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3화 한일전(3)
와타나베 코타.
일본의 미드필더인 그는 준수한 실력과 많은 활동량으로 항상 대표팀에 헌신하는 선수였다.
당연하게도 그는 2대 0으로 밀리고 있는 지금 상황을 용납할 수 없었다.
‘빨리 해결을 해야 되겠어.’
와타나베 코타는 날카로운 눈으로 두 번째 골을 넣은 김상훈을 노려봤다.
그때, 허공을 바라보며 혼잣말을 하던 김상훈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의 시선은 와타나베 코타에게 향했다.
‘뭐야?’
와타나베 코타의 표정이 점점 굳어졌다.
김상훈과 시선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이상하게 기분이 나빠졌다.
1초…… 2초…… 3초…… 시간이 지날수록 코타의 기분은 나락까지 떨어졌다.
“이런…… 씨!”
코타는 결국 고개를 돌렸다.
계속해서 김상훈과 눈을 마주친다면 주먹이라도 휘두르게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왜 이렇게 화가 나지?’
스스로에게 의문이 생긴 와타나베 코타가 고개를 강하게 휘저었다.
동시에 다짐했다.
뿌득!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상하게 얄밉고, 화가 나게 만드는 김상훈을 확실하게 처리해버리겠다고.
저 패주고 싶은 얼굴을 고통으로 인해 일그러지게 만들어주겠다고.
***
스코어는 2대 0.
전반 초반부터 대한민국이 일본을 강하게 몰아치고 있었다.
경기가 시작했을 때와는 달리, 일본 대표팀의 분위기는 차갑게 가라앉았다.
- 기선제압은 제대로 한 것 같네?
“아직 멀었어요. 전반전에 최소 3골은 넣을 겁니다.”
- 오올~! 다른 날은 모르겠는데, 한일전에서만큼은 네가 마음에 든다.
“예. 오늘만큼은 다른 날보다 더 열심히 뛰게 되네요.”
김상훈의 말 그대로였다.
그는 원톱 스트라이커로 출전했지만, 수시로 중앙으로 내려가서 빌드업을 도왔고, 수비가담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일본을 괴롭혔다.
[김상훈이 엄청난 활동량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압도적인 클래스로 일본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김상훈이 계속해서 컷팅을 시도하고, 무서울 정도로 정확한 태클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면 일본이 적극적으로 공격을 할 수가 없죠!]
[단 한 선수 때문에 일본이 웅크리고 있습니다!]
김상훈은 물 만난 고기처럼 마음껏 날뛰었다.
두세 명은 쉽게 제치는 드리블과 날카로운 패스 능력에 일본은 쉽사리 역습도 시도하지 못했다.
그때였다.
[손홍민이 김상훈에게 공을 연결합니다. 김상훈, 사이드로 빠져서 공을 받습니다.]
[이야~! 정말 많이 뛰네요! 또 언제 저렇게 사이드로 빠진 거죠? 저런 움직임을 가져가면 일본의 수비수들은 정말 괴롭죠!]
일본의 왼쪽 사이드로 빠져서 공을 받은 김상훈, 그는 빠른 스피드로 공을 몰고 들어갔다.
그런 김상훈을 일본의 나가누마가 막아섰지만, 김상훈은 몇 번의 터치로 그를 제쳐냈다.
[나가누마 선수! 김상훈에게 허무할 정도로 쉽게 뚫려버립니다!]
[양발을 자유자재로 쓰는 김상훈을 막는 것은 쉽지 않죠! 세계적인 수비수들조차 막지 못하는 드리블입니다.]
모든 수비들을 제쳐낸 순간, 김상훈이 눈을 빛냈다.
‘지금!’
상황을 파악하는데 걸린 시간은 아주 짧았다.
그는 곧바로 공을 향해 다리를 휘둘렀다.
‘아주 좋아.’
원래부터 크로스를 올리는 것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 자신감의 크기가 달랐다.
[데이비드 베컴의 크로스]
- 등급 : 레전드(Legend)
- 효과 : 잉글랜드의 데이비드 베컴, 그의 크로스 능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세계 최고의 크로스 능력을 가졌던 데이비드 베컴, 그의 능력을 얻었다는 것.
그 사실이, 김상훈이 자신감을 갖는 이유였다.
해설들 역시 그의 발끝에서 터져 나올 크로스를 기대했다.
[김상훈 선수는 패스 능력이 굉장히 정확한 선수죠! 바르셀로나가 사비 에르난데스 선수의 역할을 맡길 수도 있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뛰어난 패싱 능력을 지닌 선수입니다!]
[맞습니다. 김상훈! 크로스~! 어어?!]
그 순간 해설들이 경악했다.
이미 기대감이 있던 상태였는데도, 김상훈의 크로스는 그 기대치를 뛰어넘었다.
[궤, 궤적이! 우와! 엄청난 궤적으로 휘어 들어갑니다!]
[손홍민이 쇄도합니다!]
김상훈이 왼발 인프런트로 차낸 공은 정확히 골키퍼와 수비수들의 사이로 휘어 들어갔다.
골키퍼가 손을 쓰기도 힘든 위치였고, 수비수가 반응하기에도 애매한 거리였다.
그리고 그 공간을 향해 손홍민이 쇄도했다.
- 좋아! 머리만 가져다대면 골이야!
이찬수 역시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가 보기에도 지금은 완벽한 골 기회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순간, 일본의 수비수 타츠타 유고가 헤딩을 시도하던 손홍민의 등을 강하게 밀었다.
퍼억!
“으악!”
우당탕!
공중에서 강하게 몸을 밀린 손홍민이 거칠게 바닥을 굴렀다.
중심을 잃고 넘어진 바람에 낙법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손홍민은 팔을 잡고 비명을 질러댔다.
“홍민아!”
놀란 김상훈이 손홍민을 향해 달려갔다.
- 아오! 저 새끼가! 제대로 밀었네! 어? 뭐야? 심판 반칙 안 줘?! 뭔데!
이찬수의 얼굴이 붉어졌다.
완벽한 일본 수비수의 반칙이었음에도, 심판이 반칙을 선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기를 지켜보던 김항범 감독 역시 불같이 화를 내며 항의했다.
“심판! 반칙이잖아! 똑바로 안 봐?!”
경기를 지켜보던 한국 팬들도 분통을 터트렸다.
하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주심은 타츠타 유고의 플레이에 끝까지 반칙을 선언하지 않았다.
그리고 반칙을 당한 손홍민은 쉽게 일어서지 못하고 있었다.
“홍민아, 상태는 어때? 부상인 것 같아?”
김상훈은 그런 손홍민의 곁에서 상태를 살폈다.
“으으…… 다행히 부상까지는 아닌 것 같아요.”
“그래도 다시 한 번 확인해봐.”
“예.”
대한민국에게는 다행히도 손홍민의 부상은 크지 않았다.
넘어지면서 팔을 살짝 접질린 정도였고, 이 정도면 충분히 경기에 뛸 수 있는 상태였다.
- 심판들이 눈이 삐었나? 어떻게 이걸 반칙을 안 주지?
“종종 있는 일이잖아요. 이젠 별로 아무렇지도 않아요.”
아무렇지 않다고 얘기했지만, 김상훈의 얼굴을 살짝 붉어져있었다.
동시에 그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더 빡세게 가야겠네.’
스킬효과가 지속되는 시간이 많이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때문에 그는 더 적극적인 공격으로 골을 노릴 생각이었다.
***
[김영곤이 전방에 있는 김상훈에게 길게 공을 뿌려줍니다! 김상훈이 이타쿠라와 함께 점프합니다.]
[김상훈이 공을 따냅니다! 압도적인 공중볼 경합능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투욱!
김상훈은 김영곤이 뿌려준 공을 어렵지 않게 따냈다.
그리고 그의 머리에 맞은 공은 정확히 황운범의 발밑으로 떨어졌다.
툭!
깔끔한 터치로 공을 잡아낸 황운범이 주변을 살폈다.
공격적인 전진패스 능력이 좋은 그는 지금 역시 전방을 향해 패스를 뿌렸다.
퍼엉!
공의 밑 부분을 찍어 차는 로빙패스는 빠른 속도로 쇄도하던 황희창에게 향했다.
하지만 긴장을 했기 때문일까?
황운범의 패스는 훈련 때와는 달리 조금은 길게 뿌려졌고, 황희창은 그 공을 잡아내는 것에 실패했다.
틱!
“아오!”
황희창은 그의 발끝에 맞고 튕겨나간 공을 보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이후, 골킥이 선언됐다.
퍼엉!
일본은 조심스럽게 패스를 이어받으며 빌드업을 쌓아나가기 시작했다.
수비수가 중앙 미드필더에게 공을 연결했고, 중앙 미드필더는 다시 풀백과 중앙수비수에게 패스하며 대한민국 선수들을 끌어들였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그런 일본을 상대로 계속해서 압박을 시도했다.
[대한민국의 압박이 거셉니다! 손홍민 선수와 황희창 선수 그리고 김상훈 선수가 강력한 전방압박을 하고 있습니다.]
[김상훈 선수! 컷팅 시도! 아~! 아쉽게 실패합니다.]
[하지만 좋은 시도였습니다.]
- 크! 아까웠다.
“아직 안 끝났어요.”
컷팅에 실패한 김상훈이 다시 일본을 압박했다.
한 번 실패했지만, 그의 시도는 멈추지 않았다.
무모한 시도는 아니었다.
그에게는 자신감이 있었다.
[예리한 볼 커팅]
- 등급 : 골드(Gold)
- 효과 : 볼 커팅 능력이 상승합니다. 상대의 패스 방향이 화살표로 보이게 됩니다.
상대의 패스 방향을 알 수 있는 예리한 볼 커팅 스킬이 있다는 것.
그 사실이 김상훈이 자신감을 갖는 이유였다.
그리고.
그의 자신감은 결국 경기 내에서 드러났다.
촤아악!
[오오오오! 김상훈 선수! 결국엔 일본의 공을 끊어냅니다! 일본의 스기오카가 당황한 표정으로 김상훈을 쫓아가는데요!]
[공을 몰고 달리기 시작한 김상훈을 쫓는 건 아주 어려운 일이죠! 스기오카! 김상훈을 따라잡지 못합니다!]
공을 끊어낸 김상훈이 일본의 오른쪽 사이드로 달리며 주변을 살폈다.
‘공을 줄 곳은 두 곳, 하지만 직접 슈팅 각을 만들 수도 있는 위치야.’
머릿속에 생각이 스쳤을 때.
김상훈은 이미 결정을 내렸다.
그를 막아선 이타쿠라의 앞에서 순식간에 속도를 죽이며, 몸을 틀었다.
그러자 곧바로 슈팅 각도가 나왔다.
‘지금!’
다른 선수에게는 아닐 수도 있지만, 김상훈에게 만큼은 완벽한 슈팅 타이밍이었다.
“정확한 슈팅.”
김상훈은 반 박자 빠른 타이밍에 슈팅을 시도했다.
하지만 슈팅을 끝까지 이어가지 못했다.
퍼억!
계속해서 김상훈을 노리던 와타나베 코타의 거친 태클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아! 이건 너무 심한 태클인데요! 그렇죠! 심판, 이건 당연히 카드를 줘야죠!]
[김상훈 선수! 괜찮을까요? 분명히 와타나베 코타의 태클이 김상훈의 발목을 노리고 들어갔는데요……. 부디 상태가 괜찮았으면 좋겠습니다.]
- 괜찮냐?
“아오! 아파 죽겠어요.”
- 근데 발목은 멀쩡해 보인다?
“그럼요.”
다행히 부상은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김상훈은 강인한 신체(G)스킬과, 용가리 통뼈(H)스킬로 인해 부상을 당할 확률이 총 50%나 낮아진 상태였으니까.
더불어.
현재 효과가 지속되고 있는 스킬 중, 부상을 막아주는 스킬이 있었으니까.
[튼튼한 몸]
- 등급 : 골드(G)
- 효과 : 스킬 사용 시, 20분간 부상을 당하지 않습니다.(하루 1회 사용가능.)
김상훈은 고통이 느껴지는 발목을 부여잡은 채, 와타나베 코타를 노려봤다.
“하, 저놈 눈빛이 이상하다고 생각은 했는데 결국 더럽게 나오네요.”
- 저런 눈빛을 가진 놈들이 대부분 그렇더라. 와타나베 코타도 그렇고 김상훈도 그렇고.
“……예? 갑자기 저는 왜요?”
- 모르겠고, 일단 일어나. 쟤 카드도 받았어.
“옐로우 카드죠?”
- 그래 맞아.
“아, 근데 솔직히 이건 레드카드를 줘도 이상하지 않은 반칙이었는데…… 좀 아쉽네요.”
- 어쩔 수 없잖아. 심판의 판정도 축구의 일부분이니까. 다음 기회를 노려야지.
“그래야죠 뭐. 읏차!”
김상훈이 벌떡 몸을 일으켰다.
부상을 당한 것이 아니었고, 더 이상 시간을 끌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에게는 할 일이 있었다.
아주 중요한 할 일이.
“넌 뒤졌다.”
김상훈이 저 멀리서 실실 웃고 있는 와타나베 코타를 바라봤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이찬수가 한숨을 내쉬었다.
- 어휴! 왜 미친놈을 건드리냐.
***
와타나베 코타의 반칙으로 인해 대한민국의 프리킥이 선언된 상황.
키커로 나선 선수는 김상훈이었다.
그리고 그는, 정면을 바라봤다.
앞을 막고 있는 수비벽과 골대가 보였다.
그때, 옆에 있던 이찬수가 중얼거렸다.
- 충분히 넣을 수 있는 거리네. 직접 슈팅 할 거지?
“당연하죠.”
늘 그래왔듯 김상훈의 선택은 직접 프리킥이었다.
지금 이 순간, 그는 공을 향해 강하게 달려갔다.
동시에 해설들이 기대감 가득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세계 최고의 프리킥 성공률을 가진 김상훈입니다!]
[김상훈! 슈우우웃!]
하지만, 한일전이라는 무게감 때문일까? 아니면 다른 어떤 부담감이 김상훈의 마음을 짓눌렀던 것일까?
김상훈답지 않게, 그의 발끝을 떠난 공은 수비벽을 넘기지 못했다.
잔뜩 힘이 들어간 그의 슈팅은 선수들로 이뤄진 벽을 강하게 강타했다.
뻐억!
그리고 그 순간.
해설들이 당황했다.
[어, 어! 김상훈 선수의 공에 맞은 선수가 쓰러졌습니다!]
[충격이 상당할 것 같은데요!]
김상훈의 슈팅에 맞은 선수, 와타나베 코타가 거품을 물며 쓰러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