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3화 무식하고 우직하게
김상훈이 2명의 선수를 제쳐낸 뒤, 공에 발을 가져다댔을 때.
그 장면을 지켜보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했다.
“골이다!”
“이건 무조건 골이야!”
“김상훈이라면!”
“김상훈은 넣을 거야!”
저 슈팅이 골이 될 것이라는 것이라고.
다른 선수도 아닌 김상훈이었기에 골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 야신 부누의 슈퍼세이브가 터졌다.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발끝을 뻗어서 김상훈의 슈팅을 막아낸 것이다.
투웅!
야신 부누의 발끝에 맞은 공은 그대로 허공으로 떠올랐다.
모든 선수들의 움직임이 멈추고 공의 움직임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 짧은 순간에 오직 김상훈만이 공을 향해 몸을 날렸다.
‘제발!’
다만 김상훈에게도 공을 잡아낼 거라는 확신은 없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예리한 볼 커팅 스킬로 인해서 공이 날아갈 방향만 알 뿐, 공의 속도나 높이를 알 수는 없었으니까.
공이 날아갈 정확한 위치를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임팩트 있는 슈팅을 때리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었으니까.
심지어 김상훈의 실력을 알고 있는 이찬수마저도 의심어린 표정을 지었다.
- 그게 되겠냐?
그때였다.
김상훈은 눈을 부릅뜬 채, 공의 움직임에 맞춰 다리를 강하게 휘둘렀다.
“정확한 슈팅.”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어 준 것은 바로 민첩이었다.
125라는 괴물 같은 민첩 능력치를 가진 김상훈의 순발력은 예측하지 못했던 공의 움직임에 맞춰 발을 가져다댈 수 있게 만들어줬다.
게다가 현재 김상훈에게는 스킬효과가 적용되고 있는 상태였다.
리오넬 메시의 드리블(L)로 인해 민첩 능력치가 155가 됐고, 괴물 같은 드리블(L)로 175가 됐다.
즉, 175라는 민첩 능력치를 가진 김상훈에게는 허공에 튕겨나가는 공에 슈팅을 하는 것이 더 이상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뻐엉!
김상훈의 오버헤드킥에 맞은 공은 아무도 없는 골문을 향해 유유히 날아갔다.
당연하게도 공은 골 망을 흔들었다.
철렁!
- 크하하핫! 이런 미친!
믿을 수 없는 플레이를 지켜본 이찬수가 웃음을 터트렸다.
물론 이찬수였기에 웃을 수 있는 일이기도 했다.
그라운드 위에 있던 모든 선수들, 모든 관중들은 멍하니 골대와 김상훈을 번갈아가며 바라봤다.
그저 입을 쩍 벌린 채,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고, 골입니다! 김상훈 선수! 우와아아아! 이건 정말……!]
[우와! 우어어어어어어!]
해설들 역시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소리를 질러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지금.
골을 넣은 김상훈만이 유유히 세레머니를 펼치고 있었다.
***
골을 넣은 뒤, 김상훈의 움직임은 여전히 빛났다.
[김상훈! 패스! 수아레스에게 연결됩니다! 수아레스 슈우웃! 고오오올!]
[김상훈의 어시스트에 이은 수아레스의 골입니다! 이야! 낮게 깔리는 크로스가 일품인데요?]
골 냄새를 맡고 정확히 빈 공간을 찾아들어간 수아레스의 움직임 역시 대단했지만 사람들은 김상훈의 패스를 더욱 칭찬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수비수들이 손을 쓸 수 없게 휘어져 들어간 공은 정확히 수아레스가 튀어나올 위치로 날아갔으니까.
공간을 뚫고 튀어나온 수아레스는 그저 머리만 가져다대는 것이었으니까.
물론 수아레스의 마무리는 침착했고 훌륭했다.
때문에 김상훈은 수아레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엄지를 척! 날렸다.
“수아레스! 멋진 마무리였어.”
“네 패스가 더 좋았지.”
수아레스 역시 엄지를 마주 날리며 김상훈에게 어깨동무를 했다.
이후, 김상훈은 계속해서 지로나의 왼쪽 사이드를 무너뜨렸다.
다군다나 김상훈은 리오넬 메시와 계속해서 자리를 바꿔가며 지로나의 오른쪽 사이드 역시 무너뜨렸다.
[김상훈! 또 다시 돌파합니다! 오늘 지로나의 양쪽 풀백은 리오넬 메시와 김상훈에게 계속해서 뚫리고 있습니다!]
지로나는 리오넬 메시와 김상훈을 막지 못했다.
계속해서 위치를 바꿔가며 지로나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결국 지로나의 풀백들은 두 선수의 움직임에 적응하지 못한 채, 영혼까지 털려버렸다.
그리고 지금.
부스케츠의 패스를 받은 김상훈이 단 한 번의 터치로 2명의 선수의 압박을 벗어났다.
[이찬수의 퍼스트터치]
- 등급 : 레전드(Legend)
- 효과 : 대한민국의 이찬수, 그의 퍼스트터치 능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현역시절 이찬수의 전매특허이자, 예술에 경지에 올랐다는 그 퍼스트터치가 김상훈의 발끝에서 재현됐다.
- 좋아! 계속 달려!
자신의 기술이 나왔기 때문일까?
이찬수가 잔뜩 흥분한 얼굴로 소리를 질러댔다.
그리고 김상훈은 그런 이찬수의 기대를 벗어날 생각이 없었다.
스승이자 친한 친구가 되어버린 그의 기대를 제대로 충족시켜줄 생각이었다.
휘익!
속도를 낮추지 않고 달리던 김상훈은 두 번의 헛다리를 친 이후, 순간적으로 방향을 틀며 달렸다.
엄청난 속도로 방향을 바꾸는 그 움직임에 지로나의 중앙수비수 에스피노사는 알고도 당할 수밖에 없었다.
우당탕!
중심을 잃고 넘어져버린 베르나르도 에스피노사를 뒤로한 채 김상훈은 계속해서 전진했다.
엄청난 속도로 드리블을 하는 도중에도 공은 그의 발끝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지로나의 수비수 후안페는 쉽게 슈팅을 허용할 생각이 없었다.
[후안페! 태클!]
후안페의 강력한 의지가 담긴 태클은 김상훈의 움직임을 예측하며 날카롭게 파고 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김상훈의 표정이 굳었다.
‘젠장!’
- 앗!
이찬수 역시 당황한 표정으로 후안페의 움직임을 바라봤다.
순간적으로 이찬수마저 움직임을 놓쳤을 정도로 후안페의 태클 타이밍은 날카로웠다.
아무리 김상훈의 민첩 능력치가 높다고 해도, 상대의 움직임을 미리 알고 반응하거나, 태클이 들어오는 것을 보자마자 움직여야만 피해낼 수 있었다.
즉, 지금은 후안페의 태클을 피해낼 방법이 없었다.
‘어쩌지?’
아주 찰나의 시간, 김상훈은 생각했다.
몸에 힘을 빼고 태클을 받아들인 뒤 반칙을 얻어낼 것인지.
아니면 저 태클을 버텨낼 것인지.
그리고 그 순간 이찬수가 소리쳤다.
- 힘 빼 이 새끼야!
부상을 걱정한 외침이었다.
‘아오! 튼튼한 몸 스킬이 끝났구나.’
부상방지 스킬의 효과가 끝난 상황이었고 잘못하면 후안페의 태클에 부상을 당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김상훈은 이미 내린 결정을 번복하지 않았다.
오히려 몸을 잔뜩 웅크리고 온몸에 힘을 주며 작게 중얼거렸다.
“본드.”
[본드]
- 등급 : 레전드(Legend)
- 효과 : 스킬 사용 시, 2초 동안 공이 발에서 떨어지지 않습니다.(하루 3회 사용가능.)
레전드라는 등급에 비해 그 효과가 약해보였지만, 상대의 압박에서 공을 완벽하게 지켜내야 하는 상황에서는 굉장히 효율적인 스킬이었다.
문제는 태클의 충격을 그대로 버텨내야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김상훈은 최대한 고통을 줄이기 위해 후안페의 발바닥을 향해 공을 내밀었다.
퍼엉!
[어어! 안 돼요!]
[으앗!]
해설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수비수의 태클이 강하게 들어오는 것을 땅위에 꼿꼿이 선 채로 버티는 것은 미친 행위였다.
부상을 당하기에 너무 좋은 행동이었다.
그런데 김상훈이 지금 그런 행동을 했다.
- 야 이 미친놈아!
***
김상훈은 바르셀로나에 입단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입생이다.
하지만 바르셀로나 내에서 그의 인기는 신입생의 수준이 아니었다.
이제 겨우 3경기 째를 치르고 있는 선수였음에도 그의 인기는 바르셀로나의 선수들 중 최상위를 달렸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장거리 슈팅과 세계 최고라고 할 수 있는 퍼스트터치, 강력한 몸싸움과 웬만한 수비수를 압도하는 태클능력까지 갖춘 육각형 선수라는 것.
더불어 그 누구보다도 화려한 골을 자주 넣는 선수라는 것.
마지막으로 뛰어난 외모를 가지고 있다는 것.
팬들을 열광시킬 수 있는 모든 요소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그의 인기가 점점 더 높아지는 이유였다.
「김상훈, 환상적인 오버헤드킥으로 추가골!」
「김상훈, 베컴의 크로스를 재현하며 수아레스의 골을 돕다.」
「완벽한 파트너를 만난 리오넬 메시, 신계의 능력을 선보이다.」
「나날이 높아지는 김상훈의 인기! 그 끝은 어디?」
김상훈의 활약은 실시간으로 퍼져나갔고 전 세계 축구팬들의 관심도 더욱 높아졌다.
프리메라리가에서 펼쳐진 경기였음에도 전 세계의 축구팬들은 김상훈의 움직임에 집중했다.
그리고 지금.
축구팬들은 경악했다.
“뭐야! 지금 저거……!”
“헉! 안 돼!”
“아아악!”
그들이 본 것은 충격적일 수밖에 없는 장면이었다.
드리블을 하던 선수가 태클을 당한다면 넘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정확하게 공을 건드린 태클이 나올 경우에는 부상이 없는 경우가 많았고, 발이 높게 들어와서 공이 아닌 다리를 가격했을 때는 커다란 부상을 당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런데 김상훈은 지로나의 수비수 후안테의 태클을 그대로 받아냈다.
자세를 낮추고 몸에 힘을 잔뜩 준 뒤, 강하게 들어온 태클을 버텨냈다. 충격이 상당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김상훈은 넘어지지 않았다. 크게 비틀거리긴 했지만 끝까지 중심을 잃지 않았다.
그리고.
이를 악물고 다시 공을 몰고 전진했다.
패스는 없었다. 무식하리만큼 우직하게 지로나의 수비수들 사이를 파고들었다.
관중들은 그런 김상훈의 플레이에 환호를 보내지 않았다. 그럴 수가 없었다. 그저 찢어질 듯 커진 눈으로 김상훈의 움직임을 쫓았다.
[기, 김상훈 선수! 지로나의 수비진을 뚫어냈습니다…….]
[우……와……! 김상훈 선수…….]
해설들조차 평정심을 유지하지 못했다. 그들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김상훈의 움직임을 지켜봤다.
- 진짜…… 너는 제정신이 아니야.
이찬수 역시 일그러진 얼굴로 김상훈의 움직임을 지켜봤다.
그리고.
지로나의 모든 수비를 뚫어낸 김상훈의 앞에는 단 한 선수만이 서 있었다.
야신 부누.
지로나의 골키퍼인 그는 김상훈을 향해 빠르게 달려들었다.
그때, 김상훈이 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웃음을 터트렸다. 동시에 커다란 목소리로 소리쳤다.
“덤벼!”
야신 부누는 팔을 넓게 펼치며 몸을 날렸다.
김상훈이 슈팅을 때릴 타이밍을 주지 않으려는 움직임이었다.
그리고 그런 부누의 움직임을 본 김상훈은 공의 밑 부분을 가볍게 찍어 찬 뒤 더욱 속도를 높였다.
툭!
그의 발을 떠난 공은 포물선을 그리며 야신 부누의 몸을 유유히 넘어갔다.
그 순간, 김상훈은 허공에 떠오른 공을 향해 강하게 발리슈팅을 때렸다.
“정확한 슈팅.”
퍼엉-! 철렁!
너무나도 강력한 슈팅이 지로나의 골 망을 흔들었다.
***
엄청난 골을 넣으며 2골 1어시스트를 한 김상훈은 세레머니를 한 이후, 즉시 교체됐다.
그의 부상을 걱정한 발베르데 감독의 지시였다.
벤치에 앉은 김상훈은 스스로의 발목을 바라봤다.
“어우……!”
욱씬!
발목은 눈에 띄게 부어있었다. 고통도 느껴졌다.
즉시 후회가 몰려왔다.
“내가 왜 그런 미친 짓을 했지? 그냥 힘 빼고 넘어질걸.”
그러자 이찬수가 화를 냈다.
- 야 이 새꺄! 너 자꾸 왜 이상한 짓거리를 하는 거야? 네가 무슨 강철 몸이라도 되는 것 같아? 너는 부상을 안 당할 것 같아? 왜 태클을 허수아비처럼 서서 당해?
“……죄송합니다.”
김상훈이 고개를 푹 숙였다.
결과적으로 골을 넣기는 했지만 아주 위험한 행동이라는 것을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다시는 하면 안 되는 행동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때, 이찬수가 붉어진 얼굴로 질문했다.
- 이유나 들어보자. 도대체 왜 그런 거야? 멋있어 보이고 싶었던 거야?
김상훈이 고개를 저었다.
“아뇨. 그냥 그 순간에는 골을 넣겠다는 생각뿐이었어요. 어떻게 골을 넣을지 생각하다보니까 이미 제가 그렇게 움직이고 있더라고요.”
- 나는 네가 진짜 미친 줄 알았어. 아니, 미친놈인 거는 이미 알고 있었는데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니까?
“……크히힠!”
- 지금 웃음이 나와?!
“죄송합니다…… 크힠!”
- 와! 이 새끼 진짜 미쳤네! 왜 자꾸 웃는 거야?
결국 참을 수 없이 화가 난 이찬수가 강한 기세로 김상훈을 노려봤다.
그때였다.
김상훈이 손가락을 들어 허공을 가리켰다.
“이걸 보면 안 웃을 수가 없어요.”
- ……뭐?
이찬수가 고개를 돌려서 김상훈이 바라보고 있는 곳을 쳐다봤다.
그 즉시, 이찬수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
- 이런 젠장! 또 퍼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