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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들린 축구선수-170화 (170/200)

170화 챔피언스리그의 사나이

김상훈의 인터뷰는 큰 화제를 몰고 왔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제 막 스페인 리그에 데뷔를 한 선수의 인터뷰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파격적이었으니까.

메시가 주장으로 버티고 있는 바르셀로나에서 데뷔전을 펼친 선수가 세계 최고를 논했으니까.

그리고 지금.

인터뷰를 한 당사자는 극심한 잔소리 폭격을 당하고 있었다.

- 상훈아! 좀 신중하라니까? 그렇게 성격대로 떠들어대면 비호감밖에 안 되는 거 몰라? 엉? 인터넷방송 오래했다며? 그 많은 사람들을 상대로 방송을 했던 놈이 그것도 몰라?

하지만 상대는 김상훈이었다.

그는 이찬수의 말을 곧이곧대로 듣고 있지 않았다.

“예? 제가 잘못한 거예요? 그냥 솔직하게 말한 건데요?”

- 뭐 인마? 아니 그러면 문제가 생긴다니까? 지금 기사들 뜬 거 보고도 그런 말이 나와?

이찬수의 말에 김상훈이 시선을 돌렸다.

그의 시선이 향한 곳에는 각종 기사들이 떠 있는 스마트폰 화면이 보였다.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되겠다는 김상훈의 발언, 팀 동료인 리오넬 메시를 겨냥한 것?」

「김상훈, 소시에다드 전이 끝난 뒤 세계 최고가 되겠다고 외치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김상훈의 발언은 경솔했다. 세계 최고가 될 남자는 바로 나.’」

「발베르데 감독, ‘김상훈은 자신감이 대단한 선수. 지금과 같은 능력을 꾸준히 보여주면 충분히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경솔한 발언으로 논란이 된 김상훈, 과연 다음 경기에도 출전할까?」

기사들이 실시간으로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는 지금.

김상훈은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아주 개처럼 물어뜯네요.”

- 그 원인은 네가 제공했고.

“자꾸 제가 뭘 잘못했다고 하시는 거예요? 뭐가 문제인데요?”

- 야 인마. 네 팀이 어디야?

“바르셀로나죠.”

- 그럼 바르셀로나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선수는 누구지?

“······메시죠.”

- 상훈아, 바르셀로나 팬들한테 메시는 신과도 같은 존재야. 당연히 그들에게는 리오넬 메시가 세계 최고의 선수고. 근데 갓 들어온 신입생이 세계 최고를 논한다? 그건 팬들을 향한 도발이나 다름없는 행동인 거야.

“그게 진짜 도발이 된다고요?”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된다는 말을 하는 것이 팬들을 도발하는 것이라는 말.

김상훈이 듣기에는 말 같지도 않은 소리였다.

- 그게 도발이 된다는 거는 계속해서 뜨고 있는 기사들이랑 바르셀로나 팬들의 댓글을 보면 알 수 있잖아.

“이찬수 선수의 말을 듣다보니 그럴 수도 있겠네요.”

- 그래, 이제 사태의 심각성을 좀 알겠지?

“예. 아주 잘 알겠네요,”

김상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조금도 반성을 하는 표정은 아니었다.

오히려 이찬수의 눈을 바라보며 질문했다.

“그래서 제가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거죠? 팬들에게 사과를 해야 되는 건가요?”

그러자 이찬수가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 뭔 개소리야? 사과를 왜 해?

김상훈 역시 웃었다.

“역시 그렇죠? 그럼 제가 할 것은 하나네요.”

- 그래, 알고 있지?

“예. 진짜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되는 것. 그걸로 제가 뱉은 말을 증명하는 것. 그거밖에 없네요.”

- 정답이다.

그 순간, 두 남자가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동시에 같은 말을 내뱉었다.

“훈련하러 가야겠네요.”

- 훈련이나 하러가자.

***

바르셀로나는 세계 최고의 클럽답게 훈련시스템도 잘 갖춰있는 것으로 유명했다.

선수들의 부상방지를 위한 의료시스템, 늘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게 만들어주는 훈련시스템 등.

여러 시스템이 선수들을 위해 준비되어 있었다.

그리고 지금.

바르셀로나의 체력단련실 안에는 한 선수가 땀을 흘리고 있었다.

- 이천 이십삼…… 이천 이십사…….

“후욱……! 후욱……!”

거친 호흡을 내뱉으며 팔굽혀펴기를 하고 있는 남자는 김상훈이었다.

그리고 그의 옆에는 이찬수가 진지한 얼굴로 숫자를 세고 있었다.

체력단련 시간은.

늘 장난을 치고 티격태격하는 두 남자가 거의 유일하게 진지함을 유지하는 시간이었다.

- 다음은 스쿼트 3000개.

“예.”

이찬수는 짜인 훈련시스템대로 김상훈을 굴렸고, 김상훈은 조용히 훈련을 진행했다.

평소처럼 까불거리는 행동은 조금도 볼 수 없었다.

- 조금 더 힘내. 얼마 안 남았어.

“……후우! 예.”

오늘의 위닝-마스터리그 시스템의 특별한 능력 중 하나는 훈련으로 능력치를 올릴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그 능력치가 오르는 것을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건 훈련을 하는 김상훈에게는 최고의 피드백이었고, 이 피드백으로 인해 김상훈은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훈련을 해올 수 있었다.

다만.

‘더럽게 안 오르네.’

능력치가 오르는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것이 문제였다.

분명히 훈련을 통해서 능력치가 오르는 것은 맞지만, 힘든 훈련과정에 비해서 능력치가 오르는 속도가 너무나도 더뎠다.

- 표정이 왜 그래?

“하. 훈련은 매일 빡세게 하는데, 능력치가 너무 안 올라서요.”

- 오히려 쉽게 오르면 재미없지 않을까?

“아뇨. 엄청 재밌을 것 같은데요.”

- 너무 날로 먹으려고 하면 안 돼. 그러다가 탈나는 거야.

“도저히 안 되겠네요. 그걸 써야겠어요.”

- 그걸 지금 쓰겠다고?

“예. 도저히 능력치가 너무 안 올라서 안 되겠어요.”

말을 마친 김상훈은 최근 펼쳐졌던 레알 소시에다드와의 경기가 끝난 뒤에 얻은 아이템을 바라봤다.

[효율적인 훈련]

- 등급 : 조커(Joker)

- 효과 : 사용 시, 일주일 동안 훈련효과가 10배 상승합니다.(1회 사용가능)

효율적인 훈련.

내용 그대로 훈련을 더욱 효율적으로 만들어주는 아이템이었다.

그 효과는 무려 훈련효과 10배 상승!

조커라는 높은 등급을 가진 아이템답게 그 효과가 대단했고, 김상훈은 지금 이 아이템을 사용했다.

[효율적인 훈련(J)을 사용하셨습니다.]

[일주일간 훈련효과가 10배 상승합니다.]

그리고 그 순간 이찬수가 질문했다.

- 제대로 구를 준비됐어?

그러자 김상훈이 대답했다.

“예. 준비는 이미 되어있었어요.”

- 크하핫! 허세는! 그래, 어디 한 번 굴러보자!

이찬수가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고, 김상훈도 마주 웃었다.

두 남자는 이미 알고 있었다.

이미 많은 훈련을 소화한 상태라는 것을.

그럼에도 아직 훨씬 더 많은 훈련을 소화할 수 있는 상태라는 것을.

그렇게 두 남자는 각자의 역할에 충실한 채 다시금 강도 높은 훈련을 시작했다.

***

효율적인 훈련(J)을 사용한 채 훈련한 지 3일 차가 되던 날.

김상훈의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주르륵 떠올랐다.

[체력이 영구적으로 1만큼 상승합니다.]

[현재 체력 능력치는 112입니다.]

[민첩이 영구적으로 1만큼 상승합니다.]

[현재 민첩 능력치는 125입니다.]

[피지컬이 영구적으로 1만큼 상승합니다.]

[현재 피지컬 능력치는 102입니다.]

[몸싸움이 영구적으로 1만큼 상승합니다.]

[현재 몸싸움 능력치는 95입니다,]

동시에 김상훈의 환하게 웃었다.

능력치가 오르는 것을 얼마나 기다렸던가.

아이템 효과로 인해서 훈련효과가 좋아졌다지만 그 훈련시간이 고통스러운 것은 여전했다.

때문에 메시지를 본 김상훈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드디어……!”

그 순간 옆에 있던 이찬수의 입가에도 옅은 미소가 지어졌다.

- 고생했다.

비록 많은 능력치가 오른 것은 아니었지만.

워낙 높은 능력치를 가진 상황에서 4개의 능력치를 1씩 상승시키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었다.

지겹고 힘든 시간의 반복을 해야 이뤄지는 일이었다.

당연하게도 모든 시간을 함께한 이찬수에게도 힘든 시간이었다.

때문에 김상훈은 이찬수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열심히 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오냐. 앞으로도 구르자.

“예?”

- 예는 뭔 예야? 그럼 안 구를 생각이었어? 야, 상훈아. 게을러지고 나태해지는 순간 성장은 끝이라는 거 몰라? 바로 나락을 향해 퇴보하는 거야. 그러다가 퇴물 소리까지 듣게 되는 거고.

“……그럼 저는 은퇴하기 전까지 계속 이렇게 굴러야하는 건가요?”

- 그래.

김상훈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아오! 진짜 끔찍하네요.”

이찬수도 깔끔하게 인정했다.

- 끔찍한 일이지.

“이찬수 선수도 현역시절에 이렇게 빡세게 하셨겠죠?”

- 당연하지. 너는 그나마 시스템이라도 있어서 능력치가 오르는 걸 볼 수 있지만, 나는 그런 것도 없었어.

“그럼 피드백이 없지 않아요? 어떻게 힘을 내서 훈련을 하죠?”

- 나는 너랑 재능이 다르잖아. 실력이 팍팍 오르는 게 느껴졌어.

“……예. 그러시겠죠.”

대화를 마친 김상훈은 더 이상의 훈련을 진행하지 않고 휴식을 취하기 위해 체력단련실을 빠져나왔다.

이찬수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이미 충분히 많은 훈련을 했고, 당장 내일 경기가 잡혀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김상훈은 선발로 나설지도 모르는 다음 날 경기를 위해, 빠르게 샤워를 마치고 꿀잠을 자기 위해 침대에 누웠다.

다음 날.

많은 수의 바르셀로나 팬들이 홈경기장인 ‘캄 노우’에 들어와서 경기를 기다렸다.

캄프 누라고도 불리는 이 경기장은 세계에서 11번째로 큰 경기장이기도 했고, 바르셀로나의 자부심이 깃든 캄 노우.

바르셀로나는 그 캄 노우에서 특히 강한 모습을 보일 때가 많았다.

때문에 바르셀로나 팬들은 홈에서 펼쳐지는 오늘 경기에 큰 기대를 갖고 있었다.

게다가 오늘은 특별한 경기가 펼쳐지는 날이었다.

PSV 에인트호번.

아약스와 함께 네덜란드 리그의 최강 팀 중 하나인 이 팀과의 경기가 펼쳐지는 날이라는 것.

2018-2019시즌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1라운드 경기라는 것.

그 사실에 바르셀로나 팬들의 기대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다.

더불어.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토트넘을 우승으로 이끈 김상훈의 선발출전이 확정됐다는 것에 팬들은 더욱 뜨겁게 열광했다.

당연하게도 한국 팬들의 관심도 커졌다.

「김상훈, 선발확정! 바르셀로나의 주전으로 자리매김?」

「PSV 에인트호번 전에 선발로 출전한 김상훈, 오늘도 골을 터트릴까?」

「챔피언스리그에서 유독 강한 김상훈, 오늘도?」

「챔스 우승의 사나이, 이번엔 바르셀로나를 이끄나?」

「김상훈, ‘팬 분들께 좋은 경기력을 보여드리겠다.’」

늘 그래왔듯이 김상훈의 선발이 확정되자, 대한민국에는 그에 관련된 기사들이 주르륵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지금.

바르셀로나의 홈경기장인 캄 노우의 그라운드 위로 김상훈이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우와아아아아아!

“오! 관중들이 되게 좋은 반응을 해주시네요?”

- 그럴만하지. 데뷔전에 2골을 터트렸으니까. 그리고 그 중 한 골은 올해의 골에 그냥 뽑힐 만한 미친 골이었으니까.

“크히힠!”

- 응? 갑자기 왜 쪼개?

“이찬수 선수가 칭찬해주시니까 좋네요.”

- 소름 돋게 그딴 소리 좀 안하면 안 되냐?

“에이~! 서운하게 왜 그러세요.”

- 아 시끄러!

“크히히힠!”

- 그나저나 정신 똑바로 차려. 네 오늘 포지션은 자칫 잘못하면 개망신당할 수도 있는 자리인 거 알지?

“예 압니다.”

이찬수의 말 그대로였다.

오늘 김상훈이 맡은 포지션은 팀에서 가장 중요한 포지션 중 하나이자, 가장 어려운 포지션이었다.

그가 맡은 포지션은 바로.

원톱 스트라이커였다.

- 그나저나 발베르데 감독도 꽤 도전정신이 있는 사람이네. 루이스 수아레스를 빼고 너를 원톱에 박을 줄은 몰랐는데.

“요즘 수아레스 폼이 많이 떨어지고 있어서 그렇겠죠.”

- 안 어울리게 겸손한 척 하지 마. 그냥 네가 경쟁력이 있으니까 선발로 나온 거야.

“그것도 맞죠. 솔직히 제가 감독이었어도 수아레스보단 저를 썼을 거예요.”

- 그래. 그래야 너답지.

“역시 솔직해야 마음이 편하네요. 그럼 저는 이제 집중 좀 할게요.”

- 제대로 집중해. 첫 선발인 만큼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는 마인드로 뛰고.

“알겠습니다.”

김상훈이 대답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이찬수의 말처럼 오늘 경기는 평소보다 더 강한 마음가짐으로 뛰어야했다.

동시에 다짐했다.

선발출전이라는 기회를 얻게 된 지금,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줘서 루이스 수아레스를 밀어내고 주전 자리를 차지하겠다고.

오늘 캄 노우에 찾아온 팬들과, 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모든 팬들의 눈을 즐겁게 만들어줄 것이라고.

그렇게 김상훈이 모든 다짐을 끝냈을 때.

주심이 경기시작을 알리는 휘슬을 불었다.

그리고.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모든 스킬을 사용한 김상훈이 리오넬 메시가 굴려준 공을 향해 슈팅을 때렸다.

“정확한 슈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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