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2화 신들린 드리블(God)
김상훈.
그는 K리그 득점왕, 월드컵 득점왕, 월드컵 우승, 아시안게임 금메달, 챔피언스리그 우승, 프리미어리그 우승 등, 뛰어난 기록을 세우며 명실상부 월드클래스에 오른 선수다.
또한, 상대를 가리지 않고 늘 최고의 플레이를 보여주는 그는 많은 인기와 더불어,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영역에 가장 많이 근접한 실력을 갖춘 선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있는 신계의 영역에 거의 근접한 사나이.
그런 김상훈이 지금, 진짜 신급의 스킬을 얻었다.
[신들린 드리블(God)]
- ……신급이라고? 상훈아, 내가 지금 제대로 보고 있는 거 맞지?
“……그런 것 같아요. 와… 이건 정말…….”
- 그렇게 멍 때리고 있을 때가 아니야. 빨리 정보 좀 확인해봐.
이찬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김상훈은 신들린 드리블(God)의 정보를 확인했다.
[신들린 드리블(God)]
- 등급 : 신(God)
- 효과 : 경이로운 드리블 능력을 갖게 됩니다.
효과는 간단했다.
간단해도 너무 간단했다.
그래서일까?
김상훈이 당황한 표정으로 이찬수를 바라봤다.
이찬수 역시 머리를 긁적이고 있었다.
“이찬수 선수 이거 좋은 거겠죠? 효과만 봐서는 전혀 모르겠는데요?”
- 그러게. 이거 신급 스킬 맞냐? 페널티가 따로 없는 거는 좋긴 한데,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할 수가 없으니까.
“그래도 레전드보다 높은 등급이라니까 기대를 해봐도 되겠죠?”
- 내가 어떻게 알아 인마. 등급이 높다고 꼭 더 좋은 효과를 주지는 않잖아.
“……그렇긴 하죠.”
-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확인 좀 해보자.
“예? 확인이요?”
- 일단 써봐야 할 거 아니야. 빨리 공 챙겨서 나가자.
“예!”
대화를 마친 뒤.
두 남자는 새로 얻은 스킬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공을 들고 숙소 바깥으로 나갔다.
그리고.
김상훈이 공을 잡고 드리블을 시작했을 때, 이찬수가 경악했다.
- 미친……!
***
2018~2019시즌이 시작된 뒤로부터 바르셀로나의 일정은 바빴다.
충분히 두꺼운 선수층이 아니었다면, 후반기를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빠듯한 스케줄을 소화해야만 했다.
지금 역시 그랬다.
9월 19일에 PSV 에인트호번과의 경기를 치렀던 바르셀로나는 4일 뒤인 지금, 라 리가의 5라운드 경기를 치르기 위해 그라운드 위에 올라섰다.
상대는 바르셀로나가 그동안 강한 모습을 보였던 지로나 FC였다.
그런 지로나를 상대로 바르셀로나의 발베르데 감독은 조금은 무리한 선수기용을 펼쳤다.
최고의 유망주로 불리고 있기는 하지만 경험이 부족한 우스만 뎀벨레를 선발로 투입했고, 역시나 뛰어난 재능을 지녔지만, 경기를 이끌어나가는 능력이 부족한 아르투르 멜루를 선발로 투입했다.
[바르셀로나가 로테이션을 가동했네요. 아무래도 긴 시즌을 바라보는 움직임이겠죠?]
[맞습니다. 더군다나 우스만 뎀벨레나 아르투르 멜루는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는 재능을 가진 선수들이죠. 발베르데 감독이 이들을 바르셀로나의 미래로 성장시키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2명의 로테이션 멤버가 출전한 것을 제외하면 오늘 바르셀로나의 전술은 평소와 다를 것이 없었다.
우스만 뎀벨레, 수아레스, 리오넬 메시가 삼각편대를 펼치며 공격을 이끌었고, 아르투르, 세르지오 부스케츠, 비달이 중원에서 싸워주고 조르디 알바, 랑글레, 피케, 세메두가 수비로 나선 전형적인 4-3-3전술이었다.
지난 두 경기에서 엄청난 활약을 펼쳤던 김상훈은 선발로 출전하지 않았다.
데뷔전과 에인트호번 전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친 김상훈이 없는 바르셀로나는 특유의 강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채, 지로나에게 계속해서 위기를 맞았다.
그리고 그 사실은 바르셀로나의 팬들에게 불만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대체 왜 김상훈을 안 쓰는 거야? 당연히 선발로 출전시켰어야 되는 거 아니야?!”
“에인트호번한테 6골을 넣은 김상훈이 선발이 아니라고? 허허! 발베르데는 생각이 있는 건가?”
“당장 김상훈을 넣으라고!”
“발베르데 감독은 왜 쉽게 갈 수 있는데 어려운 길을 가려고 하는 거지?”
“왜 김상훈을 안 쓰는 거야? 설마 지난 2경기를 뛰었다고 쉬게 해주려는 거야? 미친! 김상훈은 체력도 좋은 선수라고!”
결국, 전반전을 1대 1로 끝냈을 때 발베르데 감독은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오늘은 쉬게 해주려고 했는데…….’
발베르데 감독은 라커룸에서 열심히 스트레칭을 하고 있는 김상훈을 바라봤다.
마치 자신을 내보내 달라고 시위하고 있는 것 같았다.
‘녀석은 쉴 생각이 없는 것 같군.’
그리고 지금.
발베르데 감독의 시선을 받고 있는 김상훈은 과거, 최고의 축구선수였던 남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 다리를 좀 더 찢으라고! 내가 뭐랬어? 스트레칭을 할 거면 제대로 하라고 했지?
“아오! 여기서 더 찢으면 걍 근육이 찢어질 것 같다고요!”
- 그러니까 평소에 유연성 훈련 좀 많이 해두라고 했잖아!
“충분히 많이 하고 있는 거 아시잖아요!”
- 네가 그렇게 게으르니까 선발출전을 못 하는 거야.
“예? 저 전 경기에서 선발이었는데요?”
- 오늘은 후보잖아.
“출전하게 되면 찢어놓을게요.”
- 근육이나 찢어.
“아오!”
그때였다.
이찬수와 대화를 하던 김상훈에게 발베르데 감독이 다가왔다.
“킴. 후반전에 투입될 준비하게.”
- 뭐? 스트레칭도 제대로 못 하는 놈을 왜 투입한다는 거야?
옆에 있던 이찬수가 짜증을 냈다.
김상훈은 그런 이찬수를 무시한 채 발베르데 감독의 말에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
후반전이 시작됨과 동시에 바르셀로나 팬들의 환호성이 경기장 안에 울려 퍼졌다.
최근 들어 가장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김상훈이 출전했기 때문이다.
바르셀로나는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김상훈과 움티티를 교체 출전시키며 분위기 전환을 노렸다.
[김상훈 선수가 우스만 뎀벨레 선수와, 움티티 선수가 아르투르 멜루 선수와 교체되어 들어옵니다.]
[김상훈 선수를 왼쪽 윙어로 투입시키며 더욱 공격력을 강화하고, 수비능력이 좋은 움티티를 아르투르 멜루와 교체해서 중원에서의 안정감도 얻으려는 생각인 것 같습니다.]
[발베르데 감독이 많은 생각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교체입니다.]
김상훈이 받은 지시는 다음과 같았다.
오로지 공격에만 치중해서 지로나의 왼쪽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것.
왼쪽을 무너뜨린 뒤 수아레스에게 공을 연결하거나 직접 마무리를 지어서 골을 넣는 것.
그리고 지금, 김상훈은 감독의 지시를 이행하기 위해 모든 스킬들을 사용했다.
더불어 지금의 김상훈에게는 신급 스킬효과가 적용되고 있었다.
[신들린 드리블(God)효과가 적용 중입니다.]
경이로운 드리블 능력을 갖게 만들어주는 신급 스킬로 김상훈과 이찬수는 이 스킬의 효과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잘 알고 있었다.
- 개사기 스킬이 발동됐구만.
“크힠!”
모든 스킬효과가 발동된 후, 김상훈은 활발하게 뛰어다니며 지로나의 공격을 방해했다.
상대의 패스를 끊어내는 능력과 일대일 수비능력이 좋은 김상훈의 압박은 지로나의 선수들에게는 커다란 부담감을 안겨줬다.
[김상훈 선수! 지로나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습니다!]
[투입되자마자 엄청난 활동량을 보여주네요! 김상훈 선수가 세계 최고의 바르셀로나 선수들 사이에서도 특별한 존재감을 뿜어내고 있습니다!]
[지로나 선수들은 긴장을 해야 됩니다! 김상훈 선수의 압박은 웬만한 수비수의 압박보다 훨씬 더 강력하거든요!]
해설들의 말 그대로였다.
김상훈의 스킬을 이용한 압박 실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빠르게 좋아졌고, 지금은 그 어떤 선수를 상대로도 공을 뺏을 수 있는 수준에 올랐다.
그리고 지금 역시 너무나도 쉽게 알렉스 그란넬의 공을 뺏는 것에 성공했다.
촤악!
[완벽한 태클(H)에 성공했습니다.]
김상훈이 공을 잡은 순간 경기장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이미 드리블 능력이 특별한 경지에 오른 김상훈이었고, 지로나를 상대로도 멋진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김상훈이 공을 잡자마자 관중들이 환호하고 있습니다! 김상훈이 공을 몰고 달립니다!]
이미 기대감이 가득한 상태였다.
당연하게도 김상훈이 좋은 플레이를 펼치지 못하면 팬들의 실망은 더욱 커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김상훈의 드리블이 평소랑은 달랐다.
[오오! 김상훈이 아데이 베니테즈를 가볍게 제쳐냅니다!]
[하하! 베니테즈의 가랑이 사이로 공을 넣어서 제쳐버리네요! 아데이 베니테즈가 느끼는 굴욕감이 상당할 것 같습니다.]
가랑이 사이로 공을 빼는 드리블 기술은 리오넬 메시가 자주 사용하는 기술로, 높은 집중력과 감각적인 드리블 실력이 있어야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었다.
그리고 이런 모습은 평소 스피드를 이용한 드리블이나 화려한 기술과 턴으로 상대를 제쳐내는 김상훈의 스타일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원래의 김상훈이라면 이런 드리블을 즐겨하진 않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신급의 드리블 관련 스킬을 얻은 뒤로, 김상훈에게는 그 어떤 드리블도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수아레스가 뛸 준비를 하고 있고, 리오넬 메시가 내 주변을 돌며 언제든지 공을 받을 준비를 하고 있어. 좋아. 일단 계속 간다.’
김상훈은 드리블을 하면서도 주변을 살피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계속해서 동료들의 움직임을 파악하며 생각을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이찬수 역시 그의 주변을 날아다니며 끊임없이 주변 상황을 알려줬다.
김상훈이 한 명의 선수를 제쳐낸 상황인 지금도 그랬다.
- 상훈아! 아데이 베니테즈 뒤에서 백태클 들어올 삘이다!
“예!”
크게 대답을 한 김상훈이 대각선으로 방향을 틀며 공을 몰았다. 동시에 고개를 더욱 크게 돌리며 뒤에서 달려오는 아데이 베니테즈의 움직임을 파악했다.
- 이야! 목이 거기까지 돌아가네? 무슨 기린이야 뭐야?
이찬수의 웃음소리를 무시하며, 김상훈은 계속해서 집중했다.
튼튼한 몸(G)스킬효과가 적용 중인 지금, 부상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흐름이었다. 지금처럼 한 명의 선수를 제쳐내며 기세가 오른 상황에서는 흐름이 끊기지 않는 것이 중요했다.
그것을 알고 있는 지로나의 선수들은 어떻게든 김상훈의 흐름을 끊어내기 위해서 달려들었다.
순식간에 2명의 압박을 받게 된 상황에서 김상훈의 눈은 여전히 최대한 많은 범위를 살피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전속력으로 달려온 아데이 베니테즈의 태클이 들어왔다.
발을 높이 세우고 들어오는 위험한 태클이었다.
[어어! 베니테즈, 태클!]
하지만.
김상훈은 베니테즈의 움직임을 전부 보고 있던 상황이었다.
베니테즈의 태클이 들어오는 순간, 김상훈은 공과 함께 공중으로 몸을 띄웠다.
부웅!
동시에 베니테즈의 태클이 김상훈의 발밑을 스쳐 지나갔다. 툭! 공을 소유한 채로 바닥에 떨어진 김상훈이 순식간에 속도를 높였다.
“순간 가속!”
신들린 드리블(God)로 드리블 능력이 대폭 상승한 지금, 김상훈의 공을 다루는 능력은 믿을 수 없는 수준에 오른 상태였다.
공을 몸처럼 다룰 수 있는 지금, 원하는 모든 움직임을 펼칠 수 있었다.
[김상훈이 멋진 움직임으로 베니테즈의 태클을 피해냅니다!]
[계속해서 달리네요! 김상훈! 빠릅니다! 2명의 선수에게 압박을 당하면서도 밀리지 않습니다!]
베니테즈의 태클을 피해낸 직후, 김상훈에게 2명의 압박이 들어왔다. 주변에 있는 동료에게 패스할 틈조차 주지 않는 강한 압박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김상훈이 선택한 것은 돌파였다.
“촤아!”
강하게 기합을 넣은 김상훈은 온몸에 힘을 준 뒤, 공을 몰고 전진했다. 2명의 선수들이 강하게 몸을 부딪쳤지만 버텨냈다.
[김상훈! 2명을 상대로도 밀리지 않습니다! 역시 괴물 같은 몸싸움 능력입니다!]
모든 스킬효과가 적용된 지금, 김상훈을 몸싸움으로 이길 수 있는 선수는 없었다.
2명의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도 김상훈은 지지 않았다.
오히려 2명에게 압박을 당하는 상황에서도 상대의 빈틈을 노렸다.
그리고 지금.
김상훈은 속도를 조금도 줄이지 않은 상황에서 공을 살짝 찍어 찬 뒤, 뒤꿈치로 공을 찼다. 투웅! 그러자 그의 뒤꿈치에 맞은 공이 포물선을 그리며 전방으로 날아갔다.
[김상훈! 뒤꿈치로 공을 차내고 달립니다! 빠릅니다!]
[하지만 이미 골키퍼가 달려 나오고 있습니다!]
골키퍼의 반응이 빨랐다.
김상훈이 뒤꿈치로 공을 넘긴 직후, 지로나의 골키퍼 야신 부누가 공을 잡기 위해 뛰쳐나왔다.
공을 잡기도 전에 골키퍼에게 막힐 가능성이 높은 상황.
하지만 김상훈은 공을 잡아둘 생각이 없었다.
그는 곧바로 발끝을 쭉 뻗어서 공을 건드렸다.
동시에 크게 외쳤다.
“정확한 슈팅!”
발끝으로 간신히 공을 건드렸기 때문에 슈팅의 파워는 아주 약했다. 하지만 그 궤적이 정확하게 골대 구석으로 향했기 때문에 쉽게 막을 수 있는 공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 순간, 지로나의 야신 부누의 움직임이 빛났다.
퉁!
야신 부누는 몸의 중심이 무너진 상황에서도 끝까지 발을 뻗으며 공을 건드리는 것에 성공했다.
골키퍼의 발에 맞은 공이 허공에 떠올랐다.
아쉬움에 머리를 감싸고, 한숨을 쉴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김상훈은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예리한 볼 커팅]
- 등급 : 골드(Gold)
- 효과 : 볼 커팅 능력이 상승합니다. 상대의 패스 방향이 화살표로 보이게 됩니다.
상대의 패스 방향이 화살표로 보이는 예리한 볼 커팅 스킬이 발동되고 있는 지금.
김상훈은 야신 부누의 몸 주변에 떠오른 화살표가 가리키는 방향을 향해 그대로 몸을 날렸다.
공이 날아갈 방향을 알 수는 있지만, 그 위치를 정확하게는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정확히 타이밍을 맞추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민첩 능력치가 극에 달한 김상훈의 다리는 빠르게 공을 쫓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허공에 몸을 띄운 김상훈이 다시 한번 슈팅을 시도했다.
“정확한 슈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