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4화 한일전(4)
일본의 미드필더이자, 조금 전 김상훈에게 거친 태클을 한 와타나베 코타.
그는 김상훈의 프리킥을 방해하기 위해 다른 선수들과 함께 벽을 만들었다.
이윽고 모든 준비를 끝낸 김상훈이 프리킥을 시도했다.
그런데, 그의 공이 너무나도 낮게 깔려 들어왔다.
정확히는 와타나베 코타의 중요부위(?)를 향해 날아왔다.
“이런 미친!”
커다란 굉음과 함께 쏘아져오는 공의 궤적을 본 와타나베 코타가 다급하게 손으로 중요부위를 가로막았다.
하지만.
김상훈의 슈팅은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상태.
그의 손으로 막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뻐어억!
결국, 그는 지옥과도 같은 고통을 느끼며 정신을 잃었다.
“끄어어어……!”
동시에 이찬수의 입에서 커다란 비명이 터져 나왔다.
- 끄아아아악!
“아오! 깜짝이야! 이찬수 선수가 왜 소리를 질러요?”
- 이, 이! 잔인한 놈아! 보는 것만으로도 내가 아팠다고! 꼭 그렇게 보복했어야만 했냐?
이찬수의 말대로 잔인한 보복이 맞았다.
하지만 김상훈은 스스로의 행동에 조금도 후회하지 않았다.
“먼저 건드린 놈 잘못이죠. 전 먼저 건드리지만 않으면 아주 착한 사람이거든요.”
- 그래도 거기는 좀……!
“조절이 잘 안 됐어요.”
- 뭐? 네가 조절이 안됐다고? 그게 뭔 개소리야?
어이가 없는 말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정확한 슛 정확도를 지닌 김상훈이 조절이 안 됐다?
이찬수는 그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김상훈은 나름대로 억울했다.
“프리킥을 찰 때는 정확한 슈팅 스킬을 못 쓰잖아요. 저는 진짜 몸통이나 얼굴에 맞길 바라고 때렸다고요.”
김상훈의 말은 진심이었다.
와타나베 코타를 혼내줄 생각으로 슈팅을 때린 것은 맞지만, 일부러 노리고 찬 것은 아니었다.
- 상훈아 나는 진짜 사람 하나 죽는 줄 알았다. 일본귀신 친구가 생기는 줄 알았다고.
“그래도 생각보다 상태가 괜찮나보네요.”
- 응?
“저기, 다시 들어오고 있잖아요.”
이찬수가 시선을 옮겼다.
의료진의 검사를 받은 와타나베 코타가 경기장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 근데 쟤 걷는 게 좀 이상한데? 겁나 엉거주춤해.
“크힠! 제대로 맞았으니까 벌써부터 잘 걸으면 그게 이상한 거죠.”
- ……그건 맞지.
“빨리 제대로 걸었으면 좋겠네요. 그래야 마음이 안 불편할 텐데.”
그 순간, 이찬수의 표정이 굳었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김상훈의 얼굴을 바라봤다.
김상훈은 그 누구보다도 착해 보이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 마음이 안 불편하다고? 너 설마……?
“예. 아직 안 끝났거든요.”
온몸에 돋아 오르는 소름에, 이찬수가 몸을 떨었다.
***
[와타나베 코타 선수가 경기장으로 들어옵니다. 불의의 사고를 당했지만, 다행스럽게도 큰 부상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하하, 정말 위험한 사고였죠. 아마 경기를 보던 남성분들은 전부 놀랐을 겁니다.]
[하하하하! 여러 의미로 대단합니다. 와타나베 코타!]
여전히 양 팀의 스코어는 2대 0인 상황에서 김상훈은 무자비할 정도로 슈팅을 날렸다.
이미 강철 체력(G)스킬은 지속시간이 끝난 뒤였지만, 김상훈은 체력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힐링(G)을 사용하셨습니다.]
[체력이 8만큼 회복됩니다.]
힐링 스킬로 조금이나마 체력을 회복시킬 수 있었고, 현재 김상훈의 체력은 100을 넘기는 괴물 같은 수준이었으니까.
- 역시 능력치가 깡패네. 깡패야.
“확실히 축구가 더 재밌고 쉬워졌어요.”
- 보통 쉬우면 재미없지 않나?
“축구는 안 그러네요. 그리고 조금 전처럼 예상치 못한 일들도 생기고요.”
- 살인태클 같은 거?
“예.”
- 그래, 일단 경기에나 집중해. 전반전에 겨우 2골을 넣고 끝낼 생각은 아니었잖아?
“옳으신 말씀이십니다. 안 그래도 빡세게 가려고 했어요.”
김상훈은 다시 경기에 집중했다.
[김상훈 화려한 드리블로 나가누마를 제쳐냅니다!]
[선수 한 명을 제쳐내는 건 김상훈 선수에게는 쉬운 일이죠! 김상훈에게 이타쿠라가 강하게 몸을 부딪칩니다. 김상훈! 밀리지 않습니다!]
김상훈이 일본 선수들을 상대로 쉽게 돌파를 해내는 것은, 그의 드리블 능력치가 100이라는 높은 수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꼭 그것만은 아니었다.
- 이타쿠라는 주로 왼발을 뻗어서 수비를 한다. 알지?
“예. 알고 있습니다.”
일본과의 경기가 열리기 전, 이찬수와 함께 일본 선수들에 대한 정보를 철저하게 분석했다는 것.
그 사실이 김상훈의 돌파를 훨씬 더 수월하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휘익-!
순간적으로 방향전환을 하며, 이타쿠라의 수비마저 벗겨낸 김상훈이 슈팅을 때리기 위해 각을 만들었다.
그런데.
그의 눈에 붉어진 얼굴로 달려오는 와타나베 코타가 보였다.
- 쟤 지금 정상 아니다. 저거 분명히 널 담그려고 하는 표정이야.
김상훈이 보기에도 와타나베 코타의 표정은 심상치 않았다.
무언가를 마음먹은, 나쁜 일을 하려는 사람의 표정이었다.
더불어 이찬수는 축구도사라고 해도 될 정도로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는 남자였다.
그가 말한 것은 그대로 이뤄질 가능성이 아주 높았다.
그 순간, 김상훈이 환하게 웃었다.
“마침 잘됐어.”
태클이 들어올 것을 알고 있는 김상훈은 슈팅을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더 강한 슈팅을 때리기 위해 다리에 힘을 줬다.
“정확한 슈팅.”
퍼엉!
그 순간, 이를 악물고 태클을 시도하려던 와타나베 코타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아, 안 돼!’
와타나베 코타의 기억은 거기까지였다.
뻐억!
정확히 얼굴에 슈팅을 맞은 그는, 그대로 정신을 잃어버렸다.
그 순간, 해설들이 놀라서 소리쳤다.
[어……! 김상훈 선수의 슈팅에 맞은 와타나베 코타 선수가 쓰러졌습니다!]
[너무 강하게 맞았는데요! 어어?!]
해설들은 다시 한 번 소리를 질렀다.
와타나베 코타의 상태 때문이 아니었다.
코타의 얼굴에 맞고 튕겨 나온 공을 향해 김상훈이 몸을 날렸기 때문이다.
[예리한 볼 커팅]
- 등급 : 골드(Gold)
- 효과 : 볼 커팅 능력이 상승합니다. 상대의 패스 방향이 화살표로 보이게 됩니다.
김상훈, 그의 눈에는 상대 선수의 패스 방향이 보였다.
당연하게도 와타나베 코타의 얼굴에 맞은 공이 튕겨나갈 방향도 보였다.
- 이런 미친!
공의 방향이 보인 순간, 김상훈이 몸을 날렸다.
말 그대로였다.
김상훈은 공이 날아가는 방향을 향해, 몸을 띄운 뒤 다리를 휘둘렀다.
비보잉에서나 나올 법한, 아크로바틱한 동작이었다.
절대로 좋은 임팩트를 줄 수 없을 것 같은 동작이었지만.
[정확한 슈팅(L)이 발동됩니다.]
[체력이 5만큼 소모됩니다.]
[슈팅을 하는 순간, 슈팅 능력치가 10만큼 상승합니다.]
정확한 슈팅(L)스킬의 효과가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어줬다.
이윽고 허공에 뜬 공은 김상훈의 발등에 제대로 걸렸다.
퍼어엉!
[우와아아아아! 믿을 수 없는 골입니다! 김상훈 선수! 두 눈으로 봐도 믿을 수 없는 슈팅으로 해트트릭을 기록합니다.]
[정말 엄청난 클래스네요! 이게 지금 말이 되는 골입니까? 김상훈 선수! 와타나베 선수의 얼굴에 맞고 튕긴 공의 방향을 예측해서 슈팅을 때렸습니다! 너무 멋진 시저스 킥입니다!]
해설들이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당연하게도 실시간으로 경기를 지켜보던 축구팬들은 뜨거운 반응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neubw312 : 왘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가 지금 뭘 본 거야? 이거 맞아?ㅋㅋㅋㅋㅋㅋㅋ
슈퍼son : 진짜 미쳤네ㅋㅋㅋㅋㅋ김상훈의 진짜 시대다.
m184mn4u : 일본 침몰ㅋㅋㅋㅋㅋㅋㅋ김상훈 진짜 5골 넣겠는데?ㅋㅋㅋ
축구왕슛똘이 : 진짜 개꼬숩닼ㅋㅋㅋㅋ 일본애들 표정 보임? 다들 얼굴이 허옇게 질렸는데?
bwbo18719 : 김상훈은 근데 왜 저렇게 잘하는 거야? 한국인 맞아? 진짜 믿기지가 않네;;;;;;;
iiiyhuih1 : 저 골은 진짜ㄷㄷㄷㄷ내가 본 골 중 거의 제일 멋있는 골인데?
항상취해있는남자 : 오늘은 김상훈에 취한다!
이런 뜨거운 반응이 당연할 정도로 김상훈의 골은 굉장했다.
보는 순간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골 장면이었다.
심지어 수많은 골을 넣은 경험이 있는 이찬수조차 입을 쩍 벌린 채, 비명을 질러댔다.
- 우와아아악! 미치이이인! 내가 지금 뭘 본건데? 우와아아악!
더불어 골을 넣은 김상훈도 스스로의 머리를 긁적이며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하…… 이게 이렇게 들어가네.”
- 상훈아! 이건 진짜 미친 골인데? 너 예상했냐?
“아뇨……. 그냥 몸이 먼저 움직였어요.”
- 나도 이런 골을 넣은 적이 없는데…… 진짜 미쳤다. 근데 예리한 볼 커팅으로 공 방향 예측하고 때린 거 맞지?
“예. 맞아요.”
- 와! 근데 저 스킬이 어떻게 골드 등급이냐? 나는 아직도 이해가 안 돼.
“크히힠! 저도 좀 그러네요. 이 스킬 너무 좋아요.”
대화를 하던 도중, 이찬수가 질문했다.
- 이제 전반전 시간도 얼마 안 남았는데, 좀 더 빡세게 달릴 거야?
“예? 아뇨, 제가 할 건 다 했는데요?”
- 뭐? 뭔 소리야?
그 순간, 김상훈이 씨익 웃었다.
“크힠!”
- 뭔데? 왜 또 웃는 건데?
“오랜만에 뛰셔야죠?”
- 뭐?
“다른 경기도 아니고 한일전인데, 이찬수 선수가 안 뛰는 건 좀 그렇잖아요?”
현역시절, 이찬수에게는 여러 별명이 있었다.
그리고 그 많은 별명들 중 하나인 ‘일본 사냥꾼’.
일본을 만나면 평소보다 더 뛰어난 실력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생긴 별명이었다.
- ……갑자기?
“갑자기라뇨. 이찬수 선수도 뛰고 싶으셨잖아요.”
김상훈은 알고 있었다.
경기 내내 이찬수의 몸이 떨리고 있었다는 것을.
그 떨림은 이찬수가 경기를 뛰고 싶을 때 나오는 반응이라는 것을.
때문에 김상훈이 이찬수에게 제안했다.
후반전에는 일본 사냥꾼이라고 불리던 이찬수의 경기력을 보여줄 것을.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일본을 박살내줄 것을.
그때, 이찬수가 심각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 좀 위험할 텐데?
“예? 뭐가요? 뭐가 위험한데요?”
- 쟤들 멘탈이 다 박살나서 다시는 축구를 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어.
“……예?”
- 너무 처참하게 털릴 거라고. 쟤네가.
“으하하하핫!”
김상훈이 크게 웃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이찬수가 얼굴을 찌푸렸다.
- 뭐야? 왜 웃어? 나 못 믿냐?
“아뇨! 너무 믿음이가서 웃었어요.”
- 뭐? 그게 왜 웃긴데?
“이찬수 선수를 상대했을 때, 일본 애들의 표정이 어떨지 상상만 해도 웃겨서요.”
- ……하여튼 취향이 굉장히 사악한 놈이라니까.
“크히히히힠!”
두 남자의 대화는 여기까지였다.
언제 떠들었냐는 듯, 김상훈은 남은 시간 동안 경기에 집중했고 이찬수는 그런 김상훈을 도왔다.
잠시 후, 전반전이 종료됐다.
***
후반전이 시작되기 전, 일본 대표팀 선수들은 전의를 불태웠다.
“3골 차이는 언제든지 뒤집을 수 있어! 할 수 있다고!”
“무조건 해내자. 일본을 위해서 모든 걸 쏟아붓자고!”
“그래! 할 수 있다! 아니, 해내자!”
실제로 후반전이 시작된 직후.
일본 선수들의 집중력은 전반전과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뛰어났다.
패스의 정확도도 높아졌고, 선수들의 활동량도 늘어났다.
하지만 그들은 알지 못했다.
“크하하핫! 슬슬 시작해볼까?”
‘이찬수 선수, 마음껏 보여주세요.’
전설적인 축구선수인 이찬수.
그가 출격했다는 사실을.
일본 사냥꾼이라 불렸던 이찬수가 다시금, 일본을 사냥하기 위해 직접 나섰다는 사실을.
그리고 지금.
김상훈의 몸에 빙의한 이찬수가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