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신들린 축구선수-165화 (165/200)

165화 한일전(5)

일본의 축구는 강하다.

아시아에서만큼은 대한민국과 함께 최고를 다툴 정도로 강한 팀이 바로 일본이었다.

정확한 패스와 뛰어난 조직력이 특징인 일본의 축구는 어떤 팀을 만나도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당연하게도 일본을 상대하는 팀은 대부분 힘든 경기를 치렀다.

하지만.

이런 일본을 상대로 유난히 더 강한 모습을 보이는 선수가 있었다.

일본 사냥꾼 이찬수.

워낙 세계적인 선수였지만, 일본을 만났을 때만큼은 더욱 대단한 모습을 보여줬던 남자.

일본만 만나면 철저히 박살을 내버렸던 남자.

그런 이찬수가 지금, 일본을 상대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16강 후반전에 출전했다.

그리고 일본은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원톱으로 출전한 김상훈을 집중마크하면 결국 대한민국의 공격은 한없이 약해질 거야.”

“손홍민이 있지만, 손홍민은 개인마크로 한 명만 붙이면 충분해. 김상훈을 막는 것에 모든 것을 걸자.”

“김상훈을 봉쇄한다면 충분히 역전을 노릴 수 있어!”

“토트넘이 아닌, 대한민국의 김상훈은 한계가 있을 거야.”

그래서 전의를 불태울 수 있었다.

전반전 내내 김상훈을 상대하며 어느 정도 분석이 끝났다고 판단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일본이 상대해야할 선수는 김상훈이 아니었다.

전혀 다른 플레이를 펼치는 이찬수가 바로 그들의 상대였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16강, 한국과 일본의 경기 후반전이 지금 시작됩니다!]

[전반전에 좋은 모습을 펼쳤던 대한민국이 후반전에도 멋진 모습을 보여주길 바랍니다.]

대한민국의 초반 움직임은 전반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3대 0으로 크게 이기고 있는 지금, 급할 것이 없었다.

때문에 안정적으로 공을 돌리며 천천히 일본의 틈을 엿보며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한 선수가 공을 잡았을 때, 대한민국의 움직임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김상훈이 공을 잡습니다. 오오! 김상훈 선수, 과감하게 공을 몰고 전진합니다!]

공을 잡은 김상훈, 아니 이찬수는 과감하게 전진하기 시작했다.

이 움직임은 지금까지의 대한민국 선수들의 움직임과는 전혀 다른 플레이였다.

팀이 아닌, 개인능력만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에 특화된 이찬수의 드리블이었다.

[김상훈 선수! 순식간에 두 명의 선수를 제쳐냅니다!]

[김상훈의 드리블이 물이 올랐습니다! 오늘따라 유난히 더 무서운 움직임을 펼치고 있습니다!]

“크하핫!”

오랜만에 경기를 뛰는 이찬수는 계속해서 웃음을 터트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를 상대하는 일본 선수들의 표정은 하얗게 질려가고 있었다.

[또 한 명의 선수를 제칩니다! 이게 무슨 일이죠? 김상훈 선수가 일본 선수들을 어린아이 다루듯 상대하고 있습니다!]

[정말 놀라운데요! 화려합니다. 너무나도 화려합니다!]

지금 이 순간, 이찬수는 체력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았다.

체력 걱정이 없는 이찬수는 이전에 빙의했던 때와는 전혀 다른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브라질 풋살 경기에서나 나올 법한 각종 개인기를 이용한 화려한 드리블을 펼치고 있었고, 일본 선수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었다.

‘우, 우와!’

이찬수가 4명의 선수들을 농락하며 제쳐냈을 때, 김상훈이 감탄했다.

그러자 이찬수가 크게 웃으며 소리쳤다.

“이게 클래스야 인마!”

‘역시 이찬수 선수네요.’

김상훈은 깔끔하게 인정했다.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찬수는 어느새 일본의 페널티 박스 내부로 침투한 뒤, 슈팅까지 시도하고 있었다.

“정확한 슈팅.”

김상훈만큼이나 모든 스킬들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이찬수는 자연스레 스킬을 사용하며 슈팅을 때렸다.

투웅-!

매번 강하게 슈팅을 때리는 김상훈과는 달리, 이찬수의 슈팅에는 큰 힘이 담기지는 않았다.

그저 패스를 할 때처럼 힘을 빼고 골대 구석으로 밀어 넣을 뿐이었다.

[김상훈! 골입니다! 후반전에도 또 다시 골을 넣습니다!]

[벌써 4골 째입니다! 김상훈이 일본을 완벽하게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일본은 충격에 빠졌다.

그들은 김상훈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후반 3분 만에 골을 허용해버렸다.

그것도 무려 4명이 제처지면서 허용한 골이었다.

“잘 보고 있지?”

‘예. 잘 봤어요. 이찬수 선수가 도대체 몇 골이나 넣을지 기대되네요.’

“한 2골을 더 넣지 않을까?”

‘더 넣으실 것 같은데요?’

“일단 해보지 뭐.”

사실, 아무리 이찬수라고 해도 더 많은 골을 넣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팀워크.

이찬수는 지금의 대한민국 대표팀 동료들과 손발을 맞춰본 경험이 없었으니까.

혼자 하는 것이 아닌, 11명이 함께 뛰는 축구에서 손발이 맞지 않는 다는 것은 커다란 단점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이찬수의 팀워크는 크게 이질감이 들지 않았다.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는 그는, 눈치껏 동료들의 움직임에 맞춰주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김상훈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한 번도 발을 안 맞춰본 친구들이랑…….’

“짬밥이 다르잖아 인마.”

‘진짜 신기하네요.’

김상훈은 놀랐지만, 이찬수에게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상대 선수들을 분석하기 전, 이미 동료들을 먼저 분석한 상태였고.

베테랑인 그에게 어린 선수들의 플레이에 맞춰주는 건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일이었다.

게다가 이찬수는 패스 위주의 플레이보다는 드리블 돌파 위주로 경기를 하고 있었다.

익숙하지 않은 팀 사이에 떨어지긴 했지만, 그에게는 너무나도 쉬운 경기였다.

***

이찬수의 실력은 압도적이었다.

일본 선수들은 그를 단 한 차례도 막지 못했다.

모든 능력치가 최상위권인 지금, 이찬수는 얄미울 정도로 공을 빼앗기지 않았다.

오히려 계속해서 일본의 수비진을 휘저으며, 골을 넣었다.

[김상훈! 고오오오오올! 손홍민이 건네준 패스를 받아서 골을 넣습니다!]

[너무 깔끔하네요! 슈팅을 할 때, 군더더기가 조금도 없습니다. 마치 슈팅의 정석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일본은 처참할 정도로 무너졌다.

[고오올! 다시 한 번 골을 넣습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죠? 김상훈! 관중들을 열광시키고 있습니다!]

현재 스코어는 6대 0.

후반전부터 뛰기 시작한 이찬수가 벌써 3골을 넣었다.

그리고 지금.

이찬수가 아껴뒀던 스킬까지 사용했다.

[레전드의 기억(L)을 사용하셨습니다.]

[랜덤으로 레전드 선수의 기억을 가져옵니다.]

[선수가 선택되었습니다!]

[브라질의 레전드, 호나우두의 기억을 가져왔습니다!]

[호나우두의 공격력 능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제한시간 10분.)]

[호나우두의 공격력]

- 등급 : 레전드(Legend)

- 효과 : 피지컬, 몸싸움, 개인기, 슈팅, 스피드 능력치가 20만큼 상승합니다.(제한시간 10분)

황제라 불렸던 사나이이자 역사상 최고의 공격수라고 평가받는 선수 중 하나인 호나우두.

그런 호나우두의 공격력은 역시나 대단한 효과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 능력은 김상훈이 레전드의 기억(L)에서 한 번 얻은 적이 있는 것이기도 했다.

‘와! 이거 진짜 제일 좋은 것 중 하난데, 여기서 이게 나오네요?’

“아예 일본을 박살내라고 시스템도 무자비한 걸 줘버리는구나.”

‘이젠 일본이 불쌍하게 보이기 시작했어요.’

“아니, 쟤네는 더 털려봐야 돼. 그래야 다음에 한국을 만났을 때 벌벌 떨지.”

‘크히힠! 그런가요?’

“그래. 이왕 패는 거 시원하게 패줘야지.”

이찬수와 김상훈.

두 남자는 동시에 사악한 웃음을 터트렸다.

각종 능력치가 20이나 상승한 지금.

이찬수의 움직임은 더욱 파괴적으로 변했다.

이전까지는 날카롭고, 예리한 움직임을 보여줬다면.

지금은 마치 탱크처럼 일본 수비수들을 박살내고 있었다.

퍼억!

“크악!”

일본 수비수들은 이찬수와 부딪침과 동시에 중심을 잃었다.

[김상훈 선수! 대단한 피지컬입니다! 일본 수비수들이 붙는 족족 나가떨어지고 있어요!]

[정말 무시무시하네요! 이미 6골을 넣었음에도 김상훈에게 자비란 없는 것 같습니다. 김상훈 선수가 계속해서 골을 노리고 있습니다!]

경기가 끝나기 전까지, 이찬수는 계속해서 일본을 몰아쳤다.

수비하고, 공을 뺏고, 상대 수비수를 전부 뚫고 골을 넣는, 그야말로 원맨쇼를 펼쳤다.

결국 이찬수는 2골을 더 넣으며, 최종 스코어를 8대 0으로 만들었다.

삐이익!

이후, 경기가 종료됐다는 휘슬이 울린 순간 일본 대표팀 선수들은 그라운드 위에 무릎을 꿇었다.

동시에 그들은, 모든 것을 포기해버린 표정으로 김상훈의 얼굴을 바라봤다.

“괴, 괴물이야.”

“저걸 어떻게 막으라고…….”

“일본이…… 일본이 이렇게 지다니…….”

“이건 꿈이야……!”

그리고 그 사이에서 유난히 몸을 떨고 있는 선수가 있었다.

오늘 두 차례나 쓰러졌던 와타나베 코타였다.

그는 고개를 푹 숙이고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런 와타나베 코타를 향해, 이찬수가 다가갔다.

“이봐, 코타. 아까 공에 맞은 데는 괜찮아?”

“어, 어?! 괘, 괜찮지…….”

와타나베 코타는 이찬수와 눈조차 마주치지 못하고, 간신히 대답했다.

그의 몸은 여전히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이찬수는 그런 와타나베 코타에게 손을 내밀었다.

“오늘 경기, 수고 많았다. 공에 맞은 건 나도 유감이야.”

“으, 으응…… 너도…… 수고 많았어.”

“그래. 수고해라.”

와타나베 코타와 인사를 마친 이찬수는 경기장 안을 돌아다니며, 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찬수 선수, 와타나베 코타한테는 왜 가신 거예요?’

“응? 네가 팼잖아. 못난 제자가 다른 애를 팼으니, 스승이 사과를 해야지.”

‘패, 패다뇨?! 저는 그냥 받은 걸 돌려줬을 뿐이라고요!’

“한 대 살짝 맞고, 두 대 세게 때렸잖아. 그럼 팬 거지.”

‘저도 아팠거든요? 살짝 과장하면 태클 당했을 때 발목이 부러지는 줄 알았어요.’

“오버하지 마. 발목에서 느낌도 안 나는구만.”

‘와! 억울해!’

“하여튼, 배운 건 좀 있었냐?”

‘……예.’

짜증을 내던 김상훈의 목소리가 가라앉았다.

장난스러움은 더 이상 없었다.

김상훈은 이찬수의 움직임을 직접 보고 느끼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수비를 상대할 때 더욱 쉽게 돌파하는 방법, 적당한 거리에서 슈팅을 할 때는 굳이 강하게 찰 필요가 없다는 것, 동료를 더욱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방법 등.

여러 가지를 배웠고, 깨달음을 얻었다.

“훈련할 때 써먹어보면서 잘 익혀놔. 다 효율적인 것들이니까.”

‘예. 알겠습니다.’

***

김상훈이 이끄는 아시안게임 대한민국 대표팀은 강했다.

러시아 월드컵에서 우승했던 멤버보다는 경기력이 떨어졌지만, 아시아 선수들끼리 경쟁하는 아시안게임에서는 그야말로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줬다.

일본을 8대 0으로 꺾고 8강에 오른 대한민국.

그 이후의 행보는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대한민국, 사우디아라비아를 6대 1로 격파하며 4강 진출!」

대한민국은 8강전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압도적인 경기를 펼치며 4강에 진출했고.

「대한민국, 아랍에미리트에게 7대 2 승리!」

「김상훈은 역시 달랐다. 6골을 몰아치며 아랍에미리트를 압도하다!」

결승까지 쉽게 진출했다.

더불어.

「대한민국 우승! 5대 2로 베트남의 기적을 막아내며 금메달을 흔들다.」

「베트남의 기적을 만들어낸 감독, 박항수도 어쩔 수 없었다. 베트남, 대한민국에게 5대 2로 패배하며 아시안게임 준우승!」

「박항수, ‘김상훈은 막을 수 없는 선수. 그는 앞으로 더욱 무서운 선수가 될 것이다.’

2018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우승을 거머쥐는 기염을 토해냈다.

손홍민과 어린선수들은 군면제가 확정되며 더욱 몸값을 올릴 수 있게 됐고, 이미 군대를 다녀온 김상훈은 명예를 얻을 수 있었다.

또한.

- 이번엔 뭘 주려나?

“그래도 괜찮은 보상을 주지 않을까요? 금메달이잖아요.”

- 확실히 월드컵보다는 적게 줄 것 같은데…… 근데 보상 언제 뜨냐?

“곧 뜰 때가 됐는데…… 오! 지금 뜨네요!”

- 아니 아시안게임에서 뭐 이런 보상을 줘?!

“크히히히히힠!”

김상훈은 생각보다 큰 보상을 받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