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신들린 축구선수-161화 (161/200)

161화 한일전

자카르타의 한 호텔 로비에는 많은 기자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여러 국적을 가진 기자들이 모인 이곳은 그 어느 때보다도 소란스러웠다.

“김상훈 언제 도착해? 뭐?! 10분 남았다고? 빨리 준비 끝내!”

“김상훈이 10분 안에 도착한대!”

“오오! 드디어 김상훈이 온다는데?”

“과연 김상훈이 어떤 발언을 할까? 그는 굉장히 직설적이잖아.”

“그래도 말을 조심하지 않을까? 양 팀의 관계가 워낙 예민하잖아.”

전 세계적인 축구스타 김상훈이 온다는 것.

그 사실이 소란의 원인이었다.

물론 김상훈이라는 걸출한 스타가 오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의 성격.

직설적이고 할 말은 다 하는 성격이 기자들의 기대감을 높여줬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만한 것들을 좋아하는 기자들의 특성상, 김상훈은 기사소재로 쓰기에 아주 좋은 재료였다.

더불어 다른 경기도 아닌, 한일전이 펼쳐지기 전에 열리는 인터뷰이지 않은가.

다른 인터뷰 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가 나올 가능성이 높았다.

그리고 지금.

대한민국의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 감독을 맡은 김항범과, 대표선수로 나온 김상훈이 인터뷰가 시작됐다.

- 상훈아, 얘네 분명히 도발적인 질문 많이 할 거야. 쟤들은 기사 소재 뽑아먹을라고 진짜 별 말을 다하는 놈들이라니까? 거기에 흥분해버리면 네 손해야. 너도 알지?

“예. 알고 있습니다.”

이찬수의 말에 김상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역시 알고 있었다.

기자들이 그를 집중적으로 물어뜯으려고 할 것이라는 걸.

계속해서 도발하며, 위험발언을 하게끔 유도할 것이라는 걸.

하지만.

김상훈은 걱정하지 않았다.

‘어떻게든 되겠지.’

물론 기자들의 생각대로 움직여줄 생각은 없었지만, 겁을 내고 피할 생각도 없었다.

인터뷰가 시작되고, 초반에는 무난한 질문들이 대부분이었다.

김상훈은 솔직하게, 하지만 이슈가 되지 않을 정도로만 대답했다.

“팀의 에이스로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생각인지?”

“한국은 저 혼자만의 팀이 아닙니다. 모든 선수들이 열심히 노력하고 있고,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상대팀인 일본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일본은 충분히 우승을 노릴 수 있는 강팀입니다. 우리가 조심하지 않으면 위험한 상황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일전은 처음이신데, 어떤 마음가짐인지?”

“최선을 다해서 팬 분들에게 즐거운 경기, 좋은 모습을 보여주려고 합니다.”

김상훈의 대답은 무난했다.

정해진 매뉴얼대로 대답하는 인터뷰의 정석과도 같았다.

이찬수의 표정에도 불안함이 사라지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아무런 문제도 일어나지 않고, 인터뷰를 끝낼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한 일본인 기자가 김상훈의 심기를 건드렸다.

“일본이 한국을 이기고 8강에 올라갈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인데, 김상훈 선수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예?”

김상훈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러자 다시 일본인 기자는 다시 한 번 김상훈을 도발했다.

“김상훈 선수가 좋은 모습을 보인 것은 사실이나, 김상훈 선수 원맨팀인 한국은 일본을 이기기에는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듭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그 순간, 김상훈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놀란 이찬수가 김상훈을 진정시키려는 순간.

김상훈이 입을 열었다.

“재밌네요. 그러니까 기자님은 한국이 일본에게 많이 부족하다고 말하고 있는 거네요?”

“예. 맞습니다.”

“그럼 제가 여기서 약속드릴게요.”

“……어떤?”

김상훈은 크게 심호흡을 한 뒤, 일본인 기자를 강하게 쳐다봤다.

동시에 마음속에 있던 솔직한 생각을 내뱉었다.

“대한민국이 원맨팀이라고 생각은 안 합니다. 근데 일단 확실한 건, 제가 일본전에서 최소한 5골을 넣을 것이라는 겁니다.”

“지금 일본을 무시하시는 겁니까?”

“무시가 아닙니다. 솔직한 생각일 뿐입니다.”

말을 마친 김상훈은 인터뷰 자리를 벗어났다.

제멋대로인 행동이었지만, 그 누구도 김상훈을 막아서지 못했다.

***

김상훈의 인터뷰가 끝난 직후.

한국과 일본, 양 국가 축구팬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일본의 경우, 김상훈이 건방지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반면, 한국의 축구팬들 반응은 두 가지로 갈렸다.

속이 시원하다는 의견과 너무 과했다는 의견이 바로 그것이었다.

찌릿찌릿뱅뱅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김상훈 일본 개무시ㅋㅋㅋㅋ사이다 발언 ㅇ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r루미늄341 : 진심 속이 뻥 뚫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5골 넣을 거랰ㅋㅋㅋㅋㅋㅋㅋ 근데 또 김상훈이라면 진짜 그럴 수 있을 것 같음ㅋㅋㅋㅋㅋ

조제무리new : 아무리 그래도 국제적인 자리에서 저건 너무 심한 말 아님? 나는 김상훈이 너무 나대는 거 같음. 좀 겸손해야함.

842719239 : 위에 조제무리뉴 미친놈은 기자가 먼저 도발한 거 모르냐?ㅉㅉ 그리고 그 기자가 일본인이었댄다. 저렇게 대놓고 도발하는데 참으면 병신이지.

momstouch : 어찌됐건 나라의 대표로 인터뷰에 참여한 거잖아. 근데 저렇게 말하는 건 좀 아니지. 하여튼 나는 이번에 김상훈 인성에 많이 실망했음.....

월미도9139 : 어으! 위에 꼰대들 다 닥쳐 역겨우니까. 저게 원래 김상훈 성격이야. 시원시원하고 좋기만하구만 아주 어떻게든 꼬투리 잡으려고 난리네. 김상훈 화이팅!

많은 반응들이 실시간 댓글로 달리고 있는 지금.

댓글을 확인하는 김상훈이 머리를 긁적였다.

“하하…… 너무 흥분했었나?”

정말 솔직히, 김상훈은 후회하고 있었다.

속에 있던 말을 필터 없이 한 것에 대한 후회는 아니었다.

“하. 좀 더 멋있게 말할 수 있었는데.”

더 멋있게 보일 수 있었음에도, 그렇게 하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후회였다.

그리고 그때 이찬수가 호통을 쳤다.

- 야 이 미친놈아!

“아오 깜짝이야! 아 왜 소리를 지르고 그러세요?!”

- 내가 지금 소리를 안 지르게 생겼어? 제자라는 놈이 아주 난리를 치고 왔는데? 어우! 언제 사람 될래 상훈아! 어?

김상훈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조용하게 스마트폰으로 유튜브에 접속했다.

잠시 후.

스마트폰 화면에는 과거, 한일전을 앞두고 진행됐던 인터뷰 영상이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영상 속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는 남자는 바로 이찬수였다.

- ……야, 야! 지금 그걸 왜 틀어? 엉? 야! 상훈아?

휘익! 휙!

당황한 이찬수가 스마트폰을 향해 팔을 휘둘렀지만, 귀신인 그의 손은 스마트폰을 만지지 못했다.

- 이런 젠장! 야! 그만 틀라고! 끄라고오!

당연하게도 영상은 멈추지 않고 이어졌다.

그리고 영상 속 이찬수는 일본인 기자의 질문에 거칠게 화를 내고 있었다.

[이런 미친! 당신 지금 뭐라고 그랬어? 내가 이래서 쪽바리 새끼들을 싫어한다니까? 걍 엿이나 처먹어 이 새끼야! 뭐? 일본이 한국을 이길 거라고? 웃기고 있네! 내가 해트트릭 박아줄 거니까 골대나 깨끗하게 닦아두라고 전해!]

영상 시청을 마친 김상훈이 고개를 돌려서 이찬수를 바라봤다.

이찬수는 잔뜩 붉어진 얼굴로 시선을 피했다.

“저기, 이찬수 선수? 해명 좀 부탁드릴게요.”

- …….

“이찬수 선수? 아니, 스승님? 제 생각엔 이 못난 제자가 스승님께 제대로 가르침을 받은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찬수는 대답하지 못했다. 계속해서 김상훈의 시선을 피한 채, 엉뚱한 곳을 바라보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 ……내가 아주 호랑이 새끼를 키웠어. 개새끼인 줄 알았는데 호랑이였어.

“뭐하세요? 왜 자꾸 혼잣말을 하세요? 예? 대답 좀 해보세요.”

- 분석이나 하자.

“예?”

- 아! 상대팀 분석이나 하자고! 너 5골 넣는다며! 그럼 상대에 대한 분석은 해야 될 거 아니야?

“크힠! 그렇죠.”

- 너 왜 웃냐? 엉? 왜 웃냐고!

“그냥 웃음이 나와서요. 바로 분석가시죠!”

- 아오!

김상훈의 능력치가 엄청난 성장을 거뒀음에도, 이찬수는 상대팀에 대한 분석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김상훈 역시 그런 이찬수의 가르침에 불만을 갖지 않고 열성적으로 따랐다.

그리고 다음날.

한일전이 시작됐다.

***

[2018년에 펼쳐지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한일전이 펼쳐지기 직전입니다!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일까요?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과 일본이 16강에서 만나게 됐습니다.]

[조금 이른 만남이라고 볼 수 있겠는데요. 경기 전에 펼쳐진 사전인터뷰에서 아주 뜨거운 일이 일어났었죠?]

[예. 김상훈 선수의 다소 자신감 넘치는 발언으로 일본이 많이 화가 나 있는 상태라고 알고 있습니다.]

[하하하! 김상훈 선수, 정말 직설적인 성격을 가진 선수죠. 그럼 오늘 양 팀의 선발 선수를 소개…….]

해설들이 빠르게 화제를 넘겼다.

오늘 경기에서 대한민국은 김상훈, 손홍민, 김영곤이라는 3명의 와일드카드 선수들을 모두 선발로 내세운 상태였다.

[오늘 경기에서 집중해서 봐야할 것은 김상훈 선수가 스트라이커로 출전했다는 것입니다.]

[맞습니다. 김상훈 선수는 미드필더나 수비수로도 좋은 모습을 보이는 선수지만, 스트라이커로 출전했을 때는 무서운 득점력을 발휘하는 선수죠. 오늘은 김상훈 선수가 원톱으로 출전을 합니다.]

해설들의 말 그대로였다.

대한민국은 김상훈이 원톱으로 출전했고, 그 뒤로 손홍민, 황운범, 황희창, 김정문, 이진헌, 김준야, 김영곤, 최민재, 김문한, 손범근이 선발로 출전했다.

오늘 경기에서 대한민국은 J1, J2리그에서 뛰는 선수들로 이뤄진 일본에 비해 강력한 전력을 지닌 것이 사실이었다.

그리고 지금.

대한민국의 어린 대표팀 선수들은 자신감에 찬 표정으로 한 선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상훈이 형님이 있으면 절대 안 져!’

‘우와! 상훈이 형 표정 좀 봐. 마치 산책을 나온 사람처럼 여유롭잖아?’

‘역시 챔스 우승에 월드컵 우승을 이끈 선수라는 건가……? 너무 멋있다.’

‘상훈이 형님의 발끝만이라도 따라갔으면 좋겠다…….’

김상훈.

어린 한국 선수들에게는 우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선수와 같은 팀으로 출전했다는 것.

그 사실에, 어린 한국 선수들의 자신감은 그 끝을 모르고 치솟았다.

- 상훈아, 쟤들이 너 쳐다보는데? 알고 있냐?

“당연하죠. 일부러 모르는 척하고 있어요.”

- 응? 모르는 척을 한다고? 왜?

“그래야 멋있잖아요.”

- 어휴! 그건 또 뭔 컨셉인데?

“무심하고 시크한 컨셉이요.”

- 오~ 정말 참신한 지랄이네.

“……이제 경기 시작하겠네요. 저 집중합니다.”

- 그러세요.

경기가 시작됐다.

[일본의 선공으로 경기가 시작됩니다. 우에다 아야세 선수가 이와사키 유토 선수에게 공을 넘깁니다. 이와사키 유토, 뒤에 있는 미요시 코지에게 패스합니다.]

[미요시 코지 선수는 일본팀의 주장으로 J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선수죠. 코지, 공을 몰고 전진합니다. 어? 김상훈이 달려듭니다!]

[김상훈! 강하게 어깨를 부딪칩니다! 코지 선수, 버텨내나요?]

김상훈은 경기초반부터 상대를 강하게 압박했다.

일본팀의 에이스인 미요시 코지는 그런 김상훈의 압박을 간신히 버텨내고 있었다.

- 오호! 버티네? 제법 하는데?

“제대로 해야겠네요.”

그 순간, 김상훈이 가진 스킬들을 사용했다.

[뛰어난 리더십(G)을 사용하셨습니다.]

[동료들의 기세를…….]

[디디에 드로그바의 피지컬(L)을 사용…….]

[…….]

…….

버프형 스킬들을 사용한 김상훈의 혼잣말은 멈추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새로 얻은 스킬들은 아직 사용하지 않은 상태였으니까.

오렌지 박스에서 나온 2개의 대박 스킬이 남아있는 상태였으니까.

그리고 지금.

김상훈이 새로 얻은 스킬들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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