가 해야 할 역할이고.

“그렇죠.”

김상훈, 그가 맡은 역할은 다음과 같았다.

많은 활동량으로 중원을 돌아다니며 수비를 할 때와 공격을 할 때 모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

정교한 패스로 빌드업, 때로는 사이드로 파고드는 리오넬 메시와 쿠티뉴에게 과감한 전진패스를 할 것.

기회가 났을 때는 곧바로 중거리 슈팅을 시도할 것.

쉽지는 않은 역할이었지만, 바르셀로나의 중앙미드필더로서 꼭 해줘야만 하는 역할이기도 했다.

- 많이 뛰는 것에는 크게 부담이 없겠다?

“왜요?”

- 바르셀로나는 토트넘이랑은 다르게 로테이션이 충분하잖아. 벤치에 부스케츠도 있고 비달도 있으니까.

“그렇긴 하죠.”

이찬수의 말 그대로였다.

선수층이 얇아서 로테이션 멤버가 거의 없는 토트넘과는 달리 바르셀로나는 선수층이 두꺼운 편이었다.

때문에 김상훈은 체력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뛸 생각이었다.

더군다나 현재 김상훈의 체력 능력치는 112로 아주 높았다.

즉, 웬만해선 체력이 바닥날 일이 없었다.

- 그럼 가보자. 오랜만에 출전인데 제대로 찢어놔야지.

“예. 완전 찢어놓겠습니다!”

- 친정팀이니까 세레머니는 자제하고.

“당연하죠. 최선을 다하되, 예의는 지킬 생각입니다.”

- 벌써부터 불안하다.

“저도 상도덕이라는 걸 아는 사람이에요.”

꾸우욱!

대답을 마친 김상훈이 특유의 미소와 함께 기지개를 폈다.

준비는 이미 끝났다. 김상훈은 토트넘 선수들과의 인사를 마친 뒤, 경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경기시작을 알리는 휘슬이 울렸다.

삐이이익!

***

[랑글레가 조르디 알바에게 공을 돌립니다. 조르디 알바가 세메두를 향해 길게 패스를 뿌립니다. 세메두! 안정적으로 공을 받습니다.]

[바르셀로나가 경기 초반부터 점유율을 높이고 있습니다. 토트넘 선수들이 예상과는 달리 강하게 압박을 하고 있지는 않네요.]

해설들의 말 그대로였다.

바르셀로나는 늘 그래왔던 것처럼 빠르고 정확하게 패스를 주고받으며 점유율을 높여갔다.

반면에 토트넘은 전문가들의 예상과는 달리 강한 압박을 하지 않고 라인을 내린 채, 체력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당연하게도 이런 토트넘의 움직임의 이유는 포체티노 감독의 지시 때문이었다.

전반전에 최대한 적게 골을 허용하고 후반전에 체력전으로 승부를 보자는 지시.

그리고 토트넘 선수들은 그런 포체티노 감독의 지시를 최선을 다해서 이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토트넘 선수들의 전술은 전반 10분도 지나지 않아서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두 명의 남자 때문이었다.

[리오넬 메시! 두 명의 선수의 압박에서도 공을 빼앗기지 않습니다! 메시! 알바에게 공을 연결합니다! 알바! 크로스!]

리오넬 메시라는 알고도 막을 수 없는 세계 최고의 드리블러가 토트넘의 수비진을 흔들었고.

[김상훈 슈팅! 토비 알더웨이럴트가 간신히 걷어냅니다!]

[김상훈 선수의 슈팅은 미리 끊어내지 않으면 막을 수가 없죠! 알더웨이럴트의 수비가 아주 좋았습니다.]

김상훈이라는 세계 최고의 슈터가 계속해서 슈팅을 시도했다.

때문에 토트넘 수비진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렇게 생기기 시작한 토트넘의 균열은 시간이 지날수록 커져갔다.

툭!

사비 에르난데스의 시야를 얻게 된 김상훈은, 이전과는 달리 넓은 시야를 갖게 됐다.

그런 김상훈은 라키티치의 패스를 받기 직전에 토트넘 선수들과 바르셀로나 동료들의 위치를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

‘지금이다.’

지금 이 순간, 김상훈은 토트넘의 압박이 약해졌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는 기회를 놓치지 않는 선수였다.

“정확한 슈팅.”

퍼엉!

발등의 바깥으로 공을 감아 차는 아웃프런트 킥이었다. 그런 김상훈의 슈팅은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며 위고 요리스가 지키는 토트넘의 골문을 향해 휘어 들어갔다.

쉬이익!

“안 돼!”

타앗!

위고 요리스가 몸을 날렸다. 그 누구보다도 김상훈의 슈팅 능력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그는 최대한 빠른 타이밍에 골대 구석을 향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요리스는 알고 있었다.

김상훈의 슈팅은 그 궤적을 미리 알고 있다고 해도, 막을 수 있는 슈팅이 아니라는 것을.

늘 그래왔던 것처럼 골키퍼가 막을 수 없는 야신사각지대로 파고들 거라는 것을.

그리고 그런 요리스의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철렁!

[우와아아아아! 아름다운 골입니다! 김상훈 선수! 아웃프런트로 때린 슈팅이 그대로 골대 구석에 꽂혔습니다! 이보다 완벽한 슈팅이 있을까요?]

완벽한 골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골을 넣은 김상훈은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모르는 사람이 봤을 때는 골을 넣었다는 것도 모를 정도로 평온한 표정으로 스스로의 자리로 돌아갔다.

친정팀에 대한 예의를 표한 것이었다.

그런 김상훈을 향해 토트넘의 팬들은 야유를 보내지 않았다.

이제는 상대팀 선수가 되어버린 김상훈을 향해 커다란 박수를 보냈다.

[토트넘의 팬들이 김상훈 선수에게 기립박수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것 참 보기 힘든 장면인데요……. 친정팀에게 예의를 지킨 김상훈에 대한 존중의 의미인 것 같습니다.]

갑작스러운 토트넘 팬들의 기립박수를 받은 김상훈은 멍한 얼굴로 서 있었다.

- 이야…… 상훈아 네가 토트넘 팬들한테 많은 사랑을 받긴 했나보다?

“……그런가 봐요. 이런 반응은 정말 예상 못했는데.”

그때였다.

김상훈이 고개를 푹 숙이고 어깨를 들썩이기 시작했다.

- 어? 너 설마…… 울어?

이찬수가 당황했다.

그가 아는 김상훈은 어떤 상황에서도 눈물을 보이는 남자가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 김상훈의 몸이 거칠게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해할 수는 있었다. 김상훈이 눈물을 흘려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지금 펼쳐지고 있는 상황은 감동적이었으니까.

- 상훈아…… 감동받은 건 알겠는데, 아직 경기 중이잖아. 냉정해야지.

이찬수 역시 붉어진 눈으로 김상훈을 다독였다.

그런데.

“예? 울다뇨?”

김상훈이 멀쩡한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 엥? 뭐야! 우는 거 아니었어?

“무슨 말씀이세요? 재채기 나올 것 같아서 참은 건데요?”

- ……넌 감수성이란 게 없냐?

“에이! 제가 얼마나 감수성이 풍부한데요. 근데 이찬수 선수 말처럼 지금은 경기 중이잖아요. 냉정해져야죠.”

말을 마친 김상훈은 토트넘의 팬들을 향해 90도로 인사를 했다.

거기까지였다.

김상훈은 다시 경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아니, 집중하려했다.

그런데 그 순간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상대팀의 팬들에게 기립박수를 받았습니다. 아주 어려운 일은 해낸 것에 대한 보상이 지급됩니다.]

[보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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