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신들린 축구선수-169화 (169/200)

169화 앞으로의 계획

리오넬 메시.

그는 오랜 시간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으로 군림해온 선수다.

그리고 김상훈은 빠른 속도로 세계 최고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선수였다.

물론 김상훈이 이미 세계 최고의 선수인 메시나 호날두에 비견되는 선수라는 말도 많았다.

“프리미어리그 우승, 챔피언스리그 우승, 월드컵 우승, 아시안컵 우승이라는 커리어면 충분히 리오넬 메시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비빌 수 있는 거 아니야?”

“김상훈 정도면 신계에 올랐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리오넬 메시나 호날두에 절대 꿀리지 않는 실력을 갖고 있잖아?”

지금까지 보여준 커리어나 경기력이 너무나도 압도적이라는 것.

그게 바로 김상훈을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같은 위치에 올려놓아야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였다.

하지만.

“김상훈은 지금 폼을 유지하는 걸 보여줘야 돼.”

“하긴, 잠깐 반짝하고 나락으로 떨어지는 선수들도 많긴 하지.”

“리오넬 메시랑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벌써 10년 가까이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잖아.”

김상훈이 좋은 모습을 보여준 기간이 너무 짧다는 것.

때문에 오랜 기간 동안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리오넬 메시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에 비교하기에는 이르다는 의견도 많았다.

그래서 축구 팬들의 궁금증은 더욱 커졌다.

과연 리오넬 메시와 김상훈이 같은 팀에서 만난다면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

과연 어떤 호흡을 보여줄 건인가?

그리고 지금.

많은 팬들의 궁금증이 풀리고 있었다.

[김상훈! 리오넬 메시에게 받은 공을 뒤꿈치를 이용해서 다시 넘겨줍니다! 메시! 김상훈의 창의적인 패스를 이미 알고 있다는 듯 여유롭게 받아냈습니다!]

[이야! 두 선수의 호흡이 굉장한데요? 역시 세계적인 선수들은 통하는 것일까요?]

반면 그런 김상훈과 리오넬 메시를 막아야하는 레알 소시에다드의 선수들은 끔찍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리오넬 메시가 공을 잡을 때면 메시를 집중 수비해야했고, 김상훈이 공을 잡으면 다시 김상훈을 집중 수비해야 했다.

여러 선수가 두 명의 선수에게 끌려 다니는 끔찍한 상태였다.

- 크하하하핫! 이런 잔인한 놈들!

이찬수가 크게 웃었다.

그만큼 재밌는 장면이었다.

김상훈과 리오넬 메시.

두 선수가 레알 소시에다드 선수들을 괴롭히는 모습은 이찬수에게도 신선한 모습이었다.

- 상훈아, 네가 압박을 덜어주니까 메시가 날아다니네.

이찬수의 말 그대로였다.

김상훈이 기본적으로 2명의 선수에게 마크를 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리오넬 메시는 이전 경기와는 달리 자유를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 리오넬 메시는 하고 싶은 플레이를 마음껏 하고 있었다.

[김상훈 선수가 3명의 선수를 상대로 공을 빼앗기지 않습니다! 역시 김상훈 선수! 대단한 탈 압박을 보여주네요!]

[오오! 김상훈! 기어코 3명의 선수 사이를 빠져나옵니다!]

[리오넬 메시와 김상훈이 우열을 가릴 수 없는 환상적인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3명의 압박을 이겨낸 김상훈은 사이드로 파고드는 조르디 알바를 바라보며 공을 찍어 찼다.

“알바를 막아!”

소시에다드의 수비수들은 빠르게 반응했다.

풀백인 호세바 살두아가 조르디 알바를 막기 위해 달렸고, 센터백인 아리츠 엘루스톤도가 조르디 알바를 방해하기 위해 각도를 좁혔다.

그런데.

김상훈의 발을 떠난 공은 조르디 알바에게 향하지 않았다.

그가 차낸 공은 반대편에서 쇄도하는 쿠티뉴에게로 향했다.

그 순간 해설들이 경악했다.

[노, 노룩패스입니다! 게다가 방금…… 라보나 킥이었죠?]

[마, 맞습니다! 우와! 이런 개인기를 보여주나요? 마치 호나우지뉴의 전성기 시절의 개인기를 보는 것 같습니다!]

노룩패스(no look pass).

공이나 공의 방향 쪽으로 시선을 주지 않고 다른 방향을 보면서 하는 패스를 말하는 기술.

현역 시절 호나우지뉴가 자주 쓰는 것으로 유명해진 기술이기도 했다.

그리고 김상훈은 이 노룩패스를 완벽하게 구사해냈다.

더불어.

다리를 X자로 꼬아서 공을 차는 기술인 라보나 킥을 동시에 사용했다.

각종 화려한 개인기가 판을 치는 풋살대회에서는 나올 수 있지만, 프로축구경기에서는 나오기 힘든 난이도가 높은 기술이었다.

게다가 지금 김상훈이 출전한 경기는 세계 최고의 리그 중 하나인 프리메라리가이지 않은가.

믿을 수 없는 김상훈의 플레이에 실시간으로 경기를 지켜보던 축구 팬들 역시 경악했다.

“헐……!”

“저, 저게 뭐야?!”

“무슨 호나우지뉴야?! 개인기 개쩌네!”

그리고 지금.

김상훈이 보낸 패스를 필리페 쿠티뉴가 받아냈다.

동시에 이어진 컷백.

투욱!

그리고 그 공을 향해 루이스 수아레스가 달려들며 슈팅을 때렸다.

퍼엉!

[고오오오올! 수아레스의 골이 터졌습니다! 양 팀의 스코어가 4대 1로 크게 벌어집니다!]

골이 터진 순간, 이찬수가 김상훈에게 질문했다.

- 뭐야? 왜 이렇게 이타적으로 플레이를 하냐?

“더 좋은 기회를 만들 수 있으면 주는 게 낫죠.”

- 직접 슈팅을 때려 봐도 되지 않았나?

“수비벽이 두꺼워서 슈팅을 때리기가 애매했어요. 막힐 가능성이 커서 그냥 패스했어요. 쿠티뉴 움직임이 너무 좋기도 했고요.”

- 익숙하지가 않네.

“저도 그래요. 근데 선수들의 움직임이 너무 좋으니까 안 줄 수가 없더라고요.”

김상훈이 옅은 미소와 함께, 세레머니를 하고 있는 수아레스를 바라봤다.

욕심을 부릴 수도 있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김상훈은 골 욕심이 많은 선수였지만, 너무나도 필사적이고 좋은 움직임을 보이는 선수들 앞에서는 욕심을 부릴 수가 없었다.

- 크하하핫! 바르셀로나에 오니까 이기적임의 끝인 네가 이타적인 선수가 되어버리는구나.

“무슨 소리세요? 제가 언제 이기적임의 끝이었다고요?!”

- 사비의 패스를 가졌으면서도 공만 잡으면 슈팅만 뻥뻥 때려댔잖아.

“그건 슈팅 각이 나왔으니까 그런 거고요!”

- 하여튼 빨리 가서 수아레스 칭찬이나 해줘.

“예. 안 그래도 그러려고 했슴다.”

***

수아레스의 골로 양 팀의 스코어가 4대 1이 된 상황.

남은 시간은 추가시간을 포함해도 5분도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리고 김상훈은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팀에 녹아든 움직임을 보이며 바르셀로나 선수들과 좋은 호흡을 보였다.

‘침착하자. 결국 기회는 올 거야.’

김상훈은 시간이 지날수록 급해지려는 마음을 계속해서 컨트롤했다.

최소한 한 번의 기회는 올 것이라고 확신했고, 그 기회를 놓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김상훈에게 한 번의 기회가 찾아왔다.

[쿠티뉴가 돌파를 시도하지만 여의치 않습니다. 소시에다드의 테오 에르난데스의 수비가 좋습니다.]

[쿠티뉴가 세르지 로베르토에게 패스합니다.]

투욱!

공을 받은 세르지 로베르토는 안정적으로 더욱 뒤에 위치한 피케에게 패스했다.

수비수에게로 패스가 가자, 경기에서 지고 있는 레알 소시에다드 선수들은 강력한 전방압박을 시도했다.

한 골이라도 만회해야하는 소시에다드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리고 그때.

바르셀로나의 수비수 헤라르드 피케는 전방으로 쇄도하는 김상훈을 봤다.

‘김상훈, 이것도 한 번 받아봐.’

헤라르드 피케는 바르셀로나에 대한 충성심이 대단한 선수였다.

때문에 그는 바르셀로나에 실력이 없는 선수가 오는 것을 그 누구보다도 싫어했다.

물론, 오늘 경기에서 김상훈의 경기력이 좋았지만 완벽하게 인정을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피케는 김상훈이 달리는 전방을 향해 길게 패스를 뿌렸다.

뻐엉!

[피케가 전방을 향해 길게 공을 차냅니다! 어어?! 김상훈이 뜁니다! 김상훈! 빠릅니다!]

- 더 빨리 뛰어!

지금 이 순간.

김상훈은 온힘을 다해서 뛰고 있었다.

체력적으로도 전혀 문제가 없는 상황이었고, 몇몇 스킬효과가 남아있는 상태였기에 공을 잡는 것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더불어 그는 또 하나의 스킬을 사용했다.

“순간 가속!”

5초라는 시간동안 더욱 빠른 속도를 낼 수 있게 해주는 순간 가속(G)스킬.

그것을 사용한 김상훈의 스피드는 한층 더 빨라졌다.

스킬 효과들이 적용된 지금만큼은, 김상훈의 스피드는 그 어떤 축구선수들보다도 빨랐다.

투다다닷!

- 와! 빠르긴 겁나 빠르네!

이찬수가 감탄했다.

그만큼 공을 쫓는 김상훈의 속도는 빨랐다.

이윽고 김상훈과 공의 거리가 가까워졌을 때.

이찬수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 야! 뭐해?!

동시에 경기를 지켜보던 관중들과 모든 축구 팬들도 경악했다.

“뭐, 뭐야?!”

“뭘 하려고?”

“저건……!”

경기를 지켜보던 모든 사람들이 놀랄 수밖에 없었다.

날아오는 공을 향해 접근한 김상훈이 땅을 박차고 공중으로 몸을 날렸으니까.

마치 장대높이뛰기 선수가 봉을 넘듯, 하늘을 바라보며 날아올랐으니까.

더불어.

공중에 뜬 김상훈이 그대로 허리를 접으며 다리를 휘둘렀다.

후웅-!

오버헤드킥도 아닌, 백덤블링에 가까운 동작으로 만들어낸 슈팅이었다.

축구경기에서 나온 적이 거의 없는 아크로바틱한 슈팅.

그리고 그 슈팅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정확한 궤적으로 골대 상단의 구석으로 파고들었다.

철렁!

레알 소시에다드의 골키퍼는 반응하지 못했다.

그저 입을 벌린 채, 골망을 흔드는 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이후, 슈팅을 한 김상훈은 멋진 자세로 낙법을 하며 안전한 착지를 하는 것에 성공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골을 넣었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있는 경기장 내부가 조용했다.

환호성이 터져 나오지 않았다.

침묵은 길게 이어졌다.

그 깊은 침묵 속에서 오로지 김상훈만이 커다란 목소리로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다.

“촤아아아아아!”

동시에 김상훈이 양팔을 하늘을 향해 휘저으며 외쳤다.

“소리 질러!”

그때였다.

침묵이 깨졌다.

너무 놀라서 소리를 지를 생각도 하지 못했던 관중들이 환호했다.

우오오오오오오오!

[고오오오오올! 김상훈 선수! 믿을 수 없는 골입니다!]

[이야아아아! 대단합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김상훈 선수는 아크로바틱한 골을 몇 번 보여준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김상훈 선수가 보여줬던 골 중, 가장 멋있는 골인 것 같습니다!]

추가시간에 터진 원더골이었다.

- 와…… 개쩌네.

이찬수마저 입을 벌린 채, 김상훈을 바라봤다.

수많은 멋진 골들을 터트렸던 그 역시 놀랄 수밖에 없었다.

- 이건 정말…….

이후, 경기가 종료됐지만.

경기장에 있던 바르셀로나의 팬들은 쉽게 자리를 뜨지 못했다.

그만큼 김상훈의 데뷔전은 팬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그리고.

김상훈의 데뷔전은 스페인에서 커다란 화제가 됐다.

「바르셀로나의 김상훈, 레알 소시에다드 전에서 믿을 수 없는 골을 터트리다.」

「김상훈, 그는 바르셀로나의 스타가 될 자격이 충분했다.」

「리오넬 메시, ‘김상훈은 바르셀로나가 원하던 선수이자 내가 원하던 선수.’」

「EPL최고의 선수였던 김상훈, 프리메라리가에서도 최고의 골을 넣다!」

그리고.

경기가 끝난 뒤에 펼쳐진 김상훈의 인터뷰는 더욱 큰 화제를 만들었다.

“김상훈 선수 오늘 멋진 경기를 한 것,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오늘 환상적인 데뷔전을 펼치셨는데, 짧은 소감과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주세요.”

“일단 오늘 데뷔전에서 2골을 넣어서 기쁩니다. 그리고 앞으로의 제 계획은…….”

김상훈은 말을 끌었다.

그리고 실실 웃기 시작했다.

“……김상훈 선수?”

“크히히힠!”

“김상훈 선수? 왜 웃으시죠?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주세요.”

“크힠…! 음, 일단 인터뷰 도중에 웃어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어요.”

“……왜죠?”

종잡을 수 없는 김상훈의 행동에, 기자들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김상훈은 여전히 실실 웃으며 기자의 말에 대답했다.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생각하니까 너무 즐거워서요. 그래서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어요.”

“그 생각이…… 아니, 그 계획이 도대체 뭐죠?”

그때였다.

실실 웃던 김상훈의 표정이 굳었다.

그의 얼굴에 더 이상의 웃음기는 없었다.

그렇게, 딱딱하게 굳은 표정을 한 김상훈이 또박또박한 스페인어로 대답했다.

“머지않아 최고의 선수가 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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