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화 숨겨진 업데이트
PSV 에인트호번.
네덜란드 1부 리그인 에레디비시에서 AFC 아약스 다음으로 우승을 많이 한 팀이자, 무려 24회의 우승을 거머쥔 강력한 팀이었다.
더불어 최근 2017-2018시즌에 펼쳐진 리그에서도 아약스를 누르고 우승하며 최고의 기세를 뿜어내고 있는 팀이기도 했다.
바르셀로나가 최강의 팀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강력한 팀이었지만, 최근 좋은 기세를 보여주고 있는 팀답게 에인트호번의 선수들은 충분히 바르셀로나를 꺾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우리는 오늘 이길 수 있어!”
“바르셀로나는 강한 압박에 약한 모습을 보이니까, 우리가 준비한 걸 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어.”
“가자! 이기자!”
“우리는 우승을 한 팀이야! 바르셀로나라고 다를 건 없어!”
그렇게 에인트호번 선수들은 자신감이 가득한 상태로 그라운드 위에 올라섰다.
그리고 경기가 시작됐다.
에인트호번 선수들의 머릿속에는 바르셀로나의 스타일에 맞춘 전술과 움직임을 이행하려는 생각이 가득했다.
그런데.
주심이 경기를 시작을 알리자마자 슈팅이 나왔다.
경기시작과 동시에, 중앙라인에 선 김상훈이 리오넬 메시가 굴려준 공을 향해 그대로 슈팅을 때린 것이다.
뻐엉!
“어어?”
“어어어어?!”
“뭐?!”
에인트호번 선수들의 눈이 커졌다.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슈팅을 때린다는 것은 그들의 머릿속에 없었던 일이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중앙라인에서 골대까지의 거리가 얼마나 먼데 슈팅을 때린다는 말인가.
그 어떤 선수가 이런 무모한 슈팅을 한다는 말인가.
하지만 이들은 알고 있었어야만 했다.
김상훈은 이미 중앙라인에서의 슈팅으로 몇 번의 골을 넣은 적이 있다는 것을.
그들의 상식을 뛰어넘는 슈팅 정확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그것을 미리 생각하지 못한 결과는 참혹했다.
[김상훈이 과감한 슈팅을 때립니다!]
[에인트호번은 조심해야합니다! 김상훈 선수의 슈팅 정확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거든요!]
그리고 지금.
슈팅을 때린 김상훈의 눈앞에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정확한 슈팅(L)이 발동됩니다.]
[몬스터 슈터(H)가 발동됩니다.]
[화려한 무브먼트(H)가 발동됩니다.]
슈팅의 정확도와 파워, 움직임이 좋아지는 스킬이 발동됐다는 메시지였다.
그리고 그런 김상훈의 슈팅은 무서울 정도로 정확하게 에인트호번의 골대를 향해 날아갔다.
이변은 없었다.
정확한 슈팅 스킬이 발동된 김상훈의 슈팅은 예리한 궤적으로 골대 구석 상단에 그대로 꽂혀버렸다.
먼 거리에서 때려낸 슈팅이기에, 에인트호번의 골키퍼 예로엔 조엣이 몸을 날리는 것까지는 성공했지만.
슈팅을 막아내는 것에는 실패했다.
철렁!
[우와아아아아! 경기시작 4초! 겨우 4초 만에 골을 넣었습니다!]
[김상훈 선수가 또 다시 믿을 수 없는 골을 터트립니다!]
바르셀로나의 선수들과 팬들은 축제분위기였다.
“우와아아아! 지금 몇 초 만에 들어간 거야?”
“이게 뭐야?! 김상훈 쟤 도대체 뭐냐고?! 으하하핫!”
“역시 킴을 영입한 건 신의 한 수였어!”
“킴이 슈팅이 좋은 선수라는 건 알았지만 또 이런 골을 넣다니 진짜 미쳤군!”
반면 PSV 에인트호번의 팬들에게는 충격적인 순간이었다.
“안 돼!”
“이게 무슨 일이야…….”
“이건 말도 안 돼!”
“저게 어떻게 들어가?!”
믿기지 않는 상황에 에인트호번의 팬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들은 먼 거리에서의 슈팅을 막지 못한 골키퍼를 욕하지 못했다.
두 눈으로 본 만큼, 그들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상훈의 슈팅은 막을 수 있는 슈팅이 아니었다는 것을.
너무나도 강하고 예리한 슈팅이었다는 것을.
그렇게 양 팀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 상황에서 경기가 다시 재개됐다.
***
- 미친! 이건 사기잖아!
“예? 왜요?”
- 이렇게 골을 쉽게 넣으면 사기지. 아니야? 아주 밸런스 폭망이네!
“크히힠! 그래도 몬스터 슈터랑 화려한 무브먼트 스킬을 써버렸잖아요.”
- 아오! 진짜 이건 밸런스 패치 좀 해야 돼! 그리고…….
그때였다.
말을 하던 이찬수가 소리쳤다.
- 뒤에 태클!
그런 이찬수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공을 잡고 있던 김상훈이 몸을 움직였다.
휘익!
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부드러운 턴이었고, 에인트호번의 미드필더 로사리오의 태클은 목표를 잃고 지나갔다. 그리고 김상훈이 달리기 시작했다. 능력치가 상승되는 스킬효과들이 적용된 상태에서 김상훈의 자신감은 하늘을 찔렀다.
그런 김상훈을 막기 위해 에인트호번의 수비진은 마치 감옥을 만들 듯, 그를 에워쌌다.
하지만.
김상훈은 그들을 상대해줄 생각이 없었다.
투욱!
[김상훈이 가볍게 공을 찍어 찹니다! 오오! 리오넬 메시가 공을 잡아냅니다! 메시! 슈웃!]
많은 선수들이 몰려있는 상황에서 에인트호번의 수비 뒤 공간을 향해 완벽하게 돌아 들어간 리오넬 메시의 움직임이 좋았고.
김상훈은 그런 메시에게 정확히 패스를 보냈다.
그리고 메시는 그 공을 터치해낸 뒤, 빠른 타이밍에 슈팅까지 이어갔다.
퍼엉!
메시의 슈팅은 강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정확하게 구석을 찌르며 골키퍼가 손을 쓸 수 없는 곳으로 들어갔다.
[고오올! 김상훈의 골에 이어 메시가 추가 골을 기록합니다!]
PSV 에인트호번의 선수들의 얼굴에 긴장감이 흘렀다.
이제 겨우 전반 8분이 지났을 뿐이었는데, 2골을 먹혔다는 것은 앞으로 대량실점을 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에인트호번 선수들은 더 이상의 실점을 막기 위해 서로를 격려하며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바르셀로나에는 그 누구보다도 무자비하고 냉정한 선수가 있었다.
그는 아무리 집중을 해도 막을 수 없는 괴물 같은 능력치를 가진 남자였다.
남자는 전반전 내내 계속해서 골을 몰아치며 에인트호번의 기세를 완전히 꺾어 놨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찬수가 결국 한 마디를 내뱉었다.
- 상훈아. 살살 좀 해라. 쟤네 표정 좀 봐. 불쌍하지도 않냐?
그러자 김상훈이 대답했다.
“아직 덜 넣었는데요?”
- 뭐? 너 지금 해트트릭했어 인마!
“예? 그럼 아직 멀었네요.”
- ……미친놈인가?
“크힠! 아시잖아요.”
김상훈은 뱉은 말을 지켰다.
그는 전반전이 종료되기 직전에 한 골을 더 넣으며 에인트호번을 철저하게 무너뜨렸다.
이후 후반전에도 김상훈은 2골을 더 넣으며 바르셀로나 팬들을 열광시키는 것에 성공했다.
6골.
김상훈이 네덜란드 최강 팀인 PSV 에인트호번을 상대로 넣은 골 수였다.
경기가 끝난 뒤, 스페인은 물론이고 대한민국도 김상훈의 활약상이 화제가 됐다.
그만큼 그의 경기력은 압도적이었다.
「김상훈, 6골 터트리며 에인트호번을 무너뜨리다!」
「김상훈, 바르셀로나에 완벽 적응! 그의 성장은 어디까지?」
「발베르데 감독, ‘김상훈은 믿을 수 없는 경기력을 보여주는 선수.’」
「티에리 앙리, ‘김상훈은 무결점 미드필더이자 무결점 스트라이커.’」
「경기시작 4초 만에 골을 넣은 김상훈, 바르셀로나 팬들을 열광시키다.」
경기가 끝난 뒤에는 항상 김상훈의 활약상이 이슈가 됐고.
자연스레 리오넬 메시에 치중됐던 바르셀로나 팬들의 관심도 빠르게 김상훈 향해 움직였다.
그리고 지금, 이찬수는 숙소에서 쉬던 김상훈을 불렀다.
- 상훈아 뭐하냐?
“기사 보는데요?”
- 또 네 기사 보냐? 지겹지도 않아?
“지겹다뇨? 저에 대한 좋은 글들이 이렇게 많이 올라왔는데요? 너무 재밌어요.”
- 어휴! 좀 안 좋은 기사도 좀 올라오고 그래야 네가 겸손해질 텐데.
“지금도 겸손하지 않나요?”
- 뭐? 크하하핫! 웃기고 있네!
“……너무하시네요.”
- 하여튼 핸드폰 너무 많이 보지 말고 컨디션 조절 잘해. 스케줄 빡센 거 알지?
“예. 알고 있죠.”
- 그래. 근데 그건 언제 까려고?
“보상으로 받은 거요?”
- 그래 그거.
“말 나온 김에 지금 까야겠네요.”
말을 마친 김상훈은 허공을 바라봤다.
그의 시선이 향한 곳에는 에인트호번 전이 끝난 직후에 받은 보상이 떠 있었다.
[레인보우 박스]
-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말이 안 돼. 챔스 우승해야 받는 보상을 왜 주는 거야?
이찬수의 말 그대로였다.
레인보우 박스는 그 가치가 굉장히 높은 박스였다.
챔스 우승.
그리고 월드컵 우승을 해야 받을 수 있는 보상이었다.
하지만 김상훈은 여전히 당당했다.
“이찬수 선수.”
- 왜 인마?
“저 4초 만에 골 넣었잖아요. 이게 무슨 기록이라던데? 뭐더라……?”
- ……그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 레인보우 박스를 주는 거야?
“이찬수 선수.”
- 아오! 왜 자꾸 불러?
“이찬수 선수는 세계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이었잖아요?”
- 그래. 근데 뭐?
“4초 만에 골 넣은 적 있어요?”
- ……그건 왜 물어?
“있는지 없는지만 말해주세요.”
- 상훈아, 골을 빨리 넣는 건 중요한 게 아니야. 많이 넣는 게 중요하지.
“왜 이렇게 자꾸 말을 돌리실까? 4초 만에 골 넣은 적 없잖아요.”
- 그래! 없다! 그게 뭐!
“세계 최고의 선수였던 이찬수 선수도 하지 못했다는 말이기도 하잖아요. 그러니까 시스템이 판단하기에는 충분히 대단한 일이라고 본 것 같아요.”
세계 최고를 강조하는 김상훈의 말에 이찬수의 표정이 부드럽게 변했다.
- 크흠! 듣다보니까 대단한 일인 것 같기도 하네.
“그쵸? 그럼 저는 이제 레인보우 박스 오픈합니다.”
레인보우 박스.
30만 포인트라는 비싼 값을 지닌 박스로 김상훈은 녀석을 오픈할 때마다 다른 박스를 오픈할 때보다 훨씬 큰 긴장감을 느꼈다.
이미 레인보우 박스를 오픈한 경험이 꽤 있었지만, 항상 기대가 됐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레인보우 박스를 오픈할 때마다 늘 대박이 났었으니까.
대부분 레전드 등급의 스킬이나 아이템이 나왔었으니까.
그리고 지금.
김상훈의 눈앞에서 새로 얻은 레인보우 박스가 회전하기 시작했다.
[레인보우 박스를 오픈합니다.]
쉬이이이이익…… 쉬이이익!
강렬하게 회전하던 박스가 점점 힘을 잃고 움직임이 느려졌다.
이윽고 완전히 멈춰선 박스의 뚜껑이 열렸다.
그 순간, 김상훈이 크게 숨을 내쉬었다.
그의 머릿속은 복잡했다.
과연 어떤 것이 나올까? 히어로? 아니면 레전드?
아이템일까? 스킬일까?
가장 높은 등급의 레전드 등급의 아이템이나 스킬이 나오기를 바랐지만, 히어로 등급만 되어도 만족스러울 것 같았다.
그런데.
전혀 예상치 못했던 변수가 생겼다.
“어? 왜 안 나와?!”
- 뭐야?!
김상훈과 이찬수, 두 남자가 당황했다.
원래라면 뚜껑이 열리자마자 보상이 튀어나왔어야 했다. 그런데 이미 벌써 10초가 지났음에도 보상이 튀어나오지 않고 있었다.
- 뭐야? 왜 이러는 거야? 렉인가?
“진짜 렉 걸린 거 아닐까요? 아니면 버그인가……?”
두 남자가 박스를 향해 다가가려할 때.
띠링!
허공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숨겨진 업데이트가 진행됩니다. 1…… 2…… 3…… 4…….]
- 이게 뭐야? 너 이거 뭔지 알아?
“아뇨! 오늘의 위닝에 원래 이런 건 없는데…… 무슨 업데이트가 된다는 거지?”
갑자기 업데이트라니?
두 남자의 눈이 커졌다.
그리고 시스템이 업데이트 될 때와는 달리, 그 속도가 굉장히 빨랐다.
잠시 후.
업데이트가 완료되며 그 내용이 드러났다.
[숨겨진 업데이트가 완료됐습니다. 레전드(Legend)등급의 상위등급이 생성됩니다.]
[신(God)등급이 생성되었습니다.]
두 남자가 경악했다.
“흐억!”
- 헐!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뭔가 특별한 감이 두 남자의 몸을 스쳐 지나갔다.
두 남자가 동시에 같은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박스!”
- 레인보우!
김상훈과 이찬수, 두 남자의 감은 틀리지 않았다.
그들의 외침과 동시에 레인보우 박스 안에서 보상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그 보상은 다음과 같았다.
[신들린 드리블(Go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