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6화 바르셀로나의 신입생
아시안게임 축구부문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
이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많은 국가들이 피땀을 흘리며 최선을 다했음에도 쉽게 하지 못하는 일이었다.
게다가 월드컵을 결승전까지 치른 선수들은 체력적으로 더 힘들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체력적으로 힘들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김상훈은 손발을 제대로 맞춰본 적 없는 어린 선수들을 이끌고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내는 것에 성공했다.
물론 김상훈은 체력 능력치가 매우 성장했고, 각종 물약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사람들은 그것을 알지 못했다.
때문에 대한민국은 김상훈을 투혼을 발휘한 영웅으로 만들었다.
「강행군을 펼친 뒤에도 묵묵히 대한민국을 우승으로 이끈 김상훈.」
「경기가 끝난 뒤, 대자로 누워서 숨을 몰아쉬는 김상훈.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가 되고 있는 선수의 뒷모습.」
「눈물을 흘리는 일본 선수들, 그리고 그들을 위로하는 김상훈. 인성까지 최고?」
「김항범 감독, ‘김상훈과 함께할 수 있었던 건 영광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김상훈이라는 남자가 곧 전술이었다.’」
「손홍민, ‘상훈이 형과 더 이상 소속팀에서 같이하지 못한다는 게 너무 아쉽다. 그와 함께 뛰었던 시간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황희창, ‘상훈이 형님에게 너무 많은 걸 배웠다. 나에겐 스승과도 같은 사람.’」
그리고.
전 세계 축구팬들 역시 김상훈을 찬양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너무나도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팬들에게 즐거움을 줬으니까.
매 경기마다 골을 넣는 미친 모습을 보여줬으니까.
더불어.
가장 인기 있는 클럽인 바르셀로나에 입단한 선수였으니까.
그리고 지금.
그 주인공인 김상훈은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며 받은 보상을 확인하고 있었다.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4골을 기록하셨습니다. - 보상으로 40000포인트가 지급됩니다.]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1번의 어시스트를 기록하셨습니다. - 보상으로 5000포인트가 지급됩니다.]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셨습니다. - 보상으로 20000포인트가 지급됩니다.]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팀을 승리로 이끌었습니다. - 보상으로 30000포인트가 지급됩니다.]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하셨습니다. - 레인보우 박스가 1개 지급됩니다.]
[아시안게임에서 득점왕에 선정되셨습니다. - 보상으로 10000포인트가 지급됩니다.]
[환상적인 드리블을 15번 보여줬습니다. 보상으로 15000포인트가 지급됩니다.]
[환상적인 패스를 3번 보여줬습니다. 보상으로 300포인트가 지급됩니다.]
[환상적인 골을 4번 넣었습니다. 보상으로 4000포인트가 지급됩니다.]
[총 패스 성공 횟수 96회 – 보상으로 960포인트가 지급됩니다.]
[총 기록한 골 수 4골 – 보상으로 400포인트가 지급됩니다.]
[현재 보유하신 포인트는 121,250P입니다.]
결승전이 펼쳐지기 전까지, 좋은 경기력을 펼치며 모은 보상이 121,250포인트.
그리고 우승을 하며 받은 125,660포인트까지.
총 246,910포인트로 김상훈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큰 보상이었다.
“이야! 보상이 생각보다 훨씬 큰데요?”
- 그러게. 이건 진짜 뭔가 잘못됐어. 무슨 아시안게임이 챔스급이야? 보상을 왜 이렇게 많이 줘?
“활약을 많이 해서 그런 게 아닐까요?”
- 그건 모르겠고, 단단히 잘못됐어. 저 비싼 레인보우 박스는 왜 자꾸 주는 거야?
“그래도 금메달이잖아요. 레인보우 박스 정도는 돼야죠.”
- 아오! 난 모르겠다!
“크히힠! 이거 바르셀로나에 가기 전에 업그레이드 좀 제대로 하고 가겠네요.”
- 널 담당하던 스카우터들이 놀라겠네. 갑자기 더 괴물이 돼서 올 테니까.
“크힠! 그럼 일단 레인보우 박스부터 까볼까요?”
보상을 받는 것에 익숙해졌지만, 그래도 많은 보상을 받는 것은 늘 기분 좋은 일이었다.
때문에 김상훈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레인보우 박스를 오픈했다.
[레인보우 박스를 오픈합니다.]
쉬이이이익!
30만 포인트라는, 모든 박스들 중 가장 비싼 몸값을 가진 레인보우 박스가 회전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레인보우 박스의 안에서 튀어나온 결과물은 김상훈에게는 아주 익숙한 녀석이었다.
[스킬 강화]
- 등급 : 레전드(Legend)
- 효과 : 원하는 스킬을 100%확률로 강화할 수 있습니다.(1회 사용가능.)(레전드 등급에도 사용가능.)
“촤아!”
스킬 강화(L).
그것을 본 순간 김상훈이 괴성을 질렀다.
- 와! 이게 또 뜬다고? 크하하하핫! 진짜 어이가 없다. 어이가 없어!
“레인보우 박스에서 나온 결과물로는 적당하네요.”
- 뭐? 적당? 상훈아, 어떻게 그렇게 뻔뻔할 수 있어? 학원이라도 다니나? 아니면 나 몰래 매일 뻔데기라도 먹니?
“어우~! 재미없어요. 다른 것도 아니고 레인보우 박스잖아요. 이 정도는 떠야죠.”
- 이 개사기가 뜨는 게 당연한 거라고?
“크히힠!”
- 와! 이 자식 진짜……! 그래! 그래서 뭘 강화하려고?
“예? 이제부터 생각해봐야죠.”
김상훈은 그가 가진 스킬들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
김상훈, 그에겐 많은 스킬들이 있다.
더불어 그 효과가 뛰어난 스킬들만 30개를 훌쩍 넘겼다.
정확한 슈팅(L), 이찬수의 퍼스트터치(L), 주닝요의 프리킥(L), 강철 체력(G), 힐링(G), 순간 가속(G), 사비 에르난데스의 패스(L) 등, 우열을 가리기 힘든 스킬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당연하게도 그 중 강화를 해야 하는 스킬을 선택하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었다.
“아…… 어렵다.”
- 아직도 선택 못했어?
“어우! 어려워요.”
- 하긴, 쉽지 않겠지. 스킬 강화(L)가 적당히 좋은 거면 몰라도, 무조건 강화를 해주는 개사기 아이템이니까.
“맞아요.”
김상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실제로 그는 정확한 슈팅(H)스킬을 강화해서 레전드 등급으로 만든 경험이 있지 않은가.
강화된 정확한 슈팅 스킬로 꿀을 빨고 있는 그는, 머쓱한 표정으로 다시 한 번 스킬들을 바라봤다.
그리고 잠시 후, 김상훈이 손뼉을 치며 소리쳤다.
짝!
“오케이! 정했어요!”
- 뭔데?
이찬수의 말에 김상훈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지어졌다.
동시에 그는 시스템을 향해 외쳤다.
“시스템, 스킬 강화 사용할게.”
[강화할 스킬을 선택해주세요.]
김상훈이 선택한 스킬은 바로.
“리오넬 메시의 드리블!”
곧 같이 뛰게 될, 세계 최고의 선수중 하나인 리오넬 메시의 드리블이었다.
- 헐. 이게 강화가 된다고? 이미 사기잖아?!
이찬수의 외침과 함께, 시스템이 반응했다.
[스킬 강화(L)를 사용하셨습니다.]
[강화를 할 스킬로 ‘리오넬 메시의 드리블(L)을 선택하셨습니다.’]
꾸욱!
김상훈이 주먹을 강하게 쥐었다.
리오넬 메시의 드리블(L)은 그 자체로도 사기적인 효과를 가지고 있는 스킬이었다.
레전드 등급 중에서도 최상위 효과를 내고 있는 아이템이라는 것이다.
그런 스킬이 강화된다면?
엄청난 녀석이 나올 것이 분명했다.
때문에 김상훈은 붉게 상기된 얼굴로 소리를 질러대기 시작했다.
“제발! 제발! 진짜 개사기 효과를 보여주자!”
- 밸런스 좀 맞추자 제발!
이윽고.
강화가 끝난 스킬이 김상훈과 이찬수, 두 남자의 눈앞에 떠올랐다.
***
바르셀로나는 명실상부 스페인 최고의 팀 중 하나다.
어떤 팀을 만나도 강한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팀의 에이스인 리오넬 메시는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신계에 오른 선수라는 말을 듣는 선수였다.
그만큼 뛰어난 능력을 가졌고, 많은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리오넬 메시는, 훈련이 펼쳐지는 지금도 뛰어난 실력으로 동료들을 괴롭히고 있었다.
그리고 2018-2019시즌이 시작된 지금.
몇몇 붙박이 주전선수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선수들은 치열한 주전경쟁으로 인해 평소보다 훨씬 더 예민해진 상태였다.
“거기서는 패스를 했어야지!”
“충분히 골을 넣을 수 있었다고!”
“근데 못 넣었잖아?! 나한테 줬으면 골이었어!”
“웃기는군!”
“뭐?!”
때문에 선수들이 크고 작게 다투는 것을 보는 것도 아주 쉬운 일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바르셀로나의 훈련장에 신입생이 도착했다.
“다들 반가워!”
그 신입생은 바르셀로나 유니폼을 입은 채,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더불어 그는, 세계 최고의 클럽 중 하나인 바르셀로나의 훈련장에 왔음에도 마치 안방에 들어온 것처럼 전혀 주눅이 들지 않았다.
당연하게도 그 신입생은 김상훈이었다.
- 여기도 진짜 오랜만이네.
“이찬수 선수는 특히 반가운 느낌이 드시겠네요.”
- 그치. 오랜만에 친정팀에 온 거니까.
“어우! 그나저나 좀 떨리네요.”
- 구라지치 말고. 떨리긴 개뿔!
“아오! 저도 신입생답게 좀 쑥스러운 모습 좀 보이고 싶은데, 왜 방해를 하세요?”
- 그럼 일단 인사를 그렇게 활기차게 했으면 안 됐지.
“그럼 어떻게 했어야 하는데요?”
- 고개는 푹 숙이고! 목소리는 들릴 듯 말 듯 할 정도로 아주 작게 했어야지.
“에휴! 그럼 전 이미 틀렸네요. 그냥 제 성격대로 가야겠어요.”
작게 한숨을 내쉰 김상훈이 경계의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는 바르셀로나 선수들에게 윙크를 날렸다.
동시에 크게 외쳤다.
“다들 인상 좀 펴! 똥이라도 씹었냐? 니들 동료가 될 사람이 왔는데, 좀 반겨주라!”
바르셀로나 선수들의 동공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어느 팀에 가든 최소한의 신고식은 있었고, 바르셀로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바르셀로나 선수들은, 김상훈과 같은 반응을 보이는 신입생을 본 적이 없었다.
‘쟤 뭐야?’
‘저런 성격이었어?’
‘왜 저렇게 당당해?’
‘김상훈이 저런 성격이었구나…….’
사실 바르셀로나 선수들 중, 김상훈을 모르는 선수는 없었다.
그들이 아는 김상훈은 세계적인 선수였고, 바르셀로나의 주전선수들을 위협할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가진 선수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게다가 지금 보여주는 당당함까지.
당황한 바르셀로나 선수들은 표정관리를 하지 못했다.
그리고 김상훈은 여전히 편안한 얼굴로 몸을 풀기 시작했다.
- 알지? 초반에 애들 기를 꺾어놔야 한다는 거.
“예.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찬수 선수랑 열심히 분석했잖아요.”
-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아무래도 내가 뛰었을 때랑 선수들이 조금 달라졌기 때문에 차이는 있을 수 있어. 근데 바르셀로나의 기본은 결국 똑같으니까 연습한 대로만 하면 어렵지 않을 거야.
“알겠습니다. 제대로 털고 올게요.”
- 나 쪽팔리게 만들지 마라.
“예. 당연하죠.”
이찬수는 바르셀로나에서 선수생활을 한 경험이 있었다.
그리고 김상훈은 그런 이찬수에게 바르셀로나에 대한 많은 정보들을 귀가 아플 정도로 들었고, 많은 양의 분석까지 끝낸 상태였다.
때문에, 김상훈은 더욱 자신감에 찬 상태로 훈련에 참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김상훈의 바르셀로나에서의 첫 훈련이 시작됐다.
***
많은 선수들이 김상훈을 경계했지만, 그렇지 않은 선수들도 있었다.
2018-2019시즌부터 새로운 주장으로 선임된 리오넬 메시와, 바르셀로나의 최고 수비수인 헤라르드 피케가 대표적이었다.
“오우! 예에에에에에! 김상후우우우운! 반가워!”
특유의 활기찬 분위기를 뿜어내며 다가온 선수는 바로 헤라르드 피케였다.
피케는 너무나도 높은 텐션으로, 그를 처음 본 선수들을 당황시키곤 하는 선수였다.
하지만 김상훈은 인터넷방송계에서 최고의 자리에 올랐던 남자.
역시 텐션으로는 그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는 남자였다.
“요로로로로로롤! 반가워 PK(페널티킥)가 아닌 피케! 드디어 너랑 같이 뛸 수 있겠구나!”
그러자 당황한 것은 헤라르드 피케였다.
“너, 너…….”
“왜?”
“재밌네? 으하하하핫!”
헤라르드 피케는 김상훈과 아주 조금의 대화를 나눴을 뿐이지만, 진심으로 즐거워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건 김상훈 역시 마찬가지였다.
“크히히힠! 나도 마찬가지야. 난 네가 이렇게 재밌는 놈인지 몰랐어.”
“와! 킴! 너 근데 스페인어는 어떻게 할 줄 아는 거야?”
“어떻게 할 줄 알긴! 너랑 친해지려고 밤새워가면서 배웠지!”
뻔뻔한 거짓말이었다.
다만, 어쩔 수 없는 거짓말이기도 했다.
언어 마스터(H)스킬로 인해 전 세계 언어를 알아듣고, 말할 수 있다는 걸 밝힐 수는 없었으니까.
“으하하핫! 멘트도 아주 마음에 들어! 축구 실력만 뛰어난 줄 알았더니, 여러모로 아주 대단한 친구구만!”
“나 역시 헤라르드 피케가 이렇게 멋쟁이일 줄은 몰랐네!”
두 남자는 계속해서 이상한 대화를 이어갔다.
오히려 당황한 것은 이찬수를 포함한 다른 바르셀로나 선수들이었다.
- 어이구…… 미친놈이 두 명이네.
이찬수가 혀를 차며 중얼거렸고.
“쟤네 원래 친하던 사이야?”
“아닐걸?”
“근데 왜 저렇게 친해 보이지?”
“그러게…… 피케는 원래 이상한 놈인 걸 알았지만, 김상훈도 저런 놈일 줄은 몰랐어.”
“벌써부터 머리가 아파오는군…….”
바르셀로나 선수들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황당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잠시 후.
바르셀로나의 주장이자, 에이스.
신계에 올랐다고 평가받는 리오넬 메시.
그가 김상훈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